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둘째네가 와서...
2022년 1월 28일 금요일
음력 辛丑年 섣달 스무엿샛날
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 16도,
예보에는 반짝 한파라고 하여 꽤 추울 거라는데
바람이 잠잠하여 그렇게 춥다는 느낌은 없다.
영하 16도까지 뚝 떨어진 기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고 표현한다면
다른 고장 사람들은 웃긴다, 미쳤다고 하려나?
그러면 아마도 촌부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 누구나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고..."
그나저나 이번 추위는 설 연휴 내내 이어질 것
같은데 사화적 거리두기로 고향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와 방역당국의 권유가 귀성객들의
이동에 얼마나 작용을 하려나 모르겠다.
어찌되었거나 이 촌부는 처해있는 환경, 주어진
삶에 나름의 방법으로 충실하면 되는 것이라서
어제 아침나절 엔진톱을 챙겨 나무가 널부러져
있는 밭으로 나갔다. 요즘에는 일상이라는 것이
대부분 절개지 정리하며 베어놓은 나무와 노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니까
그날이 그날이라는 것이라고 할까? 그리 바쁘게
서두르거나 급하게 해야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서
느릿느릿, 쉬엄쉬엄 하다보니 진척이 좀 더디다.
이제 겨우 밭에 쌓아놓은 열 무더기 중에 두 번째
무더기를 잘랐다. 이번 무더기는 통이 굵은 것들
뿐이라서 시간이 그다지 많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엔진톱이 끼어서 고생을 할까봐 조심해야만 했다.
아내가 "당신이 자른 나무는 비뚤어지게 잘라서
장작을 팰 때 세워지지 않잖아! 바르게 잘라봐!"
라는 말이 생각나서 나름 반듯하게 자른다고 해도
그게 그렇게 잘 안된다. 그래도 장작팰 때 세워질
정도로 대충 반듯하게 자르긴 했는데 어떠려나?
한꺼번에 자르지않고 손수레에 가득 차면 나르고
또 자르고를 반복했다. 굵은 크기의 생나무라서
꽤나 무거워 많이 싣고 나를 수가 없었다.
거의 다 잘라 나르고 있는데 걷기운동을 하다말고
손수레를 밀어주겠다고 달려온 아내가 하는 말이
"둘째네 지금 산골집에 오고있다는데..."라고 했다.
"내일 온다더니?"라고 하니 "빨리 오고싶은가봐?
좀 늦더라도 진부에 나가 짜장면 먹자는데..."라고
하여 하던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들어와 기다리고
있었더니 한참을 지나서야 도착을 했다. 기다리며
아내가 "글쎄! 둘째네 이번에는 7박8일을 있다가
간다지 뭐야!"라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쟤들 이제 손님이라니까!"라고 하여 함께 웃었다.
아내의 그 말의 의미를 잘 안다. 내심 좋아하면서
우리야 대충 먹어도 되지만 삼시세끼 해먹이려면
조금 부담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처제와 함께
수다도 떨고 밥도 함께 짓고 운동도 함께 하는 게
좋긴 하지만 모처럼 처갓집 오는 것처럼 생각하는
제부에게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대신하여 장모님
역할까지 해야하는 것이라서 심적으로 좀 부담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서방은 아내의 음식을
엄청시리 좋아하고 맛있게 잘 먹는 사람이라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데 아내의 마음은 좀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함께 진부에 나가 이서방이 맛있어 하는 중국집의
짜장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마트에서 쇼핑하고
봉평으로 넘어와 면사무소에서 일을 보고 왔다.
자동차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는데 누가 보면 거의
이삿짐을 옮겨온 수준이라고 했을 것이다. 아내와
처제가 정리하는 사이 이서방과 함께 마을 아우네
다니러 마실을 나갔다. 이곳에서 만나 오래된 친구
사이라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제수氏도 반갑다며
이것저것 챙겨줬다. 이서방은 이런 정겨움이 있어
산골이 좋다면서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내려와야
겠단다. 점심을 늦게 먹어서 아내가 유부초밥으로
간단히 차려준 저녁식사에 소맥 한잔씩 곁들여서
맛있게 먹었다. 지난 년초 조카 딸내미가 모바일로
보낸 케익을 빵집이 없어진 바람에 바꿔오지 못해
많이 아쉬웠는데 둘째네가 이번에 오면서 케익을
바꿔와서 후식으로 먹었다. 조카 딸내미 선물이라
그런지 더 맛이 좋았다. 이렇게 둘째네와 함께하는
8일 중에 그 첫 번째 날은 지나갔다.
첫댓글 오순도순 정겹게
살아 가시는 촌부님댁이
정말 사람 사는 향기가 납니다.
함께 하시는 시간 행복 가득 하세요
둘이서 지내다가 이따금씩 아우들이 오면 사람 사는 것 같답니다. 일주일간은 즐겁게 지낼 것 같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좋아요^^
사람향기
행복한마음
따봉!!
단 둘이 지내다가 아주 이따금씩 아우들이 와서 위안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오붓한 가족의 모습이 정겨워요.
간만에 가족간의 정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