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한 자 떠나라~
어디에 나왔던 문구입니다만 저는 지난 주내내 컨디션 난조와 어지럼움증 때문에 지루하고도
힘들었던 한주였다.
하여 기적사를 통해 영월을 가보기로 했다.
영월을 처음 접한것은 약16년전 . 생소할 것도 없고 눈에 익은 장소와 관광지였지만
기차를 타고 간다는 것 때문에 맘편히 가보기로 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서 통 열차를 타고 서울역을 빠져나가는 강변로는 언제 어느때 보아도
시간여행을 하는것 같아서 기분좋은 차창밖 풍경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널찍한 실내와 북적이지 않는 일정이어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선로주변에 낮익은 풍치와
오래된 간이역사들을 지나치며.유월에 꽃이라 할 수는 없지만 선로변엔 밤꽃으로 즐비하고
플라타나스 잎파리의 달디단 냄새도 민감한 후각을 자극한다.
객실보다도 까페에 설치된 의자가 편해서 음료수 한잔을 시켜놓고 차창밖으로 휙획지나는 광경은
이런 임시열차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귀한 볼거리에 취하다보니 목적지 제천에 도착했다.
유월에 혹서?
무쟈게 더운 날씨에 "청풍명월" 이름이 멋드러진 관광버스를 타고 주천강이 흐르는 다하누촌에
다다라 예전에 그맛을 잊을 수 없었던 막국수집 "제천식당"을 찾아서 막국수를 시켜봤다.
식탁에 나온 막국수는 막국수인지 냉면인지 구분이 안갈정도로 평범하고 서울 변두리에서 흔히 볼 수있는
그런 모양새였다. 한젖갈 맛을 보니 역시나 실망스러웠다.
육수는 그냥 얼음 국물이었고 면은 형편없는 일반 기계국수였다.메밀이 들어간 국수였는지는 업자의 양심에
맡길 뿐이고,그냥 회색빛을 띤 국수였다.
예전 이집의 막국수는 진한 육수와 다소 거친듯한 면발이 찰기없이 뚝뚝 끊어지며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었는데
이제는 그냥 동네 자장면집보다도 못한 배달집으로 변신한 듯했다.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예전 그맛을 잃어버린 업주의 한심함을 탓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채 다음 여정으로
김삿갓 묘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김삿갓의 유택은 그대로 였지만. 예전 등산로로 연결된 삿갓 고택이 관광지로 개발되어 행락객들을 유도하고는
있었으나 물줄기가 시원한 골짜기는 가물대로 가물어서 올라가는길이 심드렁했다.
최근 일박이일 영월편이 방영되어 많은 이들이 찾고는 있다하나...
댓번 다녀간 분들은 달리 흥미를 느끼긴 뭔가 좀 부족할 듯 싶다.
하지만 그래도 건진것이 있다면 개인박물관이지만 "민화박물관" 이 있어서 여정의 밋밋함을 줄여 줄 수 있었다.
해설자도 해설도 재미 있었고 골방에 숨겨진 춘화도 그런대로 볼만(?)은 했다. 19금 이어서 아이들은 입장치 못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제천역에 다다를 즈음 지나가는 소나기인지 차창 밖으로 쏟아지는 빗줄기가 제법 굵었다.
유비무환 정신으로 배낭에 꽂고온 우산의 용도가 빛을 발하고, 역사인근에서 급히 김밥 두어줄 쓸어담고는
널널한 객석에 수려하게 앉아서 폼나게 제천 김밥을 포식하며 저물어가는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다소 몸이 불편커나 아이들과 떠나는 여행은 권장할만하나 여비외에 밥과 그외 음료수를 사먹는 경비를 합하면
부담이 될듯도 싶다. 여유가 있어 바리바리 싸가지고 다닌다면 모를까?
어쨌든 널널하고 편한 하루여행에 애써주신 여러분과 까페지기 박준규님께 고마움을 전하며 끝을 맺는다.
첫댓글 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
마지막 사진이 인상적이군요 ㅎㅎㅎ
추후에도 즐거운 이벤트 기차여행을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