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첫 토요일 성모 신심) 수난의 동정녀 우리 그리스도인은 수난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주님을 믿고 선포한다. 그렇게 돌아가신 게 끝이었다면 예수님은 위대한 스승이나 인류 사랑을 실천한 본받아야 할 위인으로 기억됐을 거다. 제대로 비교하지는 못하지만 공자나 맹자 그리고 석가모니와 아주 다른 무엇이 예수님에게 있다. 그들이 세상에서 참되게 사는 길을 가르쳐주고 후대에 그 모범을 남겨주었다면, 예수님은 이 세상에 하늘나라로 가는 길, 하느님과 영원히 사는 길을 내셨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신 예수님은 부활하셔서 당신을 믿는 이들에게 나타나셨다. 모든 이들이 아니라 당신을 믿고 사랑하는 이들에게만 나타나셨다. 이승과 저승, 현세와 내세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그분을 믿고 따르는 그때부터 그 사람은 영원히 산다. 예수님은 그래서 우리 각자에게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요한 20,28)’이다.
예수님은 당신 앞에 놓여 있는 길이 십자가와 죽음의 길임을 아주 잘 아셨다. 그런데도 그 길로 가셨다고 해서 그 행위가 자살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다. 십자가는 구원의 도구이고 십자가의 길은 구원의 길, 하늘나라로 가는 길이다.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려는 사람들, 영원히 사는 나라로 들어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아주 분명하게 십자가 길을 제시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 9,23-24).” 당신이 먼저 그 길로 들어가셨고, 그 뒤로 수많은 순교자와 성인이 그분 뒤를 따라갔다. 우리도 반신반의하고 걸려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믿음은 세상에서 참되게 사는 방식만 아니라 그의 내적인 생명, 영과 영혼의 생명과 관계가 있다. 순교자들은 그 당시 범법자였다. 우리는 그들이 목숨을 걸었던 그 믿음과 같은 믿음을 갖고 산다. 그들을 죄인으로 판결했던 법은 바뀌거나 없어졌고, 그들을 합법적으로 살해했던 이들도 없어졌고 기억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범법자들, 순교자들은 우리 마음에 남았고 그들의 이름은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기억될 거다. 지금이야 드러내놓고 그분들을 공경하지만, 내가 동시대에 살았어도 그럴 수 있었을까? 목숨을 걸고 믿음을 증언할 수 있었을까? 믿는 대로 살고 싶어서 고향과 모든 걸 버리고 척박한 곳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순교 기록과 순교자들이 증언하듯이 이 믿음은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그것은 잘 살고 참되게 사는 길을 넘어 영원히 사는 길이다. 이렇게 목숨을 걸고 믿고 살아야 하니 그리스도인 삶은 참으로 어려운 길이다. 게다가 세상살이가 점점 더 복잡해지니 주님 길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리스도교는 골고타 언덕 십자가 위에서 탄생했다.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쏟아져 나왔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4).” 그리고 그 아래에 성모님이 계셨는데, 그분은 예수님보다 더 큰 고통을 겪으셨다. 무죄한 이의 죽음,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 하느님의 죽음을 끝까지 지켜봤어야 했다. 남편 요셉도 뱃속 그 아이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됐음을 믿었고(마태 1,20), 베드로도 그분을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라고 고백했다. 그래도 성모님처럼 알고 있던 사람은 없다. 그는 분명히 하느님인데, 저렇게 죽다니. 그 모든 걸 끝까지 지켜보신 성모님은 예수님보다 더 심한 수난을 겪으셨고,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 성모님도 함께 돌아가셨다. 예수님의 잉태와 탄생, 성장과 전교 활동 그리고 수난과 죽음까지 성모님은 예수님의 모든 걸 아신다. 그리고 그분의 모든 제자, 아들 예수와 같은 길을 걷게 될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셨다.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6-27).” 성모님은 예수님이 교회와 그리스도인을 낳으실 때 도운 산파이시다. 요한 사도가 그랬던 거처럼 우리도 이제 성모님을 집에 모신다. 영화를 다 본 사람처럼, 성모님은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따라가는 이들이 어떻게 되는지 다 아신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 어머니를 우리 어머니가 되게 하셨을 거다. 당신도 성모님 덕에, 성모님이 함께 계셔서 그 고단한 십자가 여정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으셨을 거다.
예수님, 주님이 임명하시고 맺어 주셨으니 믿고 따릅니다. 여기서 사는 동안뿐만 아니라 죽는 순간까지도 도와달라고 청할 겁니다. 그건 제가 주님을 믿는다는 증거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무엇보다도 어머니는 수난의 동정녀이시니, 주님이 주신 계명을 지키고 십자가를 지고 따르려는 모든 이를 위로하고 도와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