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동안 서달산 새벽 산책길에서 마주치던 두 할머니가 있었다.
한 할머니는 연세가 81세로서 조그만 체구에 새벽 4시반쯤 일찍 나오시는데 나는 너무 일찍 나오시지 마시고 5시반쯤 나오세요 해도 습관이 그리 되어서 자꾸 그렇게 되네요 하는 좀 아랫동네에 사는 곱상스런 할머니이다. 할머니의 아들과 딸은 방배동쪽에 살며 할머니만 여기서 혼자 사시며 남편은 10여년전 에 돌아가셨다고 하는 충청도 할머니다.
딸이 이화대학교 교수라고 하며 나는 가끔 이 할머니에게 쉬운 시를 한 수씩 지어 읽어드리기도 하며 일본의 늦깎이 할머니시인인 시바타 도요는 나이 90이 넘어 시를 쓰기 시작하여 일본 국민이 사랑하는 유명한 시인이 되었다는 얘기를 해 드리면서 일기처럼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 보시라고 권장을 해도 나는 그런거 못해요 하고 수줍게 이야기를 하던 할머니다.
또 한 할머니는 내가 노래하는 할머니라고 하는 할머니로서 키가 좀 크고 얼굴이 밝고 항시 우리 가곡노래를 흥얼거리며 걷기를 하셔서 내가 그렇게 별명을 붙여 드렸는데 저 멀리서도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그 할머니가 오시는구나 한다. 이 할 머니는 연세가 80세로서 젊을 때 어떤 합창단의 단원이었다고 한다. 나보고 젊을 때는 미남이었겠네 하고 설쩍 추켜세우기도 하는 멋쟁이 할머니다.
이 두 할머니는 다니는 시간에 시차가 좀 있다. 자그마한 할머니는 조금 일찍 나오시고 키큰 할머니는 30분쯤 늦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두 할머니가 금년들어 통 보이지 않는다. 어디가 편찮으신가 ? 아니면 어디 다 른곳으로 이사를 가셨나 ? 아니면 유명을 달리 하시기라도 하였나 ? 뭔가 섭섭하 면서도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어 먼 산을 쳐다보기도 한다. 인생 무상이다. 두 할머 니가 있었기에 새벽 산책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기도 했는데. 두 분 다 무탈하시고 언젠가 다시 뵙게 되길 기도 해 본다. 24.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