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 문화 > ART(공연·전시) / 편집 2014-01-15 20:36:05 / 2014-01-16 13면기사
인고의 시간속 오롯이 피어난 목판화 예술魂
'장창익 展', 16일부터 내달 5일까지 대전 모리스갤러리
장창익은 다재 다능하고 열정적인 작가다. 남농 허건(許楗)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사군자를 배우고 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지만 그의 작품세계는 다방면에 걸쳐 폭이 넓고 다양하다. 그림을 처음 배우며 시작한 서양화, 스승 남농으로부터 사사 받은 사군자, 대학서 공부한 동양화, 25년 넘게 겨울이면 한 해를 정리하듯 꾸준하게 작업해온 목판화, 그리고 다양한 실험적인 작품들이 작가의 재능과 열정을 대변해준다.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30여 년 동안 5000여 점의 작품을 제작했다는 작가는 그간의 지난(至難)했던 인고와 역경의 시간을 '그것은 천형(天刑)이었다'라고 수줍게 고백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목판화만을 감상할 수 있는 개인전이 16일부터 2월 5일까지 대전 모리스갤러리에서 열린다. 시장 논리에 의해 침체되어 있는 목판화 작품을 다시 접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과 작가 개인적으로는 1980년대 후반부터 25년 넘게 매진해온 목판작업을 정리하고 그간의 작품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眺望)해 볼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작가의 목판화 작업은 시기별로 크게 세 가지 형태의 작업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목판작업을 막 시작한 1980년대 말 무렵의 단색판화이다. 그 당시 민중미술의 태동과 더불어 목판화와 벽화, 걸개그림 같은 형식의 작품이 많이 제작되었는데, 작가도 '통일 염원' 시리즈와 같은 일련(一連)의 작품들을 판에 먹을 묻혀 찍어내는 전통적인 단색(單色)판화와 약간의 채색을 곁들인 방식으로 목판화를 제작하였다.
두 번째는 단색판화에 색채를 칠하는 가채(加彩)판화다. 채색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3년부터 최근까지의 작업이 이에 해당된다. 채색 작가답게 목판화 작업에도 채색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적용하였는데 작품의 내용 역시 채색화에서 다룬 자연을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오리지널 멀티플(Original Multiple) 작품으로 단색판화에 의도적으로 에디션마다 고유한 색을 선택해 각기 다른 채색을 하는 방식이다. 작가는 불굴의 의지로 갑자기 닥쳐온 사고와 맞서며 작품활동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이제 거인이 돼 버린 작가의 예술세계.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그의 예술세계가 얼마나 더 크게 만개(滿開)할지 지켜볼 일이다. <최신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