꽃무늬 원피스 만들었다 지난 주에 NHK 오 샤레 방송 보는데 타샤의 정원으로 유명한 미국 할머니가 몇 십년 동안 고수해온 스타일의 옷, 바로 주름 많은 17세기 옷이라든가 <타샤의 옷>을 보여 주었다. 옷을 만들어 소개해 준 이의 방법을 보아 두었다가 비슷하게 따라 해 보았다. 하지만 칼라는 책 보며 혼자 그리고 재단해서 달았다. 만들어 입어 보니 칼라가 잘못된 걸 알았다. 잘못 되었다, 그럼 나는 다시 해 보고 싶어진다. 다시 잘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중도에 그만 두면 천이라도 살아날텐데, 나는 내 실수를 만회하고자 또다른 천을 찾아 원피스에 도전한다. 이번 봄에 나는 원피스를 새초롬하니 입고 싶으니까, 어딜 갈 데야 마땅히 없지만, 또는 몰라, 옷에 맞추어 장소가 생기고 옷에 맞추어 찾은 그 장소에서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요새 나는 마음도 싱숭생숭 봄을 타는 고로, 뭔가 저지르긴 해야겠는데 저지르러 나가자니 입고 나갈 옷이 없었겠다. 칼라 잘못 달린 옷을 입고 분위기 내 볼 수는 없는 노릇! 일본에서 사 두었던 천으로 다시 만들었다. 이번엔 칼라가 보다 더 안정적으로 모양을 잡았으나 둘 다 칼라 달 때 무진장 어려운 것을 보니 패턴 그리기 어디선가 문제가 있었음이 틀림이 없었다. 하나는 원피스 전체를 앞트임 했고 하나는 허리 밑 15 센티까지 앞트임하고 치마 아래쪽은 함께 박아 가름솔로 폈다.
둘 다 소매는 너무 꽉 낀다. 몸에 딱 맞는 옷을 원하여서 패턴을 좀 고쳐 보았는데. 이렇게 꽉 낄 줄은 몰랐다. 안에 아무 옷도 입을 수 없고 오직 맨 살 위에 원피스를 입어야 한다. 꽉 끼게 강조하고 싶은 곳은 허리 부분이었는데( 좀 날씬하게 뵈려고). 들어가야 할 허리는 원래 허리가 가늘지 않은 탓에 어쩐지 어벙벙 하니 임신복 같은 허리 라인이 되어 버렸고. 팔만 무지 꽉 끼어서 옷 입고 벗을 때 어렵다. 입고 있을 때는 똥배와 단전에 힘을 주어야 하는 게 아니라, 힘을 꽉 주면 터질지도 모를 팔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시렁 위에 곶감이 있든 꿀단지가 있든 아니면 금단지가 있어도 이 옷 입고는 뭔 시도를 하면 안 될 것이다. 그러면 분명 터진다.
며칠 허리 끊어지게 재단하고 눈 뿌얘가면서 재봉질 하고, 손 데어 가면서 시접 다리고 우짜고, 비싼 차비 들여서 단추구멍 내는 곳까지 손수 이 몸이 움직여 가서 단추사고 단추구멍 내 오는, 몸 부림, 나,!이 옷 두 벌을 위하여 며칠동안 밤에도 소리 샐까. 미친년 처럼 밤에 잠 안 오면 딴 거 말고 바느질이 하고 싶어질 때 아파트 문틈 사이로 우리집 재봉틀 소리가 흘려나갈까봐 노심초사하면서 만들어 본 이 원피스, 입어야 한다. 그런데 당초 상상하던대로 이 옷 입고는 질러 보러는 못 가겠다. 있는 천을 최대한 아껴가면서 재단했음에도 왠 걸 치마기장은, 왜 이다지도 짧아 버린 거야! 남은 천도 없으니 어떻게도 못하겠고 껑충하니 올라간 옷을 입고는 벚꽃날리는 거리를 자전거로 씽씽 달리던 <4월 이야기>의 주인공 원피스를 따라잡지도 못할 것이다. 한가지 방법은 있다. 요 거 입고 걸어서 5분 거리 마트에 장 보러 갈 수는 있을 것 같다. 즉, 매우 용도가 제한된 옷이 두 벌 만들어졌다. 그래서 비싸지 않은 천으로 비싼 시간 들이며, 몸 심하게 부렸지만 효용가치는 크지 않은 옷을 만들었다는 실용적 계산을 지금 막 하고 있는 참이다.
사꾸라 꽃이 핀 원피스. 아래 치마 단이 너무 짧다. 재작년에 일본에서 산 천이다. 2 미터로 원피스를 만들었더니 남은 천이 하나도 없다.
골덴천이다. 작년에 블라우스를 만들면 좋다는 인터넷 천 집 주인장의 말을 믿고 샀다. 블라우스를 만들려다가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 겨울이 다 지났다. 생각지도 않았던 원피스에 이 천을 사용했는데, 재단할 때 잘 했는데 입어 보니 앞이 달랑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옷 완성 후에 하자가 생기면 절대 안 고치는 나는 그래서 결국 이 옷의 확실한 주인이다. 하자 없는 건 언제 생산이 되려는지.
다시 고쳐 그려 만든 칼라
제천으로 만들어 단 단추. 요건 마음에 드는 것 하나. 원피스 만들 때 곧잘 실수 하던 허리선 맞추기도 이번엔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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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느질하는 오후 원문보기 글쓴이: 후니마미
첫댓글 나무와숲님 글을 읽어보니 정말 힘들게 완성하셨네요.. 맞춤옷 만드는 일이 보통 정성으로는 되지 않는다는게 새삼 느껴짐다.. 그래도 고생하신 만큼 이렇게 화사한 꽃가득 원피스를 얻으셨으니 조금은 피로가 풀리실듯.. ^^ 딱 요즘 입으면 좋을 것 같아요.. 마니마니 입고 외출하세요~~~ 보는 사람 모두 봄을 선물 받은 느낌이 들것 같아요.. 그런데, 글을 보니 일본과 관련이 깊으신 듯... 일본어도 잘 하실 것 같고.. 여러가지로 부럽슴다~~
요즘처럼 값싼 옷이 쏟아져 나오는 때 옷을 만드는 일은, 바로 제 몸에 맞는 자기만의 옷을 만들어 보려는 마음과 만들어 냈을 때의 기쁨 때문이겠지요? 이 옷은 제 몸에 맞는 옷이길 바랐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게 문제라면 문제이구요 ㅎㅎ 누군가 이 옷 입은 저를 보고 봄 선물을 받는 느낌이라면 아이구 정말 제가 크게 절을 해야겠어요 저는 재작년에 일본에서 1년간 살다왔구요. 가족이 모두 갔었어요. 그래서 일본에서 산 천이 있는 거구요 일본어는 그때 했던 것을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겨우겨우 공부 모임에 나갑니다. 그 정도에요 외국어라는 게 한 번 배워두면 항상 유지 보수를 해야 하는 애물입디다.ㅎㅎ
제 눈엔 먼저번 칼라가 더 예뻐보니고, 실수라는게 하나도 안보이는구먼요~.원피스는 이제 확~실히 잘하시겠는걸요. 부럽기만하네요. 자주색도 예쁘구요.
그래요? 그럼 실수라고 하지말고 의도했던 모양이라고 고쳐 말하겠습니다 원피스의 달인이 되고 싶습니다 ㅎㅎ 그러자면 앞으로도 여러 모양의 원피스를 더 만들어야겠지요? 사실 그러고 싶답니다 나중에 또 원피스 올리면 그 목표 때문에 그러는 줄 알아주세요~~
타이즈 신고 발랄하게! 마음은 그렇지만 옷 만드는 법 말고 입는 법도 자꾸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남이 입은 것을 보면 나도저래 봐야지 하는데... 용기가 있어야 요즘 입는 방법으로 멋을 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올해는 원피스를 주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원피스 만들기 좋은 원단 많이 소개해 주세요~~~
드디어 또 한건하셨네요 천두 디자인두 이뿌구 좋구만 제눈에 실수가 보이지도 않는데 실히 고수들은 다른가벼 바쁘게 사는 나무님이 짬짬이 시간을 내어 만드신 옷 한번 입고 나오실거죠
오늘 입고 나갔다는 거 아녀요! 아직 가디건이 적절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런대로 입을 만하긴 했어요 ㅎㅎ 혼자 즐거워 하였지요 옷 만들어 입는 게 이런 것인가봐요 남은 몰라도 자기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옷이란 걸 아는 거지요!!!
나무와 숲님 글을 읽으면 한편의 칼럼을 읽고 난 것 처럼 깔끔합니다..반성문같기도 하고 ..(?) ^^ 어떤 분인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쥔장님 말씀처럼 밑에 레깅스를 신고 롱티처럼 입어보시는건 어떠신지...
쥔장님 말씀대로 입기엔 제가 벌써 대학 들어가기 바로 전의 아들놈을 둔 중년부인이 되놔서리.... 남들이 뭐라 그럴 것 같아요 우리 세대는 튀게 입으면 꼭 뭐라 그러잖아요 !! 그래도 한 번 시도해 볼까요?? 부자엄마님 닉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나무와숲님 대단한 열정을 가지신 님 부럽습니다 옷이 완성되기까지 힘든과정이 들어있는 글이 지루하지 않았어요 꼭 원피스의 이 되시기를 열봉하시와요
항아리님이 저의 올해의 목표를 알아 주시는군요 ㅎㅎ 그래서 올 한 해 줄기차게 옷을 만들다 보면 제 몸에 잘 맞는 제 옷은 물론 남의 옷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도 같네요 실수 없이 깔끔하게 옷이 나올때까지 열공열재봉 입니다요!
월요일날 통화할 때 중계() 해 주신 덕분에 나무와 숲님의 작품과 글이 평소보다 몇배로 더 반가웠네요.. 긴글의 자세한 설명이 통화할 때 미처 다 하지 못한 대화의 앞과 뒤를 연결해 주니.. 괜시리 혼자 쿡쿡 웃게 됩니다.. 참 소녀 같이 귀여우신 분..이라고 한다면 실례가 될라나요 저두 쥔장님 말씀에 올인이요 저리 이쁜 옷을 5분 거리 마트에만 입고 다니면 넘넘 아까울 것 같아요.. 레깅스 신고 발랄하게 벗 아래를 걸어보시는 건 어떨지요
녹차 중독님 만나는 날 입고 갈 테니 중독님은 레깅스를 준비해 주시압!! (농담) 그 레깅스 라는 거이, 우리 나이 사람에게는 도전이던걸, 껄껄껄~~ 하여간 그 날 만나서 벚꽃 아래 걸어다닌다면 그건 대환영인데. 맘이 맞으면 차 마시고 수다떨다가 밥 먹으러 수목원 근처에라도 가야겠다 수목원에 벚꽃이 있지 아마!!
열흘 뒤에 입구 나오세요~~ 직접 보고파요~~
넵. 그 날 입고 갈 옷으로 저 옷으로 결정되었습니다 ㅎㅎ 애기 데리고 나오시려면 힘드시겠지만, 아가야 귀여운 얼굴도 보고 싶네요 저는 아들이 다 커서 요새는 곰인형을 안고 삽니다
위에껀.. 칼라가 어깨선에있고 아래껀 제대로있는거지요 저도 너무너무 착용샷이 궁금하여요 정말 너무너무 멋진분이라는거... 글을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이쁜옷을 만들면 그에따른 장소가 생길까요 그말씀에 저도 뭔가 멋진옷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쩐지 너무 만나뵙고싶은분이 또한분 생겼네요 바세에는 이분저분 만나고싶으분이 너무 많아서 말이죠 (정작 만나면;;A형이라 소심해서 멀리서 훔쳐만 볼꺼면서 말이죠 ) 너무 이뻐요 어디든입고 나들이나가세요 멋져보일꺼같아요
새댁님, 저도 에이형이에요 ㅎㅎ 그래서 맘은 있다가도 정작 뭔 일 할 때는 (에이!) 하고 뒤로 물러나 버리기도해요 비슷한 사람끼리니까, 앞으로 여기서 자주 뵈어요 그럼 익숙해져서 언젠가 만나게 되는 운명의 날, 서로 반가워질 거에요 ㅎㅎ 칼라 말씀대로 그렇게 되었어요. 입어서 편안하게 몸을 보호해 주는 옷이 아니라 이 옷은 옷에 제 몸을 이쪽 저쪽 움직여주어야 하는 옷들이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이 만발한 옷이니 그게 이 계절의 제 마음이고 그러니 어떤 노미라도 꾀어볼까 나를 꾀어줄 노미는 없을까, 간간이 생각하고 있답니다. 남편이 큰 소리 떵떵 치면서 해볼라면 해 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