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김씨 (충청도방언)
전에 명천 이문구 작가의 나무연작소설중의 충청도 사투리를 몇개 옮겼는데 우리동네연작도 상당합니다.
'가보 잡구 버티는 기분허구 비스름헌 거라'
'나는 사람이 어질다 말구, 싸가지두 떡잎 적에 벌레먹어서 가만히 못 있는 승질일세'
'나두 맴이 반만 모질구 나머지는 여려서, 고대 죽는소리허는 사람 보면 먼저 눈물이 앞을 가리는 승질이라...'
'사람이라는 것이 종자를 받으면 주뒹이에 처늫는 것허구 배앝는 것버텀 우선적으루 가르치는 벱이건만'
'해 저물라면 멀었응께 말이 되는 말만 해두 넉넉허유'
'사정 봐주다 갈보되는규'
청풍출신인 저도 낯설 정도인데 보령 서천방면등인지라 더욱 외져서인성 싶습니다. 다른 지방이나 나이어린 축들은 더욱 난해할듯...
이하 '우리동네 김씨' 대부분 생략하고 끝부분 민방위교육 장면만을 옮깁니다.
"안녕허십니까.신을좽{신을종}이올시다.이름이 션찮여 부민장밲이는 못헙니다마는, 지가 여러분들보다 배운 게 많다거나, 워디가 잘나서 이 앞에 슨 건 아닙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교육에 면장님께서 꼭 나오실라구 허셨습니다마는 급헌 호의가 있어서 아직 못 나오시는 걸루 알고 있습니다..."
"그런디 교육에 들어가기 전에 지가 특별히 부탁을 드리겄습니다. 제발 퇴비 좀 부지런히 해달라 이겝니다. 워떤 동네를 가볼래두 장터만 벗어났다 허면, 질바닥으 풀에 걸려 댕길 수가 읎는 실정이더라 이 얘깁니다..
풀에 갬겨서 자즌거가 안 나가구 오도바이가 뒤루 가는 헹편이더라 이겝니다. 풀 벼서 남 줘유? 퇴비허면 누구 농사가 잘 되느냐 이 얘깁니다. 식전으루 두 짐쓱만 벼유.
그런디 저기, 저 구석은 뭣 땜이 일어났다 앉었다 허메 방정 떠는 겨? 왜 왔다리갔다리 허구 떠드는 겨? 꼭 젊은 사람들이 말을 안 탄단 말여. 야--저런 싸가지 읎는 늠으 색긔...야 놈아, 말이 말 같잖여? 너만 덥네?
저 늠으 색긔...즤애비는 저기 즘잖게 앉어 있는디 자식은 저 지랄을 혀. 웬제구 볼 것 같으면 아버지나 윗으른은 즘잖게 시키는 대루 들으시는디, 그 자제들은 당최 말을 안 타구 속을 쎅이더라 이겝니다.
교육중에 자리 이사 댕기구, 간첩모냥 쑥덕거리구...야늠아, 너 시방 워디서 담배 피는 겨? 너는 또 워디 가네? 저늠의 색긔들...그래두 안 꺼? 건방진 늠 같으니라구. 너 깨금말 양시환 씨 아들이지? 올 봄에 고등핵교 졸읍헌 늠 아녀? 너지? 건방머리 시여터진 늠 같으니라구, "
부면장이 한바탕 들었다 놓은 뒤에야 겨우 뭘 좀 하는 곳 같아졌다.
사실은 이 시간이 교육 시간입니다마는, 가만히 앉아서 자리 흐틀지 말구 담배들이나 피셔유. 지 자신이 교육에 대비하여 학습해둔 게 있는 것두 아니구 해서 베랑 헐말두 웂습니다. 또 솔직히 말해서 지가 예서 뭬라구 떠들어봤자 머릿속에 담구 기억허실 분두 웂을 줄로 알구 있습니다. 그냥 앉어서 죄용히 담배나 피시며 시간을 채우시도록 허셔유.
그런디 퇴비들을 쌓실 때는 멫 가지 유의를 해주시라 이겝니다. 위에서 누가 원제 와서 보자구 헐는지 알 수 웂으닝께, 퇴비장 앞에는 반드시 패찰과 척봉을 꽂으시구, 지붕 개량허구 남은 썩은 새나 기타 여러 가지 찌끄레기루 쌓신 분들은 흔해터진 풀 좀 벼다가 이쁘구 날씬허게 미장을 해주서유.
정월 보름날 투가리에 시래기 무쳐 담듯 허지 마시구. 혼인 때 쓸 부둣모처럼 깨끗하게 쌓주시라 이겝니다. 퇴비가 일 헥타당 멫 키로이상이라는 것을 잘들 아시구 기실 중 믿습니다마는, 아무쪼록 식전에 두 짐 저녁에 두 짐씩, 반드시 비시도록 당부하는 것입니다.
김씨: 모냥내구 있네. 멫 평이 일 헥타른지 워치기 알어
부민장: 뭐여? 이봐유. 뭘 모른다는 규? 구식 노인네두 다 아는 상식을 당신 증말 몰러서 헌 소리유? 당신 같은 사람은 워디를 가봐두 으례껀 한두 사람씩 있어. 그러나 여기는 그런 농담헐 디가 아녀.
김씨: 알면 지랄헌다구 물으유? 평두 있구 마지기두 있구 배미두 있는디. 해필이면 알아듣기 그북허게 헥타르라구 헐 건 뭬냐 이게유.
부민장: 천동면이 그렇게 촌인가...저런 딱헌 사람두 다 있으니. 나 보슈. 국가 시책으루, 미터법에 의하야 도량형 명칭 바뀐 지가 원젠디 연태까장 그것두 모르는 겨? 당신이 시방 나를 놀려보겄다--이게여?
김씨: 내 말은 그렇게 밲이 안 들리유? 저 핵교 교실 벽뙈기 좀 보슈. 뭬라구 써붙였슈? 나라 사랑 국어 사랑..우리말을 쓰자는 것두 국가시책이래유. 옛날버텀 관공리 말 다르구 농민들 말 다른 게 원칙인 게유. 천동면이 이렇게 촌인가..끙---
부민장: 도대체 당신 워디 사는 누구여? 뭣허는 사람여?
다른 사람1: 그 사람두 높어유.
다른 사람2: 놀미부락 개발 위원이구, 마을문고 후원 회원이구..
다른 사람3: 부랄 조심(가족 계획) 추진 위원이구
다른 사람4: 부녀회 회원 남편이여
다른 사람5: 연료림 조성 대책 위원이유
다른 사람6: 야산 개발 추진위원이구
다른 사람7: 단위 조합 회원이여
다른 사람8: 이장허구 친구여
부민장: 죄용해줘유. 앉어줘유.그만해둬유. 입다물어줘유. 일 헥타는 삼천 평입니다. 앞으루는 이백 평이니 말가웃지기니 허구 전근대적인 단위는 사용을 삼가주셔야 되겄다---이겝니다.
김씨: 이 바닥에 헥타르를 기본 단위로 말할 만치 땅 너른 사람이 멫이나 되느냐 이게유.
부민장: 에, 날두 더운디, 지루허시드래두 자리 흐트리지 마시구 담배나 피시며 쉬서유. 저 놀미 사는 높은 양반두 승질 구만 부리시구 편히 쉬서유. 미안헙니다.
그러자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김은 그 박수의 임자가 자기라고 믿으며 속으로 웃었다.
--끝--
* 작품의 영양가나 의미는 온라인에서 찾아보든 말든 자유구유...
개갈안나는 민방위교육장 풍경이 제절로 그려지잖어유^
'우리동네 김씨'가 발표된 것이 1977년이라는데
1000불 국민소득, 수출100억불을 달성한 해랍니다.
우리 친구들 대개 작중의 양시환씨 아들처럼^^
봄에 고등핵교 졸업하고 담배피우며 엔간히 속을 쎅일 때였겠는데ㅋㅋㅋ
1977년 대강의 역사만.. 카터미군철수파란, 국내최초원자력발전, 김형욱파동, 홍수로300명사망, 고상돈에베레스트, 이리역폭발사고!...까지만,
좀 미진한가유? 장길산,부초,정윤희장미희,겨울여자,나어떡해,가는세월,내마음갈곳을잃어,아내에게바치는노래...
그런데 실은 80년대 언제든가 저도 민방위 교육에 얽힌 추억이 있는 것입니다. 신검 때 저도 몰랐던 결핵이 검출되어 징집면제당해 일평생 총 한번도 못잡아보는 행운?이 따랐지요.
하여간 민방위교육장에 갔는데 태극기가 뒤집혀 게시되어 있는 것입니다.
관계자는 물론 천여..교육생 중 누구도 모르는지 모르는체 하는 것이라...
완전 거꾸로가 아니라 뒤집어서 건 것이라서 건곤감리와 청홍의 물결?만 바뀐 것이라 그런 것도 같지만...
그걸 눈밝은(안경쓴ㅜ) 제가 용감히 지적하여 바로잡은 것이지요.
신성한 교육장에서 이게 무슨 만고역적질이냐고 호통치진 않았지만^^
그래도...저도 김가는 김가꽈 아닌가라는^^
허나..!
글쓰느라 혹시하고 검색해보니 바로 직전 사진과 같은 민방위장소 사진 잘못게시는 이야기감도 아닌듯...
스포츠나 정치꾼들, 역대 대통령들까지도 태극기를 거꾸로 매고, 들고, 걸고, 휘두르고 난리도 아닌 것 같습니다.
좌우지간에 온라인에두 김씨 이따아~!
2021.3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2024년 광복절에 누가 실수할지 유심히 보리라는 ^^
첫댓글 그 시절 민방위 교육장에 여성들도 간간..
남편이나 가족을 대신해 나온 것이겠지만..
하여간.. 세상에 불변이란 없지요.
건곤감리 청홍백 의미를 알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태극기도 좀더 진화..세련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국기만이 아니라 국가도 국화도...
결정적으로 국회도!!^^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작년봄인가..님글 한달여 꾸준히 훑었는데..도무지 맥락이 안잡히고 줄거리도 뚜렷하지가 않아...
물론 처음부터 못봐서겠지만..요즘도..
꾸준한 집필은 감탄하지만..
연합뉴스 어시스인가요..지국이 논산에 있는가요? 매일 가장 숨가쁘게 뛰어다니는듯한..
시집은 아직 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