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누룩 없는 빵 교만에는 약이 없다고 한다. 그가 매우 악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지나친, 근거 없는 자기 확신 때문일 거다. 자기 생각이 늘 옳다고 여기는 거다. 그래서 자기 생각과 마음을 바꿀 의향이 없다. 아마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셔서 그렇지 않다고, 그게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줘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진짜 고수들은 조용하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잘 모르는 사람들 목소리가 크다. 비어 있는 속내를 들킬까 봐 불안해서 그러는 걸 거다. 물론 대부분 자신이 그런 줄 모른다. 예수님도 “하느님 한 분 외에는 아무도 선하지 않다(루카 18,19).” 하고 잘라 말씀하셨다. 위대한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신학대전’이라는 엄청난 저술을 하던 중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환시로 하느님을 보고서는 자신이 그때까지 쓴 모든 것이 지푸라기라고 하며 나머지 저술을 포기했다고 한다. 나중에 제자들이 그 나머지를 채워 완성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잘 아는 걸 거다.
예수님은 안식일의 주인이라서(루카 6,5) 왜 안식일이 만들어졌는지 아셨다. 엿새 동안 세상과 사람을 지어내시고는 그 모든 게 참 좋았다고 하시고는 일곱째 날에는 쉬셨다. 사람들이 창조주 하느님을 기억하고, 사람도 그렇게 완성되어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오른손이 오그라든 사람, 18년 동안이나 등이 굽어 하늘을 바라보지 못하던 여인, 수종을 앓고 있던 사람, 38년 동안 누워지낸 사람, 그들은 모두 예수님을 만나 다 회복되고 온전해졌다. 그러나 스스로 의롭다고 여기는 바리사이들은 끝까지 마음을 바꾸지 않고 오히려 골이 잔뜩 나서 예수님을 어떻게 할지 서로 의논했다(루카 6,11). 교만한 사람은 죽어도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니 약이 없다.
하느님을 만나면 모두가 온전해지고, 하느님 안에 있으면 언제나 온전하다. 하느님 앞에서는 감추어진 나의 초라한 진실이 드러나고, 나를 치장하고 위장했던 모든 거품이 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만한 이는, 자신이 늘 옳다고 믿는 이는 하느님이 앞에 나타나셔도 알아보지 못한다. 까치발을 들고 남들에게 거짓 환호를 듣는 것보다 바닥에 앉아 있는 게 편하고 좋다. 태풍에 마른 나뭇가지가 모두 잘려 나가는 거처럼 하느님 앞에 서면 나도 모르는 나의 거짓이 다 벗겨진다. 그래서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일이 많이 벌어지게 된다(마태 19,30). 하느님 앞에선 진실만 있다. 날것 그대로인 것만 있다. 이스트로 부풀려진 빵은 보기도 맛도 좋지만, 성체가 되는 빵, 우리 영혼에 생기를 주는 빵은 누룩 없는 빵이다. 나는 그 누룩 없는 빵이어야 한다(1코린 5,7). 세상에서는 볼품없고 맛없겠지만, 하느님께는 당신이 기쁘게 받으시는 선물이 된다.
예수님, 매 순간 제 진심을 알고 진실을 말하고 진리 안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알아야 할 것을 알게 해주시고,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가 천사를 만날 일은 없을 테니, 어머니처럼 대답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대신 하느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안에서 먼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기도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