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스릴러 [세븐 데이즈]는 [구타유발자들]이라는 인상적인 작품으로 데뷔를 한 원신연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공포 영화 [가발]에 이어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원신연 감독은, 뛰어난 스토리텔링의 능력을 바탕으로 치밀한 범죄스릴러를 만들려고 한다. 어린 소녀가 유괴되는 금요일부터 다음주 목요일까지 일주일동안 전개되는 [세븐 데이즈]는, 승률 100%를 자랑하는 최고의 변호사 지연(김윤진 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일에만 매달리는 지연은 항상 어린 딸과 같이 놀아준 것이 미안하다. 그런데 딸이 유괴되고 유괴범은 돈이 아니라, 강간살인 흉악범 정철진이 무죄로 석방되도록 만들어야만 딸을 풀어준다고 협박한다.
일반적인 스릴러 장르의 공식에서 약간 비켜나 있는 [세븐 데이즈]는 쫒는 자와 쫒기는 자의 치밀한 심리 싸움이나 긴장감 있는 액션 대신, 살인사건의 해결이 전면에 부각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정철진을 석방시켜야만 딸의 유괴라는 영화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유괴범과 변호사의 대결은 물 밑에서 진행된다.
지연은 사무장{장항선 분)과 함께 정철진 사건을 조사한다. 국선 변호사 대신 사건을 맡기로 하고 국과수의 사체 부검 의사를 만나고 피해자 주변을 다시 조사하지만 재판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사흘. 그래서 지연은 절친한 형사 성철(박희순 분)애개 도움을 요청한다. [세븐 데이즈]는 지연-성철의 버디 무비 스타일을 따르고 있는 데 이것도 공식에서는 약각 비켜나 있다. 일반적인 버디 무비가 사건 해결을 위해 함께 뛰는 2인 1조의 파트너쉽이 강조되면서 중심 주제와는 별도로 그들 사이의 차이와 갈등을 부각시키며 재미를 주는 서브 플롯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 [세븐 데이즈]는 변형적인 파트너쉽이 등장한다.
여성/남성의 차이와 이지적/감성적 혹은 지적/육체적 차이가 지연과 성철 사이에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 두 사람은 각자 움직이면서 호흡을 맞춰야 한다.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하고 비슷한 것 같지만 상당히 다른 두 사람의 대비되는 캐릭터는 일주일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선형적으로 파워풀 하게 움직이는 내러티브의 동선을 따라 가면서 극의 재미를 준다. 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지연은 냉정한 이성적 머리와 불타는 감성적 가슴을 가진 채 뛰어다녀야 하지만, 성철은 적당히 타협적이고 거칠며 세속적이다. [가족]에서 신선한 악역 연기를 보여준 박희순은 뛰어난 캐릭터 해석으로 자칫 동맥경화증에 걸릴 수 있는 [세븐데이즈]에 탄력을 불어 넣고 윤기가 흐르게 한다.
정철진이 살해한 여자가 사체 부검 결과 마약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밝혀 내고, 현장이 일반들로서는 접근하기 힘든 잠금장치가 잇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연은, 면식범의 살인이 분명하다고 결론짓는다. 하지만 재판에서 검찰측 증인으로 등장한 정철진의 동거녀가 살해된 여자와 정철진이 마약 거래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진술하면서 지연은 다시 궁지에 몰린다. 살해된 여자의 어머니(김미숙 분)와의 긴장관계가 필요 이상으로 자주 등장하고 부각되는 점을 유심히 보는 관객이라면 결말이 싱거울 수도 있다.
[세븐 데이즈]는 스릴러 장르가 갖추어야 할 치밀함이 부족한 부분도 눈에 띈다. 결국 정철진을 무죄로 석방되게 만드는 지연의 마지막 변론도 논리가 허약하다. 증거 제일주의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지연이 그렇게 고생하면서 사건을 수사하고 정철진 주변을 파헤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 정도면, 국선 변호사로서도 해결 가능한 부분일 수 있다. 굳이 승률 100%의 지연이 등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븐 데이즈]의 성과가 많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몰고 가는 힘 있는 내러티브 전개, 그리고 적재적소에 핸드헬드샷을 쓰면서 불안감과 역동성을 증가시키고 인물의 심리와 갈등을 잡아내는 클로즈업 샷을 사건 전제의 흐름을 보여주는 롱샷과 적절하게 배치해서 이야기를 드러내는 원신연 감독의 긴장감 있는 연출은, [세븐 데이즈]의 보는 재미를 증가시킨다.
아쉬운 것은, 근본적인 시나리오의 문제 해결 능력이다. 이야기의 제시는 있고 복선도 있지만, 강간살인 용의자 정철진을 석방시킨다는 1차적인 문제 해결이나, 지연과 딸의 유괴범과의 관계라는 2차적인 문제 해결이 관객들에게 미리 파악될 수 있다는 것은 관객과의 머리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어야 할 감독의 전지적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