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무기와 미래 전쟁 - 다연발 유탄발사기(MSGL)
기존 40㎜ 유탄발사기 개량
회전 탄장에 최대 12발 장전
시가·참호전 분대 단위 전투서 활약
우크라이나전서 본격적인 재평가
가장 적은 비용으로 보병 화력 강화
다양한 유탄 등장 가치 더욱 높아져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분대급 소규모 보병 전투 혹은 참호전의 새로운 필수무기로 다연발 유탄발사기(MSGL)가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보도하는 일부 언론에서는 다연발 유탄발사기를 ‘보병 전투의 새로운 국면전환자(Game Changer)’라고 칭송할 정도다.
실제로 바흐무트 등 주요 전투지역 특히 참호전투에서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기 시작한 RDS40-MGL은 근거리에서, 짧은 시간 동안, 정확하게 화력을 집중해 보병 전투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의 경우 미국이 지원한 M32A1 또는 특수부대용 Mk 14 Mod 0 다연발 유탄발사기, 폴란드가 2021년부터 지원한 RGP-40 유탄발사기 등을 사용해 러시아군을 타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성능
다연발 유탄발사기는 일반 보병이 개별 휴대하거나 소총에 부착된 형태로 사용하던 기존 40㎜ 유탄발사기를 연속발사가 가능하도록 개량한 보병화기다. 깡통 모양의 회전 탄창에 보통 6~7발, 일부 형식의 경우 최대 12발의 40㎜ 유탄을 장전할 수 있다.
숙련된 사수의 경우 견착대와 광학 조준경을 활용해 최대 400m(사거리 연장 특수유탄의 경우 최대 800m), 통상 125~250m 거리의 표적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다. 화력은 일반 수류탄보다 약간 강한 수준이지만 일반 보병이 손으로 투척하는 수류탄보다 더 멀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여러 발을 동시에 하나의 표적 혹은 다수의 표적에 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0㎜ 유탄을 장전한 중량은 미국제 M32A1 8.3㎏, 폴란드제 RGP-40 6.3㎏, 러시아제 RG-6 6㎏, 튀르키예제 RDS40-MGL 5.4㎏ 수준으로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에게 익숙한 RPG-7과 비슷하거나 살짝 가볍다.
현재 미 해병대가 사용 중인 M32A1의 경우 다양한 종류의 40㎜ 유탄 6발을 3초 이내에 모두 발사할 수 있으며 최소 20m x 60m, 최대 40m x 120m의 면적을 제압할 수 있다. 러시아군과 전투 중인 우크라이나군 장병들 역시 다종다양한 화력이 동원되는 대규모 전투보다는 시가전이나 참호전투 같은 소규모 분대 단위 전투환경에서 다연발 유탄발사기가 약방의 감초처럼 활약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실제로 일진일퇴의 참호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및 남부전선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 보병부대와 특수부대가 다양한 종류의 다연발 유탄발사기를 RPG-7 같은 대전차로켓보다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저평가된 다연발 유탄발사기
지난해 기준, 세계 50여 개 국가의 군대와 경찰에서 약 6만 정의 다목적 유탄발사기(MGL)가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의 인식은 ‘특이하게 생긴 경찰용 폭동진압 장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반적으로 기계화된 보병이 중심이 되는 대규모 지상전 상황에서 다연발 유탄발사기는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해병대와 폴란드 육군, 우크라이나 육군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보병보다는 특수부대 혹은 경찰특공대 등에서 다연발 유탄발사기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총기제작업체인 밀코가 1981년 개발 완료하고, 198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육군에 신형 6연발 다목적 유탄발사기(MGL)를 납품하기 전까지 쓸만한 다연발 유탄발사기(MSGL)가 없었다는 문제도 있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다연발 유탄발사기들은 말코 MGL의 아류작이라고 해도 무관할 정도로 유사한 설계개념과 외형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다연발 유탄발사기는 지금도 전면전 상황보다는 특수부대에 의한 비정규전이나 경찰의 대테러 혹은 폭동진압과 같은 상황에서 더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화나 TV 드라마 등에서도 다연발 유탄발사기는 주인공의 활약을 더욱 강조하거나 경찰과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성을 상징하는 소품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2004년 제2차 팔루자전투 이후 다연발 유탄발사기의 효용성에 주목한 미 해병대가 2006년부터 말코 MGL을 M32라는 명칭으로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다. 그리고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이후 다연발 유탄발사기의 활약상이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연발 유탄발사기의 재발견
사실 다연발 유탄발사기가 활약할 수 있는 전장환경은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전장환경 더 정확히 말하면 보병의 전투개념과 전투방식이 다연발 유탄발사기(MSGL)를 필요로 하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경우 분대 단위로 다수의 러시아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시가전, 참호전 등의 근접전투에서 부족한 화력을 다연발 유탄발사기로 보완하고 있다.
M32A1 다연발 유탄발사기를 대량으로 운용하고 있는 미 해병대 역시 향후 기동력을 갖춘 소규모 전투병력으로 적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는 전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적진 한복판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미군 특수부대 역시 Mk 14 Mod 0 다연발 유탄발사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6발이라는 탄수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40㎜ 유탄의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단시간 내에, 일시적으로나마, 다수의 적을 화력으로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보병의 전투방식 역시 기동화된 소수의 보병이 계속 이동하면서 압도적 화력으로 적을 공격하고 지휘부는 이러한 창끝 부대들을 전술 통신망으로 연결해 자유롭게 병력을 집중하거나, 분산시키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때문에 제3세계 독재국가 군대의 시위진압 무기 정도로 인식되던 다연발 유탄발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연발 유탄발사기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보병 화력을 강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첨단기술이 집약된, 다양한 능력을 갖춘 40㎜ 유탄이 속속 등장하면서 다연발 유탄발사기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