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청천 하늘에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엔 수심도 많다'
우리 겨레에게 '아리랑'이란 무엇일까. 아리랑만큼 친숙한 게 있을까. 아리랑만큼 슬픈 게 있을까. 그리고 아리랑만큼 신비스러운 게 또 있을까.
우리는 아리랑이라는 말의 정확한 어원을 모른다. 아리랑이라는 노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떻게 이토록 많이 퍼져나갔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꽃씨와도 같다. 한민족이 가는 곳이면 어디서나 꽃을 피운다. 그곳의 토양에 맞게 다양한 모습으로 거듭난다. 그래서 아리랑은 민족 동질성의 구현이다. 정체성의 표현이다. 한민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은 노래 그 이상이다.
아리랑은 우선 정한(情恨)의 표출이다. 곡진한 심사를 절절하게 드러내는 서정가요이다. 아리랑은 저항의 노래이다. 일제강점기 때도 그랬고 민주화운동 때도 그랬다. 민중의 항쟁가였다. 아리랑은 참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아리랑 고개는 피안(彼岸)의 언덕이다. 아리랑은 소박한 삶을 담은 전원(田園)의 노래이면서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풍자와 해학의 보고(寶庫)이다.
아리랑은 무한 변주(變奏)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 구전하는 아리랑의 종류만도 남북을 통틀어 60여 종 3600여 수에 이른다. 오랜 세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변신과 분화를 거듭해왔다. 아리랑은 느린 가락으로 부르면 한(恨)이 되지만 빠른 장단에 맞추면 흥(興)이 된다. 탄식이자 신바람이다. 아리랑은 노래와 민요의 틀을 벗어나 역사와 문학을 담고 영화와 뮤지컬로 거듭난다.
월드컵과 올림픽에서는 이념과 체제의 벽을 뛰어넘는 겨레의 노래로 부활한다. 아리랑은 한국 예술의 원형이자 동력이었다. 민족의 노래 아리랑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계인의 노래가 된 것이다. 우리는 정선아리랑과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을 3대 아리랑으로 꼽는다. 오늘날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자리 잡은 본조(本調)아리랑은 서울·경기아리랑의 현대적 변주곡이다.
1926년 나운규의 항일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로 쓴 신민요가 유행가로 대중가요로 확산되었다. 나라 잃은 민중의 애환을 대변하며 불꽃처럼 타올랐다. 아리랑에는 늘 아리랑 고개가 등장한다. 우리 민족에게 아리랑 고개는 어떤 의미일까. 아리랑 고개는 겨레와 백성이 넘어야 했던 고난과 역경의 고갯길을 표상한다. 미지의 세계로 새로운 터전으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야 할 숙명적인 통로였다.
아리랑은 한(恨) 많은 유랑민족이 오랜 내우외환의 역사를 함께 경험하며 축적된 한의 정서가 창조적으로 보편화된 노래이다. 다양한 가락과 수많은 가사를 지닌 아리랑은 겨레의 가슴을 관류해온 여울이고 너울이었다. 굽이굽이 아리랑 고개는 시련과 고난의 역사를 지고 넘던 눈물의 고개이자 보다 나은 신세계를 찾아 넘던 희망의 고개이기도 했다. 아리랑 고개는 인생과 역사의 분수령이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공명(共鳴)이다. 아리랑은 노래를 넘어 한민족의 문화적 상징이고 문화현상이다. 한민족이 건재하는 한 아리랑의 생명력은 지속될 것이다. 21세기 우리네 삶 속에서도 아리랑 고개는 미지의 세계이자 불멸의 세계로 자리하고 있다.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대국이자 문화강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에서 오늘 우리는 또 어떤 아리랑 고개를 넘고 있는가.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 아시아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