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현대 축구는 굉장히 치밀한 통계와 임상결과, 그리고 엄청난 과학적 원리들에 의해 체계화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CM을 하기에도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즐거운 CM을 위해 참고하실 만한 축구 전술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좀 길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1. 포메이션에 관해...
축구가 초기 럭비와 비슷하고 15여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던 시절에는 포메이션이 필요하진 않았겠죠. 그러나 1800년대 후반 스코틀랜드(맞나?)에서 "패싱게임"이라는 것이 나타난 이후로 약속된 위치에서 움직이는 포메이션이란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한참동안 축구는 수비수와 공격수가 하프라인을 기점으로 서로 절대 침범하지 않았기에 현대축구처럼 역동적이진 않았습니다만...
따라서 최초에는 공격5명, 수비 5명을 배치한 이른바 W-M 포메이션등이 주류가 되죠. 그리고 W의 아랫부분인 두 명의 풀백 사이에 한 명의 수비수를 더 배치하는 변형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것이 이른바'스토퍼' 시스템의 시작이었습니다. 이 시기 포메이션은 숫자로 나열하면 3-2-2-3 과 비슷한 형태를 이룹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포메이션이 위력을 발휘한 것은 1950년대 헝가리와 브라질이 등장하여 4-2-4 시스템으로 세계를 주름잡으면서입니다. 이 시스템은 포백중 양 윙백이 공격시 공격진으로 침투 총 8명이 공격에 합류하는 역동적 움직임을 만들어냈는데 당시로선 매우 혁명적인 시도였습니다. 이후 이 시스템에서 허리를 강조한 4-3-3 까지 이 시스템은 현대 축구의 풀백의 원형을 제시한 시스템으로 한 시대를 풍미합니다. 그러나 이 이후 한 동안 윙의 움직임이 화려한 포메이션은 이내 그 빛을 잃고 허리를 강화하고 중앙을 두텁게 하는 포메이션이 세계 축구의 주류를 형성합니다. 이 이후부턴 현대 축구의 원형이 되는 것들이라 좀 자세히 해 보죠.
1. 1) 중앙강화의 시작 - 카테나치오-
흔히 빗장 수비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이태리의 전매특허로 오랫동안 이태리 축구의 특징으로 자리잡습니다. (개인적으론 이처럼 수비하다 역습하는 포메이션은 천재적인 스트라이커가 있어야만 가능한 제약이 많은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만... 이태리는 운 좋게도 파울로 로시- 스킬라치- 로베르토 바죠- 인자기 로 이어지는 환상의 스트라이커의 계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쉬 축구 강국이긴 합니다. ^^; )
포메이션적인 특징은 센터백과 센터하프를 하나씩 두어 중앙을 강화하고 상대방 센터포워드를 이중으로 묶는 극단적 수비강화 형태였습니다. 게다가 이태리는 여기에다 한 술 더 떠 양 풀백 뒤에 한 명의 수비수를 더 두는 "스위퍼" 시스템을 개발해냅니다.
이 시스템은 이후 스위퍼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리베로"라는 공,수 혼합용 선수가 등장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세계 축구사에 이름을 남긴 명 "리베로"는 이태리가 아니라 독일선수들이죠. 개인적으론 베켄바우어와 마테우스가 최고의 리베로가 아니가 합니다만... (우리나라의 홍명보 선수는 "리베로"라기보단 "보란치" 에 더 어울리는 선수가 아닌가 합니다.)
카테나치오는 숫자로 정리하면 1-4-3-2 혹은 1-3-4-2 혹은 1-3-2-4 등으로 종으로 길게 늘어져 이중, 삼중으로 상대의 침투를 저지하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2) 토탈싸커!!!
세계 축구에 포메이션이란 개념이 등장하면서 포메이션의 위력이 점점 강화되고 모두가 숫자놀음에 골몰할때, 네덜란드에서 혁명적 발상이 등장하죠. 모두가 아시는 토탈싸커입니다. 전원공격, 전원수비가 기본전술이죠. 강한 체력과 놀라운 활동범위를 바탕으로 엄청난 압박과 거친 태클로 집요함을 보이는 이 전술에 세계가 놀랍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시스템은 세계정복에는 실패하죠. 물론 1974년 네덜란드 팀이 역사상 가장 훌륭한 팀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이처럼 체력소모가 심한 시스템은 월드컵등의 토너먼트전은 모르지만 리그전에서 쓰기에는 문제가 있었죠. 그러나 이 토탈싸커는 이후 등장하는 3-5-2 시스템이 많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3) 중앙 미들 강화의 극대화 3-5-2
1990년 이태리 월드컵당시 서독이 들고 나와 우승까지 하게 된 이후 이 시스템은 약 10년간 세계 축구의 정통으로 자리잡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알고계시듯이 허리진영의 강화와 압박으로 중반에서의 주도권을 점유하는 것이 게임운영의 핵심인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리베로" 혹은 "보란치" 를 담당할 미드필더의 존재가 부각되고 미드필더가 수비형, 공격형 등으로 분화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왠만하면 하프라인을 넘지 않는 스리백 시스템은 효과적인 오프사이드 트랩과 창조적인 중앙수비까지 갖춰줘 있다면 최강의 수비력을 갖추게 되는거죠 ^^; 결국 1990년대 세계 축구는 그 터프함과 빠르기 활동량과 역동성은 대단했지만 결정적으로 골이 줄어드는 난국을 맞이합니다. (덕분에 골든골, 백패스 금지등이 생겨나죠 ^^;)
4) 현대 축구 4-4-2를 완성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때 브라질이 우승하면서 현재 3-5-2와 함께 세계를 양분한 포메이션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20여년간 계속된 윙백의 침묵이 드디어 깨어났다는 것입니다. 윙백의 활발한 공격참여와 적극적 오버래핑,절묘한 크로스와 빠른 주력등을 선보인 브라질 윙백은 (카를로스, 카푸...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그 자체로 공격의 다양성과 득점력 증대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3-5-2 와 4-4-2 를 비교해보죠.
2. 현대축구의 양대산맥 3-5-2 VS 4-4-2
최근으로 올수록 4-4-2 가 대세인 듯 하긴 합니다만... 하나하나 비교해보도록 하죠.
1) 수비 3백과 4백
3-5-2의 뿌리 스리백은 전형적 수비형 시스템입니다. 양 끝의 풀백은 상대방의 투 톱을 저지하고 가운데 중앙 수비수는 더블로 마킹을 하거나 2선에서 침투하는 쉐도우 스트라이커를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때로 보란치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그것은 허리라인에서 수비형 미들이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스위퍼 시스템을 병용하기에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사용하는데 문제가 되죠. (수비라인이 일자 라인이 아니라서 번번히 뚤리게 됩니다. 과거 90년대 초반 한국이 10년간 스위퍼 시스템을 고집하던 시절 당한 실점장면 기억해보시길... 거의 모두가 얼마나 허무하고 쉽게 당한 것들이었습니다.)
반면 4-4-2는 양 윙백의 적극적 공격가담이 돋보입니다. 따라서 언제든 양 윙백이 뛰쳐나갈 준비를 하기에 사실 양윙백이 수비에서 하는 역할이란 상대방 윙에 대한 저지 정도입니다. 상대방의 공격수는 모두 중앙 수비수 두 명이 전담해야 합니다. 따라서 수비수들간의 협력 플레이및 위치 협조, 자리이동, 역동적 오프사이드 트랩의 사용, 라인유지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그만큼 수비수들간의 호흡과 팀웍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양 윙백이 공격가담이 잦기 때문에 상대의 력습에 종종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죠. 공격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비는 오히려 스리백에 비해 약하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2) 허리...
3-5-2 의 핵심이 허리인만큼 미들 진영은 최강입니다. 기본적으론 당연히 압박수비 들어갑니다. 전통적인 4명보다 한 명이 여유가 생기는데 대부분 이 선수가 리베로나 보란치의 역할을 맞습니다. CM에서는 DMC 혹은 AMC 가 되겠죠. 리베로로 공수양면에 걸쳐 활용할 것인가, 보란치로 공격의 기점이 되는 키플레이어로 활용할 것인가, 공격미들이 중심인가, 수비미들이 중심이 될 것인가는 전형적으로 팀의 선수구성과 감독의 스타일의 문제로서 이것이 3-5-2 시스템의 핵심이 됩니다.
4-4-2는 3-5-2에 비해 허리자체의 역할은 약합니다. 보통 4명의 미드필더중 중앙의 두 명이 공,수 하나씩 담당하거나 둘 모두 수비형 미들인 경우가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 4-4-2는 측면에서 움직이는 윙백과 유기적인 연결이 중요하게 됩니다. 윙백이 오버래핑해서 상대방 수비를 측면으로 끌어내면 2선에서 뛰어들어갈 수도 중앙돌파를 시도할 수도 있 고 아님 양 미드필더가 돌파를 할 수도 있습니다. 즉 공격에서의 전술적 자유가 엄청나게 증가하죠. 4-4-2는 최종 공의 전달목표가 타겟 스트라이커가 되던 2선 침투용 쉐도우 스트라이커가 되던 아님 미드필더의 호쾌한 중거리 슛이 되던 어느 방향으로도 써 먹을 수 있는 유기적이고 활용도가 높은 역동적 시스템입니다. 단... 선수빨이 심하죠. 엄청나게 역동적이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 받쳐주지 못하면 조직력이란 것이 아예 생기질 않습니다.
3) 투 톱
3-5-2의 경우 최 전방의 투 톱은 전방에 붙박이로 붙어서 수비라인까지 안 내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면 미들이 우세하기 때문에 곧 차단하고 역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경기 스타일 자체가 중앙 미들에서 볼 배급을 담당하는 선수로부터 공격이 시발되기 때문에 항상 공을 받아줄(!) 준비를 하고 있어야먄 합니다. 역시 이런 스타일의 팀에 어울리는 스트라이커는... 반바스텐이나 클린스만 같은 스타일이죠. 장신에 환상의 위치 선정과 공중 장악력, 원스텝으로 골을 노리는 야수적 감각... 한방에 골 네트를 찢어놓는 파워와 힘의 상징! 이른바 타겟 스트라이커입니다.
반면 4-4-2는 처진 스트라이커 즉,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비중이 중요해집니다. 보통 투 톱중 하나가 미드필더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 볼을 끌고 올라오거나 볼 배급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당연히 클린스만같은 스타일과는 다른 플레이를 하게되죠. 호나우도, 오웬, 사비올라... 클린스만과는 다른 스타일이 느껴지십니까? 바로 이들이 4-4-2에 어울리는 스트라이커 들입니다.
물론 보통 투 톱은... 타겟 스트라이커 하나, 쉐도우 스트라이커 하나를 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긴 합니다만...
* CM 을 하시면서 전술을 짤 때 중요한 것은 나의 팀이 윙 중심으로 플레이할 것인가, 미드필더의 중앙을 중심으로 플레이할 것인가를 확실히 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노리고 중구난방으로 만들면 죽도밥도 안 되는 것입니다. 윙 중심이라면 4-4-2를 기본으로 공격적 성향의 오버래핑 팀을 구상하면 될 것이고 중앙 강화의 스타일이라면 3-5-2 를 중심으로 한 믿음직한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팀을 구상하면 되겠죠.
첫댓글 -a- 와웅~ 잘봤습니다. 감사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잘봤읍니다. 오늘도 쓰리백과 포백사이에서 고뇌하는중 ... 축구에 오묘함이란...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빨리 축구계로 진출하길..^^;
전술트레이닝/8351 날짜:2003/05/28 23:14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