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사흘 전한과 회동
여당측 '윤심 전달 아니겠나'
정, 한대표의 교체 뜻 확고에
'당 분열 막기 위해 사임 결정'
용산의 교통정리설에 무게
사퇴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져온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일 사퇴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한동훈 대표에게 유임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을 서둘러 진화하기
위한 자진 사퇴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 대표와 친윤석열(친윤)계의 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정 의장은 이날 오후 5시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이 시간부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사임에 관한 당대표의견을 들은 게 어제 오후 2시경이었다'며 '그 직후 사무총장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당대표가 임명권을 가진 당직자들을 사퇴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고민을 많이 하고 원내대표와 상의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제가 사퇴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갖고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 대표는 이날 오후 3시쯤 기자들과 만나 정의장이 한 대표 측의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인선은 당대표 권한'이라며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전당대회에서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을 향해 사퇴를 요구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앞서 서범수사무총장도 지난달 30일 당대표가 임명권을 갖는 당직자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겠다며 정 의장 사의 표명을 요구했다.
정 의장의 사퇴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실이 한 대표에게 정 의장 유임을 요구했다는 사실도 이날 알려졌다.
정진석 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은 지난달 30일 한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와 저녁식사를 하며 정 의장을 유임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당무개입을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한 친한계 의원은 통화에서 '당무개입 차단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전달할 경우 당무개입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참모들을 통해 우회 전달했다는 의미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진석 시장이 (정책위의장을 유임하라고)한 말이(윤 대통령의) 진심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대통령실은 정 실장의 정치적 조언일 뿐이라며 '윤심(윤대통령의 의중) 전달은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일정이 바쁜데 거기(정책위의장 인선) 매몰돼 있겠느냐'며
'마이너스 정치를 하지 말고 사람들을 끌어안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의장의 사퇴배경에는 용산의 교통정리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용산이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정진석 실장이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한 것이고
대통령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 정리하려면 정 의장이 빨리 사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이 사퇴하면서 한대표 측은 인선 논란의 퇴로를 찾았다.
하지만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대표 임명 직후 곧바로 인사를 했어야 했는데 질질 끌면서 문제가 됐다.
(정치 많이 안 해본) 실력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분리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와 같이 갈 수 없는 친윤의원들의 생존방적식은
이미 반대가 됐다'고 말했다.
충분히 임기가 보장돤 친윤 의원들과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당지도부의 도움이 필요한 윤 대통령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는
취지다. 문광호.민서영.유설희.박순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