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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변호사
현재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5년 내 5회로 제한받고 있다. 이를 속칭 ‘오탈제(五脫制)’라고 부르는데 이 제도에 대한 유일한 예외는 병역법 또는 군인사법에 따른 병역 의무 이행 기간을 위 5년의 기간에서 제외해주는 것으로 변호사시험법 제7조에 명문화되어 있다. 그 외 예측 불가능한 중한 사고, 질병 또는 그로 인한 일시적‧영구적 장애, 그리고 변호사시험 준비생의 임신‧출산 등은 모두 법률적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2016년도부터 헌법재판소에는 병역의무 이행 기간 외에 다른 사유들도 오탈제의 예외 사유로 인정해 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이 매해 꾸준히 올라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예외를 인정할 사유와 그 지속기간 등을 일률적으로 입법하기 어렵고, 예외를 인정할수록 시험기회‧합격률에 관한 형평에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어 시험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면서 사유를 불문하고 일관되게 오탈제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5년 내 합격하라”는 규정 속 불평등 요소 그득
병역법 또는 군인사법에 따른 병역의무 이행 기간을 5년의 기간에서 제외하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오직 그 사유만을 오탈제의 법률적 예외로 인정하는 것은 헌법 제39조 제2항의 평등권 조항에 위반될 소지가 충분하다. 시험을 준비하고 응시하기 어려운 사유로서 예측 불가능한 중한 사고, 질병이나 임신‧출산은 병역 의무 이행이라는 사정과 별반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없는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게다가 임신‧출산을 예외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여성 신체의 생물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심각한 성차별을 초래한다. 여성 응시자가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는 연령은 학부 졸업 4년, 대학원 졸업 3년을 계산하고 거기에 법전원 입학을 위한 N수, 변시에 떨어진 선행횟수 등을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29~32세 사이일 텐데 이 연령이 지나고 나면 여성은 가장 적절한 가임기간을 놓치고 만다. 결국 여성 법조인은 반강제적으로 노산과 저출산을 강요받게 되는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예외를 인정할 사유와 그 지속기간 등을 일률적으로 입법하기 어렵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입법자는 얼마든지 일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응시기회를 추가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오탈제의 예외를 어느 정도 일반적‧추상적으로 규정해두고 변호사시험 실시 기관 등으로 하여금 예외를 인정할만한 사유가 있는지, 그 기간을 어느 정도로 인정할 것인지 판단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헌법재판소가 오탈제의 예외사유 확대를 인정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처음 입법자가 법학전문대학원과 변호사시험 제도를 마련할 때 그 취지가 일명 고시 낭인의 양산을 막는 것에 있었다는 점이다. 입법자기 애당초 변호사시험 준비생들에게 어떠한 사유가 발생하여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되거나 그 사유로 불합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5년이란 기간을 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예외 사유를 확대하지 않더라도 비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시 낭인 양산의 방지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부차적인 목적에 불과한 것이지 그것이 제도의 주된 목적은 아니다. 다양한 배경 지식을 가진 법조인의 양성, 법조 인력의 지방 분산화, 법조 일원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의 마련 등이야말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참된 목적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단순히 변시 낭인을 방지하겠다는 단순하고도 부차적인 목적 때문에 제도 자체가 비합리적으로 운영된다면 이야말로 작은 것을 취하느라 큰 것을 잃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사시가 로또가 아닌 세상에서도 여전한 이해상충 목소리들
게다가 이제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변시 낭인이 양산될 것을 걱정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예전 사법시험 시절 고시 낭인이 양산되었던 이유는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마치 로또를 맞는 것처럼 급격한 사회적 신분의 상승을 가져오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변호사가 이제 더는 인생 역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직역이 아니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러니 변호사시험의 오탈제 예외 사유를 확대한다고 해서 변시 낭인이 양산될 것이라는 논리는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애당초 변시 낭인 양산을 막는다는 제도적 목적이 과연 국민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보다 앞서는 것인지에 의문이 든다. 그 누구라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만큼 노력할 자유가 있는데 굳이 오탈제라는 규정을 두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왜 이런 오탈제 제도는 변호사시험 외에 다른 직업 제도에서는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힘든 것일까? 그렇게 따져보면 변호사시험에서 오탈제 규정을 굳이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자체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및 변호사시험 제도는 첫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을 배출해낸 지 올해로 13년이 지났다. 제도를 10년 넘게 운영해 왔다면 이제 시행상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고치고 재정비할 때가 된 것이다. 매년 오탈자들의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이 줄을 잇는 것을 보면 현행 제도하에서 누군가는 매우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족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내에서 변호사시험 오탈제와 관련하여 그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은데 이는 공교롭게도 오탈제의 대상이 되는 오탈자(五脫者)들과 여타의 이해 관계인들의 이익이 서로 상반되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변호사시험 응시자 숫자가 일정하게 유지되기를 바란다. 응시자 숫자가 많아지다보면 혹시 정부에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더 늘릴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은 변호사시험 장수생들이 늘어날수록 자기 학교 졸업생들의 합격률이 떨어질까 걱정하면서 오탈제를 지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자신의 합격을 위해 변시 재수생들이 5년마다 시험장에서 퇴장해주기를 원한다.
다른 종류의 자격시험이나 입학시험, 또는 공무원시험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억울함이 왜 변호사시험에만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는 근본적으로 변호사시험에서 오탈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만약 유지한다면 그에 대한 예외규정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제도가 가지고 있던 원래의 목적, 즉,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 양성이라던지, 법조 인력의 지방 분산화, 법조 일원화 등은 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인지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출처 : 변호사 등용문, 총체적 재점검 필요하다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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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변시, 고시 낭인의 선택은 개인의 자유.
밥그릇 싸움에 차별을 두지 말자.
(집안의 지원이 없다면 할 수도 없고..)
윤석렬 대통령도 사법 9수 출신의 장수생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