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노루는 몸통이 약 70~100cm 정도이고 체구는 약 60~70cm정도로 비교적 작은 편이다 그리고 몸위쪽은 암혹갈색의 거친 털로 덮여 있으며 몸의 아래쪽은 갈색과 흰색의 털이 있다. 그리고 목 뒤에서 허리에 걸쳐 유백색의 무늬가 있고 뺨, 눈, 귀, 사이에 무늬가 있으며, 턱 아래는 회백색 귀속은 흰색이다. 흰줄이 눈에서 목의 좌우, 앞 가슴를 지나 앞다리 안쪽까지 내려가 있다.
사향은 뿔이 암수 모두 없으며 오래된 숫놈에게 웃니가 있다. 사향노루는 바위가 많고 해발 1000m이상의 험한 지형에 살고 있으며, 초본, 관목, 열매.뱀.개구리등을 주식으로 먹는다. 그리고 시각과 청각이 매우 발달되어 있고, 겁이 많으며 교미 시기는 양력 12월이고 임신기간은 5~6개월 정도이다. 그리고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사향노루는 만주, 동부시베리아, 아므르, 우수리, 한국의 고산 지대에 분포하고 있으며 약용으로 사용할 때에는 우리나라 토종사향을 희귀 영약재로 높이 평가해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토사향의 약성이 신령스러운 만큼 가짜와 수입이 많으므로 구입에 있어 특별한 주의가 요망되며 6.25 이전에 잡아서 가지고 있는 약재외에는 대부분 밀수나 가짜일 가능성이 높은 약재이다. 그리고 근래에는 외국 등지에서 사향노루를 통째로 냉동시켜 들여와서 국산이라고 속여서 고가에 유통시키는 밀수업자들 또한 다수 있기도 하다.
사향은 숫사향노루의 음경쪽에 붙어있는 호르몬 주머니인데 사향노루가 3년이상 자라야 생기며 숫놈에 한해서 사향주머니가 생긴다.
소위 사향 주머니는 사람으로 말하면 남자가 정액을 체내에서 생성 할수있는 청소년기 이상에서 생기는 호르몬 주머니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외국의 사향노루와 우리나라 토종사향노루의 외관적인 특징의 차이는 털의색.사향주머니 털의 길이와 구강내의 색상 향사 냄새등에 조금의 차이가 있으며 이는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므로 국내에서 토사향이라고 밀거래 되고있는 사향노루 대부분이 외국에서 밀수한 사향노루이다. 그러므로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사향(麝香)이란? 사향 노루 숫놈의 음경 앞에 따로 막이 씌워진곳에 생긴 호로몬 주머니인데 그 가운데 생향(生香)이 가장 좋으며 다음은 제향(臍香)이고 다음은 심결향(心結香)이다.
생향이란 사향노루가 여름에 뱀과 벌레를 많이 먹어 겨울에 향이 가득한채로 봄에 저절로 떨어진 것을 말하는데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제향이란? 사향노루를 산채로 잡아서 사향 주머니를 떼어낸 것이고
심결향이란? 저절로 죽은 것으로부터 떼어낸 것이다.
이밖에도 사향노루 주머니에 물만 차 있는 것이 있는데 이는 향내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약으로 쓰기보다는 향기를 내는 방향제나 취음제로 사용해 왔다. 그래서 궁녀들이 임금의 은혜를 얻기위해 몸에 지늬고 다녔던 취음제가 수사향 주머니이다.
사향의 효능은 엄청나다. 주로 인체의 막힌 기운을 통하게 하며 체내의 모든 막힌 구멍을 열어주는 작용을 하며 약성이 살과 피부를 거쳐 온몸의 전신 골수에 까지 미친다. 그러므로 간.담.심.뇌수.뼈속의 골수.오장육부의 모든 체기와 사기를 없애는 신령스러운 약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만병에 사용하는 신령스러운 영약이다. 사향은 나쁜 기운을 없애며 마음을 안정시키며 안신양심(安身養心)작용이 매우 뛰어나며 중풍으로 인한 사지마비 후유장애등에 매우 놀라운 약성이 있다.
그리고 사향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추웠다 더웠다 하는 증상과 간질과 명치끝이 아픈 것을 치료하고 눈에 군살과 예막이 생긴 것을 없애고 여러 종류의 옹창에 고름을 다 빨아 낸다.
그리고 사향은 부인들의 잦은 난산과 유산, 어린이의 경기를 치료하며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토종사향노루의 사향을 최고의 명약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근래에는 구할길이 없을뿐 만 아니라 있다 하여도 워낙 고가의 약재이므로 시베리아 자연산을 대용하면 그런데로 쓸만하다.
사향을 약으로 사용 할 때에는 쪼개서 쓰며 너무 보드랍게 갈지 않고 체구멍으로 빠져나갈 정도로 갈아서 사용하며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때 현재 국내약재 시장에서 수입되고 있는 사향중 러시아 자연산을 구입 할수만 있다면 약성은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쉬운일이 아니며 사향의 유사품이 워낙 많으므로 구입시 특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토사향을 이용해서 제조하는 대표적인 전통처방은 사향청심환.우황청심환.용뇌안신환등이 있으며 약성이 매우 놀라울 정도로 신비스럽다.
필자의 스승님이신 안덕순 선생님은 과거 사향청심환을 제조해서 난치병 환자 여러명을 치료해준 경험이 있으며 故 인산 김일훈 선생의 신약처방에도 토사향과 토웅담의 약성은 매우 놀라울 정도로 신비롭고 모든병에 신효하다고 기록 되어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토종약재의 약성은 전세계에서 가장 약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향노루 또한 한반도를 대표하는 신령스러운 명약재 중 하나이다.
중국사람들은 사향(麝香)노루를 그대로 사(麝)라고만 쓴다. 활로 쏘아 잡는 사슴이란 뜻인데 사실 중국의 사냥꾼들은 다른 짐승을 사냥하다가도 사향노루를 발견하면 사향노루를 쫓았다.
사슴이나 노루는 본디 그 뿔과 피·뼈 등이 약재로 쓰여지지만 사향노루의 그것들은 모두 가치가 없었다. 사향노루는 수컷도 아예 뿔같은 것은 없었고 뼈나 피에도 야릇한 냄새가 스며 있어 약효가 없었다.
물론 그 고기에도 냄새가 배어 있어 먹지를 못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사향노루가 그 어느 종류의 사슴이나 노루보다도 고귀한 짐승이었다. 그 이유는 사향 때문이었다.
사향노루의 수컷 아랫배 - 음경(陰莖)이 있는 주위 포피선(包皮腺)에는 검푸른 고약같은 사향이 있다. 그것이 신비한 약재로 쓰였다.
화장품의 향료, 각성제(覺醒劑), 흥분제(興奮劑) 등으로 사용되었다. 기절을 했거나 정신이 희미해진 사람에게 사향을 사용하면 탁효(卓效)가 있었다. 하지만 사향이 값비싼 건 그 때문이 아니었다.
사향은 중국의 왕실이나 지방 토호들의 내실에서 은밀하게 사용되었다. 마지막 불이 꺼진 내실에 스며드는 사향의 냄새는 사그라들었던 백발 남체(男體)의 경(莖)을 일으켰고 갱년(更年) 여체(女體)의 문도 열게 만들었다.
그건 남녀의 정염(情炎)을 불러 일으켰으며 연적(戀敵)에게 빼앗겼던 님을 되돌아오게 했다. 중국의 역사에는 사향 냄새를 풍기며 탄생했던 왕자가 대권(大權)을 장악했던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기를 쓰고 사향을 구하려 했다.
사향은 예부터 영묘향(靈猫香)·용연향(龍涎香) 등과 함께 중국의 역사를 뒤바꿔놓은 영약으로 꼽혀왔다. 영묘향은 사향고양이의 암컷 음문(陰門)에서 채취된 향이고 용연향은 큰머리 고래의 몸에서 채취한 향이다.
중국인들은 세 가지 향을 모두 고가로 구입해 사용했으나 용연향은 그 양이 많아 값이 좀 떨어졌고 영묘향은 사향고양이를 좁은 나무상자에 가두어 놓고 음문에 숟가락을 넣어 계속 채취하는 까닭에 그 약효가 떨어져 사향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사향은 우리의 궁궐에서도 애용된 흔적이 있다. 다만 워낙 은밀하게 구입되어 밀실에서 사용되었던 탓에 뚜렷한 고증은 많지 않다.
그러나 구한말 청일전쟁(淸日戰爭)이 벌어지기 전에 사향을 둘러싼 왕실 어용엽사(御用獵士)들의 이야기가 포수들 사이에서 귀엣말로 구전(口傳)된 것이다.
그러한 구전을 해 준 사람 중에는 왕실 어용엽사 김상현(金尙玄) 포수가 포함돼 있었다. 왕실 어용엽사는 전국 각지에 있는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여 범의 용골(龍骨), 곰의 웅담, 사슴의 녹용, 멧돼지의 털들을 조정에 납품하는 일을 맡아 했다.
구한말인 1890년에도 10여명의 어용엽사들이 있었으며 김포수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김포수는 그당시 벌써 서양의 엽총으로 사냥을 하고 있었으며 훗날 그 기술을 이윤회(李潤會), 강용근(姜容根) 등 후배 포수들에게 전수한 명포수였다.
김포수는 청일전쟁이 일어나던 전해인 1893년 초겨울에 함경도 고두산에서 범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 전날 대호 한 마리를 잡아 사람을 시켜 한양으로 보내놓고 산기슭 주막에서 쉬고 있었다.
김포수가 저녁에 술을 몇 잔 마시고 자기 방에 들어가 불을 끄고 막 잠자리에 누웠을때 바깥에서 주막집 주인이 손님이 찾아왔다고 알려 주었다.
김포수는 또 그곳 장사꾼들이 잡은 짐승을 흥정하러 온 것인 줄 알고 방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김포수는 귀찮은 생각이 들었으나 그래도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켰다.
손님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가 머리를 들어올렸다. 뭔가 이상했다. 젊은 사람이었는데 어디서 본 얼굴 같았다.
"뉘시오 ?"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 그 길손은 남장을 하고 있었고 얼굴에는 수염까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수염을 떼어버렸다. 김포수는 크게 놀랐다.
"댁은 전의(典醫)님의 방에 드나들던…" "네, 그래요." 그녀는 전의 방에 드나들던 나인(內人)이었다.
궁중의 나인이 어찌하여 첩첩산중까지 오게 되었고 더구나 밤중에 혼자 있는 남자의 방에 들어온 것일까 ?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뵈었습니다."
서른 안팎으로 보이는 젊은 여인은 김포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곳에는 노루가 살고 있습니까 ?"
"노루야 많이 있지요. 혹시 노루 피를 마시겠다면 쉬운 일이지요." 노루피는 허약한 여인들에게는 힘을 북돋워 주는 약효가 있었다.
"노루가 있다면 사향노루도 있을는지요." "사향노루 ?"
김포수가 사향노루는 없다고 말하자 여인은 몹시 실망하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여인은 그러나 다시 고개를 들고 애원하듯 말했다.
"사향노루 한 마리를 잡아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 간절한 애원이었다.
김포수는 한 달쯤 전에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어느 야산에서 사향노루의 똥을 발견한 일이 있었다. 사향노루의 똥은 다른 종류의 그것보다 가늘고 길어 마치 쥐똥과 같은 모양이었기 때문에 쉽게 식별되었던 것이다.
"사향노루는 희귀한 짐승이라 잡기가 어렵지만 꼭 잡으려고 들면 못할 것도 없지요." 절망에 빠져있던 여인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 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여인은 허리에 감고 있던 전대에서 금화를 세 개 내놓았다.
호롱불 밑에서 금화가 번쩍이고 있었다. 그건 시중에서는 통용되지도 않는 것이었고 서민들은 구경도 할 수 없는 보물이었다. "이걸 받으시고 사향노루 수컷 한 마리를 잡아 주십시오."
김포수는 담배를 한 대 태운 다음 조용하게 물어봤다. "도대체 사향노루를 어디에 쓰려는 겁니까 ?" 여인은 겁먹은 표정으로 입을 꽉 다물었다.
김포수는 뭣인가 수상쩍은 것을 느끼고 금화를 여인에게 밀어붙이면서 사향노루 잡는 일은 하룻밤쯤 생각한 다음 대답하겠다고 말했다.
여인은 또다시 절망에 빠진 듯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한참 후 혼잣말처럼 '그럼 여기서 내일까지 기다리겠어요.' 라고 말했다. '저럴 수가…'
김포수는 여우에게 홀린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젊은 여인, 그것도 몸가짐이 단정해야 할 궁중의 나인이 밤중에 혼자 있는 남자 방에서 밤을 새우겠다니….
"이 주막의 방들은 모두 남정네들이 합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소녀가… 그리고 이런 귀중한 물건을 갖고…" 그 밤중에 여인을 쫓아버릴 수는 없었다.
김포수는 이부자리를 여인 쪽으로 밀어 주고 자기는 방구석에서 자기로 했다. 그러나 여인은 이부자리를 사양했다. 여인의 눈이 요염하게 빛을 내고 있었으며 그 몸이 가느다랗게 떨고 있었다. 여인이 일어나 옷을 벗었다.
남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꼭 눌려 있던 유방이 출렁거리면서 풀렸다. 여인은 아무말 없이 불을 꺼버렸다. 그리고 김포수가 잠자리에 누울 때까지 조용하게 앉아 있었다.
김포수는 언제까지나 그렇게 어둠 속에 앉아서 여인과 말없이 싸움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지쳤다. 2년 전에 상처한 뒤 혼자 살아온 젊은 홀아비의 몸을 더 이상 지탱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김포수가 여인을 끌어당길 필요도 없었다. 여인은 스스로 김포수의 양팔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뜨거운 여체였다. 김포수도 2년 동안이나 홀아비 생활을 했지만 궁중 나인도 오랜 금욕 생활에 묶여온 여인이다.
여인은 풍만한 몸을 김포수에게 맡겨두고 있었으나 마지막 문을 열어야 할 순간에 갑자기 그 몸이 굳어졌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향노루를 잡아 주시겠습니까 ? 틀림없이 잡아 준다고 약속을 하세요." "아따. 그까짓 사향노루 한 마리를 가지고…"
몸이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김포수는 약속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약속을 하자 여인의 몸이 풀리고 닫혔던 문이 열렸다.
그들은 하룻밤 동안에 만리성(萬里城)을 쌓았다. 이미 김포수와 남이 아닌 사이가 된 여인은 마침내 입을 열어 죽어도 말할 수 없다던 사연을 털어놨다.
사향노루 이야기의 발단은 중국인 한의사였다. 그는 명의로 소문난 의사였으며 오래 전부터 궁중 귀인(貴人)들의 병을 봐 준 사람이었다.
늙은 중국인 의원은 돌아가기 전에 단골 귀인들을 마지막으로 만났는데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사람이 그에게 호소를 했다. 상감과의 잠자리가 여의치 않다는 호소였다.
그래서 상감의 내실 방문이 뜸해지고 그분이 다른 내실로 드나든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 후궁은 어느 요리사를 궁중에 불러들여 천하 진미의 음식을 장만하고 술을 빚어 상감을 유혹하는 바람에 우리 마마님께선 매일 독수공방을 면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호소를 들은 중국인 의사는 비밀리에 비방을 알려 주었다. 사향노루의 사향을 급히 구해서 내실 문지방에 미량(微量)을 바르고 좀더 많은 양은 침구에, 그리고 더 많은 양은 여체의 음문 주위에 바르라는 말이었다.
문지방에서 나는 향기가 밤의 방문자의 주의를 끌어 유인하고 침구에 묻은 향이 그를 유혹하고 몸 깊숙한 곳에서 풍기는 강력한 향기가 그를 황홀하게 만들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사향노루의 향은 남체뿐만 아니라 여체의 몸에도 불을 지르는 약효가 있어 마마님 또한 열렬한 사랑으로 님을 즐겁게 해 주리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궁중에서의 미약(媚藥) 사용은 엄금되어 있었다. 미약을 사용한 것이 발각되면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엄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궁중에는 쥐도 못듣는 밤말도 새어나가게 되어 있었다.
마마님은 자기가 가장 신임하는 심복 나인을 불렀다. 몇 년 전에 아비가 진 막대한 노름 빚 때문에 색주가에 팔려갈 뻔했던 소녀가 있었는데 그 후궁이 큰 돈을 주고 구출해 낸 적이 있었다. 그 소녀가 바로 김포수를 찾은 나인이었다. 나인은 목숨을 걸고 비밀리에 사향노루를 구해 오겠다고 맹세했다.
"사향노루를 잡아 주시는 건 소녀의 목숨을 구해 주시는 것입니다." 김포수는 그녀의 목숨을 구해 주기로 결심했다.
다음날 김포수는 여인을 데리고 사향노루 사냥에 나섰다. 음력 10월이면 산중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리는 초겨울이다. 궁중에서만 살았던 나인에겐 너무나 추운 날씨였다.
더구나 그때쯤의 사향노루는 첩첩산중 응달진 산림속에서 조용히 숨어 살고 있기 때문에 그걸 잡는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김포수는 여인에게 주막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했으나 여인은 한사코 따라가겠다고 우겼다. 사향노루를 꼭 잡겠다는 집념이 그녀를 그렇게 고집스럽게 만들었다.
사실 사향노루 사냥은 고행(苦行)이었다. 매일 산을 넘고 물을 건너면서 수십리를 걸어야만 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피부는 까맣게 탔으며 눈자위는 움푹 꺼졌다. 그리고 발바닥이 헐어 피가 스며나오고 있었으나 그녀는 잘 견뎠을 뿐만 아니라 그 고행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원시림 속에서 단 둘이서 소꿉장난하듯 밥을 지어먹는 일이 즐거웠다. 날이 어두워져 동굴이나 바위 틈 사이에서 억센 사나이의 품에 안겨 잠을 잘 때면 그녀는 삶의 희열을 느꼈다.
추적 사흘만에 사향노루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산중복 울창한 산림 속에 두껍게 깔려 있는 낙엽 위에 두 마리의 노루가 걸어간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짝이었다. 사향노루는 엄격한 일부일처의 규율을 지키는 짐승이었으며 언제나 짝지어 사이 좋게 돌아다녔다.
김포수는 조심스럽게 그 발자국을 따라갔다. 사향노루는 매우 겁이 많은 짐승이어서 추적자가 있다는 걸 눈치채면 아주 꼭꼭 숨어버릴 염려가 있었다.
10월은 사향노루들이 발정(發情)을 하는 시기였으며 그들이 걸어가고 있는 곳에는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 향기 때문인지 그날밤 어느 동굴 안에 마련된 잠자리에서는 두 사람의 몸이 더 한층 뜨겁게 달아 올랐다.
그들은 다음날 새벽 아쉬움을 남겨둔 채 일찍 일어났다. 그날 하오 늦게 높은 산에 둘러싸인 어느 잡목림을 발견했을 때 김포수는 그곳이 바로 사향노루의 은신처라고 확신했다.
노루들은 여름과 가을에는 저지대 산림 속에서 살지만 몸을 숨길 풀들이 말라 죽어버린 초겨울부터는 깊은 산으로 올라가는 법이다.
노루는 김포수가 생각했던대로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발자국들이 곳곳에 찍혀 있었고 그들이 잠을 잔 흔적도 남아 있었다. 낙엽이 두텁게 깔린 오목한 곳에서 두 마리가 다정하게 몸을 붙여 잠을 잔 자국이었다.
김포수는 서두르지 않았다. 함부로 추적을 하다가 겁이 많은 사향노루를 놀라게 만드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김포수는 일찌감치 낙엽 속에 잠자리를 만들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주위는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멀리서 들려오던 밤새들의 울음 소리도 끊어졌을 무렵에 이상한 냄새가 느껴졌다. 향나무의 냄새 같기도 했고 모과의 냄새 같기도 했으나 그것들과는 뭔가 달랐다. 사람의 머리에 스며드는 듯한 야릇한 냄새였다.
'사향노루다. 사향노루가 가까이 오고 있다.' 낙엽을 밟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러운 발자국 소리였으나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향노루는 밤의 짐승이었다. 낮에는 숲속에 숨어 있다가 이제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사향노루들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었고 냄새는 좀더 강하게 느껴졌다.
김포수와 여인은 꼼짝도 않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노루들을 놀라게 하면 안된다. 노루들은 불과 열서너 발 앞까지 다가온 것 같았다. 가느다란 울음 소리까지 들려왔다. 암컷이 사랑을 호소하는 소리 같았다.
노루들은 그곳에서 한참동안 머물렀다가 다른 곳으로 가 버렸으나 그들이 남긴 냄새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김포수와 여인은 어느새 그 냄새 때문에 몸이 뜨거워져 서로의 몸을 당기고 있었다.
김포수는 다음날 새벽에 계속 그 냄새를 따라갔다. 그건 발자국 추적보다도 더 정확했다. 어느 오목한 숲속에서 강한 냄새가 풍겨나왔다. 밤새 먹이를 찾아 돌아다녔던 사향노루들이 단잠을 자고 있는게 분명했다. 김포수는 숲속에 엎드려 소리없이 기어갔다.
노루와의 거리가 열 세 발쯤으로 좁혀졌을 때 김포수는 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노루들은 달칵 하는 그 금속의 소리를 들은 듯 후다닥 일어났다.
놀란 노루들이 숲속에서 풀쩍 뛰어나왔다. 그들은 가볍게 날 듯 뛰어올랐는데도 한꺼번에 열 발 이상이나 뛰었다. 갓난 염소새끼만큼이나 작은 노루였다.
몸은 흑갈색이었지만 등에는 노란 반점들이 있었고 뿔 대신 기다란 송곳니가 턱 아래쪽에 솟아나와 있었다.
사향노루는 굉장히 민첩하고 빨랐으며 눈깜빡할 사이에 벌써 30 m나 도망가고 있었다. 그러나 김포수는 당황하지 않았다.
김포수의 총은 총신이 옆으로 나란히 두 개가 있는 영국제 라이플이었으며 사정거리는 200 m나 되었다. 김포수는 총을 들어올린 자세로 기다렸다.
노루들은 잡목림에서 빠져나가 맞은편에 있는 바위산 비탈을 올라가고 있었다. 수컷이 앞장서고 암컷은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먼저 도망가던 수컷이 암컷과의 거리가 너무 떨어지자 멈추었다.
수컷은 멈춘 자세로 뒤를 돌아봤다. 그게 김포수에게 사격의 기회를 주었다. 김포수는 약 50 m의 거리를 두고 쐈다. 그의 솜씨는 어김이 없었다. 총탄은 정확하게 노루의 대가리에 명중했다. 사향노루의 수컷은 그 자리에서 픽 쓰러졌다.
수컷을 뒤따라오던 암컷도 수컷이 쓰러지자 우뚝 멈췄다. 암컷은 더이상 도망가려 하지 않고 쓰러진 수컷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김포수는 겨냥했던 총을 내렸다.
김포수는 차마 암컷까지 쏠 수가 없었다. 사향노루 수컷이 쓰러지자 여인이 함성을 지르면서 달려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노루의 시체를 꽉 잡아 눌렀다.
그 여인은 사향노루의 시체를 갖고 갔던 자루에 넣어 그 길로 한양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사향냄새가 나지 않게 노루의 시체를 기름종이로 몇번이나 감싸가지고 땔감을 운반하는 소달구지 나뭇단 안에 숨겨 궁중으로 갖고 들어갔다.
김포수는 그후 그 사향노루가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여인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김포수는 다음 해 2월초에 그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김포수가 전의와 만나고 돌아오는 것을 궁중 뒷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이 몹시 부는 추운 날이었다. 그녀는 두루마기도 입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말 없이 김포수의 가슴에 안긴 채 흐느꼈다.
"사향의 약효가 있었소 ?"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으나 더이상 말은 하지 않았다.
"난 아이를 가졌어요. 당신의 아이죠. 그래서 마마님의 허가를 얻어 궁중에서 떠납니다. 당신과 같이 살기 위해…" 김포수도 크게 기뻐하면서 그녀의 몸을 꼬옥 안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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