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 와 “감사합니다”는 동의어일까요? 당근이쥐~ 그러나 저는 과감하게 동의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왜냐고요? 동의어로 알았다가 실수한, 영국 유학중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죠.
친하게 지내던 영국인 가정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 부부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저에게 너는 왜 thank you를 잘 안 하냐고 따지듯이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그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춘다고 했는데 그런 질문을 받으니 매우 당황스러웠죠. 그러나 좀 더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 사람들에 비해 내가 thank you를 정말 안 하는구나 하는 것이 마구 느껴지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그 집 아이들은 사소한 일이라도 부모에게 thank you 한다는 겁니다. 음식 접시를 앞에 놓아 줘도 thank you, 물을 한 잔 따라 줘도 thank you 하는데 저는 이럴 때 한 번도 thank you 를 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왜 그랬나 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고 그 이유는 thank you 와 우리말 “감사합니다”가 똑같은 동의어라고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보통 그런 사소한 일로는 “감사합니다”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덩달아 thank you 도 하지 않게 된거죠.
네이티브 들은 사소한 일에도 thank you 합니다. 물건을 사면서 thank you, 식탁에서 소금을 집어줘도 thank you 합니다. 심지어는 무얼 빌려주고 돌려 받을 때도 사실상 고마울 게 없는데도 thank you 합니다. 또 친구를 도와줄 일이 있다고 합시다. 도와주기 위해 그 친구의 협조를 받았다면 그때도 그 친구에게 thank you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소한 일에는 “감사합니다” 하지 않습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 있어야 그 말을 합니다. 한 번은 한국 사람들 여럿이 같이 앉아 식사를 했는데 제가 모두에게 물을 한 번 따라 줘 봤습니다. 따를 때 잔에 손을 댄다던 지 가볍게 꾸뻑하는 정도지 “감사합니다”는 어디에서도 튀어나오지 않더군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택시에서 내리면서 “감사합니다” 하나요? 그냥 내리던지 “수고하세요”라고 하지요? 감사해야 할 사람은 택시 운전사니까요. 남을 도와줄 때 “감사합니다” 해 가며 도와주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서양사람들은 이런 경우에 거의 어김없이 thank you라고 합니다. 그 말을 하루 종일 입에 달고 다닌다고나 할까요?
Thank you 는 별로 힘들지 않은 간단한 도움을 받았을 때의 인사, 또는 고마움의 표시 보다는 사람들이 서로 관계하면서 가볍게 나누는 인사일 때가 많습니다. 어떤 때는 상대방이 말을 너무 길게 할 때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thank you 라고 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고맙습니다”와는 정 반대 뜻이죠.
그러나 “감사합니다”는 나를 위해 상대방이 뭔가 애를 써 주었을 때, 힘든 일을 해줬을 때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는 표현입니다. 그래서 thank you 로 처리 되는 간단한 상황에서 “감사합니다” 하면 좀 이상합니다. 우리는 그 말을 아낍니다. 너무 자주 하면 사람이 좀 비굴해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종종 “수고하세요,” “잘 먹었습니다,” 또는 고개를 꾸뻑하는 것 이나 정중하게 “예~” 하는 것 등이 thank you 의 더 자연스러운 동의어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감사합니다”라고 할 상황이라면 영어권 사람들은 주로 thanks a lot 이나 I (really) appreciate 같은 표현을 쓰겠죠.
자, 이제 thank you 와 “감사합니다” 가 동의어가 아니라는 저의 주장이 이해가 되시나요? 오해는 마세요. 동의어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은 아닙니다. Thank you 가 정말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언어는 변화무쌍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표현이 “반드시 이렇게만 쓰인다” 하고 못을 꽝 박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러나 두 표현을 일편단심 동의어로 굳게 믿고 해외에 나간다면 저와 같이 예의 땡(^^*)으로 오해 받기 쉽습니다. “감사합니다” 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도 thank you 는 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끝으로 어느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깁니다. 그 친구 대학 시절에 외국인 강사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답니다. 강사가 첫날 유인물을 가지고 왔는데 친절하게도 학생들 앞에 유인물을 하나하나 놓아주었답니다. 그런데 그 일이 거의 끝날 때쯤 되어서 강사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