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일은 동북아 나라 축구 팬들에게 기억되는 날이 될 것이다. 바로 한국 북한 중국 일본의 축구 대격돌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대표들은 아니지만 곧 국가대표가 될 선수들이 나라의 자존심을 걸고 격돌하는 것이였다. 장소는 중국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서였다. 당일 저녁 8시반부터 북한과 일본의 경기가 펼쳐졌고 9시부터는 한국과 중국의 격돌이 전개됐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한국 북한 중국 일본 4국의 대결이 펼쳐진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북서로는 중국이 있고 남동으로는 일본이 위치한다. 한반도에 한민족이 자리를 잡은 이후 한중일의 다툼은 끊임이 없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상황에다 섬나라인 일본은 한반도를 거쳐야만 대륙으로 갈 수 있으니 오죽했겠는가. 동북아 역사는 끊임없는 전쟁의 역사였다. 수천년을 이어온 갈등과 서로에 대한 적대감은 지금 이시간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아마도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그런 상황속에서 최근 한북중일 사이에 펼쳐지는 상황은 지금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하등에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되고 말았다. 남북의 대결구도는 70년이상 계속되고 있고 한국과 중국의 불편한 관계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한일관계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특히 최근에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배출로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사이에 총탄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해역에 바로 붙어있는 한국정부보다 중국정부는 더욱 강력하게 일본을 상대하고 있다. 그런 상황속에 이번에 한국 북한 중국 일본이 중국에서 축구로 맞붙은 것이다.
이 자리에서 어느 나라의 대표팀이 더 우세하느냐라는 단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북한과 일본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축구경기를 보면서 그나라의 국민성과 그 나라가 처한 현실 그리고 그 나라선수들이 가진 스포츠맨십을 보고자 했던 것이다. 채널을 돌려가며 두 경기를 유심히 바라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모든 것들이 두 경기속에 담겨 있었다. 북한과 일본의 경우 북한선수들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였다. 경제적 어려움이 여실히 들어나 보였다. 먹는 것이 부실하니 선수들이 20대 초반내지 후반이라고 보기 힘들게 상당히 나이가 들어 보였다. 나름 피지컬을 중시해서 선발했으니 신장면에서는 그렇게 뒤지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뼈와 근육으로만 만들어진 그런 신체모습이었다. 반대로 일본 선수들은 어린 얼굴이 대부분이었다. 얼굴색도 하얗고 잘 먹어서 그런지 피부도 탄탄해 보였다. 오로지 이기겠다는 일념만이 북한선수의 뇌리에 자리잡은 듯이 그들은 쉽없이 달리고 경기에 열중했다. 물론 일본선수들도 경기에 최선을 다했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절박함과 꼭 이겨야만 한다는 결의는 찾기 어려웠다. 일본 선수가 넘어져 있었을때 일본 벤치에서 선수들에게 줄 물을 가지고 그라운드에 들어가자 주위에 있던 북한 선수가 물을 얻어가려했다. 일본팀이 제지하자 서로 언성을 높이는 장면도 보였다. 북한은 제대로 그런 것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정말 별 것 아닌데 말이다. 결국 북한이 1대2로 졌다. 실력면에서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후반 골키퍼 반칙으로 얻은 PK로 일본은 승리를 가져갔다. 보기에 따라 PK까지는 주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어서 북한선수들의 항의가 대단했다. 결국 경기후에도 북한 선수들은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그 흔한 VAR도 없는 대회이니 더 이상 주장할 것도 없었다.
한국과 중국의 경기도 긴장과 우려속에 진행됐다.일명 소림축구로 거칠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축구에다 자국의 땅에서 벌어지는 아시안게임이니 더욱 그러할 것이라 예상됐다. 5만명 이상의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한국팀에게 매우 불리한 요소였다. 요상한 행위를 자주하는 중국인들이여서 심판진을 어떻게 했을지 모른다는 근거없는 우려도 작용했다. 요즘 한중관계가 얼어붙어있다는 외교적인 측면도 경기내내 긴장감을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한국팀은 유연한 경기 운영으로 그다지 어렵지 않게 경기를 풀어갔으며 중국팀도 예상과는 달리 강력한 반칙을 동원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중 선수들이 부딪히는 장면이 나왔지만 한국 선수들의 물러서면서 극한 대립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괜한 몸싸움으로 경기를 망칠 수 있다는 한국인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이 2대0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경기는 마감됐다.
이번 한중일 축구 대격돌을 보면서 4팀 가운데 가장 편한 마음을 가진 팀은 일본팀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팀은 병역면제라는 엄청난 과제를 안고 출전했다. 군복무와 관련된 나이의 한국 축구선수들이면 모두 참가하고 싶었을 것이다. 중국의 기자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대단한 과제가 존재한다. 군복무 면제를 받기 위해 한국선수들은 엄청난 투지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제 한국선수들에게 군면제라는 것이 전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슬픈 현실이지 싶다. 북한은 정말 승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핵무기 등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따돌림 신세로 전락한 북한은 국제대회에 선수들을 참가시키지 못한다. 아니 하고 싶어도 형편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 열리니 그래도 국제대회라고 참가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저조한 경기를 벌이면 그 뒤에 따를 여러가지 불이익때문에 그들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국팀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중국의 일인자 시진핑이 축구광이지만 중국의 축구는 무슨 이유인지 전혀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팀만 만나면 주눅이 드는 이른바 공한증에 걸린지 오래됐다. 다른 종목에서는 활개를 치지만 유독 축구에서만은 힘을 전혀 쓰지 못하는 중국이다. 하지만 이번에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는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한국에게는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최근 중국과 적대관계를 보이는 한국에게 혼을 내주고 싶다는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조건들에 비해 일본 선수들은 한층 여유로운 심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파랭킹에서 아시아 최고수준이라는 자존심이 작용했다면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때 자신들의 속국이었던 한국과 중국에게 질 수없다는 심정이 그들을 긴장하게 했다면 긴장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한북한 중국 일본의 축구 대격돌은 한국과 일본이 살아남고 북한과 중국은 탈락했다. 아마도 며칠 뒤 결승전에서 한국과 일본이 격돌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한일전은 또 한번의 대격돌이 될 것이다. 병역문제가 없다해도 한일전은 상상도 못할 긴장과 대격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동북아에 존재하는 지정학적인 역학구도가 또 다시 경기장안에서 펼쳐질 것이다. 총탄과 대포만 없다뿐이지 이만한 대전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아시안게임에 일본인들의 관심이 그다지 높지않고 국가 대표팀이 아닌 그 아류의 경기인지라 일본인들의 흥미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역면제같은 엄청난 특혜도 당연히 일본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거의 대부분 그야말로 아마추어급 선수들로 구성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한국팀은 국가대표팀을 방불케한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병역면제라는 자이언트급 당근이 존재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런 상황은 앞으로 지양됐으며 하는 바람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며 몇 안되는 징병제 나라라는 것을 전세계적으로 힘주어 홍보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병역면제를 위해 목숨을 바쳐 뛴다는 외국 언론의 비아냥 거리는 소리를 이제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2023년 10월 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