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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봉 서쪽 능선, 벌목하고 소나무 모수를 듬성듬성 남겨두었다
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때로 두 눈이 기쁨과 환희로 반짝이도록 하고, 깊은 골짜기 아름
다운 풍경이 홀로 저녁노을을 맞이하는 일이 없도록 하며, 서재에서 꿈꾸던 오묘한 생각이
더 이상 자신이나 남을 속이는 일이 없도록 하고, 황량한 들판에 동강난 비석 앞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게 한다.
――― 위치우위(余秋雨), 『사색의 즐거움(人生哲言)』에서
▶ 산행일시 : 2016년 3월 26일(토), 맑음, 약간 쌀쌀한 날씨
▶ 산행인원 : 18명(버들, 자연, 영희언니, 모닥불, 스틸영, 산아, 박이사, 악수, 대간거사,
두루, 도솔, 메아리, 신가이버, 해마, 해피, 승연, 무불, 상고대, 남당 님 내외분
은 만대항 저녁에 동참)
▶ 산행시간 : 6시간 20분
▶ 산행거리 : GPS 도상 13.8km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7 : 40 - 행남도휴게소
09 : 35 - 태안군 이원면 내리 위드오션, 산행시작
09 : 55 - 후망산(候望山, △145.3m)
10 : 07 - 안부, 눈이재
11 : 13 - 노인봉(老人峰, 164.9m)
11 : 33 - 안부, 임도 삼거리
12 : 05 - 국사봉(國師峰, △205.6m)
12 : 22 - 안부
12 : 35 ~ 13 : 14 - 쪽범이(쪽넴이) 마을, 점심
13 : 39 - 주릉
13 : 50 - 가재산(螯山, 185.2m)
14 : 10 - 안부
14 : 19 - 바구니산(△156.8m)
14 : 25 - 116.8m봉
14 : 42 - 사직재
15 : 00 - 둥근봉(126.5m)
15 : 17 - 148.2m봉
15 : 37 - 장지골고개
15 : 55 - 마산리, 도로, 산행종료
16 : 21 ~ 19 : 20 - 태안시내(목욕), 만대항(저녁)
22 : 25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국사봉(國師峰, △205.6m)에서, 뒷줄 왼쪽부터 상고대, 두루,
승연, 메아리, 산아, 대간거사, 버들, 모닥불, 악수, 해마, 신가이버, 해피, 스틸영, 앞줄 왼쪽
부터 자연, 박이사, 무불, 도솔(영희언니 촬영)
▶ 후망산(候望山, △145.3m), 노인봉(老人峰, 164.9m), 국사봉(國師峰, △205.6m)
동서울 강변역 맞은편 버스터미널 앞이 우리들의 만남의 장소다. 언제부터인가 일행 모두 당
일산행 06시 30분 출발시각을 아주 잘 지킨다. 1분이라도 지각하게 되면 전 일행에게 아이
스크림을 사려는 강요된(?) 배려가 종종 있어 왔던 까닭이기도 하다. 동서울 출발인원 17명.
메아리 대장님은 불편한 보조의자에 앉아서 간다.
서울을 벗어나는 고속도로는 상춘객들로 붐빌 것이라는데 서해고속도로는 아직 한산하다.
늘 그렇듯이 차내 곤한 잠도 휴게소가 가까워지면 저절로 깬다. 서해대교 아래 행담도휴게소
에 들린다. 해무가 잔뜩 끼었다. 차창 밖 해무 속 서해대교가 아득한 대해 가로질러 피안으로
가는 길로 보인다.
우리 차는 서산 시내는 우회하고 태안 시내는 관통하고 북서진하여 원북을 향한다. 들판 파
릇파릇한 것은 마늘이고 그 건너 가로림만 갯벌 파르스름한 것은 감태다. 원북농협 주차장에
서 (이 고장에 사는) 자가용 트럭 몰고 온 산아 님이 합류하여 후망산 들머리로 간다. 603번
도로 달리다 사항 마을 가기 전 바다 전망 좋은 양풍의 펜션인 위드오션 앞에서 멈춘다.
고갯마루 절개지 철조망을 왼쪽으로 비켜 얕은 골 산판 길로 간다. 황톳길 한 피치 오르면 ╋
자 갈림길인 사목재다. 이정표가 안내하는 후망산 가는 길은 잘 났다. 울울창창한 소나무 숲
길이다.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다. 오르막 철도침목 계단길이 나온다. 99개 계단이다. 그리고
후망산 정상. 정자가 있다. 삼각점은 ‘서산 307, 76.10 건설부’이다.
후망산 전망대는 북쪽으로 300m 정도 더 가야 하는데 선두부터 좌고우면 하지 않고 내빼버
리니 황해 전망은 고사하고 뒤쫓아 가기 바쁘다. 소나무 숲길 솔향기 맡으며 잠깐 내리면 도
로가 지나는 눈이재다. 도로 옆 임도 입구에서 술판 벌인다. 산아 님이 이 아침에 삶아 온 낙
지가 따뜻하고 생굴은 간이 알맞게 배었다.
말이 나온 김에 산아 님에 대해 몇 마디 하련다. 산아 님과 영희언니는 오케이사다리 시절로
거슬러 오지산행의 원년멤버이다. 그 둘이 남자들 여럿 잡았다. 오지산행에 처음 나온 사람
들은 산아 님과 영희언니와 함께 산행하므로 만만히 보고 발걸음을 장하게 놀렸으나 그러다
오버페이스하기 일쑤요 탈출하고 다음에 다시 나오지 않았다. 산아 님이 서울에 살 때의 일
이고 귀향하여서는 소원해졌다.
입산주 탁주 안주가 걸다. 악우애에 취해 여러 잔을 들이켜고 술에 취한다. 이래서 산을 어렵
게 간다. 후망산 벗어나니 등로는 사나워진다. 성묫길 끊기고 잡목과 가시덤불 헤치며 95.5
m봉을 넘는다. 마늘밭 내리면 안부는 도로다. 개 짖어대는 마을 앞 논두렁 밭두렁 지나고 시
누대 숲 옆을 돌아 잡목 숲으로 들어간다. 아하, 오지를 간다.
노인봉. ‘후망지맥 노인봉 165m’이라 쓴 준.희 님의 표지판이 보인다. 뭇 산행표지기가 8개
나 된다. 잠시 숨 돌리고 조금 더 가니 임도가 나온다. ‘태안절경 천삼백리길’이라는 표지판
이 있다. 잠시 그 길을 간다. 임도 따라 내린 안부 삼거리에 커다란 국사봉과 가재산 등산안
내도가 있다. 임도 태안절경 천삼백리길은 능선 바로 아래 산허리를 돌아가지만 우리는 일로
직등한다.
이름 붙은 산이라서 그런지 길 좋다. 40개 통나무계단을 오르면 가파름이 수그러들고 이정
표는 ‘국사봉 0.5km’이라 한다. 그쯤 가도 여전히 ‘국사봉 0.5km’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토
지리정보원 지형도와 영진지도에는 190.8m봉이 국사봉이다. 여기서 0.5km 더 가며 두개 봉
우리 더 넘고 긴 계단 오르면 오석의 국사봉 정상 표지석이 있는 △205.6m이다. 오늘 산행의
최고봉이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서산 25, 1995 복구. 단체 기념사진 찍는다.
등산안내도에 적힌 국사봉의 유래다. “국사봉 서향 기슭에 국사당이 옛날에 있어서 ‘국사
봉’이라고 명명되어 예로부터 부르고 있다고 한다.” 국사당(國師堂)은 서낭당을 말한다.
국사봉 내리는 길. 소나무 숲길은 계속된다. 산아 님에게 물었다. 여기 산에도 더덕이 있더냐
고. 가재산 가는 길에 언뜻 보았더란다. 그랬다. 소나무 숲이 소강한 틈을 타서 대물 손맛을
좀 보았다.
2. 서해대교, 행담도휴게소 나오면서
3. 가로리만, 후망산 들머리에서
4. 사목재 오르는 길
5. 후망산 가는 길
6. 오리나무꽃
7. 등로
8. 등로
9. 소나무 숲
10. 소나무 숲길, 산아 님과 영희언니(오른쪽)
11. 동백꽃, 마을 울타리와 도로 옆 화단에 동백나무를 많이 심었다
▶ 가재산(185.2m)
가재산 오르기 전 ┫자 갈림길 안부. 왼쪽으로 내린다. 점심을 차에 두고 왔다. 차가 지나는
도로가 가깝다. 임도는 금방 농로로 이어지고 ‘희망의 교회’ 지나 쪽범이(쪽넴이) 마을 산자
락 펑퍼짐하고 잘 다듬은 무덤이 나온다. 세상에 이런 일이! 산아 님 어머님 무덤이라고 한
다. 뜻밖이다. 기연(奇緣)이다. 메아리 대장님과 대간거사 총대장님이 우리 대표로 술잔 드
리고 재배 올린다.
그 무덤 아래 양광 따스한 잔디밭에 둘러앉아 점심밥 먹는다. 마치 산에 먹으로 온 것 같다.
아마 산아 님 어머님도 흐뭇해하실 것. 가재산 가는 길. ‘희망의 교회’ 앞을 지나니 그 교회
여집사님이 저기에 뭔 산이 있다고 길 없는 데를 막 가느냐고 사뭇 걱정한다. 길섶에 큰개불
알풀꽃이 만발하였다. 이 큰개불알풀꽃에 대해 여러 말이 오간다. 옆길로 빠져 이에 대해 길
지만 덧붙이고자 한다.
이윤옥은 『창씨 개명된 우리 풀꽃 』(인물과 사상사, 2015)에서 이 어여쁜 풀꽃에 개 불알
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일본 식물학자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郎, 1862~1957)라며 우
리나라 일제강점기를 분개한다. 마키노는 큰개불알꽃의 열매가 마치 개의 음낭(이누노후구
리, 犬陰囊)을 닮았다 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큰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이 한글로 처
음 나오는 문헌은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조선박물연구회, 1937, 정태현, 도
봉섭, 이덕봉, 이휘재 등이 저술)이다.
그런데 이 이름이 민망했는지 ‘봄까지꽃’ 또는 ‘봄까치꽃’이라고도 부르기 시작한다. 시골에
서 조용히 쓰는 이름이라는 '봄까지꽃'은 “겨울이 저물면서 봄이 될 때에 처음 피고, 봄이 저
물 무렵까지 피기 때문입니다. 봄이 끝나면 봄까지꽃은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이름 그대로
"봄까지 피는 꽃"이 '봄까지꽃'입니다. 나는 세 가지 이름 가운데 '봄까지꽃'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봄꽃을 마주합니다. 봄 내내 이 작은 꽃을 애틋하게 바라보면서 아끼려는 마음입니
다.”(최종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한편, 봄까치꽃이란 이름은 이해인 수녀의『봄까치꽃』이라는 시에서 비롯하였다.
까치가 놀러 나온
잔디밭 옆에서
가만히 나를 부르는
봄까치꽃
(…)
잊혀져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나도 너처럼
그렇게 살면 좋겠네
그러나 국가생물종시스템이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큰개불알풀(Veronica persi
ca)”이라 하고 있다. 아직은 큰개불알풀이 정명이다.
묵은 임도 올라 오지를 만들어 간다. 주릉 벗어나면 비산비야 또는 야산이다. 그런 데에도 진
달래는 곱디곱게 피었다. 25분 정도 잡목 숲에서 허우적거리다 후망지맥 주릉에 든다. 오후
들어 솔바람이 솔솔 부는 소나무 숲길이다. 160m봉 살짝 내렸다가 75개 계단 오른다. 가파
를 만하면 계단을 놓았다. 가재산 정상. 장의자 두개 놓였다.
등산안내도의 가재산 유래에 따르면 산의 모양이 가재 모양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였다고 한
다. 가재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가로림만의 아름다운 경관과 가재산에서 피어오르는 아침저
녁 너울과 아지랑이는 이원면 팔경 중 1경인 오산연무(螯山煙霧)라고 한다. 오산(螯山)의
‘螯’ 자는 ‘가재 오’이다. 그런데 여러 지도에는 ‘가제산’이라 표시하고 있다.
12. 논두렁도 지난다
13. 임도 삼거리 국사봉 들머리
14. 올괴불나무.
괴불은 어린아이가 주머니 끈 끝에 차는 세모 모양의 조그만 노리개를 말한다
15. 올괴불나무
16. 생강나무
17. 멀리는 태안화력발전소
18. 매화
19. 꽃다지(Draba nemorosa var. hebecarpa), 산아 님 어머님 무덤가에서
십자화과의 두해살이풀. 높이는 20~30cm이고 온몸에 짧은 털이 빽빽하게 난다. 봄에 노란
꽃이 줄기 끝에 총상(總狀) 화서로 피고 열매는 납작한 타원형의 단각과(短角果)이다. 어린
잎은 식용한다. 산ㆍ논ㆍ밭에 자란다
20. 꽃다지
21. 꽃다지
▶ 바구니산(△156.8m), 둥근봉(126.5m)
오늘은 오산연무가 없고 가재산 정상을 약간 비키면 가로림만이 보인다. 가재산 정상에서 잠
깐 서진하다 남진할 것을 계속 서진하여 잘못 내린다. 도로 따라 산모퉁이로 돌고 주릉 잡아
바구니산을 오른다. 지난주에는 산 이름에 쫄쫄 굶었는데 오늘은 포식한다. 6개 좌를 오를
것이다. 바구니산 정상. 삼각점은 ‘서산 428, 1999 복구’이다.
내 납작 엎드려 노루귀와 눈 맞추며 116.6m봉을 오르고 잡목 숲 헤치다 사직재 깊은 절개지
왼쪽 가장자리로 내린다. 휴식. 버들 님이 도토리묵을 내놓는데 나는 이따 만대항 회 먹을 요
량으로 못 본 체하고 속 비운다. 도로 건너 사초 부여잡고 수직절벽인 절개지 오르면 끊긴 옛
길이 나오고 곧 주릉이다. 둥근봉 정상. 맨발 님의 표지판이 달려 있다.
이름 붙은 산과 점점 멀어지자 산길은 비례하여 험해진다. 송전탑이 있는 146.2m봉 넘고 가
시덤불 헤친다. 풍락송이 자주 가로누운 넙데데한 등로다. 126.7m봉 넘자마자 임도가 나온
다. 임도 따라 서진하면 장지골고개인데 우리는 남진하여 벌목한 지능선 내려 장지골고개 넘
어오는 임도와 만난다. 임도는 마을길이자 농로로 이어지고 이윽고 603번 도로다. 서울 갈
길이 멀어 산행을 일찍 마친다.
(부기) 원북면과 이원면에는 목욕탕이 없다. 예전에는 있었는데 관광객이 줄어 폐업했다고
한다. 산행 후 술맛이 더욱 나게 하려면 아무래도 목욕한 후라야 한다. 태안으로 나가서 목욕
하고 뒤돌아 반도 끄트머리인 만대로 간다. 만대는 태안절경 천삼백리길의 시점이자 종점이
기도 하다. 남당에 사시는 남당 님 내외분도 먼 길을 달려왔다. 도솔 님의 생일축하 건배하고
술 푸기 시작한다. 고적한 만대항 횟집 2층에서다.
22. 큰개불알풀꽃(Veronica persica), 현삼과의 두해살이풀
23. 큰개불알풀꽃(Veronica persica), 현삼과의 두해살이풀
24. 진달래
25. 가재산 오르는 지능선
26. 가재산에서 동쪽 조망
27. 소나무 숲길은 계속된다
28. 노루귀
29. 사직재에서, 틈만 나면 공부하는 이는 신가이버 님이다
30. 장지골고개 내리기 직전 임도
31. 만대항에서 바라본 황금산(129.7m)
32. 만대항에서 바라본 황금산(129.7m)
첫댓글 오! 해피데이~~
함께한 님들 감사드립니다.
악수님 ,산아 너무 띄워주셨네요ㅎ
다음에 아이스께끼 사드릴게요^^
행복한 하루 선물해 주신 오지님들 다음에 또 만나요^^ 오지산행 화이팅♡
산행기를 읽을 때마다
제가 알아야 할 것이 점점 많아집니다~
산행 관련한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
'해무 속 서해대교가 아득한 대해 가로질러 피안으로 가는 길로 보이셨다'는 맛깔스런 표현이 좋습니다.
동백꽃 사진도 아득한 그리움이 묻어 나네요.
따뜻한 봄맞이 산행이었습니다...각종 생명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나타나는,,,그날도 눈과 입이 즐거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