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라 슈만 바이올린을 위한 3개의 로망스 중 1번
19세기 영국의 귀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홍차는 중국에서 배를 타고 영국으로 넘어왔기에 그 값어치도 매우 높게 평가 되었으며, 특히 중국 우이산 지방에서 생산되는 홍차는 최상급 홍차로 취급되어 그 가격이 금값만큼 비쌌다고 합니다.
이 최고급 홍차의 보급을 늘리기 위하여 '베르가모트 (Bergamot)'라는 이탈리아 오렌지의 껍질에서 추출한 향료를 입힌 것이 바로 '얼그레이 (Earl Grey)'가 되었습니다.
베르가모트 (左)와 얼그레이 홍차 (右)
'얼 (Earl)'은 백작이란 뜻으로 얼 그레이는 '그레이 백작'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19세기 영국의 수상이었던 '그레이 백작 (Charles Grey, 1729-1807)'가 베르가모트 향을 입힌 홍차를 처음 선물받았기에 '얼 그레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그레이 백작이 물에 빠진 중국인 아이를 구해줬는데 그 중국인 아이의 아버지가 베르가모트 오일을 첨가한 홍차를 선물했고 이 홍차에 얼그레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설입니다. 두 번째는 대표적인 홍차 브랜드 '트와이닝'이 그레이 백작의 의뢰를 받고 만들었다는 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잭슨 오브 피카딜리' 브랜드에서 그레이 백작에게서 직접 레시피를 받았다는 설이 있습니다.
어떤 설이 사실인지 밝혀진 것은 없지만, 그레이 백작 부인이 사교계에 '얼 그레이 홍차'를 유행시키며 여러 홍차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판매를 넓혀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짙은 향과 시트러스의 상쾌한 맛이 잘 어우러진 '얼그레이'는 본연의 홍차에 레몬을 한 조각 띄우거나 시원한 아이스티로도 잘 어울립니다. 밀크티를 사랑하는 영국인들조차 얼그레이에는 우유를 잘 타서 마시지는 않지만 밀크티로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얼그레이, 이 홍차와 잘 어울리는 클래식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클라라 슈만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작곡한 3개의 로망스 중 첫 번째 로망스는 어떨까요?
바이올린을 위한 3개의 로망스 중 1번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 (Clara Josephine Wieck-Schumann, 1819-1896)'은 '로베르트 슈만 (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의 아내이자 여러 작곡가들의 뮤즈로 더욱 잘 알려져 있는 음악가입니다. 클라라 비크는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크 (Friedrich Wieck, 1785-1783)'에게서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가르침을 받았으며, 아버지의 제자로 들어왔던 젊은 슈만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죠. 클라라는 21살의 나이가 되던 1840년, 아버지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8살 연상의 로베르트 슈만과 결혼을 하여 슬하에 6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어린 클라라 슈만
클라라 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 작품 번호 22번 (3 Romances for Violin & Piano, Op.22)'은 로베르트 슈만이 1849년 작곡하여 클라라에게 헌정한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 작품번호 94 (3 Romances for Oboe & Piano, Op.94)'의 보답으로 1853년에 작곡한 3개의 로망스이지만 아이러니하게 헌정은 남편인 로베르트 슈만이 아닌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제프 요아힘 (Joseph Joachim, 1831-1907)'에게 헌정하였습니다.
3개의 로망스 중 가장 유명한 첫 번째 로망스 '안단테 몰토 (Andante molto)'는 클라라슈만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매우 로맨틱한 분위기의 곡입니다. 특히 이 곡은 클라라 슈만을 주인공으로 한 2008년 영화 '클라라 (Clara)'에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피아노의 독주로 시작하는 클라라 슈만의 로망스 1번은 진한 오렌지 색의 짙은 향을 지닌 얼그레이 홍차처럼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2분 여의 짧은 연주 시간 동안 낭만 시대의 중심에 있으며 자신의 사랑과 음악을 확고하게 표현하였던 뮤즈 '클라라 슈만'의 음악 세계를 짙게 그려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박소현
Clara Schmann : Three Romances
for Violin and Piano, Op. 22
1. Andante molto (00:00)
2. Allegretto : Nit zarten Vortrage (03:20)
3. Leidenschaftlich schnell (06:27)
- Janine Jansen, violin
Denis Kozhukhin, 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