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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고 맛있는 홍시를 쪼아 먹고 있는 까치 |
ⓒ 조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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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서울 근교에 위치해 있고 내가 살고 있는 곳과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답답한 마음을 정리하거나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을 때는 종종 찾아가는 곳이다. 예전에는 강화도에 한 번 다녀오려면 큰맘 먹고 다녀와야 했다. 도로가 복잡해 돌아오는 시간만 해도 5~7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도로가 잘 뚫려 있어 마음만 먹으면 고생하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됐다. 볼거리도 다양해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기도 하다. 사진가들이 좋아하는 보물이 곳곳에 숨어 있다고나 할까.
바닷물이 빠져나가 굴곡이 심한 갯벌길이 선명한 강화도 선두선착장. 고기잡이배들이 고된 일을 멈추고 진흙 위에 정박해 휴식을 취하고, 갈매기들이 그 위를 빙빙 돌며 만선을 꿈꾸며 바다를 향해 떠날 어부들을 재촉하고 있는 듯하다. 선두선착장은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자주 들렀던 곳이다. 쫓기듯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이곳이 불현듯 생각났다.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떠있던 청명한 12월 3일, 오랜만에 그곳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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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들꼬들 말라가고 있는 어포들이 가지런하다. |
ⓒ 조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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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류의 생선들이 바닷바람과 햇볕에 꼬들꼬들하게 말라 손님들을 기다리는 모습, 마른 어포를 사며 가격을 흥정하는 손님들의 모습도 옛날 그대로다. 생선회를 파는 상인들의 분주함이 이곳의 생명력을 더욱 강하게 한다.
오래전 봤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갈고리가 달린 커다란 닻이 눈비와 바닷물에 누렇게 녹슬어 세월의 흔적을 남긴 채 놓여 있는 모습도 그대로다. 그 닻은 홀로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있었다. 옛날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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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를 한곳에 멈추어 있게 하기 위하여 줄에 매어 물 밑바닥으로 가라앉게 하는 갈고리가 달린 커다란 닻 |
ⓒ 조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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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회사에 근무한다는 은하씨와 친구들 |
ⓒ 조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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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빠져나간 갯골과 구름이 아름다운 곳 강화도 |
ⓒ 조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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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바다 구경하러 왔다는 은하씨와 그녀의 친구들은 깔깔 웃으며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바닷바람에 실려 메아리로 돌아온다. 그녀들은 "실례지만 사진 좀 찍어 주시겠어요?"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녀들에게 높이 뛰어 하늘을 나는 사진을 담아주겠다며 '공중부양놀이'를 제안했다. 그녀들은 선뜻 수락하며 몇 번이고 뛰어올랐다. 그녀들의 젊음은 싱그러웠다. 파란하늘의 구름도 반기고 차가운 겨울바람도 젊음 앞에는 방해되지 않는다.
달고 맛있는 홍시가 까치밥이라고요?
선두선착장을 빠져 나오는데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 가지에서 까치가 홍시를 부지런히 쪼아 먹고 있다. 앙상한 가지 위에 붉게 매달려 있는 감이 운치를 더한다. 생계 수단으로 감을 쪼아 먹는 까치의 모습이 신기했다. 불현듯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감나무 집으로 불렸던 친구네 집에는 홍시가 많았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을 늦가을에 수확해 창고에 놔뒀기 때문이다. 이 친구의 집에 이따금씩 들르면 친구 할머니께서 홍시를 하나씩 꺼내주시곤 했는데,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한 개라도 더 먹고 싶어 감을 수확할 때면 친구 집에 가곤 했다. 친구 아버지는 감나무에 감 몇 알을 남겨놓곤 했다. "왜 저건 따지 않느냐"고 물으니 친구 아버지는 "저근 까치밥이여"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감나무에서 감을 쪼아먹고 있는 까치가 귀엽기까지 하다. 먹을 것이 풍부해진 요즘, 작은 감들은 그냥 내버려두니 새들에게는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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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빠져 나가자 선두선착장에 정박하고 있는 고깃배 |
ⓒ 조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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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 구름과 고깃배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
ⓒ 조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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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해안선 길이가 99km로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기 때문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적합한 곳이다. 역사적으로는 삼국 시대부터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으며, 고려 시대에도 몽골 항쟁의 근거지였다. 게다가 조선 시대에 병인양요·신미양요의 격전지이기도 했다. 강화도는 역사 학습에도 도움이 되는 자료가 많아 역사탐방코스로도 주목 받고 있다.
이곳은 본래 김포 반도와 연결돼 있었으나 오랜 침식 작용 때문에 구릉성 섬으로 분리됐다고 한다. 이후 한강·임진강에서 유출되는 토사가 쌓이면서 다시 김포반도와 연결됐고, 그 후 염하(鹽河)가 한강에서 분류해 김포와 강화 사이에 해협을 이루면서 강화도는 다시 섬으로 독립됐다고 한다. 지역 특산물로 인삼·화문석·순무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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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콤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강화순무 |
ⓒ 조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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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으로 향하던 중 길거리에서 한 상인이 순무를 팔고 있는 모습을 봤다. 약간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으로 유명한 강화 순무김치가 떠올랐다. 어느 때부터인가 이곳에 오면 꼭 순무 김치를 사는 버릇이 생겼다. 몇 년 전에 강화도에서 순무를 사와 순무 김치를 담갔는데, 금방 물러버려 먹을 수 없었다. 아마도 물이 다르기 때문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강화도에 방문할 때마다 순무 김치를 조금씩 사다 먹곤 한다.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기다리고 있는 강화도 여행. 찾아가면 찾아갈수록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