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쓴다는 것 -
글을 잘 쓰는 비결은 남의 글(책)을 많이 보는 것이 제일 요건인 것 같다. 낙서글 쓰던 초창기였는데 뭔가 허전함을 많이 느껴 한동안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
그러다가 다소(多少)와 비단(非但)이란 말을 얼마간 사용하면서 글이 좀 더 부드럽고 미끈해지며 침체에서 벗어난 적이 있다. 사실 다소는 조금, 약간, 어느정도를 뜻하는 말이고 비단은 아니라는 부정의 말 앞에 쓰이는 조사지만 애매한 점이 적지 않다. 비가 다소 내린다는 기상대 예보는 비가 많이 내린다는 것인지 조금 내린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요즘식으로는 비올 확률 20~30%가 다소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지만...
가다가다 단어뿐 아니라 어휘에서 골 아픈 일이 많이 생긴다. 매번 사전을 찾아볼 수도 없어 요령껏 뭉뚱거렸지만 잘못 알고 쓴 경우도 있었다. 우리말 상당수가 중국에서 건너온 말이지만 알고 보니 일본식의 말도 많고 어순만 바꾸어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일테면 우리식으로는 家傳이지만 중국식은 傳家의 보도가 된다. 統一을 一統으로 또한 間或을 或間으로 쓰는 것도 무방한데 본토 오리지날에 가까워서인가 한자의 후광이 작용한 것인가 몰라도 전가나 일통, 혹간이 훨 있어 보인달까 무게가 실리는 성 싶다.
하지만 ‘사람’보다는 ‘人間’이 비하적인 의미로 잘 쓰이는 요즘을 보면 반드시 맞는 말도 아니다. 아무튼 잊어버려 예를 더 들 수는 없지만 뭔가 진부하다 싶을 때 단어를 뒤집든지 어순을 뒤집어보다가 괜찮은 걸 건지기도 했었다.
그리고 우리는 쓰지 않는 중국말을 가져다가 쓴 적도 좀 된다. 주로 동물이나 곤충들이지만 ....여러분은 선생(先生)의 반대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우문이지만 學生일수도 있고 後生이랄 수도 있겠다. 헌데 중국에는 만생(晩生)이란 겸손한 자칭이 있다. 실은 조선 선비들도 썼었다. 이 경우 학생이나 후생보다는 훨씬 유효적절한 표현으로 보인다. 써서 조금 으쓱?
당연한 말이겠지만 본래 몽고식 말이 상당히 섞인 우리말인데 물자뿐만 아니라 일본 말이든 중국말이든 좋은 단어나 표현이 있으면 수입해서라도 두루 써야 된다고 믿는다. 일본식이네 중국식이네 선병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조금 촌스러운 일 아닐지, 영어는 그토록 마구잡이로 쓰면서....
북한은 모서리공, 곽밥, 문지기, 얼음보숭이, 불알, 씨불알(쵸크)등...대부분의 외래어를 우리식으로 바꾸어 사용한다고 들었다. 천만년 우리말을 온전히 보전하는 것과 점차 한중일 언어와 글이 통합되고 항차 지구상의 언어와 글이 통일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가치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좀 다른 야그지만 어떤 이가 부모 중 누가 돌아가셨는데 弔針文을 차용(패러디)하여 애통을 표한 적이 있었다. 내가 먼저..그리고 다른 이가 어찌 부모를 바늘을 애도하는 글에 끌어다 붙여 표현할 수가 있는가 권면했지만 그녀는 끝내 알아듣지 못했었다. 이젠 내 소견이 과연 옳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타...이런 저런 이상한 케이스가 많은데......
좌우간 글 쓰는 일이란 혹간 너무도 갈등스러운 일이 되고 만다....
그래서 난 아직도 글을 지지리도 못 쓴다..ㅠ
2009.11 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