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요즘 황산 성산 앞바다 전복양식장엔 온통 선박과 사람들이다. 전복껍질에 석화나 따개비 등이 붙어있으면 생장에 지장을 주기에 1년에 한번씩 껍질에 붙은 쩍을 제거한다.
가을철만 되면 전복양식장은 수산시장 방불 1년에 한번 전복껍질에 붙은 쩍 제거
붉은 해가 바다를 깨우는 시간인 오전 6시, 20여명의 할머니들을 태운 봉고차가 황산 성산 매부리바위 선착장에 멈춘다. 할머니들이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던 선박에 몸을 실으니 배는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떠 있는 전복양식장으로 향한다. 도착과 동시에 각자의 자리를 찾아 앉고 미리 도착한 전복주인은 할머니들 앞으로 전복을 쏟아 붙는다. 같은 시간 7톤 선박에 장치된 크레인은 전복 한 칸을 통채로 끌어올린다. 끌어올려진 전복 칸에서 남자들이 전복 하나하나를 떼어내 컨테이너박스에 담는다. 컨테이너박스에 담긴 전복은 바닷물로 세척된 후 할머니들 앞으로 온다. 할머니들 앞에 수북이 쌓인 전복, 할머니들 손이 바빠진다. 요즘 황산 성산 앞바다 전복양식장엔 온통 선박과 사람들이다. 바다의 농사철인 전복 쩍 벗기기, 전복껍질에 석화나 따개비 등이 붙어있으면 생장에 지장을 주기에 1년에 한번씩 껍질에 붙은 쩍을 제거한다. 전복은 가을에 쩍 작업을 해야 몸이 가벼워져 겨울잠을 푹 자며 쑥쑥 자란다고 하다. 따라서 전복양식은 가을이 가장 바쁜 철이다. 전복은 4년 자라면 출하가 된다. 그 전에 1년에 한번씩 쩍 작업이 진행된다. 전복은 출하할 때까지 3번의 몸단장을 하는 셈이다. 쩍 작업에 도가 튼 듯 할머니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손이 빠른 할머니의 경우 하루 전복 4~5000개의 쩍을 벗겨낸다. “얼매나 재밌는지 몰라, 깔끔이로 쑥 밀면 어찌나 쩍이 개안하게 밀려가는지 마음도 개운해져” 전복 쩍 일이 마늘밭 매는 일보다 낫다는 모 할머니는 매년 전복 쩍 작업에 나서는 베테랑 할머니다. 물론 전복 쩍 일이 단순해 초보자도 할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손을 놀렸다가는 전복농사 다 망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전복껍질에는 내장과 연결된 부분이 있는데 할머니들은 그곳을 전복 통구라고 부른다. 자칫 스치기만 해도 내장이 파열되는 부분, 그곳을 피해가며 잽싸게 쩍을 벗겨야 베테랑이란다. 황산 성산앞바다에서 전복농사가 시작된지 8년, 처음에는 전복 쩍 작업을 전정가위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에어콤프레셔를 이용한 깔끔이가 등장하면서 쩍 작업도 속도가 붙었다. 지난 9일 취재차 찾아갔던 곳은 해남수협 이사인 이원안씨의 전복양식장, 이씨의 일이 끝나면 곧바로 같은 마을에 사는, 수협 감사인 서종필씨 양식장으로 이동한다. 두 집은 8년째 전복 쩍 작업을 같이한다. 두 집의 양식장 규모는 700여칸, 하루 30여명의 인부가 투입돼도 30여일이 걸리는 작업량이다. 할머니 인건비는 하루 7만원, 남성은 10만원, 인건비만 하루 200만원 이상 들어가지만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고 한다. 인력은 대부분 70세 이상 할머니들, 종일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이라 젊은이들은 구할 수 없단다. 그러나 평생 밭에서 쪼그리고 앉아 일했던 분들이라 전복 쩍 작업엔 따를 이들이 없다고 한다. 할머니들이 손질한 전복은 크기에 따라 다시 분류되고 또 다시 세척된 후 양식장으로 돌아간다. 3년생은 1년 이후 출하되고 2년생과 1년생은 내년 가을 다시 쩍 작업을 위해 할머니들 앞에 놓이게 된다. 새벽 5시30분에 집에 나선 할머니들은 아침과 점심, 오후 새참 등을 배에서 해결한다. 선박에는 작은 주방과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바다를 떠나는 시간은 오후 5시30분, 인부들이 떠난 후에도 양식장 주인은 남는다. 다음날 할머니들이 도착해서 할 일을 미리 준비해 둔다. 전복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들에게 가장 바쁜 철인 가을, 황산 성산 전복양식장마다 선박과 사람들로 붐빈다. 그러나 바다엔 에어컨프레사에서 나는 소리뿐, 사람 소리는 없다. 하루 소화시켜야할 전복 쩍 작업, 손길과 발길만 분주할 뿐이다. 바다 내음만 그에 응답한다. 몸단장을 위해 이곳저곳으로 옮겨지는 전복만이 분주한 손길에 응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