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설 연휴가 오기 전 저녁늦게 이마트에 들렀습니다.
설이 코앞이라 그런 가 늦었는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더군요.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대형마트들은 피자나 치킨, 튀김이나 초밥과 반찬등 식도락 거리가 즐비합니다.
그리고 저녁에 남은 상품들을 싸게 떨이로 팔죠.
어디 뭐 줍줍 할 거 없나 뒤져봤는데 시즌탓에 늦은 저녁에도 왕래하는 사람이 많은 탓인 지 먹을 만한 건 하나도
없었고 결국 언제나처럼 유제품 코너앞을 마지막으로 서성이다 마침 세일하는 우유 하나를 집어왔습니다.
네 제목대로 우유였죠.
참고로 파스퇴르의 저지방 우유였습니다.
..
일반적으로 우유의 성분 중 지방은 높은 칼로리와 함께 고소함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우유에 비해 저지방 우유는 묽은 맛이 난다고 하고 무지방 우유로 가면 아예 밍밍하다고 하죠.
우유 특유의 고소함 액기스랄까요? 그런 거 좋아하는 분들께 저지방 우유는 영양학적으로는 좋을 지 몰라도
걍 맛 없는 우유 입니다만 파스퇴르나 일전에 먹었던 매일 유업의 고급 브랜드인 상하 우유의 저지방 우유는
다릅니다, 맛있더군요.
왜냐하면 저온살균 우유거든요.
저번에는 상하 우유의 저지방 우유였고 이번엔 파스퇴르의 저지방 우유인데 풍미라 해야할 까 차이는 확실히 존재하지만
근본적인 '맛깔' 은 같았습니다.
이때 느낀 게 역시 우유는 저온살균이 답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의 다른 유업회사들이 파는 고온살균 우유들과는 어떤 제품이건 결국 근본적인 가공방식의 차이로 인해 클라스가
달라요..무슨 우유마다 이런저런 공법이네 1A 어쩌구 ㅈㄹ을 해대지만 우유맛의 근본인 살균에서 도긴개긴인데 뭔 차이가
있는지..
특히 이런 저질의 평준화를 이룩하는 데 공헌한 회사를 특히 싫어합니다.
네 바로 서울 우유입니다.
유업계 회사 중 제일 서울이란 상호값 할려는 건지 비싸게 팔아먹는 주제에 제대로 된 고급 우유는 전혀 생산 안 합니다.
개발 의욕조차도 없어요.
이 인간들이 신경쓰는 건 무슨 1A급 원유네, 체세포 드립등 고-급 이라고 포장할 말장난거리 뿐이죠.
서울 우유 제품들을 보면 평탄내지 무개성하단 느낌이 듭니다.
그나마 개성이 있던 건 지금은 갑질로 유명한 남양이 나은 편이었으나 그 파동 이후 얘네들도 살아남으려고
악착같이 물량공세로 버티느라 서울 수준으로 말아먹었고 다른 후발, 신생 유업사들은 기존 유업사들과 경쟁을 위해 보다
저가 경쟁에 나서는데 애초에 유업계 중 가장 잘 나간다는 서울 우유 수준이 그따위다 보니 또 소비자들도 넙죽 만족하며
먹는 마당이라 제대로 발전을 못 해요..
겨우 발전한 브랜드가 있다면 서울의 무개성과 남양의 자폭덕에 성장한 매일 유업 뿐입니다.
서울 우유가 양이나 말장난으로 소비자를 호구로 보고 남양은 저질화의 길을 걷던 와중 그나마 미래를 보고 본디 좀
소규모라 비쌌던 상하 브랜드를 좀 더 확충해서 값도 낮춰 문턱을 늘린 것 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개인적으로 파스퇴르와 비교했을 때도 제 취향으론 상하 브랜드 쪽이 더 맛있었을 정도니까요.
(우유 특유의 군내라 해야하나? 그게 참 괜찮더군요.)
그리고 제가 맛 말고도 저온살균 우유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유당불내증 때문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인들중 대다수는 유당불내증을 갖고 있어 우유를 좀 마시면 배가 아프고 부글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꼭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 애초에 유제품을 꾸준히 먹는 유목민이라도 되지 않고선 많은 세계인들이 갖고 있는
증상이죠.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살균인 고온살균은 유업사 입장에선 매우 경제적이지만 이 살균의 치명적인 단점은 인체에
이로운 익균마저도 족친다는 겁니다.
이 유익균에는 참고로 우유내에 유당불내증을 그나마 완화시켜주는 효소도 있다는 데 고온살균은 이들을 거의
완전히 족쳐버림으로써 정말 유당덩어리만 남아 특히 자극이 되는 데,
저온살균 우유는 이런 익균들이나 효소가 남아 먹어도 배가 부글거리는 일이 적거나 없습니다.
꼭 저온살균만 볼 것도 없이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프지만 치즈나 요거트는 괜찮더라 하는 경우가 있을텐데
발효로 인해 유당이 줄어든 것도 이유지만 익균들이 배양된 것도 한몫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국내 우유 중 대부분의 일반 우유는 요거트로 발효하기 힘든데, 고온살균으로 인해 별도로 유산균이나 효소를
첨가하지 않으면 불가능에 가깝다더군요. (물론 파스퇴르나 상하같은 저온살균 쪽은 된다고 합더이다)
좀 더 길게 적어볼 까도 했는데 설 준비로 늦게라도 또 나가봐야해서 중간에 이렇게 끊어야겠네요..
무료하게 보내는 설인데 허허...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우유를 얼마짜리 드시길래 비싸다고 하시는거에요?
말씀하신 맛 좋은 저온 우유는 가격도 그만큼 비싸서 마트에 널리고 널린 PB 상품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나서 부담되더군요. 예전에는 파스퇴르를 마셨었었는데 돈 없으니 언제나 PB우유...
ㅋㅋㅋ 잘보앗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