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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의 첫 시사회가 있던 날, 장진영은 영화 속에서 그녀가 맡았던 배역인 박경원처럼 파마머리에 버버리의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사람이 갖는 자신감이 그녀에게는 배어 있었다. [아직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나도 오늘 처음 영화를 보기 때문에 매우 설렌다]라고 말은 했지만 [소름]으로 이미 인연이 있는 윤종찬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 때문인지, 작품성에 의문을 갖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장진영이 배우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윤종찬 감독의 데뷔작 [소름]부터다. 그 이전, 그녀가 배우가 아니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장진영이 한 사람의 연기자로서 자신만이 지닌 독창적인 색깔과 무늬를 비로소 보여주기 시작한 첫 작품은, 의심할 나위 없이 [소름]이다.
1974년생인 장진영은 올해 32살이다. 예전같으면 여배우로서는 전성기가 지난 나이지만, 그녀는 뒤늦게 연기자로 빛을 본 경우다. 1992년 미스 충남 진을 거쳐 상명대 의상학과를 다니면서 TV 탈렌트로 활동하며 [순풍 산부인과] 등에 출연할 때만 해도 그녀를 한 사람의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영화 데뷔작은 이광훈 감독의 [자귀모](1999년). 그 다음해인 2000년에도 [싸이렌]에 출연했지만 깊은 인상은 남기지 못했다. 그녀가 스크린에서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반칙왕](2000년)부터였다. 송강호의 첫 주연작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그녀는 체육관장의 딸인 민영 역을 맡았지만 여전히 연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어설프면서도 무엇인가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소름](2001년)을 찍었다. 무섭도록 섬??한 공포, 피가 낭자하게 흐르고 깜짝 놀라게 하는 음향으로 뒷통수를 후려치는 그런 공포영화가 아니라 우리의 영혼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는 것 같은 심리적 공포를 윤종찬 감독은 뛰어나게 형상화했다. 장진영은 [소름]의 선영 역으로 청룡상 여우주연상, 스페인 시체스 영화제 여우주연상, 포루투칼의 판타스포르테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연이어 차지했다.
[오버 더 레인보우](2002년)같은 범작을 거쳐 [싱글즈](2003년)에서는 유쾌한 싱글 나난 역으로 연기력의 확대를 꾀한다. [싱글즈]는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연출력에서는 매우 미흡한 작품이었따. 그 부분을 보완해 준 것이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 특히 장진영의 경쾌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는 작품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범상한 멜로 [국화꽃 향기]의 민희재 역을 거쳐 그녀는 [청연]을 찍는다.
[청연]은 장진영 단독 주연 작품이다. 한국 최초의 여류비행사로 알려진 박경원의 일대기를 기록한 이 영화는, 기자시사회를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현재, 박경원의 친일 행적 논란에 쌓여 있다. 한국 최초의 여류비행사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도 박경원보다 앞서 중국에서 중국군으로 입대해 항일 투쟁을 했던 권귀옥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박경원은 한국 최초의 민간 여류비행사라는 말이 정확하다.
[청연]은 순제작비만 100억원 가까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다. [태풍]의 150억원 제작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의 2배 이상이 투입된 이 영화는 중간에 제작비가 원활하게 조달되지 못해서 제작중단이 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장진영은 상대역으로 박경원이 사랑했던 한지혁 역에 김주혁이, 그리고 박경원과 최고의 여류비행사 자리를 놓고 경쟁 관계에 있었던 일본인 기베 역에 유민이, 또 한지혁을 사이에 두고 애정싸움을 벌이는 이정희 역에 한지민 등이 출연하지만, 영화 전체에서 박경원 역의 장진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장진영과 김주혁은 이미 [싱글즈]에서도 연인 사이였다. 약간 공주병 증세가 있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엉뚱한 나난 역의 장진영은 매우 귀여운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현재 싱글이지만 괜찮은 싱글의 삶을 만끽하고 있는 그녀에게 멋진 남자 수헌(김주혁 분)이 프로포즈를 한다. [청연]의 시사회 무대인사에서 김주혁이 말한 대로, 장진영은 박경원 역에 [올인하는] 느낌을 준다. 당연한 일이다. 여배우로서는 평생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말까 하는 큰 역이기 때문이다.
[청연]에서는 수없이 많은 비행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장진영은 자신이 [실제로 비행할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비행 작동법이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완벽한 이론 공부로 실제처럼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1901년생인 박경원이 열 살 되던 해인 1910년부터 시작된 영화는 비행사의 꿈을 안고 일본 비행학교에 입학한 1925년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수많은 난관을 뚫고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여류비행사로 인정받기까지의 고통스런 과정이 선 굵으면서도 섬세한 연출력과 장진영의 뛰어난 연기에 힘입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싱글즈 끝나고 오키나와에서 CF 촬영을 하면서 [청연]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나서 눈물 흘렸다. 나보다 훨씬 이전에 살았던 여자지만 자신의 한 가지 꿈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그녀의 열정은 지금 여성들이 꿈꾸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우 현대적 여성이었다. 한 가지 꿈을 위해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다는 것, 나와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다.]
윤종찬 감독의 장점은 결코 상투적으로 연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름]에서 장진영은 인간 한계의 극한까지 가는 경험을 했다. 찍고 또 찍고, NG를 수없이 내면서 감독은 계속 배우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했다. 장진영은 [결코 이전까지는 어떤 연출자도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장진영은 비로소 한 사람의 연기자로 거듭났다. 그런 통과제의가 [청연]을 제작할 때 부딪친 힘든 난관을 극복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결국 연기란 혼자 하는거다. 다른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해결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수없이 NG가 나고 체력의 바닥까지 가는 순간이 와도 다시 힘을 내야 한다.]
영화 [청연]은, 박경원의 친일 행적과 분리해서 영화 자체로만 생각한다면, 상당히 잘 만든 드라마다. 비행사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박경원의 집념이 잘 살아 있다. 윤종찬 감독은 강약의 리듬과 흐름의 완급을 잘 조절할 줄 아는 좋은 감독이다. [청연]에 묘사된 사건과 실제는 많은 부분 차이가 난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픽션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윤종찬 감독은 [박경원의 친일은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결코 각색하지 않았다. 다만 영화로서 봐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경원의 친일 행적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면서 가장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장진영일 것이다.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박경원 역을 연기했다. 부천에 1930년대 초반의 도쿄 거리를 만들었고 일본 비행학교와 댄스홀은 중국 장춘 스튜디오에서, 그리고 공중촬영은 미국 LA 부근 사막에서 찍었다. 일본 로케까지 모두 4개국을 넘나들며 11개월 동안 찍었고 8개월동안 후반 작업을 하며 GG와 미니어쳐 촬영을 보탰다.
[소름] 이후 장진영 연기의 분수령이 될 [청연]이 친일시비에 휩싸이는 것은 영화의 상업적 흥행을 위해서는 결코 청신호가 못된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의 경우, 영화적 구성을 위해 현실을 어디까지 각색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아무리 허구적 구조를 갖는 영화라고 해도 역사적 현실이 왜곡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장진영의 울림 있는 연기는 오래 기억될 것이다.
첫댓글 저두 청연의 친일에 대한 그 부분은 정말 괘씸하지만, 장진영의 연기력만 놓고 본다면 좀 안타깝다고할까, 그런 느낌이 들어요...
너무길어요.;;[청연]봤는데...진짜 연기 잘했어요...
딴얘긴데 오늘 국화꽃향기때 너무 이쁘드라.. 닮고 싶은 눈...
청연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는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얼마 후 티비에서 방영한 역도산을 봤습니다. 그것도 영화로 봤을 때는 그냥 괜찮다는 느낌이었는데, 청연에서 김주혁이 읇조린 대사를 역도산의 설경구 입에서 똑같이 나오는 거 보고 조금 소름이 돋았어요.... "조선이 나한테 해준게 뭔데..." 청연이 친일 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일본 자금 유입된거 절대 아니라고는 했지만, 역도산과 청연, 일본에 순응해서 산, 살수밖에 없었더라도 , 이 두사람의 영화에서 조선이 해준게 뭐있냐는 똑같은 대사가 나오니, 뭔가 이러면 안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왠지 한국 영화가 파워를 지니니까, 어떤 불순한 세력이 친일을 미화하려는 작업같은걸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음모론적 생각까지....결국 관객들은 이 두 영화를 외면했지요
조선이 해준게 뭐있냐니....뭐하자는거야......지금 친일파 변명영화 만들자는거야 뭐야.
동감입니다.. 조선에 해준게 뭐가 있냐..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근대... 50만으로 묻히기에는 아까운영화 진짜 비행장면 멋있었는대... 거기에서 김주혁이했던말 박경원은 일본사람도 조선사람도 아니자나 그냥 하늘을 꿈꾸는 사람이자나 기억에남더라고요 ! 나라를 잃었지만 꿈을포기할수없었던 여자같아요 다들 애국자가 될수는없으니깐 조국보다 꿈이 소중했던여자인듯... 친일이긴하지만 영화는아까웠어요
2222솔직히......영화 완성도가 50만으로 묻기기는 좀.....기술적으로나 뭘로보나 괴물에 뒤진다는 느낌 별로 없었는데......
나 아직 이 영화 못봤지만...하도 네티즌들 뭐라하길래...영화는 영화죠...라고 했다가. 은근 욕얻어먹었었음;;;
으.. 보고싶다.. 영하자체로는 괜찮은 영환가 보네요.. 비행씬 이런거는 극장에서 봐야했는데..
이 영화 진짜 완소 했는데
하재봉 영화평은 대부분 공감.....
언론의 몰아가기로 인해서 막내린작품ㅠ
아.. 보고싶네요. 스케일이 그전 울나라영화와는 비교도 안되게 촬영이 잘된 영화라고 하던데..
영화 좋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