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술국 (酒羹) 과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 2
지금은 술국 (酒羹) 하면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과 같은 음식으로 취급하여, 술을 마실 때 나오는 국물이 술국 (酒羹) 이오,
술에 시달린 속을 풀어 주는 게 해장국 (解腸羹) 이 되었고, 해장국의 해장이라는 말은 해정 (解酲) 즉, `숙취를 풀다’ 는 말이 해장 (解腸) 이 되었다고 하는데, 해정 (解酲) 이나 해장 (解腸) 이나 모두 틀린 말은 아닐 것이지만, 이제까지 예를 들은 음식들은 주로 술국 (酒羹) 으로 먹는 음식이며, 이제부터 소개하는 음식은 주로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으로 먹는 음식들로 모양새가 조금은 달라서 구별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이 있지만 가장 오래된 음식은 의외로 `설탕 (雪糖) 물’ 이며, 지금도 술 마신 후, 꿀물을 마시며 속을 푸는 것은, 먼 옛날부터 경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속
푸는 방법을 체득한
것이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꿀물 해장국)
유 방 (劉邦)
이 항 우 (項羽) 를 물리치고 한 (漢) 나라를 세웠을 때부터 찬탈자 왕 망 (王莽) 에 의해 나라가 망할 때까지, 전한 시대의 역사를
다룬 `한서 (漢書) 예악지 (禮樂志)’ 에는, “`자장 (柘漿)’ 이라는 음료가 아침 숙취를 해소하는 데 좋다.” 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 `자장(柘漿)’은 `사탕수수
음료’ 라는 뜻이니, 지금의 `설탕 (雪糖) 물’ 이며, 요즘과는 달리 이 무렵의 `설탕 (雪糖)’ 이나 `꿀’ 은
왕후장상이 아니면, 감히 넘보지도 못할 귀한 식품이었다고 합니다.
(꿀을 저장하는 벌꿀)
제대로 된 아주 오래된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은 나그네를 위한 주막 (酒幕) 에서 끓여 내는 `양골국’ 이라고 해야 하는데, “양골국은 양지머리의 살을 긁어내어
뼈만 남은 등성이를
도끼로 찍어서 정하게
물에 씻어서 밤새도록
고아서 그 국물에 된장을 풀고, 다시 우거지를 넣어서
푹 삶으면, 우거지에 양골 기름이 배고, 양골에 푸성귀가 어울려서
기막힌 진미가 된다.” 라고
하였고, 물론 떼어낸 양지 머리 살은 또 다른 고급 수육 안주가 됩니다.
(양골국 – 사골 우거지 해장국)
기록으로 보면, 고려 말기의 중국어 회화 교본인 `노걸대 (老乞大)’ 에 `술 깨는 국’ 이라고 하는 `성주탕 (醒酒湯)’ 이 나오는데, `육즙에 정육을 잘게 썰어 국수 (사리) 와 함께
넣고, 천초 (川椒 – 산초 [山椒]) 가루와
파를 넣는다’ 라는 기록이 있는데, 이 `성주탕 (醒酒湯)’ 은 요즘의 `소고기 맑은 곰탕 (양지머리 곰탕)’에다 예전에는 엄청 비싼 `후추 (胡椒)’ 대신에
`산초 (山椒)’ 를 넣은 것으로 짐작이 되며, 국수 (사리) 까지 넣으면, 그 생김이 요즘의 `진국 설렁탕’ 이 됩니다.
(성주탕 [醒酒湯] – 소고기 맑은 곰탕)
요즈음 남한산성의 특산물처럼 떠들어 대고 있는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으로 `효종갱 (曉鍾羹)’이 있는데, 이 음식은 조선 말 문신이자, 서예가 최 영년 (서기 1856 ~ 1935 년) 이 지은 책 `해동죽지 (海東竹枝)’에 나오는 음식으로,
`광주 (廣州) 성내에서는 이 국을 잘 끓인다.
배추 속대, 콩나물, 송이 버섯, 표고 버섯, 쇠갈비, 해삼, 전복을 초장에 섞어 종일토록 푹 곤다.
그리고, 밤에 이 국 항아리를 솜
이불에 싸서, 서울로 보내면 새벽종이
울릴 때는 재상집에
이른다.
아직도 국 항아리가 따뜻하고, 해장에는 더없이 좋다.’
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지금의 시절에도 아무나 쉽게 먹지 못하는 송이 버섯, 표고 버섯, 해삼, 전복 등을 밤새 푹 고아서 항아리에 담아서 그것을 솜 이불로 푹 싸서, 이른 새벽에 새벽 종이 울리고 성문이 열리면 한양 성내에 배달하는, 임금님 정도가 드셔야 하는 이 음식을 도대체 정상적인 보통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지금에도 한 사람도 없을 것이며, 따라서 `효종갱 (曉鍾羹)’은 조선 말기의 권세가들의 부패하고 퇴폐적 모습을 정말로 잘 보여 주는 아주 부적절한 음식의 표본입니다.
(이조 말 권세가 해장국, 효종갱 [曉鍾羹])
그래도 예나 제나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의 으뜸은, 깡 마른 북어를 방망이로 두들겨서 부드러운 연포 (두부) 와 끓여내는 북어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이며, 지금은 전부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육조가 있던 세종로 거리 앞의 서울 무교동, 다동 (茶洞) 이 `북어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의 원조이었습니다.
(북어 해장국)
비슷한 음식인 것 같지만, 아주 조금 다른 것이 `황태 해장국’ 으로 황태 (黃太) 를 잘 손질하여 무와 같이 기름에 볶다가, 물을 부어가며 볶아 끓여내는 음식으로 `황태 해장국’ 은 또 다른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의 명물이었습니다.
(황태 해장국)
그리고는 서민들의 음식인 전주 지방 `콩나물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으로 콩나물에는 아미노산과 아스파라긴
산이 많아서 숙취 해소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현대 과학으로 증명되었으나, 옛날사람들 역시 진작부터
콩나물국이 술 마신 후, 속 푸는 데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기록에는 서기 6 세기 초 `신농본초경’에 황권 (黃卷) 이라는 이름이 처음 보이는데, 황권은 노란 콩의 싹인 `황두아 (黃豆兒)’ 즉 콩나물이며, 몸의 붓기를 빼고 위의 열을 내리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전주 콩나물 해장국)
산이 많고, 개울이 많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향토 음식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이, 보은, 영동, 괴산, 충주의 `올갱이국’, 문경, 점촌의 `골뱅이국’, 안강, 포항의 `고디탕’ 으로 불리는 경기 지방의 `다슬기 해장국’ 입니다.
(충주 올갱이 해장국) (경기 다슬기 해장국)
지금은 하동, 광양의 특산물 처럼 알려진 `재첩국’ 이라 부르는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은 부산 지방에서는 `재치국’
이라고 불리는데, 하지만 쓰레기 매립을 하기 전, 서기 1960 년대 초까지도 한강 상암동 (옛 지명 무루치)
앞 난지도 북쪽 샛강에서는 한강 재첩이 많이 잡혔으며, 서울 지방에서는 조개를 해금시킨 후, 재첩 조개 껍데기를 함께 넣고 국을 끓였습니다.
(부산, 하동 재치국)
(한강 재첩국 – 조개 껍데기)
강원도 고성, 양양에서는 자연산 홍합을 `섭’ 이라고 부르는데, 이 섭으로 끓인 `섭국’ 이 해장국
(解酲羹, 解腸羹) 으로 이름이 있으며, 양식 홍합보다 훨씬 크고 탐스럽지만, 요즘의 음식점에서는 조금 다른 형태로 `섭국’ 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성, 양양 섭 해장국)
계속합니다, 보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