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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교도관 김호랭
출처 : 여성시대 교도관 김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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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새로운 연구 의뢰 요청이 들어 왔습니다.”
“어떤 것이지?”
유명한 약 연구실에 들어온 긴밀한 요구였다. 사람들에 대한 안전, 건강과는 무관한 외적인 만족감과 정신적인 쾌감을 주는 제품이 대부분 이었다. 인터넷 세상 한 곳에선 항상 비난이 터져나왔다. 같은 사람들한테 어떻게 이런 약들을 팔 수 있냐! 하며 말이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sns스타들이 활발하게 홍보를 하면 항상 불티나게 판매되어 나갔다.
특히 이 연구실은 ‘탈모’ 관련 제품에 관해선 엄청난 특기였으며 최초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특허도 얻어냈다. 이번에 조용히 들어온 요청 역시, 그것과 관련이 있었다.
“탈모약을 연구해 달라는 말인가?”
“네.”
“흐음. 우리가 얼마전 개발한 빈틈없이 덮어주는 머리카락 제조 스프레이는 써보았다니?”
박사의 물음에 아래 부하 연구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요 사항을 전달하듯 더욱 고개를 숙였다.
“저……. 익명 요청인 것으로 보아 윗선에서 꽤나 은밀하게 진행시키려는 프로젝트 같습니다만.”
박사는 그 말에 한 손을 턱 아래에 대고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 그가 말한 빈틈없이 덮어주는 스프레이는 홍보를 내자마자 불티나게 팔렸으며 특허도 성공적으로 받았기에 더 이상 제품을 연구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었다.
지금 연구원들 절반 정도가 해외로 나가 받은 상여금을 만족스럽게 쓰고 있을 것이며 박사 본인 역시도 이제 휴식기를 가지고 안락하게 지낼 생각이었기에 상당히 귀찮게 여겨졌다.
“……만약 거절하면?”
박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부하 연구원에게 말했다. 연구원은 “그렇게 전달할까요?” 하며 당장이라도 연락할 듯이 포즈를 취했다.
박사는 아냐, 아냐 하며 손을 내저었고 직접 연락해 보겠노라며 자신의 개인 연구실로 올라갔다.
***
“네. 알겠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가까운 시일대로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방금 전 부하 연구원에게 거절한다면? 따위의 농담을 던지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박사는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손에선 땀이 나는지 연신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네, 네 만 반복하던 그는 한참 후에야 깊은 한숨을 쉬며 꼬옥 붙잡고 있던 전화를 내려놓았다.
“후우…….”
한숨을 쉰 그는 아까 들은 내용들을 떠올렸고 그러자 문득 화가 난듯 주먹을 꽉 쥐었다.
‘머리카락이 잘 자라는 약을 하나 만들어 주시오.’
단순한 요청이었다. 고작 이런 요청을 하나 하려고 이렇게까지 긴밀하게 접촉하나? 의아한 그는 뒤에 이어지는 말에 저절로 몸을 굳힐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보내는 소금들을 잔뜩 넣어서 말이지.’
“마약…….”
박사는 찜찜함이 잔뜩 묻어나오는 말을 내밀며 중얼거렸다.
하아...
***
“약속한 일정이 다 되어가는데 약은 완성 되었는가?”
“예. 임상 실험만 마무리하면 됩니다.”
말이 탈모제품이지 사실상 불법적으로 밀반되는 마약에 무슨 임상 실험이 필요하겠냐 만은 보는 눈도 있고 기록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실험이기에 윗선에서 보내온 관리인은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들 많이 하십니다. 아시다시피, 머리는 저희같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관리인은 뜻이 담긴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박사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듣지 못할 대답을 했다.
“머리라. 중요하지요. 하지만 상한 머리는 잘라내야 비로소 윤기나는 머리를 가지는 것입니다.”
박사는 그렇게 기분좋은 웃음을 띄며 연구실로 들어가 약속한 일정이 오기 전까지 실험을 해대었다.
***
“이것입니다.”
“대충 만들어서 가지고 오면 될 것을 오래도 기다리게 하는구먼.”
박사가 만든 제품은 은밀하게 배송되어 기다렸던 자들에게 몇 개씩 돌아갔다.
‘실제로 머리가 자람과 동시에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친절한 설명 쪽지가 붙어있었지만 제품을 받은 자는 보지도 않고 뜯어내었다. 그리고 제품을 깊게 들이마시고 입을 히죽 벌리며 웃어제꼈다.
-며칠 뒤
“박사! 박사 선생!”
다급히 박사를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벨소리가 하나, 둘, 급기야 전체적으로 울려대었지만 박사는 느긋하게 티타임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저, 박사님. 이렇게 계속 무시하셔도 괜찮을까요?”
한 손에 전화기를 든 부하 연구원이 발을 동동 굴려댔지만 박사는 싱긋 웃었다.
느긋하게 차 한잔을 홀짝이던 그는
“무슨 영문으로 그러는지 진상들 얘기 좀 들으러 가 볼까?”
하며 찻잔을 건네고 전화기를 손에 넣었다.
저번 긴장감 가득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한 없이 자신만만한 표정과 목소리였다.
“네,네. 잘 알겠습니다. 그럼 이곳으로 직접 오시죠. 제대로 진단 내려 줄 터이니.”
“지, 지금 갈테니 기다리시오!”
수화기에서 넘어갈 듯한 숨소리가 흘러나왔고 그 소리가 꽤나 즐거운지 박사는 웃음을 터트렸다.
***
마약이 한 가득 든 헤어 제품으로 위장한 약 상자를 받았다. 생각보다 꽤 걸리긴 했지만 완벽한 위장에 흡족한 그는 힘껏 들이마셨다.
그렇게 하루, 이틀……. 마약의 부작용으로 탈모증상이 있는건 보았어도 반대로 머리가 풍성히 자랐다!
머리는 전보다 더 윤기나고 찰랑거렸다. 머리가 자랄수록 알 수 없는 만족감이 온 몸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원인이 머리에 있음을 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미용실에 다녀온 직후였다.
“하……. 왜 이렇게 기분이 우울하지. 분명 어제까지만, 아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모든게 만족스러웠는데.”
돈 많고 마약에 심히 중독된 한 사업가가 한숨을 쉴 때, 그의 비서가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와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머리 자르셨네요? 훨씬 시원해 보이십니다.”
아부성 짙은 그 인사에 사업가는 문득 생각난 듯이 서랍장을 거칠게 열어 마약이 든 다른 상자를 찾아내 북북 찢어버리고선 안에 든 쪽지를 꺼내어 읽었다.
‘실제로 머리가 자람과 동시에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혹시 이 제품이……!’
사업가는 헐레벌떡 일어나 당장 박사에 연락하라 소리쳤다.
***
“네. 맞습니다. 마약을 가루형태 그대로 흡입하면 몸도 망가지고 후에 혈액 검사 등 들킬 위험 요소가 상당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특. 별. 히 연구하여 고안한 것입니다.
참고로 마약을 주 성분으로 자란 머리는 두께가 크고 길이가 길수록 그 쾌감 지수는 올라가지요.”
박사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어둡지만 넓은 강당에서 마이크를 잡고 설명하자 안절부절해 하는 짧은 머리의 그림자들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긴 머리의 그림자들이 각각 대비된 모습을 나타내었다. 그 때 누군가 테이블을 탁탁 내리치며 굵은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우리 중 상당수가 머리를 계속 기르고 있으면 아무도 예상은 못해도 이상하다는 소문이 돌텐데. 게다가 남자가 훨씬 많고 말이지. 차라리 하체 털을 길게 자라게 하지 그랬나?”
비아냥 섞인 질문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비웃는 듯하면서 공감하는 웃음 소리가 술렁였으나 박사는 아랑곳않고 꿋꿋하게 받아쳤다.
“예. 그런 유행 정도는 쉽게 움직일 재력을 지닌 분들 아니신가요? 그리고 그런게 문제라면 그냥 플라스틱 용기에 소금 넣어 발송해 드리죠. 생각보다 파급 효과가 커서요, 앞으로 예약제로 받으려 합니다.”
다들 발끈하여 웅성거렸지만 금방 그의 천제적인 면모와 더불어 변덕적인 또라이 기질이 있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박사 말대로 그들은 이미 긴 머리가 주는 만족감에 한껏 취해있어 점차 큼큼 거리며 목을 가다듬고 조용해졌다.
“다음 주 2차 발송입니다. 나가실 때 방명록이라도 쓰고 가시죠.”
의미심장한 미소로 급히 잡힌 회의는 막을 내렸다.
***
“어째 자르지 않은지 반 년이 지났는데도 머리가 여기까지 밖에 안 자란거지? 불량품 받은거 아냐?!”
“박사! 내 얼마든 줄 터이니 더 강력한 약으로 개발해주게!”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질 정도로 그들은 취해갔다. 어제 1센치. 오늘 0.5센치. 하루 하루 자라는 머리와 그것이 주는 정신적 만족감만이 유일한 일과였다.
미친듯이 쏟아지는 요청에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은 박사는 조용히 연구실로 들어가 더 강력한 약을 개발하여 발표했다.
그렇다. 박사는 이 제품을 평범한 시민에게도 판매를 시작한 것이었다.
재력가들은 심히 반발했지만 박사의 “노 마약.” 한 마디를 듣고는 그 천재성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박수를 치며 약 흡입만 할 뿐이었다. 더 이상 마약을 주 성분으로 하지 않고도 만족감을 주며 동시에 머리를 길게 자라게 해주는 그런 효과를 가진 아이템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 제품은 머리를 윤기나고 길게 자라게 할 뿐 아니라 평소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없었던 만족감을 줍니다.
요즘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긴 머리가 유행이지요? 유명 스타들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하나 둘 쏟아지는 리얼 후기에 갓 태어난 아기부터 100살 넘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국민 제품이 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약이 유행하고 10년 뒤. 부작용이 나타나버렸다.
“이 제품을 쓰고 탈모가 왔어요. 창창한 20대에 이게 어쩐 일이죠? 책임지세요!”
“지금 거의 대머리가 되어서 밖에 나갈 수가 없어요. 하루 아침에 느껴지던 내 만족감도 사라지고, 우울해 미칠 것 같아요!”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다들 절규하였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약을 끊을 수도, 그렇다고 더 쓰기도 두려워하며 약 제품 회사가 마지막 남은 동앗줄인냥 문의를 퍼부었다.
그러나 이미 약을 개발했던 박사는 부작용이 일어나기 전, 작년에 세상을 떠나버리고 있지 않았기에 남은 연구원들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은 기존 약에 비해 더욱 강하고 독한 약을 만들어 발표하였다.
“부작용이니 더 독하다느니 그런 소리는 하지말고 그냥 두배로 효과 좋은 제품이라고만 해.”
연구원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단호하게 속삭였고 그들은 머뭇거리며 시키는대로 하였다.
“아, 진짜 빠졌던 곳에서 다시 머리가 자라나! 저번보다 더 빨리 자라는 거 같아.”
“하……. 이 느낌 정말 행복합니다, 여러분. 제가 지금 머리길이가 거의 1km인데요. 더 이상 느낄 행복이 없을 정도 입니다. 하지만 더 길어진다면 이보다 더 깊은 만족감이 찾아오겠죠? 하루 하루 너무 설레네요!”
전 세계 사람들은 두 배로 독해진 약에 혀가 굳어가는 것도 모른채 실실 웃었다. 밥을 먹지 않아도, 일을 하지 않아도, 상처가 나도, 죽기 전, 사고가 나기 전에도 그들은 행복했다.
“너 그거 기억나?”
“어?”
“그…….”
“어……?”
언어 능력이 점점 퇴화되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심각성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는데 이미 그런건 문제가 되지도 않기 때문이었다.
그저 가만히 주는 만족감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아니, 그들은 점점 만족감이라는 감정도 잊어버린 듯 했다.
시간이 지나자 머리카락 뿐 아니라 온 몸에 털이 길게 자라났다. 점점 더 길게, 자라나 온 몸을 덮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풀 숲이 건물들을 뒤덮기 시작했고 새로운 생명체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는 ‘행복’ 이라는게 무엇인지 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사람들은 지능이 떨어졌다.
***
다시 +100000000
년 뒤. 미래 인류는 우리를 유인원이라 칭했다.
끝
옛날에 써본 소설인데 문득 생각나서 가지고왔어
재밌게 봐줘서 고맙고 궁금한거있으면 댓글줘ㅎㅎ..
다 읽은 여시는 다시 맨 위로 가서
-100000000 보고오기~!
옛날에 쓴 소설 링크도 하나 두고감
폐기 처리한 약에 대한 보고서 :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axJ/86308?svc=cafeapp
첫댓글 오 재밌다
잘읽구가 재밌어
잘 읽었다 재밌었어 마지막에 결국 유인원이 된 것도!!
계속 반복되는건가?? 재밌다
와
와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