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전통 복식(창파오)을 갖춰 입은 “케임브리지 7인”_wikimedia commons
로잔 운동을 알고 싶다
2024 서울-인천 로잔대회를 앞두고, 로잔 운동의 젊은 지도자 문대원 목사가 로잔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 역사적 복음주의 운동의 ABC를 앞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드립니다.
세계 선교를 위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로잔 운동의 비전을 설명하기 위한 두 번째 키워드는 ‘복음주의’입니다.
근대 복음주의 운동은 18세기 조나단 에드워즈의 대각성 운동과 존 웨슬리의 부흥 운동에 그 역사의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지역과 교단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이는 복음주의를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영국 스털링 대학의 데이비드 베빙턴(David Bebbington) 교수는 복음주의의 특징을 네 가지 핵심 요소로 규정했습니다. 이른바 “베빙턴의 사각형”이라 불리는 복음주의의 네 가지 특징은 성경주의, 십자가 중심주의, 회심주의, 행동주의입니다. 복음주의 운동으로서 로잔의 공식 문서들은 이 네 가지 복음주의의 특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경주의(biblicism)는 성경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성경관으로, 고등비평에 기반한 자유주의 신학을 강력하게 비판합니다.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을 신앙과 행위의 유일한 규범이자 절대 권위로 강조하며, 성경에 기록된 그리스도의 기적과 부활을 무오한 진리로 받아들입니다. 로잔 언약 2항은 “성경은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으로서, 그 모든 가르치는 바에 전혀 착오가 없으며, 신앙과 실천의 유일하고도 정확무오한 척도임을 믿는다”라고 고백합니다.
십자가 중심주의(crucicentrism)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과 부활이 구원의 유일한 방편임을 강조합니다. 로마가톨릭과 WCC가 타 종교 안에도 구원의 은혜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 것과 대조적으로, 복음주의자들은 그리스도의 이름 외에는 다른 구원의 길이 없음을 단언합니다. 로잔 언약 3항은 “유일한 신인(God-Man)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죄인을 위한 유일한 대속물로 자신을 주셨고,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유일한 중보자이시다”라고 고백합니다.
회심주의(conversionism)는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난 회심의 경험을 강조합니다. 구원은 바른 교리를 머리로 믿는 지성적인 활동만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서 그의 구원의 은혜를 받는 전인적인 경험입니다. 마닐라 선언은 “그리스도에 대한 성령의 증거가 전도에 있어서 절대 필요하며, 따라서 성령의 초자연적인 역사가 없이는 중생이나 새로운 삶이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합니다.
행동주의(activism)는 아직까지 복음의 메시지를 듣지 못한 잃어버린 영혼을 향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전도를 강조합니다. 이것은 20세기 초 미국의 근본주의자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사회로부터 분리한 것을 비판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 사회로 나아가야 함을 주장합니다. 로잔 언약 6항은 “우리는 우리 교회의 울타리를 헐고 비그리스도인 사회에 스며들어가야 한다. 교회가 희생적으로 해야 할 일 중에서 전도가 최우선이다”라고 강조합니다.
19세기 이후로 미국과 영국의 복음주의자들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D. L. 무디, A. T. 피어슨, R. A. 토레이 같은 복음주의 부흥사들은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대형집회를 열었는데, 이들의 사역은 당시 교회와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일례로, “케임브리지 7인”(The Cambridge Seven)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젊은 선교사들은 무디의 부흥집회를 통해서 세계 복음화의 비전을 깨닫고 중국 선교사로 헌신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사회, 교회 상황이 달랐기 때문에 각국에서 복음주의 운동이 확산하는 방식 또한 달랐습니다. 국교회(state church) 개념이 없는 미국의 복음주의자들은 주류 사회에서 분리되어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에 비해 영국의 복음주의자들은 영국 국교회(Church of England) 안에 남아서 지속적으로 개혁 운동을 이어갔습니다. 예를 들어서, 영국 사회의 개혁 운동을 이끌었던 클래펌회(Clapham Sect)는 투철한 복음주의자 윌리엄 윌버포스를 중심으로 세계에서 최초로 노예제도를 철폐하는 데 앞장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