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노쇼에 분통 "2시간 뒤에 나타나고선 왜 자리 없냐고 큰소리" "17번이나 예약 변경해놓고 막판에 다른 곳으로 가기도" "이번엔 오겠지 기다리다가 속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호텔·식당·스파숍 1000여 개가 즐비하게 늘어선 태국 푸껫 서부의 파통(Patong) 해변은 푸껫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필수 관광코스다. 그런 만큼 한국인 관광객의 '노쇼(no-show·예약 부도)' 행태에 대한 불만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본지가 현지에서 만난 식당, 호텔, 스파숍 업주들은 입을 모아 "한국인은 전화로 'cancel(취소)' 한마디 하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되물었다.
태국 관광청에 따르면 태국을 찾는 한국인은 2014년 한 해에만 112만2500명에 이른다. 휴양지인 푸껫은 지난해 26만2000여 명의 한국인이 찾았다. 과거엔 주로 여행사를 통하는 단체관광객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숙박 등 여행 일정을 직접 예약하고 오는 자유여행객들이 늘었다. 이렇다 보니 '예약 부도'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하소연이다.
◇태국에서 '띵똥(정신 나간 사람)' 소리 듣는 한국인
지난달 17일 오후 1시, 파통 바닷가에 있는 한 레스토랑 주인 가통(45)씨는 비어 있는 테이블을 쳐다보며 연방 "한국인은 '띵똥'"이라고 말했다. '띵똥'은 '정신 나간 사람'이란 뜻의 태국어 욕이다. 한국인 단체관광객 10명이 예약한 시간이 1시간이나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날 확인해보니 이 한국인 예약객들은 끝내 아무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가통씨는 "'이번엔 오겠지' 하면서 기다리다가 한국인한테 속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며 "한국인들은 다 그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님 꽉 찬 푸껫 레스토랑… 나타나지 않는 한국 손님 - 지난달 16일 오후 태국 푸껫 파통 해변 인근 ‘유로타이’ 레스토랑. 예약한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아무 연락도 없이 예약 시간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아 테이블이 비어 있다. /오로라 기자
이튿날 찾은 파통 해변의 레스토랑 '반림파' 주인은 "우리 식당의 예약 부도율은 3% 정도밖에 안 된다"고 자랑했다. 한국 식당의 평균 예약 부도율(20%)의 7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셈이다. 전통 태국 음식으로 유명한 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호주인 얼트만(여·63)씨는 "예약을 받을 때 예약자의 이름과 국적은 물론, 그가 투숙하는 호텔 이름과 방 번호까지 철저히 받아내는 게 예약 부도율을 낮춘 비결"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고객들이 예약을 깨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 얼트만씨도 한국인에겐 두 손을 들었다. 얼트만씨는 "한국인들은 대개 예약을 하면서 자기 연락처를 남기지 않으려 하고, '왜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느냐'며 큰소리를 치기 일쑤"라면서 "마지못해 신상정보를 알려주더라도 안 나타나는 경우가 열에 2~3건 정도는 된다"고 했다. 한국인들의 예약 부도에 질렸다는 그는 '바다가 훤히 보이는 창가 자리'를 한국인 예약 손님에게는 내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해외에서도 '예약 쇼핑'하며 노쇼
파통 해변 인근의 '레츠릴랙스' 스파숍은 몇 년 전부터 여행사가 대행하는 한국인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원래는 예약을 받아줬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현지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놓고 오지 않는 경우가 하도 많아서라는 것이다. 스파숍 매니저 케우파셋(여·50)씨는 "지난 10월 오일 마사지를 예약한 한국인 부부가 1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아 다른 손님을 받았더니 2시간 뒤 도착해 '왜 자리가 없느냐'며 10분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 적도 있다"고 했다.
여러 곳을 중복 예약해놓고 여행 날짜가 임박해서 한 곳만 선택하는 한국인의 '예약 쇼핑'식 노쇼도 태국에선 악명이 높다. 파통에 있는 '디바나 플라자'호텔 관계자는 "같은 한국인 이름으로 인근 호텔 3~4곳에도 예약돼 있는 걸 인근 호텔 종업원들을 통해 알게 되면 한숨부터 나온다"며 "위약금을 내야 하는 기간까지 여기
저기 예약을 걸어놨다가 막판에 취소하는 관광객은 한국인밖에 없다"고 했다. 푸껫 시내의 한 한인 여행사 관계자는 "한 단체 손님이 '호텔 평이 별로 안 좋더라' 등의 이유로 호텔 예약을 17번이나 바꿔 놓고선 결국 아무 연락도 없이 다른 여행사를 통해 알아본 곳으로 갔다"며 "그 바람에 푸껫 여행업계에서 우리 여행사가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인기 셰프 최현석 "매일같이 예약부도… Shame on you!"
[No-show 사라진 양심 '예약 부도']
"고객들에게 욕먹더라도 노쇼 악습 뿌리 뽑아야" SNS에 비판 글·사진 올려
최현석 셰프가 지난 29일 예약을 해놓고도 연락 없이 오지 않은 ‘노쇼’ 손님 때문에 텅 빈 테이블을 찍은 사진. 이날 최씨가 총괄 셰프로 있는 ‘엘 본 더 테이블’ 레스토랑엔 예약 손님 16명이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최현석 제공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손님들, 우리 레스토랑에 오지 말아주세요."
최근 TV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얻고 있는 셰프 최현석(43)씨는 지난 29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노쇼(no-show)' 손님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최씨는 인스타그램에 "우리 레스토랑에는 거의 매일같이 '예약부도(노쇼)'가 난다. Shame on you!(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라고 썼다. 자기가 총괄 셰프로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엘 본 더 테이블' 레스토랑 내부 사진도 올렸다. 예약 고객이 끝내 오지 않아 덩그러니 비어 있는 테이블 장면이었다. 이날 온종일 예약 손님을 기다렸다는 그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기다렸지만 오늘 저녁에만 이런 '노쇼' 손님이 16명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서비스업 종사자가 손님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어디 감히 손님한테?"란 공격에 시달리고, 심하면 불매운동까지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최씨의 글이 올라온 지 이틀 만에 8100여 명이 공감을 표시하는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등 인터넷과 SNS에서 호응을 얻었다. '나도 무심코 예약을 펑크 낸 적이 있는데 조심해야겠다' '상습 노쇼 손님들은 출입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댓글도 420여 개나 달렸다.
최씨는 지난 10월 본지 인터뷰에서 "'노쇼'는 가게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라며 답답함을 토로했었다. 최씨는 1일 본지의 전화 통화에서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났지만, 손님들의 노쇼 행태는 여전하다며 "한 달치 예약이 차 있는 우리 레스토랑에서도 송년회나 회식이 몰리는 연말 대목에는 예약 부도율이 30~40% 가까이 치솟는다"고 했다. 그는 "일부 고객에게 욕을 먹더라도 노쇼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글을 올렸다"고
했다.
최현석씨는 예약 부도를 줄이기 위해선 예약금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값의 5~10% 정도를 미리 내는 것은 상술이 아니라 예약이라는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식당이) 예약 손님이 올지 안 올지 출입문을 바라보며 전전긍긍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약속을 지켜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