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기 그윽한 터에서 부르는 노래 / 松花 김윤자
사진:松花
당신은 참으로 향기로운 사람입니다.
당신이 지나간 자리는 늘 솔향기로 그윽합니다.
들고 낢이 소리 없이 이루어져도
오뉴월 송화가루 날리듯 그렇게 스며듭니다.
맨 처음 당신을 만나던 날
1979년 3월 31일 토요일 오후 6시 충무로 팜파스
그날도 그러했습니다.
사십 년이 넘도록 당신과 함께 지냈는데도
난 당신을 닮아지지 않습니다.
때론 당신께 부끄럽고 죄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거침없이 내뱉는 나의 말 한마디가
당신의 고운 솔향기 흩트릴까봐
내가 불이라면 당신은 언제나 물로 다가옵니다.
제 성미에 못 이겨, 타오르는 장작불 마냥
되지도 않는 논리에 불을 지펴도
당신은 그 성난 불기운에 당신이 다침은 뒤로 하고
오히려 나의 가슴 탈까봐
물로, 아주 부드러운 물로 식혀 줍니다.
당신은 나를 남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너는 내 혈육이다. 내 누이다. 내 형제다.’
그 말 속에 담긴 깊은 뜻을 나는 다 압니다.
당신과 나는 엄연히 남남인데
역설적으로 말하여, 나의 모든 허물을 덮어 주시고
큰 가슴으로 포근히 품어 주시는 넓은 마음을
당신은 한 번도 나의 기를 꺾은 적이 없습니다.
당신 어깨의 짐도 무거운데
언덕을 오르는 마부의 수레를 밀듯, 때론 앞에서 끌듯
그렇게 늘 당신은 나의 고통을 함께 감내하며
마음껏 크라고,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내 아버지의 큰사랑처럼
당신의 말은 어둠에서 길을 찾는 등댓불이었습니다.
어느새 은발로 변해가는 당신을 보노라면
내 가슴이 저며옵니다.
이젠 내가 당신을 위해 노래 부를 시간입니다.
나로 인해 당신이 아름답기를, 빛나기를, 행복하기를
솔향기 그윽한 터에서 목청 높여 노래 부릅니다.
솔향기 그윽한 터에서 부르는 노래-한국문협 월간문학 2023년 3월호 제6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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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기 그윽한 터에서 부르는 노래
김윤자
당신은 참으로 향기로운 사람입니다.
당신이 지나간 자리는 늘 솔향기로 그윽합니다.
들고 낢이 소리 없이 이루어져도
오뉴월 송화가루 날리듯 그렇게 스며듭니다.
맨 처음 당신을 만나던 날
1979년 3월 31일 토요일 오후 6시 충무로 팜파스
그날도 그러했습니다.
사십 년이 넘도록 당신과 함께 지냈는데도
난 당신을 닮아지지 않습니다.
때론 당신께 부끄럽고 죄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거침없이 내뱉는 나의 말 한마디가
당신의 고운 솔향기 흩트릴까봐
내가 불이라면 당신은 언제나 물로 다가옵니다.
제 성미에 못 이겨, 타오르는 장작불 마냥
되지도 않는 논리에 불을 지펴도
당신은 그 성난 불기운에 당신이 다침은 뒤로 하고
오히려 나의 가슴 탈까봐
물로, 아주 부드러운 물로 식혀 줍니다.
당신은 나를 남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너는 내 혈육이다. 내 누이다. 내 형제다.’
그 말 속에 담긴 깊은 뜻을 나는 다 압니다.
당신과 나는 엄연히 남남인데
역설적으로 말하여, 나의 모든 허물을 덮어 주시고
큰 가슴으로 포근히 품어 주시는 넓은 마음을
당신은 한 번도 나의 기를 꺾은 적이 없습니다.
당신 어깨의 짐도 무거운데
언덕을 오르는 마부의 수레를 밀듯, 때론 앞에서 끌듯
그렇게 늘 당신은 나의 고통을 함께 감내하며
마음껏 크라고,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내 아버지의 큰사랑처럼
당신의 말은 어둠에서 길을 찾는 등댓불이었습니다.
어느새 은발로 변해가는 당신을 보노라면
내 가슴이 저며옵니다.
이젠 내가 당신을 위해 노래 부를 시간입니다.
나로 인해 당신이 아름답기를, 빛나기를, 행복하기를
솔향기 그윽한 터에서 목청 높여 노래 부릅니다.
솔향기 그윽한 터에서 부르는 노래-한국문협 월간문학 2023년 3월호 제649호
첫댓글 40년이라는 세월을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남편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거침없이 내뱉은 나의 말 한마디가/ 당신의 고운 솔향기
흩트릴까봐…
윤자는 좋은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시인이 된 것 같네.
남편을 고운 솔향기로 표현하니까
ㅋㅋㅋ 나는 오래 살다보니
향기는 커녕 소 닦보듯이 산단다.
사랑한 기억은 퇴색해 버리고 그냥 인생길을 같이 걷는
동반자일뿐…
건강히 옆에서 살아 주는 것이 고마울 뿐이지.
넌 시인으로 성공한 것 같다.
지하철역에도 걸려있고…
👍 축하한다.
동창으로서 자랑스럽다.
-뉴욕에 사는 고교 동창친구가 고교 동창 카톡방에 올린 글 2023.7.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