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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한가득 호탕하게 펼쳐진 갯벌에 납작 몸을 낮추고 모두들 조개잡이에 열심이다. 부드러운 해풍과 촉촉한 모래에 어느새 세상 시름을 잊는다. 에디터 | 유철상 / 사진 | 이내정 어른도 아이도 모두 즐거워하는 갯벌 체험 | 청포대와 몽산포해수욕장
수년 전 여행에 맛을 들이기 시작할 즈음 태안반도를 찾았다. 그땐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지 않아 매송에서 서산을 가로질러 네 시간 만에 도착했다. 작은 고갯길을 수십 개는 넘었던 것 같다. 굽이굽이 돌아 마침내 도착한 몽산포해수욕장은 마치 꿈을 꾸는 듯 시야 가득 펼쳐져 있었다. 끝없이 갯벌이 이어지고 그 넓은 갯벌에 수십 명이 달라붙어 조개를 잡느라 호미질을 했던 풍경이 기억 속에 가물거린다. 지금은 서해안고속도로도 개통되고 서산방조제도 시원스럽게 뚫려 넉넉잡아 2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이 되었다. 태안의 해수욕장은 오밀조밀하게 늘어서서 여행객을 맞이한다. 하나같이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숲을 품고 있는 해변은 여행자가 잠시 쉬어가기에 더없이 매력 있다. 그래서 7월의 태안은 설렘을 안기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이름난 해수욕장만 해도 20여 곳이 넘는다. 만리포, 천리포, 학암포, 연포 등 해수욕장은 물론 꾸지나무골, 신두해수욕장처럼 꼭꼭 숨어있는 곳도 많다. 태안의 위쪽 이원반도에서 학암포, 신두, 만리포, 천리포, 파도리 연포, 청포대에 이르기까지 리아스식 해안선이 들쭉날쭉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중에서도 청포대와 몽산포해수욕장은 약 13km에 걸친 긴 백사장과 푸른 송림이 시원스레 펼쳐 있다. 이곳은 썰물 때면 3km 폭으로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경사가 완만하고 또 수온이 높아 비가 내리는 날에도 해수욕을 즐길 수 있을 정도. 청포대해수욕장과 연결되어 있는 몽산포는 백사장의 길이가 끝이 안 보일 정도이며, 소나무 숲이 전국에서 최상인 곳이기도 하다.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경사가 완만하고 갯벌이 딱딱해 차를 달려도 바퀴가 박히지 않는다.
청포대해수욕장은 기암괴석과 넓은 백사장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여행객이 즐겨 찾는 명소. 청포대란 이름 그대로 주변의 울창한 송림과 넓은 백사장으로 편안함이 압권이다. 좌우로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해변은 도시를 벗어난 쾌감을 갖게 할 정도로 시원하다. 고운 모래밭으로 밀려오는 하얀 파도는 잔잔한 여운을 선사한다. 원래 몽산포와 청포대는 갯벌이 좋아 조개잡이 갯벌 체험으로 유명하다. 요즘은 모시조개와 대나무처럼 생긴 맛조개가 한창이다.
뽕뽕 뚫린 갯벌 구멍에 소금을 넣고 기다리면 맛조개가 툭 튀어 올라오는데, 이때 맛조개를 낚아채는 재미가 쏠쏠하다. 썰물로 해변에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갯벌이 그 바닥을 드러내는데 갯벌 속에서 바지락, 백합 등 조개를 쉽게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 물이 빠진 갯벌은 아직도 수분을 잔뜩 머금은 상태. 꿈틀거리는 작은 방게에서 바지락, 백합 등 조개까지 갯벌에서 살아가는 생물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한마음이 되어 웃고 떠들다보면 갯벌은 한바탕 소란스러워진다. 생생한 갯벌의 모습을 체험하는 자연 학습장이 따로 없다. 특히 청포대 갯벌은 발이 빠지지 않기 때문에 맨발이나 장화 없이 신발을 신은 채 그냥 들어갈 수 있다. 몽산포와 청포대 갯벌 체험은 특별한 입장 절차나 요금이 없고 물때만 확인하면 된다. 바지락이나 모시조개, 맛조개, 생합 등이 잡히지만 어민을 위해 다량으로 잡지 않는 에티켓도 잊지 말자. 태안반도의 숨은 속살 | 만대포구와 꾸지나무골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원반도가 시작되는데 그 최북단에 만대포구가 있다. 태안읍에서 31km(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일명 태안의 땅끝마을이다. 포구에 기항하는 고깃배는 40척 정도. 꾸지나무골이나 사목해변 등 이원반도 내의 해수욕장을 찾는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횟감과 매운탕거리를 구입한다. 하지만 낚시꾼 사이에서는 만대포구가 제법 알려져 있다. 고깃배를 빌려 바다로 조금만 나가면 물 좋은 포인트가 많기 때문이다. 방파제에 서면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이 보이는데 건너편으로 팔봉면 구도가 보이고, 옆으로 대산독곳의 석유화학단지가 보인다. 썰물 때 드러나는 드넓은 가로림 만의 갯벌에선 바지락 등 풍성한 갯것이 많이 잡히고 6월엔 갯벌 낙지잡이가 성황을 이룬다. 바로 앞바다의 삼형제바위도 썰물 때면 걸어갔다 올 수 있다.
만대포구에서 지방도로로 나오다 이정표를 보고 언덕길로 700m 가량 들어가면 꾸지나무골 해변이 나타난다. 솔숲동산이 해변 가운데에 있고 그 양편으로 백사장이 뻗어 있다.
꾸지나무골해수욕장은 꾸지나무가 많아 생긴 지명. 꾸지나무는 큰 가시가 달린 뽕나무과 나무로 가을에 오디처럼 빨간 열매가 달린다. 옛날, 불을 때서 소금을 구워 만들 적에 죄다 땔감으로 써버려 지금은 꾸지나무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잘생긴 소나무가 방풍림처럼 빼곡하게 늘어선 백사장은 신비감마저 자아낸다. 해변의 길이는 1km가 넘으며 폭도 50m에 달한다. 모래밭 가운데 바위 지대가 있어 해변 풍경도 이채롭다. 해당화 피고 지는 신두리 해안사구
태안반도 곳곳에 빨간 해당화가 활짝 핀다. 인적 드문 바닷가에 애처롭게 피어 갯바람에 하늘거리는 해당화는 진홍빛 수를 놓은 듯 해변가를 붉게 물들인다. 한 줄기 실바람에 해변마을은 마치 향수를 뿌려 놓은 듯 순식간에 꽃향기로 가득 찬다. 자연의 향기다. 태안반도 해변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꽃이지만 이토록 해변의 정서를 대변하는 꽃도 드물다. 땅끝마을 만대에서 안면도 영목에 이르기까지 이곳저곳 할 것 없이 지천에 핀 꽃이 바로 해당화다. 해변가나 조그마한 언덕길, 산모퉁이. 어디를 가나 해당화가 수줍은 듯 반긴다. 태안반도를 상징하는 꽃처럼 해변가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바람에 날려 생성된 모래언덕도 비경으로 손꼽히는데, 사막처럼 바람의 방향에 따라 수시로 모양이 바뀐다. 신두리해수욕장은 5km에 이르는 넓은 백사장으로 무척 인상적인 곳이다.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아직까지는 깨끗한 자연의 상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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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RIDAY] 기사제공 : (주)엔위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