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의 자폭 드론과 대전차 미사일에 의한 전차 등 기계화부대 피해가 늘어나자 전차 포탑 위에 우산처럼 생긴 철제 방어장비를 설치하고 전차를 철망으로 감싼 러시아군 전차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실제 방어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군이 그만큼 다급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군 SNS에 최근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 T-72B 전차가 드론 공격 등을 막기 위해 철망 등으로 감싼 채 기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찍어 공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에서 T-72B는 전차 포탑 주변과 상부에 각종 철제 방어장비와 철망을 설치해 기존 T-72B와는 크게 다른 형상이었다. 철망이나 철제 방어장비에 적 대전차 미사일이나 자폭 드론이 충돌해 폭발하면 무력화되거나 충격이 크게 완화돼 전차 승조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자폭드론,대전차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포탑 주위와 상부에 철망 및 철제 방어장비를 장착한 러시아군 전차./우크라이나군 SNS영상 캡처© 제공: 조선일보 이 같은 변화는 ‘재블린’ ‘NLAW’ 등 우크라이나군이 사용중인 신형 대전차 미사일이 전차 측면이 아니라 상부를 공격하는 형태인데다 자폭 (自爆) 드론이나 드론에서 소형 폭탄을 투하하는 공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차 전면(前面)이나 측면은 장갑이 두꺼워 웬만한 미사일이나 로켓 공격을 어느정도 막아낼 수 있지만, 상부는 장갑이 얇아 공격에 취약하다. T90M 등 러시아 신형 전차는 아레나 등 적 대전차 미사일·로켓을 직접 요격해 파괴하는 APS(능동방호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요격범위 제한 등으로 상부 공격 미사일이나 자폭 드론 공격을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러시아군이 T90M 전차를 우크라이나군 대전차 미사일과 드론을 피해 숲속에 숨겨두거나, 심지어 전차 앞부분에 멧돼지 머리와 박제로 보이는 사슴 머리를 얹어놓은 사진이 SNS에 퍼지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고사를 지낼 때 돼지 머리를 놓고 하는 것과 비슷한 샤머니즘의 일종으로 추정된다. 전차나 장갑 차량에 철망처럼 생긴 철제 방어장비(장갑)를 설치한 것을 ‘슬랫 아머’(Slat Armor)라고 한다. 슬랫 아머는 과거엔 주로 전차나 장갑차 측면에서 설치됐었지만 전차 상부를 공격하는 무기의 증가로 이젠 전차 상부에도 집중적으로 설치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 러시아군은 영화 ‘매드 맥스’처럼 철망뿐 아니라 모래 주머니, 통나무 등을 차체 측면 등에 달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
마치 우산을 쓴 듯 철제 상부 보호용 방어장비를 장착한 러시아군 전차. 전차 상부를 공격하는 우크라이나군 자폭드론과 대전차 미사일로부터 전차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했다. /러시아군 영상 캡처© 제공: 조선일보 전문가들은 북한 대전차 무기의 발전에 따라 우리나라도 전차 등에 대한 방호체계를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은 지난 2021년 무기 전시회에서 전차 상부 공격이 가능한 이스라엘 ‘스파이크’ 미사일과 비슷한 신형 대전차 미사일을 공개했고, ‘마법의 알라봉’으로 불리는 RPG-7 대전차 로켓 개량형도 열병식에서 속속 공개했다. 군 당국은 K2 전차를 개발하면서 여기에 탑재할 APS를 개발했었지만 비용문제 등을 이유로 실제로 도입하지 않아 사장된 상태다. 한 전문가는 “우크라이나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북한은 자폭드론 등을 활용한 전차공격이 위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 군도 북한의 자폭드론 공격 등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