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에선 정말로 접근이 어려운 섬, 옹진군 대이작도에 들어갔다.
해적이 이 섬에 숨어 살았다 하여 '이적도'라 부르다가 '이작도'가 되었다고 한다.
1967년 당시 대이작도에서 영화 '섬마을 선생님' 을 촬영했다는 홍보물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 학교에 근무한 미남 총각선생님과 19살 섬처녀가 순정을 바쳐 사랑을 했는데…
하지만 이제는 총각선생님도 없고...순정을 바칠 섬색시도 없는 쓸쓸한 섬이 되었다.
대이작도는 덕적군도의 한 섬으로, 인천으로부터 44㎞ 거리에 위치한다.
대이작도에 들어가는 배는 인천과 대부도 두 곳애서 출항한다.
우리는 접근성이 좋은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출항하는 배를 탔다.
전주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여 약 3시간 만에 대부도에 도착하였다.
주말이라 방아머리선착장은 사람과 차들로 지극히 혼잡하였다.
우리 일행은 아침 8시 30분에 출항하는 대부고속훼리3호에 승선하였다.
대부도를 출발한지 약 1시간 만에 첫번째 기항지 자월도에 도착하였다.
나는 '자주색 달이 뜬다'는 이름을 가진 자월도(紫月島)에 묘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머지않은 시간에 자월도에 들어가보리라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하였다.
배는 자월도를 떠나 30여분 만에 승봉도에 닿았다.
승봉도에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섬이 크지 않지만 볼거리가 많아 여유롭게 둘러보려면 한나절은 잡아야 한다.
대이작도는 면적 2.57㎢, 해안선길이 18㎞, 최고점 159m이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와 신라가 한강 유역을 번갈아 점령함에 따라 소속이 바뀌었다
인천연안부두나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1일 2~4회 여객선이 왕복 운항된다.
섬에 내리면 영화 ‘섬마을 선생님’을 알리는 표지석이 반겨준다.
영화가 히트하면서 이미자의 노래는 1967년 당시 국민가요가 되었다.
나도 예전에 총각선생님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영화처럼 섬 처녀와 사랑은 못해봤지만 설레임을 주기는 하였다.
저녁마다 10대 후반의 소녀들이 숙직질로 놀러왔었는데...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
부둣가에는 여러가지 표지석과 입간판이 무질서하게 세워져 있었다.
'대이작도'라고 새긴 글씨가 너무너무 소박해서 친근하게 다가왔다.
선착장에서 왼쪽 방향으로 큰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큰마을에는 이작분교장이 있었고, 마을의 집들은 지붕이 모두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큰마을 바깥쪽으로 오형제바위로 가는 데크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데크길의 끝에는 오형제바위가 있었다.
오형제라고 하지만 6형제도 같고 7형제 같기도 하였다.
악천후에도 고기잡이를 떠난 부모님이 수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단다.
부모님이 돌아오시길 눈물로 기다리던 오형제가 그 자리에 망부석이 되었다고 한다.
완만한 오름길을 잠깐 올라가니 부아산(163m) 정상이다
부아산(負兒山)은 마치 여인이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서 있는 모양과 흡사하다
그래서 부드러운 여자산이라고 한다
맞은편에 솟은 송이산은 산 정상이 뾰족하여 남자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서 신비의 모래섬이라 불리는 '풀등'을 조망할 수 있는데...물때가 맞지 않아 보이지 않았다
부아산 정상에 오르면 대이작도와 소이작도가 둘러싼 하트모양의 항구가 펼쳐진다.
중국과 교역하던 배들이 피항지로 이용했을 정도로 천혜의 지형을 이루고 있다.
대이작도 부아산 봉수대는 연변봉수(해안가 및 도서지역 설치)라고 한다
한반도 최고의 해상 요충지 중 한 곳으로 5기가 설치되었다.
그런데...복원된 봉수대의 모양이 어설퍼서 거시기하였다.
부아산 구름다리는 길이 68m, 높이 7m로 산 정상 부근에 설치되었다.
이른 새벽, 부아산 신선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 다리를 건너 천상으로 향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대이작도 트레킹 코스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정자가 있다.
이곳에선 흔해빠진 정자지만 회장님 부부가 올라서니 빛이 난다.
얼마나 아파야 꽃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순결해져야 울음이 될 수 있을까
그리움 하나로
새들은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강물은 뿌리까지도 남김없이 온몸
바다로 가 닿네
돌아오지 않는 사랑 앞에서 날마다 가난한 마음으로
푸른 등을 내거는 별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가슴에 작은 아픔 하나 밝힐 수 있을까
온몸으로
너에게 그리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이상윤 <그리움> 전문
삼신할매약수는 부아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물을 제공해 준다
아기를 점지하고 태아를 보호하며 산모의 건강을 지켜주는 생명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아기를 안고 있는 삼신할매의 조형물이 친근하지 않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여러 개의 장승이 서 있는 공원이 나타났다.
운동시설 및 쉼터가 조성되어 있고, 주민들이 체육대회를 벌이기도 하는 공동체 공간이다.
장승공원 옆에 있는 펜션 '풀등이야기'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메뉴는 해물육개장이었는데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래도 섬에 들어왔으니 값싼 생선구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실망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작은풀안해수욕장을 거닐었다.
섬 중앙에 위치한 대이작도의 대표적인 해변으로 수심과 경사도가 완만하다
해변 왼쪽으로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바다를 보며 산책하기 좋고 풀등 선착장이 있다.
작은 섬
하나 있기에
파도는 흰 물결을 만들고
작은 꽃
하나 있기에
나비는 아픈 날개를 쉬고
네가
거기 있기에
나 오래오래 반짝이리.........................................전영관 <별이 나에게> 전문
작은풀안해수욕장 산책로 옆에 '한반도 최고령 암석'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다.
대이작도 곳곳에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25억 1천만년 전의 최고령 암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땅인 대이작도는 한반도의 수많은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섬이다.
대이작도 해양생태관은 섬의 생태환경과 풀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또한 모래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과 기념 촬영도 할 수 있다.
2층에는 대이작도를 배경으로 촬영된 '섬마을 선생님'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2층으로 올라가서 영화 '섬마을 선생님'을 잠깐 감상하였다.
김기덕이 감독하고 문희, 오영일, 김희갑, 안인숙 등이 출연하였다.
전성기 시절의 여배우 문희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펜션의 미니버스를 빌려타고 계남마을로 이동하였다.
섬에서 그토록 홍보하는 영화 촬영지 계남분교는 방치되어서 폐허 상태였다.
2025년까지 복원한다는데...다른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무얼까?
폐교된지 오래된 교실의 내부는 참으로 쓸쓸하였다.
더 이상 순정을 다 바쳐서 총각선생님을 사랑할 섬 처녀는 없다.
처녀, 총각들이 떠나가 버린 섬마을은 적막하다.
섬도 늙었고, 사람들도 늙은 탓이다.
총각선생님이 머물렀을 관사도 폐허다.
위도의 대리초등학교 관사에서 살았던 시절이 회억되었다.
연탄 보일러, 덜컹거리는 창문, 자정이면 나가는 전기...바로 이런 모습니다.
계남분교 아랫쪽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일출이 아름다운 섬'이란 쓰인 액자 안에 대부님과 함께 앉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나왔다
선착장 위에는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문희 소나무'가 있었다.
이 소나무 아래에서 문희가 배를 타고 떠나는 총각선생님을 배웅했다고 한다.
소이작도가 손에 잡힐듯이 다가왔다.
대이작도와 소이작도는 수천 수만 년을 마주 보고 서 있다.
남쪽의 해일과 북쪽의 바람을 서로 막아 주면서 형제애를 다지고 있다.
두 섬의 선착장 간의 직선거리는 500여m에 불과하다.
대이작도에서 약 4시간을 보내고 떠나왔다.
엄청난 이동거리를 생각하면 섬 하나로는 많이 아쉽다
덕적도에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주변의 섬 몇개를 돌아보는 계획을 세웠다.
오후 3시 20분에 출항하는 대부고속훼리3호에 승선하였다.
대부도에 내려서 해물칼국수와 해물파전으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테라와 이슬이를 곁들여 몇잔 들이키니 더 이상 행복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