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일주일 전, 지난 일요일(8/10)
영화 '명량' 의 관객이 천만명을 넘었다는 그 날,
나도 '명량' 을 보았다.
때는 1597년 정유재란.
백의종군후 삼도수군통제사로 돌아온 이순신 장군이,
칠천량 해전에서 완전히 궤멸된 조선수군의
마지막 살아남은 배 12척으로,
진도 울돌목에서 왜선 133척을 맞아 승리하는 '명량해전' 을 소재로 한 영화다.
너무나 유명한 이순신 장군, 그래서 누구나 아는 어록이 있다.
가장 유명한,
-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 필생즉사(必生卽死) 필사즉생(必死卽生)
살고자 하면 죽을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것이다
영화에서의 한 장면.
출정하기 전, 돌아가신 어머님의 위패 앞에서 그가 하는 말,
어머님, 이제 불초소자, 어머님 곁으로 가려합니다.
단지 바라옵건대 저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만을 바랄뿐입니다....
그리고 12척의 배로 떠나는 장면.
비장미.
가슴이 뭉클하였다.
<노량>
몇년전, 남해에 갔을때
노량이 바라보이는 이락사(李落祠)에
들렀다.
이순신이 전사한, 임진왜란 마지막 격전지 노량해전.
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2004년) 이 생각났다.
당시에는 이름 생소하던 배우 김명민이 연기한 이순신은 멋있었다.
현재까지 전하는 이순신의 초상화는
모두 기록에 의지하여 유추해서 그린 초상화.
어차피 직접 보면서 그린 초상화가 없다면,
멋진 김명민으로 기억하는 것도 괜찮으리...
그의 칼에 새겨져있던 글귀,
三尺誓天 山河動色 一揮掃蕩 血染山河
(삼척서천 산하동색 일휘소탕 혈염산하)
석자되는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물이 떨고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
이순신이 불멸의 영웅임에는 틀림이 없다.
시대가 만든 영웅.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불굴의 정신은 정말 대단하다.
당시 조선의 암담한 상황.
선조는 전쟁이 나자마자 의주로 도망가고,
걸핏하면 마음에도 없는, 임금자리를 물려주겠다는 선위소동을 벌이거나, 의심과 질시로,
왜적하고 싸우는데만도 힘겨운 신하들을 괴롭히고 갈등하고 반목하게 하였다.
역사에서 잘못된 지도자의 어리석은 작태가 비단 이 하나 뿐이겠는가.
항상 위기에는 어리석은 지도자가 망쳐놓고
백성이 다시 일으켜세웠다.
뛰어난 아들 광해. 이순신도 그 희생자들이다.
그러나, 가장 크게 희생당한 사람은 원균이다.
칠천량 해전에서 조선수군 전체를 궤멸시킨 당시의 조선 삼도수군통제사.
부산포로 가서 왜적의 본거지를 소탕하라는 어명을
원균은 따르지않는다.
육군의 도움이 없이 배를 움직여 갔다가 패하는 것은 누가봐도
피할수 없다는 것을 알기때문이다.
이순신도 이같은 지시를 어겼기에 파직당하여 백의종군하게된 것이지만....
결국 원균은 도원수 권율에게 끌려가 곤장을 맞는 치욕을 당한다.
전쟁중에 삼도수군통제사가 도원수에게 불려가 곤장을 맞는 꼴이라니...
그것도 제일 먼저 도망치고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선조가 내린,
부산포를 공격하라는 무지한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결국 원균은 죽을 수밖에 없는 전쟁터로 들어가고,
드디어 조선수군 전체가 몰살당하고 자신도 최후를 맞이한다.
그리고 역사에 치욕적인 오명을 남긴다.
그때 원균을 배신하고 비겁하게 도망친 12척의 배가
나중에 이순신의 명량해전에 참전하게된다.
세상 일이란.... 이렇게 모르는 법이다.
훗날,
선무 일등공신에 3명의 이름이 오른다.
이순신, 권율, 원균.
원균의 충성과 용맹에 대하여는 선조실록에
그 내용이 기록되어있다.
그러나 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으리.
원균에 대하여는,
1991년 고정욱이 쓴 소설 '원균 그리고 원균' 이 있다.
영화 '명량' 을 보고 커다란 감동을 느끼면서,
다른 한편 원균이 생각났다.
역사의 이면에는 항상 이러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법.
첫댓글 하! 원균을 다시 생각케 하누만~~~역시 장옹!!!
그도 살아있으면 할 이야기 많을거야.....
항상 이면은 다른 모습과 진실을 감추고있으니까.
하긴 살아있면서도 할 이야기 못하고사는 사람도 많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