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는 큰 섬이다. 아니다. 1968년 다리(완도대교)가 생긴 뒤부터는 육지다. ‘완(莞)’은 ‘빙그레 웃는다’는 뜻이다. 완도 곁에는 올망졸망한 섬들이 200여 개나 있다. 이 중 사람 사는 섬은 60개쯤 된다. 고금도 청산도 보길도 노화도 신지도 소안도 평일도 금당도…. 임촌어촌체험마을은 신지도 명사십리해수욕장 뒷동네이다. 신지도는 강진에서 고금대교를 건너 고금도 상정항에서 철선을 타고 가거나, 자동차로 완도를 통해 돌아갈 수 있다. 명사십리(鳴沙十里)는 ‘모래가 십리에 걸쳐 울음을 우는 곳’이다. 북한 원산명사십리(明沙十里)와 다르다. 모래가 바람과 파도에 씻겨 이리저리 뒹굴며 운다. 밤새 뒤척이며 “스르르 스잉∼” 울기도 하고, 큰 바람이 불면 “쓰르르 싸르∼” 구슬프게 흐느낀다. 맨발로 걸어야 제 맛이다. 싸르륵 싸르륵 모래 밟는 소리가 감미롭다. 발바닥의 세포가 일제히 눈을 뜬다. 온몸의 뼈가 저릿저릿 짜릿하다.
임촌마을은 한눈에 봐도 부티가 난다. 올봄 도시에서 이곳으로 귀향한 가족이 있을 정도이다. 131가구(263명)가 오순도순 모여 산다. 환갑 넘은 주민이 60%가 넘는다. 초등학생(6명) 중고교생(6명)도 있다. 전복양식(2가구)도 하고, 주로 미역 다시마 톳 농사를 짓는다. 힘이 달리는 노인들은 논농사에 힘을 보탠다. 여름엔 해수욕객을 상대로 민박을 치는데 그 수입도 짭짤하다. 문종채 이장(60)은 “대한민국 어디 가도 우리 고향만 한 곳은 없는 거 같다.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이면 연 수입 7000만∼1억 원 수입은 되기 때문에 먹고사는 데 지장 없다. 보건지소나 병원 등도 가까워 편리하다”고 말했다.
‘첫 차 타고 눈 감으니 섬들이 꿈틀댄다/잠 덜 깬 바다 속으로 물김 되어/가라앉아 저 너른 새벽 어장에 먹물 풀어 편지 쓴다//사철 내내 요란한 엔진 소리 끌고 간/아버지의 낡은 배는 걸쭉한 노래 뽑았다/그 절창 섬을 휘돌아 해를 집어 올린다.’
<박현덕의 ‘완도를 가다’에서>
완도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사는 곳(이생진 시인)’이다. 완도 바다는 깨끗하고 아름답다. 수심이 낮고 개펄이 넓다. 전복 김 미역 톳 다시마 광어 우럭 양식에 안성맞춤이다. 전복은 전국 소비량의 80%가 완도산이다. 양식전복은 6월까지는 다시마를 먹고, 그 이후부터는 미역을 먹고 큰다. 다시마는 전복껍데기를 키우고, 미역은 속을 살찌운다. 전복은 3년은 돼야 먹을 만하다.
광어는 뭍에서 바닷물을 끌어다가 키운다. 30평 한 수조에 2000∼2500여 마리가 자란다. 양식장 한 곳에 수조가 50∼100개쯤 된다. 사료는 잡어나 꽁치 고등어 등을 갈아서 만든다. 광어는 한여름이나 겨울엔 적게 먹고, 봄가을에 많이 먹는다. 매실에 청국장을 섞어 뿌려주면 항생제를 거의 쓰지 않아도 탈 없이 잘 자란다.
강진·완도=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완도 곳곳에 해상왕 장보고의 흔적… 기념관도 있어▼
완도는 장보고(?∼846)의 나라이다. 그는 완도에서 태어나, 완도에서 그의 뜻을 펼쳤고, 결국 완도에서 암살당해 죽었다. 그는 성씨조차 없는 밑바닥 신분이었다. 다만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천하장사여서 무예에 능했다. 어릴 적부터 활을 잘 쏴서 ‘활보’ ‘활바’로 불렸다. 활보는 ‘활 잘 쏘는 아이’라는 뜻. 장보고를 한자로 ‘궁복(弓福), 궁파(弓巴)’로 부른 것도 같은 이유다.
당나라 군인으로 출세한(1000여 명 거느린 군중소장) 것도 그의 무예실력과 물길을 아는 능력 덕분이었을 것이다. ‘張(장)’씨가 된 것은 활 ‘궁(弓)’자와 비슷해서 선택했으리라고 추측된다. 그는 동북아시아 해상권을 장악한 ‘해상왕’이었다. 당나라와 신라 일본을 잇는 중계무역은 물론 저 멀리 아라비아까지 교역을 넓혔다.
완도엔 장보고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청해진 사령부가 있었던 장도, 당나라와 일본상인 그리고 두 나라 승려들이 오가며 머물렀던 법화사 옛터 등이 그렇다. 장보고기념관에 가면 그의 활동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완도는 해물천지다. 어디 가서든 펄펄 뛰는 회를 먹을 수 있다. 완도읍 학림회센터 1층에 가면 갓 잡은 생선들이 입을 끔뻑이며 기다리고 있다. 숭어 광어 농어 갑오징어 세발낙지 멍게 해삼 개불…. 붉은 고무함지박에 가득가득하다. 값도 싸고 싱싱하다. 횟감을 사다가 2층 횟집에 가면 양념값만 받고 회를 떠준다. 수협위판장의 경매 장면도 볼만하다. 경매인들의 호루라기 소리와 도매상들의 손가락 사인이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