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13편
노지심은 사진과 함께 배부르게 먹고서 각각 무기를 들고 다시 와관사로 돌아갔다. 절에 도착해 보니, 최도성과 구소을은 아직도 다리 난간에 앉아 있었다. 노지심이 큰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야! 이놈들아! 덤벼라! 이번에는 죽기 살기로 한번 싸워 보자!”
최도성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나한테 패한 놈이 아니냐! 그런데 겁대가리 없이 다시 왔단 말이냐!”
노지심이 크게 노하여 선장을 휘두르며 다리로 달려가자, 최도성도 박도를 들고 달려왔다. 노지심은 사진을 얻은 데다 배도 불러 든든해서 기력이 왕성해졌다. 둘은 8,9합을 싸웠다. 최도성은 점점 겁이 나서 도망칠 궁리만 했다. 그때 구소을이 최도성이 밀리는 것을 보고 박도를 휘두르며 도우러 달려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진이 그것을 보고 숲에서 뛰어나오며 소리쳤다.
“다들 도망치지 마라!”
사진이 삿갓을 벗어던지고 박도를 휘두르며 달려나와 구소을과 맞붙었다. 네 사람은 두 패로 나뉘어 싸웠다. 노지심은 최도성과 맞붙어 싸우다가 틈을 발견하고 ‘받아라!’ 소리치며 선장으로 최도성을 갈겨 다리 아래로 떨어뜨렸다. 구소을은 최도성이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싸울 마음이 없어져서 틈을 보이는 척하며 달아났다. 사진이 소리쳤다.
“어딜 도망가려고!”
뒤쫓아 가서 박도로 등을 내리쳤다. 칼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나면서 구소을은 땅에 쓰러졌다. 사진은 구소을을 발로 밟고서 박도로 난도질을 해버렸다. 노지심도 다리 아래로 뛰어 내려가 엎어져 있는 최도성의 등을 선장으로 후려갈겼다. 가련하게도 두 놈의 강도는 남가일몽(南柯一夢)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지은 죄업이 한꺼번에 닥쳐온 것이다!
노지심과 사진은 둘의 시체를 묶어서 계곡에 내던졌다. 두 사람이 다시 절로 들어가 보니, 주방에 있던 노승들은 노지심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최도성과 구소을이 자신들을 죽이러 올까 두려워 이미 목을 매고 죽어 있었다. 노지심과 사진이 방장 뒤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붙잡혀 왔던 여인은 우물에 투신하여 죽어 있었다. 뒤에 있는 8,9칸의 건물을 뒤져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노지심은 보따리를 찾아서 다시 등에 맸다. 침대 위에 옷이 서너 벌 있었는데, 사진이 펼쳐 보니 금은을 싼 옷이었다. 다시 잘 싸서 등에 맸다. 그곳 주방으로 가 보니 술과 고기가 있어 두 사람은 배부르게 먹었다. 아궁이 앞에서 두 개의 횃불을 만들어 화로에서 불을 붙였다. 불이 활활 타오르자 뒤편의 작은 방에 불을 붙이고 불전 처마에도 불을 붙였다. 불길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맹렬히 타올라 하늘까지 불길이 치솟았다. 노지심과 사진은 불길이 사방에 다 붙어 타오르는 것을 기다렸다가 말했다.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오래 머물 곳이 아니니, 우리는 떠나는 것이 좋겠다.”
두 사람은 밤새도록 걸었다. 날이 차츰 밝아오기 시작했다. 멀리 인가들이 보였다. 두 사람이 가 보니,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두 사람은 나무다리 옆의 작은 주점으로 들어갔다. 술을 마시면서, 주인에게 고기를 사고 쌀도 빌려 밥을 지어 먹었다. 두 사람은 배부르게 먹으면서 그동안의 일들을 얘기했다. 식사를 마치고, 노지심이 사진에게 물었다.
“자네는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사진이 말했다.
“저는 소화산으로 다시 돌아가서 주무 등에게 투신할 겁니다. 일단 무리에 들어갔다가, 시간이 지난 다음 다시 생각해 보려 합니다.”
“그렇게 하게.”
노지심은 보따리를 풀어 금은을 사진에게 나누어주었다. 두 사람은 각기 보따리를 매고 무기를 들고 주점을 나섰다. 마을을 떠나 5,6리 정도 가니 세 갈래 길이 나타났다. 노지심이 말했다.
“이제 여기서 헤어져야겠네. 나는 동경으로 가야 하니, 이제 그만 전송하게. 자네는 화주로 가야 하니, 저 길로 가게. 다른 날 다시 만나세. 그리고 혹 사람이 있으면 소식이나 주고받도록 하세.”
사진은 노지심에게 인사하고, 각자 자신의 갈 길로 헤어졌다.
노지심은 8,9일을 더 걸어서 마침내 동경성으로 들어갔다. 동경성은 번화하였고 거리는 시끌벅적했다. 지나던 사람에게 물었다.
“대상국사가 어딥니까?”
“앞에 있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거깁니다.”
노지심은 선장을 짚고 걸어가 절 앞에 당도하였다. 산문을 들어서며 바라보니, 아주 큰 절이었다. 노지심이 절 안으로 들어가 보니, 동서에 건물들이 있었다. 곧장 객방으로 갔다. 한 승려가 보고 지객승(知客僧)에게 알렸다. 잠시 후 지객승이 나와 노지심을 보니, 아주 험상궂게 생겼는데 철선장을 짚고 허리에는 계도를 차고 등에는 큰 보따리를 지고 있었다. 겁이 났지만, 지객승이 노지심에게 물었다.
“사형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노지심은 보따리와 선장을 내려놓고 말했다.
“저는 오대산에서 왔습니다. 지진장로께서 서신을 써 주셨습니다. 소승더러 지청선사께 의탁하여 직사승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지진장로의 서신이 있다면, 저와 함께 방장으로 가시지요.”
지객승이 노지심을 인도하여 방장으로 갔다. 노지심은 품속에서 서신을 꺼내 들었다. 지객승이 말했다.
“사형께서는 어찌 예를 모르시오? 주지스님께서 곧 나오실 텐데, 먼저 계도를 풀어놓고 자리를 갖추어 향을 피우며 주지스님께 예배를 올려야지요.”
“진즉에 말씀하시지.”
노지심은 계도를 풀어놓고 보따리에서 향을 꺼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지객승이 보다 못해 나서서 자리를 갖추어 주었다. 잠시 후 지청선사가 나오자, 지객승이 아뢰었다.
“저 스님은 오대산에서 왔는데, 지진장로의 서신을 갖고 왔습니다.”
지청선사가 말했다.
“사형께서 오랜만에 소식을 보내 오셨구나.”
지객승이 노지심에게 말했다.
“사형! 얼른 주지스님께 예배를 올리시오.”
노지심은 향을 화로에 꽂고서 절을 세 번 올리고 서신을 바쳤다. 지청선사가 서신을 펼쳐 보니, 노지심이 출가한 연유와 지금 대상국사로 오게 된 까닭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말미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자비로써 거두어 주시기 바라네. 그를 직사승으로 삼고 결코 내쫓지 마시게. 훗날 반드시 깨달음을 얻을 것이네.”
지청선사는 서신을 읽고 나서 말했다.
“멀리서 왔으니 승당에 가서 쉬게 하고 밥도 먹게 해 주어라.”
노지심은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지객승을 따라갔다.
지청선사는 직사승들을 모두 방장으로 불러 놓고 말했다.
“너희들은 나의 사형이신 지진선사가 얼마나 도리를 모르는지 보아라. 지금 온 그 저 승려는 원래 경략부 군관이었는데, 사람을 때려죽이는 바람에 머리 깎고 중이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곳에서도 두 번이나 승당에서 난동을 부려 처치곤란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사형은 그를 거두지 않고 내게 떠넘겼다. 그를 여기 머물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형이 ‘결코 쫓아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하지만 그를 여기 두었다가 혹 법규를 어지럽히기라도 하면 어찌할 것인가?”
지객승이 말했다.
“제가 그를 보니 결코 출가인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을 본사에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한 승려가 말했다.
“제가 생각해 보니, 산조문(酸棗門) 밖에 채소밭이 하나 있습니다. 항상 병영의 군졸들과 산조문 밖의 20여 명의 불량배들에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거기다 양이나 말들을 풀어 놓기도 해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지금 한 노승이 관리하고 있는데, 감히 어쩌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지심을 그곳으로 보내 관리하게 하면 도리어 잘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청선사가 말했다.
“자네 말이 맞네.”
지청선사는 한 승려를 승당으로 보내 노지심이 밥을 다 먹으면 데리고 오라고 하였다. 잠시 후 시자가 노지심을 방장으로 인도해 왔다. 지청선사가 노지심에게 말했다.
“너는 나의 사형이신 지진장로께서 천거하여 우리 절에 직사승이 되었다. 우리 절에 큰 채소밭이 하나 있는데, 산조문 밖에 악묘(嶽廟)와 인접해 있다. 너는 그곳을 관리하도록 해라. 매일 농부를 시켜 채소 열 짐만 보내고,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쓰도록 해라.”
노지심이 말했다.
“지진장로께서 소승을 이 절로 보내 직사승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도사(都寺)나 감사(監寺)를 시키지 않고 어째서 저더러 채소밭이나 관리하라고 하십니까?”
수좌가 말했다.
“사형은 참 생각이 없습니다. 이제 이 절에 방금 왔는데 무슨 공로가 있어서 도사를 시키겠습니까? 채소밭을 관리하는 것도 큰일입니다.”
노지심이 말했다.
“나는 채소밭 관리는 못하겠소. 반드시 도사나 감사가 되어야겠소.”
지객승이 말했다.
“제 말씀을 잘 들어 보십시오. 절의 직사승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소승은 지객승으로서 오가는 손님들과 승려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유나(維那), 시자(侍者), 서기(書記), 수좌(首座) 등은 모두 청직(清職)이라 쉽게 될 수 없습니다. 도사, 감사, 제점(提點), 원주(院主),등은 모두 재물을 관리하는 직책입니다. 사형은 이제 막 왔는데, 어떻게 그런 높은 직책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창고를 관리하는 사람을 장주(藏主), 불전을 관리하는 사람을 전주(殿主), 장경각을 관리하는 사람을 각주(閣主), 탁발을 관리하는 사람을 화주(化主), 욕탕을 관리하는 사람을 욕주(浴主)라 하는데, 이들은 모두 중간 직책입니다. 또 탑을 관리하는 탑두(塔頭),밥을 관리하는 반두(飯頭), 차를 관리하는 차두(茶頭), 측간을 관리하는 정두(淨頭), 채소밭을 관리하는 채두(菜頭)가 있는데, 모두 하등 직책입니다. 만약 사형께서 채소밭을 1년 동안 잘 관리하면 탑두로 승진되고, 탑을 1년 동안 잘 관리하면 욕주로 승진되고, 욕탕을 또 1년 동안 잘 관리하면 감사가 될 것입니다.”
노지심이 말했다.
“도사나 감사가 되려면 그처럼 많은 직책을 거쳐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내일 채소밭으로 가겠습니다.”
지청선사는 노지심이 채소밭으로 가겠다고 하자, 방장에 남아서 쉬도록 하였다. 이리하여 직책이 정해지자, 즉시 방문을 써서 사람을 시켜 채소밭으로 보내 붙이게 하고, 다음 날 인수인계하도록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지청선사가 법좌에 올라 문서에 서명하고, 노지심을 채소밭 관리자로 임명하였다. 노지심은 법좌 앞에 나와 문서를 받았다. 장로와 작별하고, 보따리를 지고 계도를 차고 선장을 들고서 두 승려와 함께 산조문 밖의 채소밭으로 갔다.
한편, 채소밭 인근에는 2,30명의 불량배들이 있었는데, 항상 채소를 훔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날도 채소를 훔치러 왔다가 방문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대상국사에서는 노지심을 채소밭 관리인으로 임명한다. 내일부터 관리를 시작할 것이니, 잡인들은 채소밭에 들어와 소란 피우는 것을 불허한다.”
방문을 본 불량배들이 다른 불량배들을 불러 모아 상의했다.
“대상국사에서 노지심이란 중을 채소밭 관리자로 임명했어. 새로 오자마자 우리가 한바탕 난리를 쳐서 기를 팍 꺾어 놓으면, 우리한테 꼼짝 못할 거야.”
한 놈이 말했다.
“나한테 좋은 방법이 있네. 그가 아직 우리를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를 찾아서 소란을 피울 수 있겠는가?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분뇨 구덩이로 유인해서 축하 인사를 하는 척하다가 다리를 잡아 분뇨 구덩이에 거꾸로 처박아 버리자고! 어때?”
불량배들이 모두 말했다.
“좋아! 좋아!”
이렇게 작전을 짜고,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한편, 노지심은 채소밭에 도착해 짐을 풀고 선장은 벽에 기대어 놓고 계도는 걸어두었다. 채소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모두 와서 인사했다. 자물쇠 등을 모두 받고 인수인계를 마쳤다. 노지심과 함께 온 두 승려는 그간 채소밭을 관리하던 노승과 함께 절로 돌아갔다.
노지심은 채소밭에 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살펴보았다. 그때 2,30명의 불량배들이 과일과 술 등을 가지고 와서 헤헤 웃으며 말했다.
“스님께서 새로 채소밭을 관리하러 오신다는 것을 축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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