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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루이 퓌즐리에
초연 2막 초연판 : 1735년 파리 튈르리 궁전
4막 완성판 : 1736년 파리 오페라 극장
배경 중세나 그 이후의 전설의 시대 터키, 페루, 페르시아, 북아메리카
<2016 뮌헨 국립극장 / 180분 / 한글자막>
뮌헨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 발타자르 노이만 합창단 & 이스트먼 무용단 연주
이보르 볼튼 지휘 /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 연출 및 안무
헤베..............미의 여신...................................리세테 오로페사(소프라노)
벨로네...........싸움의 여신................................고란 주리크
에밀리에........남프랑스의 처녀, 오스만의 노예.....엘사 베노아(소프라노)
발레르...........해군 장교, 에밀리에의 연인...........시릴 오버티(하이테너)
오스만...........터키의 왕자................................타레크 나츠미(바리톤)
파니..............왕실의 피를 이어받은 아가씨.........안나 프로하스카(소프라노)
카를로...........스페인의 장교, 파니의 연인...........마티아스 비달(하이테너)
후아스카르.....태양의 제전을 만든 사람...............프랑수아 리스(바리톤)
차이레...........알리의 여자 노예.........................아나 퀸탄스(소프라노)
타르마스........페르시아의 왕자..........................시릴 오버티(하이테너)
알리..............티크마의 친구.............................타레크 나츠미(바리톤)
치마..............인디언, 추장의 딸........................리세테 오로페사(소프라노)
알바르...........스페인의 장교.............................프랑수아 리스(바리톤)
다몽..............프랑스의 장교.............................마티아스 비달(하이테너)
아디리오........인디언, 치마의 연인.....................존 무어(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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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2016 뮌헨 국립극장 실황, 라모의 오페라 발레 <우아한 인도의 나라>
이국에 대한 신비감, 이방인에 대한 사회적 문제로 비틀다
춤과 음악이 결합된 프랑스 '오페라 발레'를 대표하는 라모(1683~1764)의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은 당시 유럽인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터키, 잉카, 페르시아, 북아메리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각 막은 서로 연관이 없는 독립적 구성이며, 엇갈린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로 일관된다. 이 '오페라 발레'의 총연출과 안무를 맡은 이는 벨기에의 안무가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1976~). 2016년 7월, 뮌헨 국립극장에 오른 이 작품의 이국적 배경을 통해 셰르카위는 이민자들의 이동, 파편화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영토와 국경의 문제 등의 정치적 문제를 환기시킨다. 작품이 속하는 '오페라-발레'만의 장르적 특성을 안무가에게 쥐어주며, 동시에 철학적이고 사회학적인 문제의식을 부각시킨 프로덕션이다. 메이킹 필름(14분 분량)을 통해 지휘자·안무가·무대디자이너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해설지(21쪽 분량)에는 안무가가 직접 쓴 연출노트, 작품 해설(영·프)로 되어 있다.
프랑스 작곡가 장 필리프 라모(1683~1764)는 오십 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오페라를 작곡했다. 서곡과 4막으로 구성된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은 그의 세 번째 오페라. 제목의 '인도'는 당시 유럽인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이방의 나라들'을 통칭한다. 4편의 각기 다른 이야기는 터키, 잉카, 페르시아, 북아메리카가 배경이다. 각 막은 서로 연관이 없는 독립적인 구성이며, 대개 엇갈린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로 일관된다.
(1막) '관대한 터키인'은 터키에 납치된 유럽 여인과 사랑에 빠진 지배자가 그녀에게 이미 연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비를 베풀어 두 사람을 되돌려 보내는 내용이다. (2막) '페루의 잉카인들'은 원주민과 사랑에 빠진 탐험가의 이야기. (3막) '꽃-페르시아의 축제'는 2막의 무겁고 비극적인 결말로부터 탈피하여 유희적인 분위기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가신의 하녀를 사랑하고, 가신은 왕자의 하녀를 사랑하는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왕자는 여자로 변장하고 왕자의 하녀는 남자로 변장하는 내용이다. 모차르트 <후궁으로부터의 도주>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 (4막) '북미의 야만인들'. 북아메리카 인디안족의 아름다운 여인 지마는 정복자인 스페인인 돈 알바로와 프랑스인 다몽으로부터 동시에 구애를 받지만, 결국 동족인 아다리오를 선택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의 장르명은 정확히 '오페라-발레'로 통용된다.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장르로, 라모의 주특기였던 서정비극과는 스타일이 다른 프랑스만의 장르다. 그런 점에서 2016년 7월, 뮌헨 국립극장에 오른 이 프로덕션의 총연출과 안무를 벨기에의 안무가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1976~)가 맡은 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그는 안무 외에 연출, 무대디자인, 음악가로 활동 중이다.
셰르카위는 바로크 예술의 미학보다 자신이 지닌 생각을 작품에 녹여 넣는다. 영상물의 재킷의 이미지가 그것을 잘 대변하는 것 같다. 그 누구도 쉽게 오를 수 없는 높은 철창에는 허름한 옷을 입은 이들이 매달려 오르고 있고, 그 꼭대기에는 말끔한 수트를 입은 권력자 같은 이가 노래를 하는 모습이다. 셰르카위는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을 통해 이민자들의 이동, 파편화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영토와 국경의 문제 등을 환기시키고, 이민자들의 정체성과 다문화주의라는 문제를 제시한다. 그래서 4개의 막에서 국경과 피부색을 넘나들며 일어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담겨 있는 정치·사회적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작품이 속하는 '오페라-발레'만의 장르적 특성을 잘 살리는 의도이자, 철학적이고 사회학적인 문제의식이 녹아 있는 프로덕션이다.
보너스 트랙의 메이킹 필름(14분 분량)은 이 작품을 낳은 과정과 지휘자, 안무가, 무대디자이너의 생각과 인터뷰가 들어가 있다. 해설지(21쪽 분량)에는 안무가가 직접 쓴 연출노트, 작품 해설이 영어와 프랑스어로 구성되어 있다.
=== 작품해설 === <2003 파리 가르니에 극장 실황 영상물 내지 해설 / 박종호 글>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
환상의 나라들을 찾아서 떠나는 음악과 무용의 향연
장 필립 라모(1683~1764)는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 시대의 대표적인 거장이다. 당시 그의 활약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하였으며, 당시 그의 오페라 작품들은 우리가 지금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큰 인기를 누렸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대략 지금으로부터 무려 250여 년 전에 만들어지고 공연되었던 작품들이다. 오래된 술이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한 마디로 '너무나 오래되어서' 먹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라모의 작품들이 한동안 그런 취급을 받아왔었다. 즉 그것들은 너무 그 시대에 충실하고 너무 화려하고 너무 방대하고 너무 세심하게 표현되어, 이미 짧고 간결하고 명확한 1890년대 이후의 오페라에 익숙해 있는 현대의 오페라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휘자 니콜라스 아르농쿠르와 연출가 장 피에르 포넬의 협동으로 이루어낸 몬테베르디 오페라들의 부활과 최근 카운터테너의 융성으로 활기를 찾은 헨델 오페라의 유행 등은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린 것으로 믿고 있던 바로크 오페라들에게 부활의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이 불길은 몬테베르디와 헨델을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오페라를 거쳐서 이제 프랑스 오페라로 번져왔다.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 부흥의 선두 주자는 라모의 작품들이었다. 1990년대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재현되던 라모의 작품들은 이후 마치 산불처럼 번졌다. 이제는 프랑스의 국경을 넘어서 세계 각국의 유명 오페라 극장에서 라모의 오페라가 다투어 공연되는 형국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 바로크 시대의 구태의연한 방식의 무대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21세기적인 프로덕션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라모 오페라의 부흥이 시대를 초월하고 앞으로도 더욱 오래갈 수 있는 것이라는 희망도 전해주고 있다. 이제 라모를 주축으로 한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는 세계 오페라 레퍼토리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라모는 약 30년간의 활동기간 동안에 무려 29개의 작품을 작곡하였다. 그의 오페라들은 음악사적으로 보아서 획기적이거나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는 선배들인 륄리와 캉프라로 이어지는 프랑스 오페라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다만 그의 작품 속에서 프랑스 오페라의 전통적 규범을 조금 완화시키고 있다거나 아니면 점진적으로 새로운 기법을 보여주고 있는 정도다.
특히 륄리 이후로 프랑스 오페라의 특징으로 자리 잡은 이른 바 '노래'의 개념을 계승하여 그것에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에르)의 구별을 두고 있지만, 그 상호간의 이행이 그리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그의 아리아들은 2가지의 기본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무곡 형식이다. 여기에는 미뉴엣, 가보트, 사라방드, 뮤제트 등이 있다. 다른 하나는 아리에타로서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도입한 것이다. 이것은 성악적으로 비교적 어렵고 기교적인 형태들을 가지고 있다. 라모 오페라에서는 이 아리에타 부분의 발전이 두드러진다.
라모의 오페라들은 다양한 장르에 걸쳐서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서정비극이다. 그는 5막에 걸친 대형 오페라인 서정비극에서 일관되고 근대적인 드라마의 진행과 전반적으로 기품이 넘치는 음악을 보여준다. 여기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이폴리트와 아리시>, <카스트로와 폴룩스>, <다르다뉘스>, <조로아스트로>, <아바리스 혹은 북풍신> 등이 있다.
다음으로는 비교적 보다 가벼운 스타일인 3막의 영웅적 전원극이 있다. <자이스>, <나이스>, <아캉테와 세피즈>, <다프니스와 에글레>, <리시스와 델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이 해당되는 '오페라 발레' 혹은 '발레 오페라' 장르가 있다.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을 필두로 <에베의 축제>, <폴림니의 축제>, <영광의 전당>, <임멘과 아무르의 축제>, <아무르의 탄식> 등이 오페라 발레들이다. 그 외에 단막으로 만들어진 발레와 코메디 발레 등도 있다.
라모의 긴 음악 활동기 중에서도 오페라에 관한 것은 그의 만년에 집중되고 있다. 즉 50세가 넘어서부터 라모는 일련의 걸작들을 내놓으니, 바로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 <카스트로와 폴룩스>, <다르다뉘스>, <에베의 축제>, <플라테>, <조로아스트로>의 6개의 대표적인 걸작들이 연이어 세상에 나온다.
라모의 광범위한 오페라 세계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지금도 라모의 대표적인 작품 세계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오페라 발레'다. 오페라 발레라는 것은 이름 그대로 오페라와 발레가 합쳐진 것으로서, 18세기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였다. 오페라 발레는 오페라의 성악부분에 추가된 무용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보통 오페라처럼 줄거리가 완전히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오페라와 차별화된다.
즉 프롤로그가 먼저 나오는데, 여기서는 오페라 전체의 주제와 줄거리를 제시한다. 그 다음에 몇 개의 막이 이어지는데, 오페라 발레에서는 그것을 '앙트레'라고 부른다. 각 앙트레 상호간에 연결이 없어도 상관없다. 그러므로 각 앙트레는 아름다운 무대와 발레 그리고 음악의 나열과 같이 호사스럽게 펼쳐졌다.
오페라 발레의 효시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캉프라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측한다. 그 이후로 륄리 등으로 이어지고 라모에서 그 전성기를 이루었다.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이 가장 대표적인 오페라 발레이며, 그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사실 요즘에는 오페라 발레라는 말은 굳이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오페라의 범위에 들어간다. 그러니 굳이 구분하지 않고 오페라라고 부른들 큰 문제는 없다.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은 라모가 작곡한 하나의 프롤로그와 네 개의 앙트레로 이루어진 오페라 발레다. 이 작품은 라모가 쓴 많은 극장용 작품들 중 두 번째의 것이다. 이것은 지금도 라모의 여러 작품들 가운데에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이며 더불어 가장 뛰어난 작품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각 앙트레의 작곡 시점이나 작곡 당시의 환경이 달라서 앙트레 상호간에 그 품질이 고르지 않은 단점이 있다. 즉 제2막과 같은 앙트레는 음악적으로 대단히 뛰어난가 하면, 제3막은 상대적으로 진부함을 떨칠 수 없는 등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작품은 라모의 오페라 세계를 알기 위해서나 당시 프랑스 궁정을 중심으로 한 오페라 발레의 모습을 엿보기 위해서나 가장 중요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은 1735년 파리 튈르리 궁전의 홀에서 왕립 음악 아카데미에 의해서 초연되었다. 초연 당시에는 프롤로그에 단 두 개의 앙트레 즉 <관대한 터키인>과 <잉카의 페루인>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3회째의 상연에서 <꽃들>이 추가되고, 다음 해에 있었던 제24회 상연 때에 <미개인>이 추가되어 지금과 같은 네 개의 앙트레가 확립되었다.
프롤로그는 전체의 이야기를 설명한다. 즉 헤베와 그의 친구들은 큐피드(라무르)를 찬양한다. 그러자 그것은 마르스(아레스)의 여동생이자 아내인 싸움의 여신 벨로네에 의해서 중단된다. 벨로네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의 젊은 청년들을 사랑의 싸움에 가담하도록 불러 모은다. 젊은이들은 큐피드에 의해 구조된다. 그리고 그들은 먼 나라로 피신하는데, 그것이 바로 그들이 떠나는 모험이다.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의 이야기다.
이제 그들이 각 나라에서 겪는 모험담들이 각기 네 개의 막, 즉 앙트레를 구성한다. 각 막의 나라들은 실제 지리적으로나 연대적으로 별로 현실성은 없다. 게다가 각 나라들은 인도에 있는 나라들도 아니다. 인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기까지 하다. 그러니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을 그냥 '우아한 세상의 나라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인도라는 것은 그야말로 먼 나라의 대명사였고, 그들은 인도와 아프리카의 차이조차 명확히 모를 때였다. 다만 그야말로 그 당시에 유행하던 이국주의의 소산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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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최진영 글>
우아한 인도
장 필립 라모
서막과 4개의 앙트레로 이루어진 오페라발레이다. 루이 푸즐리에(Louis Fuzelier)가 대본을 맡았으며 1735년 8월 23일 파리에 있는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초연 당시에는 3막까지만 있었으나 1736년에 4막이 첨가되었다.
륄리를 잇는 프랑스 극음악 작곡가
라모는 오십대가 되어서야 비교적 늦게 극음악 장르에 도전하였다. 그러나 그 도전은 곧 라모를 륄리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오페라발레 〈우아한 인도〉는 그의 세 번째 극음악 작품이다.
이 시기의 프랑스 청중들은 디베르티스망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을 원했다. 오페라발레는 그 요구에 부응하는 장르였다. 화려한 볼거리와 웃음을 유발하는 내용, 멋진 무용수들은 프랑스 청중들을 만족시켰다. 이 장르는 무거운 내용을 소재로 하지도 않았으며, 서정비극보다는 춤이 더 큰 비중으로 들어있었다. 작품의 각 막은 ‘액트(acte)’가 아니라 ‘앙트레(entrée)’라고 불렸는데, 액트와 같이 서로 이어진 이야기가 아닌 짧은 독립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라모의 오페라발레는 마냥 가벼운 작품이 아니었다. 그의 세련된 음악 기법과 정교한 음악 구조, 뛰어난 관현악법은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주며, 일견 우스운 이야기이거나 연애담이지만 한편으로는 비판적이고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가벼운 장르로만 치부되었던 오페라발레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높이도록 만들었다.
유럽 밖에 대한 유럽의 시선
여기서 말하는 ‘인도’는 사실 하나의 국가로서의 인도가 아니다. 특정 나라가 아닌, 당시 유럽 이외의 지역을 통칭하는 것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 작품의 제목을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당시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걸친 회사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새로운 곳, 즉 관심의 대상인 곳이지만 ‘상대적으로 미개한’ 이라는 뉘앙스를 가진다고도 할 수 있다.
18세기 초, 파리의 청중들은 이러한 이국의 이야기를 선호하였다. 이 작품은 터키, 잉카, 페르시아, 북미의 이야기를 각 앙트레에서 다루고 있다. 화려한 무대와 현실적인 인물묘사가 관객들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이 작품은 라모의 극음악 가운데서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 되었다. 라모가 살아있는 동안만도 파리에서 200회가 넘게 상연되었다.
현재는 관현악 모음곡의 형식으로도 많이 연주되고 있으며, 작곡가 본인에 의해 편곡된 하프시코드 버전도 자주 연주된다.
유럽 바깥의 사랑 이야기
서막에는 마치 서정비극처럼 그리스 신들이 등장한다. 젊음의 여신 에베는 아무르를 찬양한다. 그러나 전쟁의 여신 벨론느가 그녀를 위협하는데, 벨론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의 젊은 청년들을 모아 사랑의 싸움에 가담토록 한다. 그러나 아무르가 벨론느를 물리치고 젊은이들을 구조하는데, 이 젊은이들이 먼 나라로 피신을 가게 된다. 느림-빠름의 2부 형식으로 되어있는 전형적 프랑스 서곡이 서막의 앞뒤로 연주되고, 이후 서막에 이어지는 모험담들로 이어지는 네 개의 막이 구성된다.
1막: 관대한 터키인(Le Turc généreux)
등장인물: 에밀리(소프라노), 발레르(하이테너), 오스만(바리톤)
유럽 여인인 에밀리가 터키에 납치되었는데, 터키의 지배자는 그녀에게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에게 이미 오랜 연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자비를 베풀어 두 사람을 유럽으로 되돌려보내고 에밀리는 연인인 발레르와 다시 재결합한다는 이야기이다. 당시 프랑스 신문에 보도되었던 실화를 소재로 한 것으로, 후에 모차르트 역시 이 이야기를 소재로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탈출〉을 작곡하게 된다. 쨍쨍거리는 듯한 느낌의 관악기와 화려한 소리를 내는 자잘한 타악기 등 륄리의 시대부터 이어진 터키 묘사의 클리셰(Cliché)가 잘 사용되었다.
2막: 페루의 잉카(Les Incas du Pérou)
등장인물: 파니(소프라노), 돈 카를로(하이테너), 위스카르(바리톤)
잉카의 위스카르와 에스파냐인 돈 카를로는 둘 다 파니 공주에게 구혼하는 라이벌 관계이다. 파니 공주는 돈 카를로를 택하고 질투에 눈이 먼 위스카르는 결국 자신의 제국을 멸망시킨다. 마지막은 지진과 함께 화산이 폭발하는 가운데 연인이 도주하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혼란과 사랑이 극적으로 대비를 이룬다.
3막: 꽃들, 페르시아의 축제(Les Fleurs, Fête Persane)
등장인물: 파팀므(소프라노), 자이르(소프라노), 타크마스(하이테너), 알리(바리톤)
2막의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와 상반되는 분위기의 앙트레이다. 페르시아 왕자 타크마스는 가신 알리의 하녀를 사랑하고, 알리는 타크마스의 하녀를 사랑한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 왕자는 여장을 하고, 왕자의 하녀는 남장을 하고, 결국 두 쌍의 연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새로운 막(4막): 야만인(Les Sauvages)
등장인물: 지마(소프라노), 아다리오(테너), 다몽(하이테너), 돈 알바르(바리톤)
나중에 추가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막’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4막 가운데 춤이 가장 중심이 되는 막이다. 북아메리카 인디언 족의 여인 지마는 스페인인 돈 알바르와 프랑스인 다몽으로부터 구애를 받지만 둘 모두를 거절하고 자신과 같은 부족의 아다리오를 선택한다. 2막과 비슷하게 전개되나 전혀 다른 결말을 보이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인디언들의 축제로 끝맺는데, 군무와 같은 인디언들의 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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