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좋아하니 생두부도 즐겨 먹는다.
내가 좋아하니 아내도 딸도 다 좋아한다.
접시 가득 탱탱한 생두부를 올려놓고, 생두부 한 조각을 양념장에 찍고 그 위에 김치 한 조각 얹어 먹으면 어떤 먹거리도 부럽지 않다.
두부를 먹다가 그 아저씨 생각이 났다.
"그 아저씨 지금쯤 부자 되었을라나...?"
"아... 그 두부 아저씨?"
아내가 두부 아저씨라고 말하는 그분을 만난 것은 34년 전쯤, 우리가 신월동 시영 아파트에 살 때였었다.
짐 자전거에 집에서 직접 만든 촌두부를 가득 싣고 딸랑딸랑~ 종을 울리면서 어김없이 자신이 정해둔 시간에 나타나던 그 아저씨. 근처에 잘 꾸며진 마트가 있었지만 그 아저씨의 두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우리만이 아니었다.
딸랑딸랑~ 아저씨의 종소리가 울리면 여기저기 복도식 아파트의 문들이 열리면서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두부를 팔고 난 아저씨는 다시 딸랑딸랑~ 종을 울리면서 다음 장소로 이동을 했었다.
한 번은 태풍이 불어 길에서 몸조차 가누기 힘든 날이 있었는데, 그날도 아저씨는 군에서 입는 판초우의를 입고 제시간에 나타났었노라고 아내가 말해 주었었다.
또 한 번은 건강이 좋지 않아 명절에 함께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던 아내가, 그 아저씨가 명절날도 쉬지 않고 제시간에 오더라는 말도 해주었었다.
많은 눈이 내렸고 그 눈이 찬 기온에 얼어서 빙판이 되어버린 어느 겨울 일요일.
아내와 나는 오늘도 그 두부 아저씨가 나타날까... 촉각을 세우며 아저씨 오실 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 시간이 되었을 때, 역시나 딸랑딸랑~
아내와 나는 복도 난간에 함께 나가 두부 아저씨가 짐 자전거를 조심조심 끌고 와 제자리에 세우고는 다시 종을 힘차게 울리는 모습을 깊은 감동을 느끼며 지켜보았었다.
그렇게 지켜본 지 한 칠팔 년의 세월이 흘렀을 무렵의 어느 휴일.
딸랑딸랑~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던 아내가 호들갑스럽게 나를 불러냈다.
"얼른 나와봐요~"
두부 아저씨의 짐 자전거에 실린 두부판이 하나 둘 늘어 그때쯤 좀 위태하다는 느낌까지 들었었는데, 아저씨가 짐 자전거를 세우고 두부를 팔던 그 자리엔 짐 자전거는 안 보이고 낡은 봉고차가 서있었다. 모여든 동네 주부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복도 난간에서 보고 있던 나에게까지 들려왔다.
"아저씨 돈 많이 벌었나 봐요~"
웃음소리들과 함께 들려왔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낮은 목소리로 겸연쩍어하며 아저씨가 대답하더라는 말은 아내를 통해 들었다.
"지금쯤 부자 되셨을 거야. 그지?"
"그 아저씨 두부 참 맛있었는데..."
배가 불렀지만 우린 그 생두부를 남김없이 다 먹었다.
두부 아저씨...
세상을 살면서 내가 본 가장 멋지고 훌륭한 성실과 신용을 보여주신 분이셨다.
첫댓글 두부에 어린 추억도 추억이지만
한 사람의 역사가 우리역사이기도 하지요.
네발로 기다가 세발자전거를 타다가
두발자전거를 타다가
드디어 테이크 오프를 했지요.
딸랑 딸랑 아저씨
저의 집앞에도 정기적으로 지나갔는데요.~
두부 아저씨들은 대체로 성실하신 분들이 많았었는데, 저희 동네를 다니셨던 아저씨가 특히 성길하신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물건 머리에다 이던지 구루마로 끌고 다니며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분들도 지금은 다들 잘 살고 있겠지요?
다들 잘 살고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의 노력과 땀들이 모여
지금의 대한민국이 바르게 서있다고
믿으며 삽니다.
아침일찍 딸랑딸랑 두부아저씨
두부한모 접시에 올라오면
아버지께서 네모난 두부에
수저로 네모난
어느때는 세모 동그랗케
두부를 파내서 그안에 양념간장을 한수저
넣었서 찍어먹었던 기엌이 남니다~^
아... 그렇게도 드실 수 있겠네요.
저는 묵은 김치나 볶은 김치와 같이
먹는 것이 그렇게 맛이 좋더라구요.
추억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두부 아저씨 성실성
존경 합니다!~~~
두부 먹고 싶어요..ㅎㅎ
ㅅ ㄱ ㄷ 순두부찌개
라도~좋아요...ㅎ
존경할 수밖에 없는 분이셨지요.
순두부찌게는 미국에서도 성공한
한국음식이지요.
휴스턴과 달라스에도 유명한 순두부찌게집들이 있습니다.
사진보니 침 고입니다. ㅎㅎ
따랑이 두부아저씨의 인생역전 괜시리
가슴이 따뜻해지며 위로가 되는건 왜 그런거죠
제가 오늘 청계산을 갔는데요.
이수봉 만경대 매봉까지 지금까지
청계산행을 하면서 가장 많은 봉우리를 갔던 것같아요.
하산해서 두부 맛집에 가서 순두부하고 두부전
두부전골을 먹었거든요.
참새가 방아간 그냥 못 지나 간다고 5060카페 수필방왔더니 마음자리님의 두부아저씨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넘 잼있죠.
먼 나라에서도 텔레파시가 통했을까요?
아... 청계산. 청계산은 산길이 폭신했던 기억과 늘 함께합니다.
북한산이나 관악산을 걸을 때는 땅이 탁탁 부딪혀 오던 느낌인데 청계산은 흙길이라 그런지 밟는 기분이 얼마나 부드럽던지...ㅎ
등산로 밑에는 두부집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 고향 대구에도 앞산 밑에 새벽산책을 다녀오시던 분들이 줄 서서 기다려 드시던 두부 맛집들이 있었지요.
시절인연이 통하였습니다. ㅎㅎ
맞아요. 저도 어릴적 집앞에 따끈따끈한 두부장수 아저씨 종소리 울리며 오셨던 기억있어요.
마트두부 안좋아해도 그 따끈한 두부는 좋아했었죠.
그분 참 성실의 아이콘이셨군요.
지금쯤 부자 되셨을거라 믿어요.
공장에서 만들어 파는 두부보다 확실히 찰지고 맛있었어요. 노력과 정성의 끝이 꼭 성공이나 부자는 아니겠지만, 그분의 성실함과 스스로 세우고 지키신 신의가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을 받으셨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어머나!~
마음자리님!~
신월동 신탁은행 뒤
시영아파트 근처라면
제 집이 시영 근처 주택이였습니다.
78년 4월 직접 거주를 하였고
그 이전에는 전세를 놓고
남편 직장 관사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88년도 12월 집을 팔고
그후 날마다 종일 집값이,뛰어 오르고
난리가 나던 집값 고공행진이
아프게도 했던 추억이 납니다.
지금은 추억이 되었고
아침을 행복하게 맞이하는 시간입니다.
부자 되었을거라는 희망의
두부아저씨 땡그랑 땡그랑
종소리가 세상에 울림되어
행복한 나날 될거라고
저도 믿어집니다.
요즘 아침이면 신나는 댄스 음악으로
시작을 합니다.
하루를 신나게 살으려는 울림은 축복입니다.
행복합시다.
1987년에 신월동 시영아파트 아래 다세대주택에 살다가 집값이 마구 뛰던 그 시절 1991년 쯤에 시영아파트로 옮겨갔던 것 같습니다. 가까운 곳에 거주하셨군요. ㅎㅎ
참 편안하고 푸근하고,
한국인의 대표적인 먹거리 두부,
거기에다
성실한 두부아저씨,
두부 아저씨를 응원하는 이웃 아줌마들,
이런 한국적인 정서를 잊지 못하시는
마음자리님이 제 맘에 꼭 듭니다.
잘 살기 위해서
잘 보이기 위해서
수선을 떠는 일보다,
좀 느리더라도
순수했던 마음 그대로를 간직하고
싶어하는 여러분이 계셔
살 맛나게 합니다.
어제는 안동의 묵었던 풍경을 보고 왔습니다.
왜 저는 낡았던 풍경과
묵은 것에 대한 동경이 그리운지요.
제가 그리워 하는 풍경,
마음자리님의 글 감사합니다.
한국적인 정서,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지요.
뿌리를 잊는 나무는 없잖아요.
제 기억 속에 담긴 낡은 풍경들, 앞으로도 차근차근 다 풀어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릴 적 이른 새벽공기를 가르며 "두부 사려~"하면서 길게 소리를 뽑던
두부장수 아주머니 목소리가 떠오르네. 어릴 적엔 골목길을 지나던 행상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
낮에는 엿장수, 강냉이장수, 생머리장수. 밤에는 모찌 장사, 찹살떡 장사... 가락이 있는 가위질 소리와 목청을 길게 빼며 외치던 소리들이 생생합니다.
찹사~~알~~~ 떠~~억~~~~~
@마음자리 고~~물 삽니다..하며 리어카를 끌고 다니던 고물장수도 자주 볼 수 있었지...ㅎㅎ
전형적인 한국의 풍경,그리움 입니다.
저도 두부 좋아합니다. 아직도 소위 유명한 두부 먹거리
집들이 많은데 그 아저씨 두부맛에 못미칠 것 틀림없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두부 아저씨 행복하게 사실겁니다.
두부맛이 좋은데 시간도 잘 지키시니, 주부들이 마트에 장을 보러가서 두부만 빼고 장본다는 소문이 있었지요.
우리동네도 정해진 시각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두부 아저씨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오지 않더군요. 두부를 좋아하는 우리 딸 아라도 두부 아저씨 안부를 궁금해하는데 ‥
동네마다 그런 분이 계셨나 봅니다. 그 아저씨는 왜 안 보이셨을까요? 성공해서 다른 일 하시고 있겠지요?
그 사절 그 이야기가
아련히 떠 오릅니다 .
저는 왜 그런지 두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
나이들으니 그 맛을 알게 되서
이제는 가끔 먹어요 .
신 김치 볶아서 생두부에 올려 먹으면
밥도 술도 맛나지요 .
두부 아저씨는 분명 잘 사셨을것
같습니다 .
볶은 신 김치 올린 생두부, 최상의 조합이지요. ㅎㅎ. 저도 그렇게 자주 먹습니다.
두부 아저씨 같은 분이 잘 사셔야 바른 나라일 거라 믿습니다.
오른손에 노랑주전자,
왼손에 뜨끈한 두부 한 봉지, 고무신은 자꾸만 벗어지던, 유년으로 걸어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