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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부상으로 히딩크 감독을 안타깝게 하던 설기현이 드디어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했다.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활약중인 남편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아내 윤미씨는 지금 임신중. 연습벌레로 소문난 설기현의 월드컵 16강 진출 소망과 연말에 치를 결혼식 계획, 8월에 낳을 아들 이름 지어 놓고 출산 날짜 손꼽는 두 사람의 깨쏟아지는 벨기에 신혼 생활 이야기. <br><br><br><br>
“오빠가 운동선수다 보니 음식에 신경이 많이 쓰여요. 아직 요리도 제대로 못하는데, 한국 교민이 적은 벨기에에 살다 보니 음식 재료 구하기도 힘들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예요.”<br> <br>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설기현 선수(24/만23)의 아내(?) 윤미씨(22/만21)는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이 대단하다. 밥이 보약인 체질이라 가리는 음식이 없는 설 선수라지만, 따뜻한 밥 한공기 정성껏 마련해주고 싶은 것은 세상에 있는 모든 아내의 작은 소망일 것이다. 그녀 역시 그 평범한 아내의 심정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의연하게 아내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br><Br>
사실, 그녀를 아는 주위 사람들은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많지 않은 나이에 결혼식도 못 올리고 남편을 따라 타국에서 신혼생활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운동 선수의 아내가 호사를 누리는 특권이 아닌 이상, 경기를 핑계로 그녀가 온전히 지켜내야 할 반려자의 빈 자리가 적지 않을 것이기에. 더군다가 그녀는 지금 임신 7개월의 몸이 아닌가. <br><br>
부모님들은 ‘애가 애를 낳는다구’ 걱정이 말이 아니다. ‘어떻게 키울 거냐?’는 말을 전화할 때마다 입에 달고 하시는 부모님들에게 고마울 뿐이란다. 부모 말씀대로 아직 어려서인지 조금이라도 힘들고 보고 싶을 때면 부산으로 전화를 하는 그녀이기에 친정 부모의 걱정은 그녀의 불러오는 배처럼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br><Br>
이에 비하면 남편 설기현은 어른이다. 부모님 걱정한다고 절대 내색을 하지 않는다. 부부는 닮아간다고 그런 모습에 윤미씨는 작은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다짐한다. <Br><br>
“서로 힘든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그리고 부모 앞에서는 항상 웃는 모습 보여 드리려고 하죠. 다른 효가 있겠어요. 서로 도와가며 오순도순 지내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그게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부모님이 걱정이 없으셔야 건강하게 생활하실 수 있죠.” <br><br>
집 떠나면 고생이고, 아픈 만큼 성숙된다고 갓 스무 살을 넘긴 햇병아리 부부의 모습은 어느새 부쩍 커있는 느낌이다. 젊은 부부 간에 벌어지는 ‘세력 다툼’도 없다. 가끔 윤미씨가 삐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오래 갈 수 없다. 그때마다 얼굴 시커멓고 뻘쯤하게 키큰 설기현의 ‘코맹맹이’ 소리로 애교가 이어진다면 더 이상 화를 내는 것은 무의미하다. 아는 사람없이 단둘이 생활하다 보니 싸우기보다는 서로 위로해주어야 할 때가 많고, 서로 즐겁게 해주게주는 데 많이 시간을 할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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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했어요. 더없이 좋은 일이 없었죠. 그런데,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임신해서 좋기만 한 게 아니더라고요. 책임감 같은 것이 좀더 명확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어요. 아가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한 아빠가 되기 위해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겠어요. 우리 아가가 컸을 때 아빠가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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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머리를 맞춰 아이 이름을 지어놓았다. 설태랑, 아들이다. 예정일은 8월 6일이다. 그러나 부모님은 아이 이름은 잘 지어야 한다고 조언하신다. 우선 태랑이로 부르기로 하고 사랑을 주고 있다. 배도 많이 불러오니 윤미씨도 이제는 임신한 것이 실감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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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얼마동안 실감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눈에 띄게 불러오고 아기의 태동도 느낄 수 있어요. 자기 존재를 우리에게 많이 인식시켜주고 있거든요. 태교를 특별하게 하지 않아요. 전 그냥 다른 임산부들처럼 좋은 마음 가지려고 노력하고요. 아가 용품 같은 거 하나씩 마련하면서 아가 생각하고요. 솔직히 아직까지 뭘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br><br>
이렇게 이들 부부가 어른의 모습을 보여줘도 친정 어머니의 눈에 아직 어린 아이에 지나지 않나보다. <br><br>
“가까이 살면 옆에서 많이 도와 줄텐데… 멀리 있으니 걱정이 안될 수 없죠.” <br><br>
윤미씨는 이런 걱정을 떨치려고 김치도 혼자 담가보고, 인터넷으로 요리법을 보고 요리를 하는 등 벨기에에서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녀가 다짐을 하고 요리를 시작하면 집은 이내 시장판이 된다. 부엌과 거실을 왔다갔다하며 인터넷 요리사이트를 보면서 요리 시작. 제대로 따라하지 못할 때는 친정 엄마에게 전화로 SOS다. 이뿐이 아니다. 벨기에 한인 식당도 그녀의 타깃이다. 이렇게 한 상 차리고 나면 진이 다 빠질 정도다. 이렇게 준비해놓은 차림상을 설기현은 군소리 없이 맛있다며 한 그릇 뚝딱이다. 워낙 식성이 좋은데다, 차린 사람의 정성을 배려한 마음도 없지 않다. 그런 설기현도 입에 안 대는 음식을 만든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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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데, 언제나 오빠는 맛있게 잘 먹어줘요. 그게 항상 고맙더라고요. 근데 식성 좋은 오빠도 내가 만든 김치는 안 먹더라고요. 김치는 한국 다녀가면서 많이 가져와서 먹는데, 김치가 떨어지면 한국식당에서 김치를 담가 주시곤 해요. 한번은 내가 김치 담그는 연습도 할 겸 김치를 담궜는데, 오빠가 입도 대지 않는 거예요. 물론 저도 먹지 않았지만요.” <br><br>
실패작이지만, 첫도전은 또다른 도전을 위한 과정이다. 만든 사람이나 그 사람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못 먹을 졸작이었지만, 졸작없이 명작이 나온다는 것이 가당키도 한 일인가. <Br><br><Br><br>
슬럼프와 부상 악몽
넘어야 할 산을 넘어가다 <br><Br><br>
특히 운동 선수는 무명의 어려움을 겪고, 후배라는 혹독한 ‘시다’ 생활을 거치면서 최고의 자리에 점점 다가가는 법이다. 그 과정 속에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슬럼프도 그 중 하나다. 설기현에게도 그 시기는 분명 있었으며, 또다른 시련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얼마나 성실한 노력으로 그 위기를 극복하느냐가 관건. 그럴 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시선은 더욱 안쓰럽기 마련이다. <br><br>
“요즘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2년 전에 허리 부상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을 때도 많이 힘들었는데 오빠나 나나 요즘이 더 힘들다는 생각이에요. 주위의 기대가 커서 부담도 되고, 괜찮다고 판정이 나왔지만 오빠 허리가 안 좋아서 걱정도 되고요. 경기를 잘 풀어내지 못한 것보다 다쳐서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제일 안타까워요. 부상 때문에 쉬라고 해도 쉬면은 체력이 떨어진다며 고집을 피울 때면 속상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요. 오빠는 힘들 때일수록 더 열심히 해요. 그게 슬럼프 극복 방법이래요. 전 옆에서 그냥 묵묵하게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이 아프죠. 운동 끝나고 돌아오면 맛있게 식사 준비를 해주는 정도가 다거든요.” <br><br>
물론 몸이 안 좋을 때, 설기현도 한국식 보양식을 먹는다. 그 대부분은 한국에서 날라온다. 특별할 것은 없다. 장어, 붕어즙 등이 전부다. 물론 윤미씨 나름의 보양식 비법을 익힌 것이 있다. 설기현 역시 좋아한다. 잘하진 않지만 닭요리를 많이 해준다. 또한 충분히 쉬게 하는 것도 하나의 노하우다. 운동을 계속하는 만큼 휴식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쉴 때는 푹 쉬도록 해준단다. 윤미씨만이 해줄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되어 있다. 마사지가 그것인데, 설기현의 덩치에 비하면 엄청 작은 그녀의 손으로 마사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정성과 사랑이 더해지니 피로 회복엔 그만이라고. <br><br><Br><br>
남녀 혼탕 벨기에 문화체험
좌충우돌 신혼일기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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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생활을 하다보니 황당한 일도 많이 겪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쉬는 시간이 있다. 시즌 중에는 하루 이상의 휴가는 없기 때문이다. 하루 정도 쉴 시간이 있으면 야외로 나간단다. 벨기에에서 가보지 못한 관광지를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이 일을 겪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통에 한동안 부끄러웠지만, 문화적인 차이란 것을 이제 서서히 알아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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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에 있는 사우나나 수영장 같은 데도 가끔 가거든요. 한번은 수영장이 딸린 사우나에 갔는 데… 거기서 그 일을 당했어요. 수영을 하고 나서 사우나를 하러 가는데, 사우나 분위기가 이상한 것 있죠. 글쎄 거기가 남녀 혼탕인 거 있죠. 옷을 다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얼마나 황당하던지…다시 돌아가기도 그렇군 해서, ‘수영복 입고 들어가면 안되겠냐’고 종업원에게 물었더니 ‘그러면 당신들을 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거예요’라는 것 아니겠어요. 할 수 없이 수영복을 벗고 들어갔죠. 그리고 창피해서 탕 속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어요. 오빠랑 둘이서 눈만 껌뻑이며 있었어요.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요.” <br><Br>
그렇게 다니다 보니 그 나라 말을 못해도 거리낌은 없다고 한다. 이제 벨기에에서는 눈치 1백단이 되어 있는 것이다. 먼저 팀은 안트호프, 이 지역은 네덜란드어 지역이었다. 지금 팀은 브뤼셀에 있는 데, 이곳은 프랑스어 지역이다. 공용어는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인데, 네덜란드어를 쓰는 사람과 프랑스어를 쓰는 만나면 서로 말이 안 통해 영어로 얘기한다. 이러다보니 이 지역 사람들의 평균 언어 구사력은 평균 3.7개다. 윤미씨는 심지어 7~8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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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도 영어 가정교사를 두고 공부를 하고 있다. 공용어는 아니지만, 각각 다른 언어권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만나면 영어를 사용하니 어쩔 수 없단다. 팀에 가도 여러 언어권의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일반적으로 영어를 사용한다. 윤미씨 역시 임신하기 전에는 어학을 배우러 다녔었다. 요즘은 설기현이 집을 비운 시간이면 혼자서 어학 공부를 하거나 책도 읽는다. 얼마 전까지 한식당을 경영하던 집의 딸인 현숙미네보(30)라는 친한 언니가 말벗이 되어 준다. 현지에서 오래 살아서 영어 교사로도 톡톡한 역할을 해주고 있고, 시내를 다닐 때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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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설기현의 홈 경기가 있는 날은 경기장에 꼭 가는 편이다. 물론 어웨이 경기는 다른팀 경기장 가는 길도 잘 모르고 저녁경기라 집에서 티비 중계로 봤다. 하지만 얼마 전에 추운 날 경기를 보러 갔다가 감기에 심하게 걸린 적이 있었다. 윤미씨가 앓는 것을 본 설기현이 ‘이제 TV 중계 봐, 경기장까지 나오지 말고…’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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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너무 착하요. 저에게 지극 정성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어려운 사람들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어요. 요즘도 저렇게 순수한 남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아직도 가끔 든다니까요. 그렇다고 무르거나 나약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자기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그리고 자기와의 약속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어요. 확실하고 성실하죠. 남자들은 결혼하면 변한다는데 그렇지도 않고 항상 변함이 없다. 시부모님에게도 언제나 너무 잘 하는 효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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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씨의 설기현에 대한 칭찬은 침이 마를 날이 없는 것 같다. 부부는 닮는다고 설기현도 윤미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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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너무 예쁘지 않나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저에게 비길 바가 아니죠. 그리고 무엇보다 먼 이국 땅에서 많이 힘들텐데 잘 따라줘서 고맙을 따름이에요.” <br><br>
닮은꼴 부부는 재작년 겨울에 약혼식을 한 이래로 오는 12월 늦깍이 결혼을 올린다. 구단으로 받을 수 있는 휴가는 일 년에 두 번, 원래 여름에 올리려고 한 결혼식은 태랑이의 등장으로 겨울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12월 말 한국으로 휴가를 나오면 그때 식을 올릴 생각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설기현의 고향인 강원도에서 할지, 윤미씨의 친정 부산에서 할지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부산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을 이유로 미뤄졌던 결혼인 만큼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더 많은 축복 속에 결혼을 했으면 한다. 다행히 설기현의 형 기훈씨가 오는 5월 5일 결혼식을 올려 집안의 위계를 해하지도 않았다.<BR><Br>
이제 모든 것이 안정되어 가고 있다. 이제 설기훈의 목표는 하나다. 월드컵 16강. <Br><Br>
“월드컵 출전은 축구 선수로서 영광이고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주최하는 월드컵이니 만큼 세계 이목도 쏠려 있잖아요, 월드컵으로 인해 무엇을 얻는 다기보다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어요. 뭐, 좀더 잘해서 더 좋은 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지만요. 팬 여러분이 걱정하는 것처럼 허리가 조금 좋지는 않아요. 그러나 꾸준히 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면 어렵지 않게 최상의 컨디션으로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br><br>
월드컵을 치루고 나면 바로 벨기에로 가야 한다. 그리고 아기도 낳아야 하고. 설기현의 목표가 세계 유명 리그 진출인 만큼, 이들의 외국 생활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윤미씨도 더 이상 외로울 필요가 없다. 첫째 아들을 듬직하게 키우는 몫이 그녀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성실한 설기현인 만큼 그의 꿈도 차근차근 목표에 가까워지는 성가가 있었으면 한다. <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