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탄
(김일중)
한 여자가 있었다
국가대표 하키 선수 였다
조국을 위해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조국의 명예를
만천하에 떨친 애국자
국민의 영웅이 되었다
자신을 높여 준
조국이 자랑스러웠다
국민들의 무한한
찬사와 갈채를 받았다
세월이 흘러
영웅은 결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두 아들을 낳았다
어느 해인가
씨랜드 화재사건으로
한 아들을 잃었다
그 무엇으로
보상 받을 수 있을까
영웅은
국가로부터 받았던
훈장과 연금을 포기했다
위정자들을 원망하고
민족을 등지고
조국의 가슴팍에
원망과 미움의
원자탄을 날리고
뉴질랜드로 이민 갔다.
한 남자가 있었다
이름도 없는 작은 교회 목사였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한센씨병 환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애양원의 주인
참사랑을 실천한 성자
일제시대에
신앙의 지조와
뜨거운 애국심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남북 이데올로기 대립이
첨예했던 시기
여순 반란 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었다
그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하고 양아들로 삼았다
국가와 민족도 원망하지 않았다
이데올로기도 원망하지 않았다
위정자들을 욕하지도 않았다
그 어떤 원망과 미움도
불평불만도 일절 없었다
조국의 황무지에
민족의 가슴팍에
사랑과 은혜의 원자탄을
마구마구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