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124회 :: 유치찬란해야 사랑이다 】방송일: 2005.05.24.
극본 : 박 해 영
씬1/ 여자원룸 (D)
#거실. 지영과 동직,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 TV 보면서
서로 툭! 툭! 때리는 짓을 한다. 지영, 얼른 한 대 때리고,
안 맞으려고 발 치우고 웅크리고 하는 액션은 하지만
너무 좁은 공간이고 속도가 빨라 도망갈 틈은 없다.
갈수록 때리는 강도가 세진다.
#주방. 미자와 윤아, 차 마시며 덤덤하게 대화중인데
지영의 닭살스런 목소리가 세어 나온다.
(지영이가 동직을 세게 때려, 달래주는 차원에서
알러뷰를 열 번 외치게 되는 상황이다)
미자 영어 학원이라도 다시 다니든가 해야지, 너무 퍼져 지내니까... 안되겠어.
윤아 그 스트레스 받는 영얼 왜 또 할라구 그래. 그냥 편하게 몸 쓰는 거 해. 여름이니까...
동직 (OFF) 아!!
지영 (OFF) 자갸~ 아팠또? 미안~
미/윤 (같잖게 거실 쪽을 보고)
윤아 (대화 이어서) 수영도 괜찮고.
미자 내가 운동이라고 쉽게 배우냐? 요가 배울 때도...
지영 (OFF) 알러뷰~ 알러뷰~ 알러뷰~
윤아, 도저히 안되겠는지 일어나 가는
#거실. 윤아, 나와서 보면,
지영, 동직의 무릎을 베고 누워
손가락을 꼽아가며 알러뷰를 외치고 있다.
지영 알러뷰~ 알러뷰~ 알러뷰~ 알러뷰~
하는데 윤아 쿠션으로 지영을 내려치고.
윤아 (뒤로 손짓) 나가.
미자, 한심하다는 듯 거실 쪽 보며
미자 (NA) 나이 들어서 왜 저렇게 유치하게 놀까?
윤아 (꽥, OFF) 나가서 해! 알러뷰든! 갈러뷰든!
미자 (NA) 마치 사랑하면 유치해야 된다는 전제조건이라도 있는 것처럼, 많은 커플들이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유치한
행동을 서슴없이 해댄다.
씬2/ 몽타주 (D)
#공항일각처럼 (D) - ENG
(자료 그림 적절히 이용 가능)
여행가방을 옆에 두고 여권을 쥐고 있는,
각양각색의 신혼부부들의 패션을 훑으며
(옷, 머리, 신발, 헤어 액세서리등 같은 모습들)
미자 (NA)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하고 다니면서 우리는 짝임을 강조하는 커플들. 사랑을 하면 똑같은 옷을
입어야 할까? 그리고...
#거리 일각 (D) - ENG
-남자1, 거리에서 ‘애기야~하며 여자1을 부르고,
미자 (NA) 애기??
여자, 돌아서서 얼굴 보여 주면
미자 (NA) 이 여자가??
-남자2, ‘우리 애기 뭐 먹고 싶어?’ 하고,
여자2, 덩달아 어린 애 흉내내며 애교떠는.
미자 (NA) 성숙한 인간을 애 취급하고, 애 취급당하면서 행복해하는 저들. 이건 도대체 무슨 해괴망칙한 심리일까?
#카페 (D) - ENG
여자3 자갸~ 자긴 나 얼마만큼 사랑해?
남자3 나도 그게 궁금해. 너에 대한 내 사랑이 너무 깊고 커서... 나도 다 볼 수가 없거든.
여자3 어우 몰라몰라.
미자 (NA) 어쩜 좋으랴. 저들의 유치찬란한 대화수준을. 한 시간 동안 저 말만 한다. (포즈) 그리고!!
#공원일각 (D) - ENG
여자가 까르르거리며 도망가고
남자가 웃으며 쫓아 달린다.
미자 (NA) 정말 두 눈뜨고 봐줄 수 없는 ‘나 잡아봐라~’ 레파토리. 으...
#지금까지의 몽타주를 추려서 보여주며
미자 (NA) 유치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행태는 마치, 애정결핍 환자들 같다. ... 이 담에 연애하더라도 난, 정말
저런 짓은 하지 말아야지 싶었다. 성숙한 인간답게 사랑해야지 싶었다. 이렇게.
씬3/ 동네 일각 (N) - ENG
미자와 현우, 걸으며 지적인 대화한다.
미자 교황청에서까지 그 책에 나온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건 오바 아녜요? 분명히 소설이라고 명기했는데.
현우 워낙에 반향이 너무 컸던 책이라요. 그리고 다빈치 그림에 대한 묘사가 너무 리얼해서,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
많대요.
미자 하긴. 나도 중학교 때 ‘등신불’ 읽고, 사실인 줄 알았으니까.
씬4/ 대문 앞 (N)
미자와 현우, 정중하게 헤어지는.
미자 (부드러운 상냥함) 잘 가요.
현우 잘 자요.
미자 (아쉽지만) 네...
미자, 현우를 아쉽게 보다가 들어가는.
씬5/ 미자방 (N)
책상에 앉아 고고히 책을 읽는 미자 모습에
미자 (NA) 이 얼마나 어른답고 멋진 커플인가. 성인이라도 적어도 이런 류의 사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고상한 미소와 동작으로, 침 발라 책장 넘기는)
씬6/ 거리 일각 (D) - ENG
정민과 윤아, 같이 출근하는 길.
육교 계단을 오르는데 저 위에 큰 보따리를 들고
힘들게 올라가는 할머니가 있다.
윤아 진짜 해선 안 될 말이지만, 차라리 둘이 헤어졌을 때가 이꼴저꼴 안 보고 속편했었다니까.
정민 심해 둘은.
윤아 어우~ 어젠 진짜~
윤아, 할머니 옆에 다다르자
아무렇지 않게 보따리를 뺏어 들면서
윤아 할머니, 들어 드리께요.
정민 (그런 윤아가 의외고) 줘, 내가 들께.
윤아 됐어요. (할머니와 보조를 맞춰 천천히 걸으며) 정민씨도 힘들겠어, 동직이 오빠도 수준급 철부지라...
정민, 의왼데? 이쁘네? 하는 듯한 눈빛인데,
윤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주절주절.
씬7/ 동네 일각 (D) - ENG
영숙과 혜옥, 장 봉지 들고 오며
혜옥 참외 사가야지.
영숙 반월상회 가지마. 주인 바꼈어.
혜옥 어, 바꼈드라. 그래도 과일은 좋던데 뭐.
영숙 (영 맘에 안든다는 듯) 쥔이 장살 못해. 토마톨 만원어치나 사는데도, 덤으로 하날 더 안 얹어줘. 쥔이 영
팍팍해서 못 써.
혜옥 더 달라 그러면 되지. (앞장 서고)
영숙 안 준다니까 거. (어쩔 수 없이 쫓아가고)
반월상회 좌판 앞에서 서는 혜옥.
혜옥 아우 샛노랗네.
주인 (딴 일하며) 작아도 맛있어요.
혜옥 이건 얼마씩 해요?
주인 오천원에 열개요.
혜옥 오천원어치 주세요. (돈 꺼내고)
주인 (담아서 건네는데)
혜옥 하나만 더 줘요.
주인 이거 팔아서 얼마나 남는다고 더 줘요.
영숙 (거봐라 하는 표정)
혜옥 우리 모르시나 본데, 이 동네서 우리집처럼 과일 많이 사는 집 없어요. 더 줘요.
주인 아 글쎄 많이 사도 못줘요.
혜옥 (애교) 어우 잘생긴 아저씨가 팍팍하게 왜 그래요. 더 줘요.
영숙 (혜옥에게 그만 하고 가자고 하려는데)
주인 (하나 더 넣으며) 옛수.
영숙 (엥?)
혜옥 (애교) 어응. 그렇다고 정 없게 딱 하나 넣냐. 하나 더 너요.
주인 (또 넣는) 에이, 여?수.
영숙 (황당한 표정)
*주인은 손님들과 시선 안 마주치고
툭툭 할만만 뱉는 사람이다.
씬8/ 거실 (D)
영옥 베란다 창앞에서 화분 닦고
영숙과 혜옥, 장봉지 내려놓으며 앉는데,
영숙 그저 사내놈들이란... 에우.
혜옥 장사 수완만 있는 줄 알우? 사는 사람 수완도 있는 거유.
영숙 (그 말이 거슬리는데)
영옥 뭔 소리야?
우현, 주방에서 나오며
우현 벌써 사오셨어요? (봉지 챙기는)
영숙 바지락은 해감 안 한 거야.
우현 네. (주방으로 가는)
혜옥 (다시)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 판에, 참외 몇 갤 못 얻어내? 어떻게 수완이 그렇게 없는지. 뻔하지 뭐.
(투박하게 흉내) 아 더 줘요. 아 줘요.
영숙 (삐죽)
영옥 (대충 상황을 알겠고) 니 언니 애교 없는 거 하루 이틀 봐와?
영숙, 뚱해서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혜옥 어떻게 과일 하날 더 못 얻어내. 에으, 입은 뒀다 먹는데만 써.
씬9/ 방송국 / 자판기 앞 (D)
미자, 뿌뜻한 표정으로 핸드폰 문자 보는데,
지영, 미자의 핸드폰 보며 프레임 인되는
지영 (읽는) 점심 거르지 말고, 맛있는 거 먹어요...?
미자 (닫는) 뭘 봐.
지영 이거 사귀는 거야? 뭐야? 한 10년 같이 산거야?
미자 사귀니까 이런 문자 보내지.
지영 치. 사귀는 사이의 문자는 이런거야~
하며 핸드폰을 열어 보여주는데
(액정 인써트 말고 자막으로 처리)
[(사랑을 가득 담아)우리 애기 밥 먹었쪄?
무리하지 말고 살살 일해. 자기의 똥직!]
지문까지 넣은 것도 모자라
문자 앞뒤로 ^___^ ♡.♡ 류의 특수문자 가득.
미자 (뚱) 한글도 제대로 못 뗬나, 먹었‘쪄’가 뭐야, ‘쪄’가.
지영 (능글) 사랑이 격해봐. 모든 말이 격음화 돼.
미자 얼굴 화끈거리지 않니? 왜 그렇게 유치해?
지영 재밌음 됐지 뭐.
미자 (황당) 그게 재밌어?
지영 나도 첨엔 저런 유치한 짓을 왜 할까 싶었는데, (음흉) 맛 들리더라. 엔돌핀이 팍팍 도는 게, 해봐. 재밌어.
그리고 정말 사랑하는 거 같애. 윤아도 우리 앞에서나 도도한 척 하는 거지, 남자랑 단 둘이 있을 땐, (어깨 짓하며
앙증맞게) 어우 자갸~ (바로 뚱) 다 할 껄?
미자 (뚱한 표정)
씬10/ 공원 일각 (D) - ENG
미자, 벤치에 앉아 현우를 기다리는데,
뒤에서 손으로 눈 가리고 누구게? 하는 커플,
뒤에서 어우! 놀래키는 커플들이 있다.
미자, 같잖아 하며 보는 표정에
미자 (NA) 저들은 만나는 것도 유치하다.
미자, 고개를 틀어 한곳 보고 밝은 표정으로
미자 현우씨!
현우 오래 기다렸죠? (하며 간격을 많이 두고 앉는다)
미자 아녜요.
현우 (티켓 꺼내며) 딱 두장이 인터넷에 나왔더라구요.
미자 그래요? (티켓 보는 척하며 가까이 다가가는데)
현우 (일어나며) 늦겠어요, 얼른 가요.
미자, 일어나 덤덤히 쫓아가는 표정에
미자 (NA) 생각해보면... 우린 점잖아도 너무 점잖다.
미자 뒤로 닭살 떠는 커플들 보이는.
씬/ 빠 외경 (N)
씬11/ 빠 (N) - ENG
정민, 이제 막 들어온 듯
자리 잡으며 앉아 통화중이다.
정민 너 혼자 차려먹어 임마. 너랑 설거지 놓고 싸우기 싫어서 먹고 들어갈꺼다 왜? 윤아씨랑. 됐어, 끊어.
그때 윤아 들어와 정민을 보곤 정민 쪽으로 오는데,
각기 다른 테이블의 남자 둘이 먼저 윤아를 본다.
놀랍고 당황하는 듯한 남자들의 표정.
윤아, 미소띄며 오다가 그들을 보곤
방향을 홱 틀어서 나가버린다.
뒤늦게 윤아를 본 정민과 남자1와 남자2,
동시에 엉거주춤 일어나며
셋 윤아씨!
윤아 (그냥 휙 나가버리고)
셋 ?? (서로 쳐다보는)
씬12/ 빠 앞 (N) - ENG
윤아, 황당하면서도 웃기다.
윤아 어떻게 내가 찬 남자들이 동시에 둘이 한 장소에 있냐. (피식. 핸드폰 열며) 오윤아가 찬 남자가 많긴
많나부네.
<INS : 액정에 김정민 뜬다>
윤아 (핸드폰 좀 들고 있다가) 왜 안 받어?
씬13/ 빠 (N) - ENG
눈치 살피는 듯한 정민의 표정으로 넘어온다.
풀샷 되면, 남자1과 2가, 정민 쪽으로 합석해 있는 상황.
남자1 (황당한 웃음) 차, 어쨌든 재밌네요. 오윤아한테 차인 남자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서 다 만나고... 그쪽은 언제
차였어요?
남자2 작년 여름에요.
남자1 (황당) 에? 나도 작년 여름인데?
남자2 (황당) 에? (어처구니 없는) 차, 그럼 우린 오윤아의 양다리였네요.
남자1 모르죠, 삼다리였는지도. (정민에게) 그쪽은 언제 차였어요?
정민 에? 전... 작년 여름은 아니고... (갸웃) 가을?
남자1 분기별로 남잘 바꾸니까. 차...
정민 (얼른) 전 약속이 있어서... (일어나려는데)
남자1 이것도 인연인데 한잔 하죠?
남자2 그래요. 오랜만에 오윤아나 씹으면서 한잔 하죠? 오윤아한테 차인 남자들이면 하소연 할 꺼 만만치 않을 텐데...
정민 (어정쩡한 포즈)
씬/ 원룸 외경 (N)
윤아 (OFF) 전화 왜 안 받았어요?
씬14/ 남자원룸 (N)
정민, 들어오는데,
윤아, 평상복 차림으로 따라 들어온다.
정민 전화했었어? (핸드폰 보고) 그냥 나가버리길래 고새 남자랑 눈 맞아서 쫓아 나갔나부다 했지.
윤아 사람 너무 허접하게 봐주니까.
정민 ..허접하드만.
윤아 (무슨 말인가 도끼눈)
정민 오윤아 어쩔라구 인생 그렇게 살어?
윤아 뭘요?
정민 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윤아 무슨 말이요?
정민 밤길 조심해라. 그리고 뒤통수 조심해라.
윤아 (황당한데)
정민 정말, 정말 진심에서 해주는 말이다.
윤아 도대체 왜 그래? 똑바로 말해봐요.
정민 에으. 오윤아 어디 가냐. 잠깐 이쁘게 봐줬던... (접는) 아니다. (드레스 룸 쪽으로 가며, OFF) 나 옷
벗을 껀데, 그만 가지?
윤아, 황당해하다가 나가는.
씬/ 집 외경 (N)
씬15/ 미자방 (N)
미자, 누워서 멍하니 TV를 보고 있는
미자 (NA) 솔직히 현우씨와 나의 관계가 밍숭맹숭한 건 사실이다. (일어나며) 그게 혹시... 유치함이 없어서 그런
건가?
핸드폰을 들어 액정을 열곤
잠시 망설이다가 문자를 찍는다.
[현우씨는]까지 썼다가 잠깐 머뭇하다 다시
[(부끄럽지만) 현우씨는 나 얼마만큼 사랑해요?]
망설이다가 기호문자도 넣어본다. *^^*류.
다부진 표정으로 센드를 누른다.
상상의 답 문자가 상단에 뜬다.
[하늘만큼 땅만큼이요-현]
미자 아냐 아냐, 노말해.
[미자씨가 그릴 수 있는 제일 큰
동그라미를, 뺀 그 나머지 만큼요-당신의 현]
미자, 맘에 드는 듯 피식 웃는데
딩동 문자 착신음에 열어서 보면
[많이요]
팍 누워 이불 머리끝까지 덮으며
미자 (E) 나만 유치한 인간 됐다.
씬/ 동네 외경 (D)
씬16/ 동네 일각 (D) - ENG
영숙, 과일 가게 앞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다가
뭔가 꿍수 있는 표정으로 되돌아와 과일을 살핀다.
영숙 (포도만 보며) 이 포도는 어떻게 하우?
주인 키로에 오천원이요. 상품이에요. 달아요.
영숙 일키로면 몇 개나 올라가나...?
주인 (올려보며) 한 두 개 올라가요.
영숙 요걸루, 요게 알이 굵네. 이키로 올려봐요.
주인 (바꿔 올리고 보며) 이키로 넘네요.
영숙 줘요.
영숙, 돈 꺼내면서 꿍수있이 주인을 보는데,
주인, 저울에 올려져 있던 것만 딱 담는다.
주인 만원이요.
영숙, 애교를 부릴까 말까 망설이고 고민하다가,
에라! 한번 해보자!
주인 만원이요.
영숙 (애교) 아이, 딸랑 고것만 넣으면 정 없지. 하나 더 너요.
주인 아 이거 얼마나 남는다고 하날 더 달래요.
영숙 (애교) 아이 왜 그래. 인심 좋게 생긴 아저씨가. 하나 더 너요.
주인 (손 저으며) 아 됐어됐어 안 돼요, 안돼.
영숙 ... (민망하다. 한번 더 애교) 아이, 하나 더 너요.
주인 (팩) 아 안 살라면 말아요.
영숙, 무참하다. 감정 확 상해,
애교고 뭐고 없이 더 투박하게
영숙 (버럭) 아 느라면 넣어! 응, 내 얼굴 한 두번 본 것두 아니구. (송이 하날 채서 봉지에 넣고 봉지를 확
채서 뒤로 감추며) 노인네가 그렇게 말하면 줘야지! 과일 가게가 여기 밖에 없나, 안 사면 댁이 아쉽지 내가 아쉬워?
영숙, 봉지를 들고 씩씩대며 간다.
주인, 황당해서 보는.
씬17/ 할머니방 (D)
영숙, 심기불편한 표정으로 옆으로 누워 있고,
영옥, 그런 영숙 옆에 쪼그리고 앉아 타박하고
혜옥, 벽에 기대어 포도만 따 먹는다.
영옥 한송이에 이삼천원 하는 걸 더 달라면 더 주냐? 너 같으면 주겠냐?
영숙 (뚱)
영옥 우길 껄 우겨야지. 안 된다면 그만이지. 그걸 무작정 뺏어들고 와? 그래서 노인네 어거지란 소리 나오는 거야,
이년아. (답답하다) 에으, 에으, 에으~~ 이 미련한 인간.
영옥, 나가는데
혜옥, 싱글 웃으며 고자세로 영숙을 보자,
영숙, 눈 부라리며 발로 혜옥을 툭 치는.
영숙 나가 먹어.
혜옥 차.
씬18/ 방송국 일각 (D)
미자, 누군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듯
(열려진) 문 옆에 몰래 숨어 있는 모습에
미자 (NA) 유치한 커플이 부러운 건 아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란 생각엔 변함없다. (약간 켕기는 투) 단지,
우리도 커플이니까, 남들 해보는 건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거다. 그 뿐이다.
현우 (OFF) 여태까지 봤던 오페라 중에 젤 괜찮았던 거 같애요. 유명한 곡도 많이 나와서...
그때 누군가 들어오는 거 같자,
미자, 웍! 하며 확 놀래키는데, 딴 남자다.
남자, 다리 풀리며 자지러지게 놀라고,
뒤늦게 전화 통화하며 현우가 들어온다.
현우, 무슨 일인가 싶어 미자와 남자를 보는데,
미자, 당황해 그냥 휙 가버리는.
씬19/ 정민 사무실 (D) - ENG
정민, 일하고 있는데,
비서 김변호사님, 손님 오셨습니다.
정민 (??)
비서, 들어오라는 손짓하면
남자1, 들어온다. 정민, 의외다.
남자1 사무실 좋네요.
정민 (일어나며) 여긴 어떻게...
남자1 명함에 주소 보니까 저희 병원이랑 가깝더라구요. (창 밖 가리키며) 저~~기 참다운 소아과가 저희 병원이에요.
정민 예... (별로 편치 않고)
남자1 오늘 한잔 어때요?
정민 글쎄요... 전 별로 안 땡기는데요.
남자1 (보는)
정민 남자 셋이 모여서 여자 하나 놓고 복수할 계획 짜고 그러는 거, 유치하지 않아요?
남자1 욕하면서 응어리나 풀자는 거죠 뭐. 한잔 하죠?
정민 (표정)
씬/ 빠 외경 (N)
씬20/ 빠 (N) - ENG
정민과 남자1과 2, 같이 술 마시고 있다.
정민은 듣고, 남자1과 2, 둘이서
완전히 한이 맺혀서 떠드는 상황.
남자2 만난지 백일 기념으로 반지 사들고 레스토랑 빌려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시간만에 나타났는데, 차, 새로운
남자친구 팔짱 끼고 들어오더라고요.
정민 (황당한 표정)
남자2 아니 그냥 그만 만나자고 하면 누가 잡냐고. 어떻게 그렇게 사람을 무참하게 만들 수 있어요? 내가 그 생각만
하면 이가 갈려서...
남자1 그건 양반이에요. 우리 부모님 만나는 자리에서 날 찼잖아요. 부모님도 있는 자리에서. 우리 어머니 쓰러지셨어요
그때.
정민, 입이 쩍쩍 벌어진다. 정민의 눈엔
욕하는 남자1과 2의 입만 보인다.
남자들 사귈 땐 어땠는 줄 알아요? / 최고급만 찾아댔잖아~ / 믿었다니까~ 그러는데 안 믿을 남자가 어딨어~ / 그러다
큰코 다치지~ / 정말 이가 갈려~
정민, 기가 막혀 웃으며
술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시간경과> 벌겋게 취해 흐트러져있는 정민.
혼자 제일 많이 취했다.
남자1과 2, 여전히 오윤아를 욕하는데
정민 (통화중) 여보세요? 오윤아, 어디야?
남자들 (그 말에 허걱 놀라 정민을 보고)
정민 좀 나오지? 글쎄 나와보면 알아. 나와봐. 어제 그 카페. (뚝 끊으며) 나온대.
남자들 (황당해서 정민을 보면)
정민 아 열받잖아. 승질대로 할 순 없고, 그래도 앞에 앉혀놓고 한번은 퍼붜야 될 꺼 아냐. 안 그래? 내 말이
틀려?
남자들 (결심) 그러지 뭐. / 해요 뭐. 퍼붓지 뭐.
정민 (벌컥벌컥 마신다)
씬21/ 방송국 / 주차장 (N) - ENG
동직 미자 지영, 문 열고 주차장으로 나오는데
동직, 약간 앞서간다.
지영 (능글) 어떻게? 유치하게 좀 놀아봤수?
미자 (도도) 관심 없어 그런 짓.
동직 (돌아보며) 저기 A3에 있어. 그리 와.
지영 어~
동직, 주차해 놓은 곳으로 앞서 가고,
지영과 미자, 쫓아가며,
지영 솔직히 땡기실텐데? 최미자 캐릭터가 있지... (하다가) 혹시 밤에 집에서 혼자 삐사감처럼 일인이역하면서 해보는
거 아냐? 지피디가 상대 안 해주니까?
미자 (멈춰서, 쓰!)
지영 아님 말구~
지영은 일부러 보란 듯이, 다다다 뛰어
장난스럽게 동직의 어깨로 풀쩍 뛰어올라 엎힌다.
뒤돌아보며 마치 해봐~ 하는 듯한 여유만만한 미소.
미자,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질투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는데
뒤에서 다가와 미자를 툭 치는 현우.
현우 이쪽이에요 미자씨.
미자 (돌아보며) 에?
현우, 방향을 틀어 차 있는 곳으로 가는데,
현우의 뒷모습을 보는 미자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멀어지는 현우의 뒷모습과 미자의 눈빛 교차.
순간 이 앙물고 다다다 달려가는 미자.
현우의 어깨로 풀썩 뛰어오르려는데,
제자리에서 깡총!하는 수준.
현우 키가 너무 커서 안된다.
미자 에이씨... (E) 키가 너무 크다...
현우 ??
씬22/ 미자방 (N)
침대에 힘없이 널부러져 있는 모습에
미자 (NA) 난 지금 환자다. 병명은, 유치찬란 결핍증.
숨 끊어지듯 고개를 옆으로 뚝 떨어뜨린다.
씬23/ 빠 (N) - ENG
정민과 남자1,2 있는데, 윤아, 도도하게 들어온다.
남자1과 2는, 어쩡하지만 반색하는 표정이다.
정민 (취한) 왔네. 오윤아 잘 왔어. 앉아봐 앉아봐.
윤아 나한테 차인 변호사가 누군가 했더니, (황당) 정민씨였어?
정민 왜 그르니? 응? 들어보니까 장난 아니었더만. 나중에 얼마나 험한 꼴을 당할라구 그렇게 남자들 빠떼리 쪽쪽
빨아먹고 버려, 응? 사람이 장난감이야? 빠떼리 떨어지면 버리게? 떽!! 정신 차려! 큰 코 다치기 전에! (하는데)
남자1 (잔만 보며) 정이 다해서 헤어지는 게 무슨 죈가요?
정민 (띵!!)
남자2 ... 죄라면 윤아씨한테 정을 끊지 못하는 우리가 죄죠.
정민 (술이 확 깬다. 이거 무슨 분위기야?)
남자2 윤아씬 잘못한 거 없어요. 만나는 사람 있다고 솔직히 말했는데도 그래도 좋다고 한 건 나였으니까.
정민 (황당)
남자1 내가 싫다는 윤아씨한테 우리 부모님 이용해서 잡을라고 했던 게 실수였죠. (정민 탓하는) 사람 얘길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아무리 억울해도 그렇지, 남자가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앓고 마는 거지, 여자한테 나와라마라...
정민 (황당한 웃음)
남자2 김정민씨도 이제 정리하세요. 차인 지도 오래됐는데...
윤아 (도도하게 정민을 보며) 나랑 사귄 적도 없어요.
정민 (뻘쭘)
남자1/2 (황당해하며 정민을 보는)
남자1 (자기가 상대가 아닌데 상대하고 있었다는 듯) 짝사랑이었어요?
정민 (뻘쭘한 표정)
씬24/ 달리는 차안 (N) - ENG
윤아, 운전하고 옆에 정민이가 앉아있다.
정민, 취해서 얼굴이 벌겋다(분장).
윤아 (전화 통화) 네. 네 알아요. 영양제 고마워요. 아녜요 됐어요. 아녜요, 제가 병원에 한번 들르죠 뭐. 네,
들어가세요.
정민 (뻘쭘) 뭐...래?
윤아 뭐래긴. 한번 만나자는 거지. 어제부터 이상하게 그 둘이 계속 친한 척 하면서 전화하드라고.
정민 (표정)
윤아 어떤 변호사가 나한테 앙심품고 있는 거 같은데 조심하라는 둥, 마치 지들이 날 보호해줘야 될 것 같이 그러길래
이것들이 또 만나고 싶어서 구질구질하게 작업거나 보다 했더니... (정민 보며) 에으.
정민 (뻘쭘. E) 도대체 오윤아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 놈들은 그렇게 당하고도 여전히 목멜까?
정민, 윤아를 유심히 보는데
윤아 왜애?
정민 아냐. (시선피하고, E) 희한하네. (하는데서)
씬/ 방송국 외경 (D)
씬25/ 방송국 / 부스 앞 (D)
현우와 지영, 씨디 고르며 작업 중인데
지영, 열심히 일하는 척 하면서 툭!
지영 두 사람은 단 둘이 있을 때도 닭살 안 떨어요?
현우 (너무 급작스러워) 에?
지영 (일하며) 아니, 사귀면 닭살도 떨고, 유치뽕짝인 말도 하고 그러는 건데, 두 사람은 디게 건조한 거 같애서요.
너무 점잖아 주니까~ (슬쩍) 애정전선에 이상이 있나~
현우 ... 가뜩이나 미자씨보다 나이도 어린데 그런 짓하면, 정말 어리단 소리 들을 꺼 같애서요.
지영 (그제야 현우를 본다. 그 생각은 못했다)
현우 저 미자씨 보다 어린 거, 은근히 신경 쓰이거든요.
지영 ... !!
현우 미자씨가 뭐라고 그래요?
지영 아,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하던 대로 쭉~ 하세요. (일하는)
현우 (표정)
씬26/ 거리 일각 (D) - ENG
#영숙과 우현, 걸어온다.
우현 침 맞으니까 괜찮으시죠?
영숙 응. 한결 낫네.
우현, 육교 계단에 한발 올리는데
영숙 아우, 무서무서. 난 세상에서 계단이 젤 무서. 그냥 건너 가.
우현 위험해요, 도로가 넓어서.
영숙 차 안 올 때 피해가면 되지.
#영숙과 우현, 위채롭게 무단횡단을 하는데,
거의 다 와서 보면, 경찰이 서 있다.
영숙과 우현, 당황하는데
경찰, 호루라기 불며 다가오는
경찰 무단횡단 하셨습니다.
우현 한번만 봐주세요. 어르신이 다리가 안 좋아서...
경찰 무단횡단 벌금 2만원 되겠습니다.
우현 한번만 봐주세요, 네? 다신 안 그러께요. 네?
우현, 계속 경찰을 잡고 사정하는데,
영숙, 뚱하니 뒤에 물러 서 있었다.
영숙, 뒤에서 보기만 하다가
에라, 막판이다 한번 해보자.
사정하는 우현의 뒤로 걸리는 영숙에서
영숙 (애교) 아응~ 한번만 봐줘요~
우현 (띵! 놀라 천천히 돌아보는)
영숙 (애교) 잘난 계단이 세상에서 젤 무서워~ 한번만 봐줘~ 아으~ 잘 생기신 경찰 나리가 왜 그래~ 한번만~ 응?
#평상의 투박한 모습으로 돌아와 덤덤히 가는 영숙.
우현, 기막혀 영숙을 힐끗거리며 가는데,
영숙 (쳐다도 보지 않고) 급하면 다 나오게 돼 있어.
그렇게 가는 영숙과 우현의 모습에서.
씬27/ 방송국 / 회의실 (D)
현우, 대본보고 있는데,
미자, 들어와서는 뚱하니 앉는다.
현우 (의외) 일찍 나왔네요?
미자 (새침하게 대답없는)
현우 ... ??
미자 (시선 안 마주치고, 새침하게 대뜸) 자갸~
볼은 빨개지나(CG) 표정은 아무렇지 않은 척.
될대로 되라 심정이다.
현우 ... 에? (제대로 들었나?)
미자 자갸, 오늘 뭐할 거야?
현우 ... !!
미자 (E) 빨리 받아쳐. 안 그럼 죽어버릴 거야.
현우 (긴장 빡) 음, 우리 자기랑 재밌~게 놀 꺼야.
미자, 떠덩!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다.
미자 (너무 고마워) 자갸~ 너무 너무 고마워~
씬28/ 공원 일각 (D) - ENG
미자와 현우, 나 잡아봐라 하고 있다.
까르르 넘어가며 신나게 달리고 있는 두 사람.
(정말 봐주지 말고 막 달리세요)
미자 (E) 어쩜 좋아~ 정말 눈뜨고 못 봐주겠는 ‘나 잡아봐라’ 이 레파토리~ 아 너무 재밌어~ 아~~~
미자 (NA) 뜨거운 피가 혈관을 타고 쉑쉑 빠르게 돈다.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나는 느낌이다. 이 느낌에
커플들은 그런 유치한 짓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미자, 열심히 뛰다가 멈추는.
밝게 쌕쌕대는 표정에
미자 (NA) 유치하다. 이쯤에서 그만 하자.
그렇게 뒤돌아서다가
너무 재밌어서 안되겠는지 다시 뛰는.
다시 나 잡아봐라 하는 두 사람.
미자 (E) 아, 어쩜 좋아. 브레이크가 안 걸려. 우릴 보고 옛날의 나처럼 유치하다고 욕하는 사람들, 제발
이해해줘요. 너무 재밌어요~~
한쪽에서 황당하게 지켜보던 동직과 지영,
똑같은 포즈로 우웩~하고,
‘나 잡아봐라’하고 있는 현우와 미자의 모습에서 스틸 F.O.
씬29/ 거실 (D) - 에필로그
F.I 되면서, 영숙, 바느질하는데,
우현, 그런 영숙을 빤히 보다가
우현 이모님, 따악 한번만, 한번만 더 보여줘봐요.
영숙 (뚱) 뭘?
우현 할머니 애교요. 사람 죽이는 애교요.
영숙 췌. 노인네한테 무슨... (바느질만)
우현 아 딱 한번만요. 네?
영숙 아 밥 안 차려?
우현 (얼른 돈 꺼내며) 만원 드리께요.
영숙 (순간 땡기는 표정)
우현 진짜 드리께요. (테이블에 만원 놓고)
영숙 ... (땡긴다. 뚱) 뭐, 어떻게?
우현 이모님 맘대로 아무거나요.
영숙 (뚱하니 있다가, 갑자기 애교) 아응~ 뭐 이런 걸 보여달라 그래~ 부끄럽게~ 아응~ 몰라몰라~ 잘생긴 사돈이
왜 그래~
하는데 황당하게 서서 보는 영옥과 부록.
영숙, 떠덩! 민망해 만원을 낚아채서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우현, 바닥에 누워 낄낄대는데,
영옥 내 이걸 그냥. (방으로 뛰어들어가고)
부록 (우현을 조르며) 뭔 분위기였어? 말해봐, 얼른 말해봐.
그렇게 우현을 조르는 부록의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