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
- B경비의 러브레터 일단락-
오전에 B경비가 무료히 앉아있을 때였다.
노크소리에 벌떡 일어나 "어서오세요" 하니
웬 가녀린 아줌마가 조심스레 주저하며 들어왔다.
한 오학년 연배로 보이는 여인은
"아버님요. 제가 핸드폰을 깜박 잊고 와서 집에 전화를 좀 해야겠는데.."
"아예, 얼마든지 아니 제 전화를 쓰세요. 걸음이 불편하신 것 같은데 소파에 편히 앉아서. 저는 아예 귀를 막고 있을라니까"
"감사합니다"
번호를 누르고는 통화하는 여인이었는데..
"그래, 맨 윗 서랍에 있을거야. 그리고 그 옆에 약 ₩₩%^..맞아..아니 입구쪽 경비실에 맡겨놓고 가. 내가 수시로 들러서 확인할 거니까"
핸드폰을 두손으로 받쳐 공손히 돌려준 여인이 말했다.
"아버님, 저 미화원 민주엄마거든요. 우리 딸이 출근하면서 맡겨둘 거니까 제가 열시쯤 찾으러 올게요"
"그러세요. 안심하고 맡겨둬요. 헌데 ₩₩%^라면 혈압약 같은데..저도 혈압에 문제가 있어놔서 잘 알기에.."
귀를 막는다고 할 때가 언제였다고^
"맞아요..한두번 안 먹어도 문제는 없지만 혹시 해서.."
"그란디 어째..걸음걸이도 시원치 않아보이는데?"
"무릎관절인데 침을 맞는데도, 나이 들어가니 그렇지요 뭐"
"아이고 저런, 어쩔끄나"
힘들게 경비실을 나가는데 왠지 짠하더란다.
머잖아 20대인 민주가 경비실에 핸드폰과 약을 맡기고
경차를 몰고 출근했고..
B경비는 직접 민주엄마인 김수연여사를 찾아나섰다.
미화실을 기웃거리다 물어보니 1,2동 쪽에서
일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서 만날 수 있었다.
"아이고 아버님. 제가 찾으러 갈 것인데 일부러 여기까지.."
"순찰중이니 아무 문제 없어요. 여기 일 저가 대신 해줄 테니까 얼른 가서 약 먼저 드서요. 따님이 엄마를 닮아서인가 많이 곱더구만.."
"아니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좀 쉬어가면서 눈치껏 요령껏 하서요. 몸부터 챙겨가면서"
"고, 고맙습니다 아버님.."
"그런데 난 아버지가 아닌디 나 아직 새파란 청춘이란 말요!
에이조 B경비"
[드라마 '우아한 모녀' 중 최명길.차예련]
그렇게 인연이 이어졌다.
김수연씨가 일한지 얼마 안된 시점인데
괜시리 그녀가 마음에 걸리고 자꾸 신경이 쓰이더란다.
미모는 아니지만 작은 키에 마른 체구라서
보호해주고 싶은 심리가 생겨난 것 같다.
싸나이의 의리는 아니고...결정적으로, 남편이 없다는 사실!
그후로 틈날 때마다 혈압이나 관절에 대한 약이나
관련 정보를 전해주었고 건강음료수나 과자등도 건네주었다.
수연씨는 당연 고마워했고 어느날 전화를 했더니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며 깜짝 놀라더란다.
"전화 빌려준 첫날 알았지만 난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 몸이고 제비도 아닌 정식 법정보안관이니 마음 푹 놓으소!"
"그, 그게 아니라 아버님이 그간 마음 써준 게
너무 고마워서 부담이..."
"씰데읎는 부담! 인생 별 거 아니우다. 이것도 큰 인연일지두...
그란디 아직도 아번님이유? 난 증말 증말! 새파란 청춘인디"
그 다음날 경비실로 그녀가 찾아왔는데
탐스런 포도 한송이를 내놓고는
"어디서 선물 들어온건데 너무 맛이 좋아...
...오, 오라버니 생각이 나기에.."
"오매나! 내가 포도라면 환장하게 좋아하는 걸 워떠케 알구..
오매 오매 고마우라..망극히라..."
멀리서 그녀를 얼핏 보긴 했지만
내눈이 상해서인가 별로 감동이 없었다.
"운동도 아니고 저건 선천적인 체질 같은디? 얼굴은 몰라도"
"바로 고게 잘못이란다! 사람들은 그저 얼굴에만 혹하는데
몸매도 얼굴못지않게 노력이 필요하지만..파급 영향력이 엄청난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여"
"얼굴보다는 몸매다..? 글쎄..몸매 아무리 좋아도
얼굴이 많이 아픈 여자도 많던디..
아참. 몸도 혈압인가 관절인가 아프담서?
....결국 의남매가 되었다는 거네?"
"글씨 그게 또 까닭이 안나서..꼭 남매라기 보다는.."
"까놓고 말해서 그니에게 좋은 남자 소개해서
새출발시켜줄 마음은 있다는 것이여?"
"...그,그게 남녀간의 일이란 게 간단하지가.."
"솔직히 아번님이 아니라 오빠라고 불러주어서 뻑이 가버렸다?"
"...이늠이 말하는 싸가지가...너 자꾸 혈압 올릴래!
..사실 수연씨 딸 민주가 많이 이쁘걸랑. 장차 클게 될 관상이드라..울아들이랑 짝이 되면 월매나 좋을까...허고..."
"드디어 흑심..마각을 드러냈군!"
"...그렇게 며느리감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시키가 말을 해도..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지만두 인연이란 거시..운명이란 거시.. 꼭.."
"이 술이나 들고 속 챙기소. 남매간에 아들딸 교환이란 게
족보가 엄청 엉키고 문법이 이상허니께"
"...최소한...민주가 결혼하다면...
웨딩마치 때 옆에서 아버지처럼 인도해주고픈 마음은 있단다ㅜ"
문득 수연씨와 민주란 아이가 보고파졌다.
....나도 나이 찬 아들놈이 있어놔서....ㅠ
....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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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가을경에 썼는데..부족함이 많아...
언제 계속 이어쓸지 막막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