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와 에어컨 그리고 입추(立秋) ◈
요즘 살인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요
최근 경남 양산에서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42.5도를 기록하는 등
122년 만의 통념을 깨는 극단적인 폭염과 이중 열돔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요
과거 일본보다 더웠던 적이 없던 한국의 여름 기온이
일본 최고기온마저 추월하며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요
그런데 더위를 나타내는 우리말은 습도 유무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지요
습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한 더위를 나타내는 말로
‘무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등이 있고
습도는 높지 않지만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더위를 나타내는 말로
‘불볕더위’ ‘불더위’ ‘강더위’ 등이 있어요
먼저 무더위를 ‘무척 심한 더위’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무더위는 ‘물’과 ‘더위’가 합쳐진 ‘물더위’가 어원이지요
일반적인 더위와 달리 물기가 많아 후덥지근하게 와 닿는 더위를
말하는 것인데 물더위에서 ㄹ이 탈락해 무더위로 변한 것이지요
무지개의 ‘무’도 마찬가지이지요
무지개는 ‘물+지게’, 즉 작은 물방울들이 햇빛에 반사돼
문(지게)처럼 보이는 현상인데, 물지게에서 ㄹ이 탈락하고 지게는
지개로 바뀌어 무지개가 됐어요
찜통더위는 뜨거운 김을 쐬는 것같이 무척 무더운 여름철 기운을 뜻하고
가마솥더위는 가마솥을 달굴 때 아주 뜨거운 기운처럼
몹시 더운 날씨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지요
가마솥더위란 용어는 1977년 8월 3일자 신문 기사에 처음 등장했어요
그날 대구 지역 온도가 38.8도를 기록해 이를 ‘살인적인 가마솥더위’라고
표현했어요
그러니까 가마솥더위는 무더위, 찜통더위보다 좀 더 센 더위라는 뜻이지요
습도는 높지 않지만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불볕더위는
불더위라고도 하는데 국립국어원은 폭염(暴炎)이란 한자어 대신
불볕더위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어요
그런데 더위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때, 정부는 폭염 특보를 발령하지요
폭염 특보는 습도를 반영한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마르지 않아 몸이 느끼는 온도가
실제 기온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지요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일 때 내려지지요
‘폭염경보’는 체감온도 35도 이상 이틀 넘게 지속할 때 발령되고 있어요
또 ‘폭염 중대경보’는 금년에 신설된 예보로 일 최고 체감온도가
38도 이상 또는 일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되지요
‘폭염 중대경보’는 생명을 위협하는 극한 더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기상청에서 도입한 가장 강력한 단계이지요
이런 살인적인 극한 더위가 이어질때는
‘에어컨’ 없이는 지낼수가 없어요
에어컨 발명가는 미국의 엔지니어인
윌리스 캐리어(Willis Haviland Carrier, 1876~1950)이지요
그는 1902년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현대식 공기조화 장치(에어컨)를 발명했어요
그런데 이 에어컨은 사람을 위하여 발명한 것이 아니었지요
1902년 여름, 뉴욕 브루클린의 한 인쇄 공장에서
습기 때문에 종이가 늘어나고 색이 번지는 문제가 발생했어요
케리어는 이것을 방지 하고자 에어컨을 발명했지요
그러니까 최초의 에어컨은 사람을 위하여 발명한 것이 아니라
인쇄물 종이를 위하여 발명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그는 1915년 동료들과 함께 에어컨·난방 전문 기업인
‘캐리어’를 설립했어요
파이프에 찬물을 순환시켜 공기 중의 습기를 제거하고
온도를 낮추는 원리를 적용해 최초의 공기조화기를 완성했는데
에어컨 보급으로 영화관, 백화점, 사무실 등
대형 건물의 건설이 가능해졌고 인류의 생활 양식이 크게 바뀌었지요
만일 에어컨이 없었다면 금년 여름을 어떻게 지냈을까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지요
이제는 에어컨 없이는 살수 없는 시대가 됐어요
아무튼 오늘이 입추(立秋)이지요
입추(立秋)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24절기 중 제13대 절기로, 양력으로는 8월 7일이나 8일 무렵에 들어요
절기상으로는 이날부터 가을이 시작되지만,
실제 날씨는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입추가 지나면 새벽 기온이 하락하여 열대야가 점차 줄어들어요.
또 낮은 덥지만 아침저녁은 조금씩 선선해지지요
습도가 점차 감소되어 후덥지근한 공기도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지요
물론 입추가 왔다고 갑자기 날씨가 선선해지는 것은 아니지요
입추는 절기상 가을이 시작되는 날이지만,
실제 선선한 가을 날씨는 다음 절기인 처서(處暑)쯤 되어야 느낄수 있어요
더욱이 오는 14일이 말복(末伏)이니 복중 더위는 계속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폭염속 건강 관리에 유의하시고
덥지만 의미있는 나날 되시기 바래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一松)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