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법 3장 15절 】
또 하루는 경석에게 가라사대 “갑오년 겨울에 너의 집에서 삼인이 동맹한 일이 있느냐”고 물으시니 그렇다고 대답하니라. 상제께서 “그 일을 어느 모해자가 밀고하므로써 너의 부친이 해를 입었느냐”고 하시니 경석이 낙루하며 “그렇소이다”고 대답하니라. 또 가라사대 “너의 형제가 음해자에게 복수코자 함은 사람의 정으로는 당연한 일이나 너의 부친은 이것을 크게 근심하여 나에게 고하니 너희들은 마음을 돌리라.
이제 해원시대를 당하여 악을 선으로 갚아야 하나니 만일 너희들이 이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후천에 또 다시 악의 씨를 뿌리게 되니 나를 좇으려거든 잘 생각하여라” 하시니라. 경석이 세 아우와 함께 옆방에 모여 서로 원심을 풀기로 정하고 상제께 고하니 상제께서 “그러면 뜰 밑에 짚을 펴고 청수 한 동이를 떠다 놓은 후 그 청수를 향하여 너의 부친을 대하듯이 마음을 돌렸음을 고백하라” 하시니 경석의 세 형제가 명을 좇아 행하는데 갑자기 설움이 복받쳐 방성대곡 하니라. 이것을 보시고 상제께서 “너의 부친은 너희들이 슬피 우는 것을 괴로워하니 그만 울음을 그치라” 이르시니라.
그후에 “천고춘추아방궁(千古春秋阿房宮) 만방일월동작대(萬方日月銅雀臺)란 글을 써서 벽에 붙이시며 경석으로 하여금 항상 마음에 두게 하셨도다.
【주해】
갑오년 겨울은 1894년 겨울로써 10월에 동학란이 일어났다. 이때 경석의 부친은 동학의 중진으로서 일하면서 경석의 집에서 삼인이 모여 동맹을 하다가 어느 모해자의 밀고로 관아에 잡혀 처형되었다.
이 일에 대하여 경석과 세 아우는 분히 여겨 복수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으므로 상제께서 또 다시 원의 씨를 뿌릴까 우려하시어 경석의 세 형제를 불러 타이르시고 마음을 돌리게 하셨다. 사람은 한번 원을 맺으면 그것은 반드시 척신이 되어 되갚게 되고 복수를 당하면,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여 풀어 버리면 되지만 인간은 자신의 잘못을 보기보다는 자신의 억울함을 먼저 생각하여 또 다시 되갚게 되니 이것이 씨가 되어 퍼지고 또 퍼져 궁극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슴에 품은 원은 어느 한쪽이 그치지 않는다면 이것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므로 이제 해원시대를 당하여 원수를 은인으로 갚아야만 서로 척이 풀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제께서는 “상대가 너의 뺨을 때리거든 너희는 그의 손바닥을 어루만져주라”고 하셨다. 이것은 나의 척신이 그에게 붙어서 나에게 원한을 갚으려고 대드는 것이니 이로써 나는 척이 풀려 가로막힘이 없어지게 되므로, 그로 인해 척이 풀렸으니 도리어 그의 손바닥을 만져주며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것이다.
또 상제께서는 [교법] 1장 56절에서 “원수의 원을 풀고 그를 은인과 같이 사랑하라. 그러면 그도 덕이 되어서 복을 이루게 되나니라”고 하셨다.
• 차경석의 부친이 모해자의 밀고로 해를 당함은 과거에 척이 있었기에 그 척으로 말미암은 결과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유를 알길 없는 경석과 형제들은 복수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복수를 하게 되면 또 다시 척이 생기고 이것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므로 이런 것을 풀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상제께서 해원시대를 열어 놓았으니 상제의 뜻을 알고 받든다면 이제 복수의 마음을 버리고 더 이상의 척(慽)을 짓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상제님을 따르는 도인으로서 상제님의 뜻을 따르지 않고 척을 짓는다면 또 다시 후천에 악의 씨를 뿌리게 될 것이므로 이러한 마음을 가진 자라면 좋은 운수를 받아 후천으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경석은 세 아우와 함께 모여 서로 원심(怨心)을 풀기로 정하였다.
그러자 상제께서 “뜰 밑에 짚을 펴고 청수 한 동이를 떠다 놓은 후 그 청수를 향하여 너의 부친을 대하듯이 마음을 돌렸음을 고백하라” 하셨다.
『대순전경』 3장 24절에서 보면 경석의 부친은 이 일로 경석의 형제들이 또 다시 원의 씨를 뿌릴까 심히 염려하여 상제께 호소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청수 한 동이를 떠다 놓은 후 그 청수를 향하여 부친을 대하듯이 마음을 돌렸음을 고백하라고 하신 것이다. 그런데 경석 형제들이 방성대곡하여 슬피우니 경석의 부친이 괴로워한다고 상제께서 말씀하시고 울음을 그치게 하셨다.
경석의 형제들은 상제님을 따르기 위해서 어찌 할 수 없이 상제께서 시키는 대로 하기는 했지만 진정으로 마음 속까지는 그 원을 지워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석의 부친은 괴로워한 것이다.
상제께서 ‘천고춘추(千古春秋) 아방궁(阿房宮) 만방일월(萬方日月) 동작대(銅雀臺)’란 글을 써서 벽에 붙이시며 경석으로 하여금 항상 마음에 두게 하셨는데 ‘천고춘추(千古春秋) 아방궁(阿房宮)’이란 진시황이 아방궁을 지어놓고 천년만년 살고자 하는 꿈을 가졌으되 50세에 죽어 버렸으니 허무한 것이요,
‘만방일월(萬方日月) 동작대(銅雀臺)’는 조조가 동작대를 지어놓고 만방에 그 위세를 떨치고자 하였으나 병들어 허망하게 죽어버렸으니 경석으로 하여금 허황된 왕후장상의 꿈을 버리고 진정 상제님의 뜻을 따르라는 교훈을 주신 것이다. 모든 원(寃)과 척(慽)의 근원이 인간의 허황된 욕망으로부터 비롯하여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