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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 거룩한 밤. 잘 자라 우리 아가.
알아 듣는 듯 쌩긋 웃으며 천사같이 잠들었던 아이가 1시간 후 온 집안이 떠나갈듯 울음을 그치지 않아 밤을 잊어버리는 일이 매일 반복된다. 이렇게 오랫동안 아이가 잠을 설치면 엄마 아빠도 지치고 힘들 뿐 아니라,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는 밤시간이 줄어들어 아이의 성장도 더디어져 더 속이 상할 수 밖에 없다.
일차적으로는 구내염이나 중이염이 있는 것은 아닌 지, 낮잠을 너무 많이 자지는 않는 지, 잘 때 주위가 소란스러운지, 방안 공기의 온도, 습도 등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조치를 다 취했는데도 아이가 자꾸 운다면 한의학적으로는 야제증(夜啼症)이라 하여 비한(脾寒)과 심열(心熱) 두 가지를 원인으로 보고 치료하고 있다. 태어날 때 장이 찬 아이와 심장이 열이 많은 아이로 타고나서 밤에 그렇게 우는 것이다.
만약, 예은이와 증상이 비슷하다면 심장에 열이 많은 아이일 수 있다. 큰 눈망울을 하고서 겁먹은 듯 깜짝깜짝 자주 놀라는 예은(가명)이는 청각이 예민해서 작은 소리에도 잠이 깬다. 입안에 열기가 있으면서, 얼굴은 홍조를 띠어 발그레하고, 배는 따뜻한 편인데, 특징적으로 땀을 많이 흘린다. 나중에 감수성 풍부한 아이로 자라날 확률이 높지만 대소변 가릴 때 좀 힘이 들 수도 있겠다.
예은이와 같이 심장에 열이 있어 오는 야제증은 연꽃씨(연자육)죽을 만들어 먹여서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거려 주자. 연꽃씨(연자육)는 가슴에 열이 맺혀 생기는 불안감을 치료하고 신경을 안정시켜 주는 효능이 있다. 여기에 비슷한 효과를 내어 열을 떨어뜨리는 등심(골풀의 속살)을 차로 끓여 아이가 울 때마다 먹여 보아도 많은 도움이 된다.
반면, 도현이와 증상이 비슷하다면 장이 찬 아이라고 볼 수 있다. 얼굴이 약간 창백하고 잘 때 엎드려 자는 경향이 있는 도현이는 평소에 소화가 잘 안되면서 가끔씩 토하기도 하고 설사도 잦은 걸로 보아 나중에 입이 짧아서 엄마 아빠가 고민일 가능성도 있겠다.
장이 차서 오는 야제증은 매일 배꼽 마사지로 배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자. 양손을 비벼서 따뜻하게 만든 후에 아이의 배꼽 주위에 손을 얹어 시계 방향으로 10분 가량 문질러 주면 배가 따뜻해져 오면서 아이가 쉽게 잠들게 된다. 배꼽 마사지를 하기 전에 비위 계통을 따뜻하게 해주는 총백(파의 흰뿌리를)차나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준다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