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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정(昭陽亭)
◆ 이직(李稷) 춘천소양강정 판상의 운을 이용하여 시를 짓다(次春川昭陽江亭板上韻) 형재선생시집(亨齋先生詩集)
昭陽江水凝槐煙 소양강물은 홰나무 안개에 엉기고
昭陽亭木參雲天 소양정 나무는 하늘을 찌른다
地脈遙連長白雄 지맥은 둘러쳐 장백산의 웅장함이요
山容拱揖欄干前 산은 손을 모아 난간 앞에 읍한다.
憶昔春城全盛時 옛날 춘성의 전성 때를 추억하니
遊人雜還爭先鞭 나그네 다투어 말을 달려 왔건만,
繁華行樂成往事 번화했던 행락 지난일이 되었고
萬古滔滔唯逝川 만고에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이라.
主人敬客迎于郊 주인 공경히 교외에서 나그네 맞아주니
周旋中禮身頎然 두루 예법에 맞고 키도 훤칠하구나.
人情世道漸澆漓 인정이며 세상은 점점 경박하기에
喜見正直朱絲絃 거문고 줄같이 정직한 사람을 보고 기뻐하네.
矧今國祚方昇平 지금 나라의 복으로 태평성대를 맞아
明良相遇應千年 밝고 어진이를 만나니 천년만의 이루어짐이라.
盤中異味有揚梅 그릇에 특이한 맛 양매가 있고
行酒高吟開好懷 술 따르며 목청 돋우니 좋은 회포를 풂이라.
我衰又病不欲飮 쇠하고 병들어 마시고 싶지 않아도
興來未卽辭盈柸 흥겨워 채워진 잔 사양하지 못하겠구나.
英賢過盡留新詩 젊은 인재 지나며 모두 새로운 시 남기며
陳迹依稀石上苔 묵은 발자취는 돌이끼에 희미할 뿐이라.
蒼波溶溶淥可掬 넘실넘실 강물은 손으로 떠먹을 수 있고
白鳥閑飛去却回 흰 물새는 한가로이 오락가락 나는구나.
秋風蕭爽精神淸 가을바람 산뜻하여 정신은 맑아지고
長空杳杳無纖埃 높은 하늘 아스라이 티끌하나 없구나.
邇來學者多經明 요즘 학자 경서에 밝은 사람 많다지만
問誰能效呂東萊 누가 동래 여씨를 본받을 수 있을까.
平生深疾色取仁 얼굴로만 인자한자를 평생토록 미워하고
緬思九原歎冥寞 구원에서 어둠을 탄식하며 끝없이 그리워한다.
俯仰乾坤心難窮 하늘과 땅을 굽어보고 우러러도 마음 다하기 어려워
白頭愧作征途客 흰머리에 나그네 길 떠돌음이 부끄럽구나.
◆ 박흥생(朴興生) 소양정 시를 짓다(題昭陽亭) 국당선생유고(菊堂先生遺稿)
鳳山崔嵔松浮煙 봉의산 우뚝하고 소나무 안개에 떠 있는 듯
昭陽鏡淨臨江天 소양강 거울처럼 맑고 하늘과 닿았구나.
淸風淡月自千古 시원한 바람에 맑은 달은 천년 세월이며
紅粧粉黛羅樽前 기녀는 검은 눈썹하고 술잔 앞에 줄지어 섰네.
人生歡樂愛此日 사람으로 태어나 즐거운 이날을 아끼고자
擧手欲挽羲和鞭 희화(태양의 마부)의 채찍을 당겨놓고 싶구나.
金翼帶箭落平沙 금날개 화살은 넓은 백사장에 떨어지고
銀鱗漏網遊淸川 은어는 그물을 도망쳐 맑은 시내에서 노는구나.
烹龍炮鳳世稀有 용을 삶고 봉황 구우니 세상에 드문 음식이고
況酌金罍相忻然 금 술잔에 술을 마시니 서로가 즐겁구나.
丹唇裂荻細腰舞 붉은 입술로 갈대피리 불고 가는 허리로 춤추며
皓齒唱歌鳴淸絲 새하얀 이로 노래하며 맑게 현을 울리는구나.
嘉賓秩秩禮有容 손님은 차례마다 예법이 있고
綠髮朱顏皆芳年 검은 머리에 앳된 얼굴 꽃다운 나이로다.
府公更唱落梅曲 관아님 다시 낙매곡을 부르니
片片香韻盈襟懷 향기로운 노래 가락 옷깃에 가득
桃花初落漲紅膩 복사꽃 처음 지니 붉은 윤기 자르르
柳條放綠垂靑苔 버들가지 푸러지고 푸른 이끼 드리우네.
良辰幾何日又夜 밤낮으로 좋은날 며칠이리요
桂花滿庭猶未廻 계화 뜰에 가득한데 돌아가지 못하네.
紅羅綠綺動香塵 알록달록 꽃들은 향기를 퍼뜨리고
主賓酬酢傾酒杯 주인과 손님 술잔을 기울여 주거니 받거니
醉裏暫覺天地寬 취하여 잠간 천지가 넓은 줄 알겠구나.
古今窮達俱輕埃 고금의 궁달 모두 가벼운 먼지며
五陵豪傑已塵土 오릉의 호걸도 이미 흙으로 돌아갔구나.
三峽雨雲空草萊 삼협 비구름에 부질없이 풀만 무성하다
由來物變只如此 사물의 변화 이와 같고
獨有靑山長寂寞 청산은 홀로 오래도록 말이 없을 뿐
醒來揮筆記行樂 술 깨어 행락의 즐거움 붓으로 그려낸들
誰識昭陽一狂客 누가 소양정에 미친 나그네를 알아줄까나.
◆ 김시습(金時習) 소양정에 올라(登昭陽亭) 매월당시집(梅月堂詩集)
拍拍水禽掠水過 물새 나란히 강을 스쳐 날아가고
山城東隅夕陽多 산성 동쪽 모퉁이에 석양 한가득.
風生嬭渡帆初飽 내도(嬭渡:모진)에 바람일어 돛이 부풀고
葉下蘆淵江自波 잎은 노연에 지며 강에는 파도이네.
楊口山來尖似戟 양구에서 달려온 산들은 창처럼 뾰족하며
牛頭渚合曲如叉 우두 물줄기 합쳐졌다 휘돌며 갈라지네.
倚欄弔古空搔首 난간에 기대 옛일 생각하며 머리 긁적이니
一曲采菱何處歌 ‘채릉’ 한 곡조 어느 곳에서 부르는가.
◆ 김시습(金時習) 소양정에 올라(登昭陽亭) 매월당시집(梅月堂詩集)
鳥外天將盡 새는 하늘 벗어나 날고
愁邊恨不休 읊조리는 자리엔 한스러움 그치지 않네(吟邊恨不休)
山多從北轉 산은 북쪽으로 좇아 돌고
江自向西流 강물은 서쪽을 향해 흐르네.
雁下沙汀遠 기러기는 평원한 모래톱에 내리고
舟回古岸幽 배는 그윽한 옛 언덕으로 돌아오네.
何時拋世網 어느 때 세상만사 모두 잊어버리고
乘興此重遊 흥겨운 마음으로 이곳에 다시 노닐꼬.
逶迤亭下水 구불구불 정자 아래에 물이
遙向鳳城東 멀리 봉성 동쪽으로 향하네
日夜歸心切 밤낮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절실하니
乾坤去路通 하늘과 땅이 고향 가는 길과 통하네
豺狼當白晝 훤한 대낮에 이리와 승량이가 나오기에
鷄犬鬧晴空 닭과 개가 갠 하늘에 울어댄다
薄暮倚欄望 날 저물어 난간에 의지해 바라보며
開襟當北風 옷깃을 풀어 북풍을 맞는다.
縱目不知返 바라보며 되돌아갈 줄 모르고
幽懷入泬寥 아득한 그리움 허공으로 들어간다.
牛頭如倡䯻 우두산 여인이 머리를 말아 올린 듯
馬峴似蠶腰 마현은 누에 허리처럼 잘록하다
雲自高飛盡 구름은 높이 날아 흘러가고
天從望極遙 하늘 끝 멀리 바라보네.
客愁聊蕩盡 나그네 시름 모두 쏟고자
時復鼓蘭橈 다시 노를 두드리네.
◆ 이우(李堣) 소양정 운으로 짓다(昭陽亭韻) 송재집(松齋集)
昭陽亭頭十里煙 소양정 앞에 십리의 안개
昭陽亭上萬古天 소양정 위로 만고의 하늘
興亡衮衮亭獨在 흥망 이어져도 정자 홀로 남고
一杯笑把春風前 한 잔 술에 웃으며 봄바람 맞네.
桃葉桃根向末事 도엽(왕헌지의 첩)과 도근(도엽의 남동생)의 하찮은 일이며
已遣昔人先著鞭 이미 옛사람 보내며 먼저 채찍을 잡네.
繁華一去鳥沒空 활짝 핀 꽃 일시에 지고 새는 허공으로 사라지며
但見滔滔西逝川 다만 도도하게 서쪽으로 꺾이어 흐르는 강
我生守雌淡泊域 나 태어나 지켜온 담박한 구역
心如死灰吹不然 마음은 사그라진 재 같아도 불면 되살아나리라.
蕭疏公館果幽期 소슬한 공관은 조용하기만
政値江頭月上弦 그 순간 강머리에 활처럼 달 떠오른다.
嘲啾自愧同春鳥 봄에 울어대는 새에 부끄러워
袖裏錕吳悲壯年 소매 속 곤오(錕吳:검명으로 보임) 비장한 나이라.
故園開落手種梅 고향에 심은 매화는 열었다 지고
客路銷盡一年懷 나그네로 떠돌며 그리운 고향 일 년
流光冉冉不貸人 빛처럼 흐르는 시간 빌릴 수 없으니
莫誇雙鬢靑如苔 귀밑머리 이끼처럼 푸르다 자랑하지 마시요
劍南倚閭望姜詩 검남에서 어머니 문에 기대어 강시(姜詩:효자)를 기다리니
畏途宜收一身回 삼가 가던 길 멈추고 몸 돌려야 하리라.
若抛金魚謝闤闠 벼슬 버리고 대궐에 하직 인사하고서
一出可擧都門杯 나가며 도성 문에서 한 잔술 들리라.
君恩鼇戴三山重 임금의 은혜 삼산(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을 진 것처럼 무거운데
強顏十載趨紅埃 뻔뻔하게 십년이나 세상 명예 쫓아다녔네.
澄淸東海負重寄 맑고 푸른 동해로 무거운 중책 맡았으니
況値南畝堆蒿萊 게다가 남쪽 묵정밭에 쑥부쟁이 무성하리라.
悠悠此中逢春色 유유히 봄빛을 맞아서
遮莫溪山增寂寞 계산(溪山)에서 적막하게 보내지 마시게.
君親兩地不盡思 임금과 어버이 모두 그리워서
春來獨作愁中客 봄이 오니 나그네 홀로 시름에 젖네.
◆ 정사룡(鄭士龍) 소양정에 작은 술자리를 벌이고 종사 라회원에게 보여주다(小酌昭陽亭示從事羅晦元) 호음잡고(湖陰雜稿)
崖徑通江渚 벼랑길 물가로 이어지고
秋蕪控野橋 가을 풀은 들판 다리를 덮었네.
樓明霞彩徹 정자엔 놀빛이 선명하고
沙疊水光搖 쌓인 모래에 물빛 일렁이는구나.
已斫銀絲膾 회 썰으니 하얀 실 같고
仍牽錦纜橈 당겨진 닻줄 포물선처럼 꺾이네.
茲遊可無記 노닐며 기억할 것 무엇이랴
持以壽吾僚 동료 오래 사시기 바랄 뿐이라.
◆ 임억령(林億齡) 소양정(昭陽亭) 석천선생시집(石川先生詩集)
稍稍日沈嶺 시나브로 해는 고개로 넘어가고
蕭蕭風滿樓 소슬한 누각엔 바람 가득.
小詩難制淚 시를 쓰며 눈물 그치질 않으며
短髮不禁秋 짧은 머리에 고향생각 멈추지 않네.
入夢嫌家遠 꿈속에 집으로 가는 길 멀기만 한데
無功愧食浮 공도 없이 밥만 먹기 부끄러워라.
昭陽亭上月 소양정에 달 떠오르면
今古幾人愁 고금에 몇 사람이나 시름겨워했던가.
◆ 구사맹(具思孟) 소양정의 운자를 이용하여 시를 짓다(次昭陽亭韻) 팔곡선생집(八谷先生集)
縱目高樓上 높은 누대에 발돋움하고 바라보니
長江抱野流 긴 강은 들판을 감싸 흐르네.
庚公元無興 유공(유공:庾亮)은 원래 감흥이 없고
王粲復消憂 왕찬은 다시금 근심을 푸네.
磯立梳翎鷺 물가에 해오라기 깃털을 고르며 서 있고
灘歸沒鼻牛 여울에 코 박고 물먹은 소가 돌아오네.
君恩隨處重 임금의 은혜 가는 곳마다 두터워
謝去恐無由 대궐에서 물러날 이유 없으리라.
◆ 양대박(梁大樸) 소양정(昭陽亭) 청계집(靑溪集)
遠客惜芳草 나그네 꽃 핀 봄날이 아쉬워
昭陽江上行 소양강가에 나아가네.
高亭臨古渡 높은 정자에서 옛 나루를 내려보니
喬木夾飛甍 교목 치솟아 처마를 끼고 있네.
列峀天邊淡 둘러친 산들은 하늘가에 담박하고
晴波檻外明 안개 거친 파도는 난간 너머로 분명하다
風流堪畫處 풍류는 그림처럼 빼어나고
漁艇帶烟橫 고깃배 안개 속을 가로지른다.
◆ 유몽인(柳夢寅) 소양정에 머물다가 이별하다(昭陽亭留別) 어우집(於于集)
三十年榮宦 삼십년 영화로운 관직 생활이나
何曾裨世程 어찌 세상살이에 보탬이 될까.
巖廊虛宿望 조정의 오랜 바람을 비우고서
雲水苦嬰情 떠돌며 집 그리는 정에 괴로워라.
老作樵夫侶 늘그막 나무꾼과 짝하였기에
羞干隱士名 부끄럽게 은사라 불리었다네.
丹崖靑嶂畔 알록달록 단풍든 산으로
行李一笻輕 지팡이 하나 잡고 가볍게 떠나네.
◆ 유숙(柳潚) 소양정 숙부께서 금강산으로 들어가시기에 보내드리며(昭陽亭 送別於于叔父入楓嶽) 취흘집(醉吃集)
獨上昭陽望 홀로 소양정에 올라 바라보니
金剛幾日程 금강산 며칠 여정이던가.
未能隨道氣 길을 따라 나설 기운 없기에
空復惜離情 부질없이 이별하니 애석하여라.
題品千僧軸 천 명 되는 스님시에 품격을 쓰셔서
文章四海名 문장으로 사해에 이름났구나.
莫懷長往計 오래 가있을 계획 마소서,
義重此身輕 의는 무겁고 이 몸은 가벼우니.
◆ 신익성(申翊聖) 석실산인(김상헌)이 청평산에 노닐며 기록한 시에 화답하다(和石室山人遊淸平山錄 金尙憲) 낙전당집(樂全堂集)
1.
五載春城去又來 오년동안 춘천을 오가다가
去來長倚此高臺 가고오며 오래도록 이 정자에 머물렀네.
百川風雨披蓑過 개울에 비바람 불어 도롱이 입고 지나가니,
九月波濤傍石回 구월 파도 돌을 스쳐 회오리치네.
村酒幾沽愁裏飮 마을 술은 시름 속에 몇 번이나 동났으며
詩吟偏向客中裁 시 읊조리면 객중에서 다듬었었지.
秪今歷歷曾遊地 하나하나 일찍이 유람하였던 곳이나
滿眼江山媿不才 강산이 눈에 가득해도 재주 없어 그려내지 못하네.
2.
昭陽江上最高樓 소양강가 최고로 높은 누각
三月煙花汗漫游 삼월 안개와 꽃 속에서 느긋하게 노니네.
遺躅秪今傳息老 지금껏 전해지는 식노(김상헌)의 발자취는
名區終古數春州 예로부터 춘주 이름난 여러 곳에 남았어라.
穿雲遠岫供詩料 구름 위로 솟구친 산들은 모두가 시 재료며,
過雨平蕪喚客愁 지난 비에 무성한 풀은 나그네 시름 자아내네.
檻外漁村堪畫處 난간 밖 어촌은 그림처럼 아름답고
夕陽籬落罨沙頭 울타리에 해지고 모래톱엔 그물 치네.
◆ 이민구(李敏求) 소양정(昭陽亭) 동주집(東州集)
江盤峽坼見汀洲 강 협곡은 탁 트여 모래톱 드러나고
平楚茫茫天地秋 평야는 아득하며 천지가 가을이라.
忽得危樓跨短麓 솟은 누대는 잘록한 언덕에 자리하고
高臨絶岸俯長流 높은 절벽에 임해 강을 굽어보는구나.
階前逝水何曾住 계단 앞 흐르는 물은 어디에 머무르려나.
檻外群山盡欲浮 난간 넘어 산들은 물위에 떠있는 듯,
落日殊方登眺恨 타향에서 지는 해 바라보니 한스러운 데
蒹葭浴鷺不知愁 갈대에서 목욕하는 해오라기 근심을 모르네.
◆ 오숙(吳䎘) 소양정 사군 이계징에게 주다(昭陽亭 贈李使君季徽) 천파집(天坡集)
三韓形勝古春州 삼한의 형승으론 예부터 춘주이니
千尺飛甍望裏浮 천 길 누대가 공중에 떠 있구나.
水盡東流分鷺渚 물은 동에서 흘러와 백로주서 갈라지고
山爭北去拱牛頭 산은 다투어 북으로 달려와 우두산에 읍하네.
雲霞點綴時將晩 구름 놀 점점이 이어져 저물고
松桂蕭森境轉幽 소나무 계수나무 숲 어둠에 잠기네.
看取使君無事飮 사군께서 일없어 술 마시니
眞仙不必訪瀛洲 신선이 영주를 꼭 찾을 필요 없으리.
◆ 이경석(李景奭) 소양정에 오르다(登昭陽亭) 백헌집(白軒集)
舊說昭陽好 예부터 소양정 좋다고 말하였건만
今朝上此樓 오늘 아침에야 이 누각에 오르네.
春浮平野氣 봄 들판에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日射大江流 흐르는 강물에 햇살 비추는구나.
風景千年在 풍경은 천년을 이어오건만
兵戈幾日休 전쟁은 몇 날이나 쉬었을까.
沈吟四望處 사방을 조망하며 읊조리려니
難寫仲宣憂 중선(仲宣:왕찬)도 그려내기 어려우리라.
◆ 이명한(李明漢) 소양정에서 순사에게 사례하다(昭陽亭謝巡使) 백주집(白洲集)
珍重佳人錦字書 진중한 가인께서 비단에 편지를 써서
爲君臨別幾蹰躇 낭군과 이별함에 몇 번을 주저했던가.
春城萬柳渾無賴 춘성엔 버들이 도무지 쓰일 곳 없으니
不見長條繫別裾 긴 가지 떠나는 임 옷자락에 매줄 일 없구나.
◆ 김익희(金益熙) 소양정 퇴계선생의 운자를 이용하여 시를 짓다(昭陽亭 次退溪先生韻) 창주유고(滄洲遺稿)
平郊十里橫蒼煙 외곽 들판 십리에 푸른 연기 퍼졌고
長江一帶波連天 긴 강 외줄기 파도는 하늘에 닿았어라.
江上靑山復幾重 강가 청산은 다시 첩첩이고,
有亭翼然臨層巓 정자는 솟아 산머리에 닿았구나.
軒窓憑几窮睇眄 창가 책상에 기대어 끝을 쳐다보니
萬像森列輸尊前 삼라만상이 존전에 벌려 섰구나.
依依帆檣帶夕陽 느릿느릿 돛배에 석양이 걸리고
歷歷雲樹分晴川 또렷하게 구름과 나무가 강물에 나뉘네.
舡頭澆酒何郡郞 뱃머리서 술 마시는 이 어느 고을 낭군인가?
驢背有客搖吟鞭 나귀 탄 나그네 시 읊조리며 채찍질 하네.
疏簾淸簟殷松濤 성긴 주렴 맑은 대자리에 은은한 솔바람,
如聞太古泠泠絃 태고의 시원한 거문고 소리 듣는 듯하네.
儒仙已去餘咳唾 유선은 이미 떠나 시만 남기었고
風月可惜閑多年 풍월은 애석하게 막힌 지 여러 해.
美人狎坐歌落梅 다정히 앉아 부르는 미인의 낙매가 소리,
淸音飄飄感客懷 맑게 울려 퍼져 나그네 심사 흔드네.
長安極目何處是 까치발하고 쳐다보니 서울은 어디인가?
但見落日低黃埃 다만 지는 해가 누런 먼지로 가라앉네.
貊國遺墟莽蒼中 맥국 터는 들판 가운데에 있고
江水東流不復廻 강물은 동에서 흘러와 다시 돌아가지 않네.
羈愁牢落難自遣 나그네 떨치기 힘든 시름 일어나니
有酒如何不把杯 술 얼마나 있나, 잔 잡아야 하지 않으랴.
我今於世百無用 나 지금 세상에 아무 쓸모없으며,
井渫不食生蒼苔 우물 치고 마시지 않아 푸른 이끼 자랐네.
東行眞是酬淨債 동으로 가서 시 빚 갚으려고
飄然飛步凌蓬萊 나부기 듯 걸어서 봉래산을 오르네.
歸來萬事儘悠悠 고향에 돌아가서 만사 느긋하게
但願餘生老寂寞 여생을 적막 속에 늙어 가리라.
詩成報與江神道 시를 지어 강신에게 말을 하길,
珍重莫敎傳俗客 ‘진중하시어 세상 나그네에게 전하지 말게나.’
◆ 박장원(朴長遠) 소양정 누에 올라 운자를 이용하여 부를 짓다(昭陽亭 次登樓賦) 구당집(久堂集)
時六月之隆熱兮 유월 더위 한창이어라
坐昏墊而幽憂 저물녘 앉았으니 근심이 깊어지네.
昔人譬之酷吏兮 옛사람 혹리를 깨우치는구나.
凜余避乎怨仇 삼가 나는 원수를 만들지 않는다네.
步余馬於松林兮 말을 타고 솔숲을 걷는구나.
頫昭陽之故洲 소양강 옛 물가를 바라보네.
洲如月而岸對兮 달 같은 모래톱 언덕과 마주했네.
有亭翼乎臨流 정자 우뚝하니 강물에 임했네.
壯節枯塚 장절공 옛 무덤
貊國荒丘 맥국의 황량한 언덕
日行南陸 해는 남쪽으로 가고
雨乾西疇 서쪽 밭두둑에 비오고 가물고
聊秣駟而容與兮 말에 꼴 먹이고 세월 보내는구나.
携幼子而淹留 어린 자식 이끌고서 머무르네.
却三伏之炎蒸兮 삼복의 찌는 더위 물리치는구나.
貫一指之古今 손가락 하나로 고금 관통하였네.
慕羊杜之俛仰兮 양(양숙자) 두(두보)의 면앙을 사모하도다.
增余懷兮不任 나는 더욱 벼슬길 나아가지 않으리라.
除平生之宿負兮 평생 묵은 짐을 벗었도다.
滌幾年之塵襟 몇 년 묵은 때를 씻어냈다네.
中蕩潏兮雙流兮 두 줄기 물이 가운데로 힘차게 흐르도다.
外崚嶒兮千岑 천 개 봉우리 외곽에 뾰족뾰족,
察飛鳶之戾天兮 솔개 하늘 높이 나는 것을 관찰하도다.
洎鉅魚之潛深 큰물고기 깊이 잠수하네.
怳吾廬之瞻忽兮 멍하니 고향집을 바라보도다.
孰土思之可禁 누가 고향 그리움을 멈추게 하랴.
昔余齡之少壯兮 옛날 내 한창 젊었을 때로구나.
下上求乎知音 상하로 마음 알아줄 이를 구하였네.
懷燕石之奇珍兮 연석(보석으로 보이나 보석이 아닌 돌)이 보물이라 생각하는구나.
憶梁甫之遺音 양보(노래:양보음)에 남긴 말씀 기억한다네.
伊時勢之有乖兮 시세의 어그러짐이 있구나.
豈余改乎初心 어찌 내가 초심을 바꾸랴.
感夕照之如飛兮 저녁 햇살 날아가듯 짧음을 느끼겠구나.
久處約其焉極 오래도록 간략함에 처함, 그 끝이 어디던가.
雖進塗之稍闢兮 나아갈 길이 조금씩 열리는구나.
柰整頓之無力 이에 정돈할 힘이 없구나.
擬辭富乎抱關兮 부를 사양하고 관문을 지켜야겠구나.
飽四方之廩食 사방의 창고에서 배불리 먹는구나.
汩吾行之周流兮 나는 주류로 나가기를 골몰하는구나.
昧吾跡之藏匿 나는 자취 감추기에 어둡네.
傍吾察夫人事 나는 사람의 일 곁에서 살피고
仰吾看乎天色 나는 하늘빛 우러러 보도다.
疇作舟而作楫兮 북돋아 배를 만들고 노를 만드는구나.
疇予爲而予翼 나를 북돋고 내가 돕네.
若涉水而無津兮 물을 건너려 하나 나루가 없는 것과 같구나.
吾未知其所止息 나는 쉬어야 할 곳을 알지 못하겠구나.
題文字而茫然 시를 짓고는 망연해라.
弔古昔而心惻惻 옛날을 조상하니 마음 슬퍼지네.
余心兮傷今 나는 마음으로 지금 세상을 슬퍼한다.
夫孰有知乎余臆 누가 내 속마음을 알아주는 이 있으랴.
獨胡爲乎永傷 홀로 영원히 어찌 슬퍼해야 하리오.
聊徜徉乎親側 애오라지 배회하며 부모님 곁에 있으리라.
◆ 박장원(朴長遠) 퇴계의 소양정 운자를 이용하여 시를 짓다(次退溪昭陽亭韻) 구당집(久堂集)
我不願黃閣畫凌煙 나는 능연각에 공신으로 그려지기를 바라지도 않고,
又不願白日飛昇天 또 대낮에 하늘로 승천하기를 원함도 아니라네.
但願三十六宮閑來往한가로이 삼십육궁에서 왔다 갔다 하기만을 원하여
直到庖犧之晝(畫)前 포희(복희)가 주역 궤를 그리는 앞에 곧장 도달하였다네.
自顧氣質無所施 스스로 기질을 돌아보니 펼칠 곳 없기에,
駑駘不受騏驎鞭 느리고 둔한 말에는 천리마의 채찍 필요치 않다네.
建圖旣愧周濂溪 태극도를 그리니 이미 주렴계 볼 낯이 없고
作傳更慙程伊川 주역전을 지으니 다시 정이천에 부끄럽네.
平生食粟而已矣 평생 곡식만 축낼 뿐이라.
焉識道若大路然 어찌 도를 알아서 탄탄대로 같 수 있으랴.
士也昧昧孔氏書 선비는 공씨(공자)의 글에 어둡고,
吏也寥寥武城絃 관리는 무성현을 알지 못하네.
出處無成成二毛 출처하여 이룬 것 없이 머리만 희어졌고
倏及香山日斜年 어느새 향산에 이르러 해가 저무네.
安得遠師南昌梅 편안히 원사(晉의 慧遠法師)가 남창의 매화를 얻고
陶民葛天定無懷 도민(도연명:오류선생전)은 갈천씨와 무회씨를 인정하였네.
茅棟匡牀俯靑郊 초가집 너른 평상에서 푸른 들을 굽어보고
芒鞋布襪移蒼苔 베버선에 짚신 신고 푸른 이끼를 옮기네.
蒙頭衲被日高起 누더기 옷 입고 해 높이 솟아 일어나고
見面親知日暮回 친지를 만나고 날 저물어 돌아오네.
居士室中琴一張 거사는 방에서 거문고 연주하고
先生窩底湯一杯 선생은 움집에서 한 잔술 들이키네.
篤志黃卷對聖賢 성현을 마주하듯 책을 읽어 뜻을 다지고
灰心烏帽趨塵埃 오모를 쓰고 속세 달리며 마음 태웠네.
兒孫羅列似荀氏 손주 둘러서니 순씨(주문왕 아들)와 같고
母子徜徉同老萊 모자가 함께 하니 노래자와 같다네.
唯有婉容及愉色 어여쁜 얼굴에 온유한 자태
也忍飢寒甘寂寞 굶주림과 추위 참고 적막함도 달게 여기네.
詩成腸斷十年事 시 쓰며 애 끓인 지 십년
依舊東西南北客 변함없이 떠도는 나그네라네.
◆ 신익상(申翼相) 소양정 벽상의 운자를 이용하여 시를 짓다(昭陽亭 次壁上韻) 성재유고(醒齋遺稿)
昭陽江上有高樓 소양강가에 높은 누각이 있어
樓外群峯碧萬頭 누각 너머 봉우리 모두 푸르렀다.
水鳥迎人來古渡 물새는 사람 맞아주며 옛 나루를 오가고
斷雲無竟落空洲 조각구름 끝없이 하늘 닿은 물가로 흘러가네.
斜陽影畔沙如雪 기운 해는 둑에 걸리고 모래 눈처럼 희며
玉鏡光中客棹舟 거울처럼 빛나는 강물로 나그네 노를 저어가네.
故國千年形勝在 고향에 천년의 아름다운 경치 있건만
憑軒何必淚長流 난간에 기대어 하필 오래도록 눈물을 흘리나.
◆ 윤근수(尹根壽) 이웃의 춘천 원님에게 화답하여 보내주다(寄酬春城鄰宰) 월정집(月汀集)
1.
句漏來尋鼎裏丹 구루(고을이름)를 찾아오니 솥 안에 단약 굽는데
淸氷苦節夏大寒 맑은 얼음 같은 절개에 여름에도 서늘하네.
瑤華贈我愁堪掬 내게 준 고운 시에 시름을 알만하니
半是相思半旱乾 절반은 그리움이요 절반은 가뭄 걱정이라네.
2.
峽裏澄江兩道來 협곡 안에 맑은 강이 두 줄기가 흘러들어
昭陽亭下幾縈回 소양정 아래에서 몇 차례나 굽이도나
銅章擬接雷封境 관인 찬 수령 사는 곳에 이웃하고 있으니
共泛蘭舟一笑開 목란 배 함께 띄워 한바탕 웃어볼까.
◆ 이세백(李世白) 돌아가는 길에 소양정에 올라 백헌의 운자를 이용하여 시를 짓다(歸路登昭陽亭 次白軒韻) 우사집(雩沙集)
客子歸程又此樓 나그네 돌아가는 길에 누각 다시 찾으니
風光無限曲欄頭 굽은 난간 앞 풍광 다함이 없네.
征鴻乍過靑山影 청산 그림자를 스치듯 기러기 지나가고
宿鷺爭飛綠水洲 잠자던 해오라기 푸른 물에 날아오르네.
一抹村煙生遠樹 한 자락 마을 연기 저만치 나무에 걸리고
數聲漁笛在孤舟 어부의 피리 소리 배에서 들려오는구나.
今來更覺添新興 지금 다시 새로이 흥이 일어나서
岐路渾忘歲月流 갈래 길에서 세월 흘러감도 모두 잊는다네.
◆ 이현석(李玄錫) 소양정(昭陽亭) 유재집(游齋集)
飄然丹碧壓層波 날아갈 듯 누각에 파도치고 또 치고
長嘯憑欄感慨多 휘파람 길게 불며 난간 기대니 느낌이 많구나.
一帶煙沙開野眼 안개 낀 모래톱 일대가 시야에 들어오고
數村花樹引山歌 꽃핀 여러 마을에서 노래 소리 들려오는구나.
灘心吼石排瀾立 여울 속 바위는 물살 견디며 서있고
鏡面游帆帶影過 거울 같은 강에는 돛배 그림자 떠가네.
太守自同禽鳥樂 태수는 물새와 같은 즐거움으로
夕陽歸路醉顏酡 돌아오는 석양 길 취한 얼굴 더 붉네.
◆ 이현석(李玄錫) 소양정 공경히 동주공의 운자를 이용하여 시를 짓다(昭陽亭 敬次東州公韻) 유재집(游齋集)
別界風煙近十洲 신천지 풍경이 십주에 가깝고
船洄野望摠宜秋 뱃길과 들판에 가을이 무르익네.
山圍貊國攙天聳 산은 맥국을 둘러쳐서 하늘 높이 솟았고
水自金剛學海流 금강산 떠난 물은 바다로 흘러가네.
帶日寒鴉憐影遠 햇살 두른 까마귀 아스라이 애처롭고
過欄輕鷁等萍浮 난간 너머 경쾌한 배는 마름과 함께 떠다니네.
琴樽多暇江巒靜 거문고 뜯고 술 마실 한가함에 강은 고요하여
吟興悠然不管愁 읊조리는 흥취 깊으니 수심마저 멀어지네.
◆ 정두경(鄭斗卿) 수재 홍만종이 수춘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면서 사군 조수이에게 부치다(送洪秀才萬宗之壽春寄曺使君守而) 동명집(東溟集)
壽春明府問何如 수춘 고을 명부께서 요즘 어찌 지내시나
坦腹郞行付一書 탄복랑이 가는 편에 편지 한 통 부치누나.
想得昭陽亭上會 생각건대 소양정의 정자 위서 서로 만나
官醅初綠膾江魚 처음 익은 술 마시며 강고기로 안주 하리.
◆ 김창협(金昌協) 소양정 공경히 증왕고의 운자를 이용하여 시를 짓다(昭陽亭 敬次曾王考韻) 농암집(農巖集)
憶曾吾祖此登樓 지난날 우리 조부 이 누각 올랐건만
六十二年吾復游 예순 두 살 되어서야 다시 노닐어보네.
久信品題無異論 시 품평에 다른 말 없음 오래인데
卽看奇勝少他州 나아가보니 좋은 풍광 딴 고을엔 드물다네.
四圍山遠有畫意 사방으로 멀리 둘러친 산은 그려볼만하고
百尺江淸消客愁 일백 척 맑은 강은 객의 시름 씻어주니
飮罷一杯騎馬去 한 잔 술 마신 뒤에 말에 올라 떠나려다
闌干西角更回頭 난간 서쪽 모퉁이서 고개 돌려 다시 보는구나.
◆ 김창협(金昌協) 돌아가는 길에 다시 소양정에 오르다(歸路 再上昭陽亭) 농암집(農巖集)
山寺歸來意悵然 산사에서 돌아오며 마음 섭섭하더니,
眼明還是此樓前 이 누각 앞에서 눈이 환해지는구나.
闌干今古橫斜日 난간엔 예나 지금이나 석양이 비껴있고
舟楫東西閱逝川 배들은 강을 동서로 오르내리며
貊國秋容禾滿野 맥국에 가을 되자 벼가 들판 가득
牛村晩景樹生煙 우두촌(牛頭村) 저녁 되자 숲엔 연기 오르네.
澄江最覺宜佳句 맑은 강이라 명구(名句) 나올 법도 한데
安得詩如小謝姸 언제나 소사(小謝)처럼 고운 시를 지어 볼까나.
◆ 송징은(宋徵殷) 소양정(昭陽亭) 약헌집(約軒集)
縹緲危欄蘸碧波 우뚝 솟은 정자 푸른 파도에 잠기어
丹靑窈窕映山花 아리따운 단청엔 산꽃 그림자 드는구나.
行人歷歷沙中坐 행인은 또렷하게 모래에 앉았으며
芳草依依岸上多 방초는 하늘하늘 언덕에 가득하네.
夜雨添流津渡漲 밤비 보태져 나루엔 강물이 넘실대고
春煙迷野嶺途斜 봄 안개 들판에 희뿌옇고 고갯길 가파르네.
昭陽自古稱僊境 소양정 예로부터 선경이라 일컫기에
半日沿洄聽棹歌 반나절 물길 따라 뱃노래 듣는구나.
◆ 김창흡(金昌翕) 소양정(昭陽亭) 삼연집(三淵集)
君不見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昭陽亭子奇 소양 정자 기이함을.
大江之源俯在斯 큰 강의 원류 이곳에서 굽어보네.
白皪明波千載魚 반짝이는 파도에 천년 물고기며
紅壁沙版古人詩 붉은 벽 사판에 옛 사람의 시라.
悲吟吾祖翫江春 강의 봄을 감상한 할아버지 시를 읊조리며
不見桃花杏花飛 복사꽃 살구꽃 흩날림을 보지 못했구나.
江流悠邁野色寒 강은 유유히 흐르고 들판엔 찬 기운 감돌고
霜風捲我登樓衣 서릿발 바람에 껴입고 누에 오르네.
百年往事已翳如 지나간 백년 이미 하루 같아서
莽莽貊國誰遠思 아득한 맥국 누가 오래도록 그리워할까.
◆ 김창흡(金昌翕) 소양정(昭陽亭) 삼연집(三淵集)
1.
名亭逈立翠松臯 소양정 우뚝하니 소나무 언덕에 우뚝 섰고
軒外明沙漾素濤 난간 밖 맑은 모래에 흰 파도 넘실거리네.
夢想神遊難捨此 신도 노닐었을 이곳 버려두기 어려우리니
始知吾祖品題高 이제야 할아버지 시 품격 높음을 알겠네.
2.
薄暮靑牛度北灘 어슴푸레 청우타고 북쪽 여울 건너니
牛頭煙樹帶春寒 우두 저녁연기 서린 숲에 꽃샘추위라.
淸平山色如相引 청평산 빛깔은 끌어들이려는 듯
不許停橈倚赤欄 붉은 난간에 기대어 한껏 머무를 수 없네.
迫暮行忙不得遲留故云 저물녘 갈 길이 바빠서 오래 머무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였다.
◆ 김창흡(金昌翕) 소양정 공경히 선조께서 남긴 운자를 이용하여 시를 짓다(昭陽亭 敬次先祖留題韻) 삼연집(三淵集)
昭陽江上有高樓 소양강가 높다란 누각에
吾祖來臨曰可遊 우리 조부 오셔서 ‘노닐 만하다’고 하였네.
襟帶將無漢南地 산하로 둘러친 풍경 한강 북쪽에 없고
風流欲倒浿西州 풍류는 패서를 압도할만하구나.
簾楹搖蕩游魚樂 주렴 바람에 흔들리며 노니는 고기 즐겁고
沙渚微茫過鴈愁 모래톱 아득하게 지나는 기러기에 고향생각이라.
北望迢迢生遠韻 북쪽 바라보니 아득히 여운 이는데
靑嵐浮出慶雲頭 푸른 이내 경운산 꼭대기에 피어오르네.
◆ 홍세태(洪世泰) 소양정(昭陽亭) 유하집(柳下集)
昭陽亭下大江橫 소양정 아래로 큰 강이 가로 지르며
木落天高洲渚淸 잎 지고 하늘 높아 모래톱 맑구나.
萬古山川空貊國 산천은 옛 모습이나 맥국은 공허하며
三秋雲日莽牛坪 삼년을 떠도니 우두에 풀 우거졌어라.
沙寒水鳥飛難定 모래 차가워 물새 날면서 내려앉지 않고
峽險風濤氣不平 골짜기 험하고 바람에 물결치는 불순한 날씨라.
勝地莫嫌淹一月 아름다운 경치 한 달을 머문들 싫을 리 없으니,
新詩多自客中生 시 많이 짓는 일 나그네 삶이라.
◆ 박태보(朴泰輔) 소양정에 대해 재미삼아 시를 짓다(昭陽亭戱題) 정재집(定齋集)
閑者自閑忘外境 한가한 사람은 절로 한가해 외경마저 잊고
忙人方解愛江山 바쁜 사람도 마음을 풀고 강산을 사랑하네.
看他畫閣津頭起 나루머리 단청한 정자를 보고도
正爲忙人不爲閑 바로 바쁜 사람이 되어 여유롭질 못하네.
◆ 이만부(李萬敷) 소양정(昭陽亭) 식산집(息山集)
鳳山孤雲黛 봉산에 구름 한 점 눈썹이고
積水二江平 강물 가득한 두 강은 평온해라.
淸霜澄境遠 맑은 서리에 멀리까지 깨끗하며
秋意晩更生 가을 고향생각 다시 깊어만 가네.
嬰懷流峙象 그리움 물처럼 흐르고 산처럼 높아서
縹緲征馬停 어렴풋이 정마는 멈춰 섰구나.
老去心力弱 늙어가니 마음이며 힘은 약해지나
觸物感幽情 사물을 접하면 정감은 깊어라.
歎息叫虞舜 탄식하며 우임금 순임금 부르지만
永言莫可賡 영원토록 이어갈 수 없구나.
野外聳脩峽 들판 넘어 산들 뾰족 솟고
怊悵引去程 쓸쓸히 여정대로 떠나가네.
◆ 어유봉(魚有鳳) 소양정 청음선생의 판상 운자를 이용하여 시를 짓다(昭陽亭 次淸陰先生板上韻) 기원집(杞園集)
古人誰不愛登樓 옛 사람 누각에 오르기 누구나 좋아하여
每說昭陽最勝遊 ‘소양정 꼭 올라보라’ 매번 말씀하였네.
天作江山開貊國 하늘은 강산을 만들고 맥국을 열었으며
地因亭閣重春州 땅은 누각을 통해 춘주를 값지게 하였네.
落花芳草自佳節 꽃 지고 피어나는 아름다운 시절에
遅日長洲生遠愁 길어진 해 긴 모래톱에서 아련한 고향생각
三復農翁佳句在 농옹의 좋은 시 세 번 읽으니
餘生宇宙雪渾頭 하늘아래 머리 하얗게 센 여생이라.
◆ 이덕수(李德壽) 소양정(昭陽亭) 서당사재(西堂私載)
佳景娛人聲色似 아름다운 경치 성색(聲色)처럼 즐겁게 하여
樓頭少坐見斜陽 누각 끝에 잠시 앉아 석양을 바라보네.
仙山有約怱怱去 선산에 약속이 있어 바삐 떠나가니
一逕雲林接上方 한 번에 운림을 지나 상방에 이르노라.
◆ 이하곤(李夏坤) 소양정 농암선생의 운자를 이용하여 공경히 시를 짓다(昭陽亭 敬次農巖先生韵) 두타초(頭陀草)
昭陽莫道是官樓 소양정을 관루라고 말하지 마시게
朱檻還供野客遊 붉은 난간 둘러쳐져 나그네 노니네.
二水元來通漢水 두 물줄기 흘러와 한강으로 합쳐져
名州從古說春州 예로부터 춘주 이름난 고을이라 말하네.
晩烟不盡牛村色 저녁연기로 우두가 어렴풋하고
芳草猶關貊國愁 꽃과 풀로 뒤덮인 맥국은 아련하다.
最愛江光澄似練 비단 같이 맑은 강 풍경 너무 아름다워
忘歸兀自坐欄頭 우두커니 정자 머리에 앉아 돌아감을 잊는다.
◆ 이재(李縡) 소양정(昭陽亭) 도암집(陶菴集)
正月昭陽亭上行 정월에 소양정에 올라서
石翁之後敢容評 석옹 뒤를 이어 감히 평하여 보네.
遙村烟闊一人去 멀리 연기 서린 마을에 한 사람 지나가며
落日沙寒雙鶴鳴 지는 해에 모래 차고 학이 쌍으로 울어대네.
山雪江冰更淸絶 산엔 눈 내리고 강은 얼어서 다시 맑고 산뜻해져
天高地逈覺分明 하늘 높고 땅은 아득하여 경계 분명하여라.
休言春晩勝春早 늦봄이 올봄보다 낫다 말하지 말게나,
眞味方從淡處生 참맛은 담박한 곳에서 생겨나네.
◆ 이재(李縡) 소양정에서 원명 이의철 군을 이별하며(昭陽亭別李君原明宜哲) 도암집(陶菴集)
雲陰垂野草萋萋 구름 어둑어둑 들판에 드리우고 풀 우거져
滿目江山客意迷 강산 눈에 가득 나그네 마음을 빼앗네.
怊悵昭陽亭上酌 쓸쓸히 소양정에 올라 술잔을 드니
人隨流水各東西 사람은 흐르는 물처럼 제 갈길 가는구나.
◆ 조현명(趙顯命) 소양정(昭陽亭) 귀록집(歸鹿集)
昭陽名勝悅卿詩 이름난 소양정에 매월당 시라
有客登樓一讀之 나그네 올라서 읽어보네.
村樹莽連平野濶 마을은 나무로 둘렀지만 들판 트였고
峽流淸抱畫欄遲 협곡 맑은 물 누각을 감싸 천천히 흐르네.
江山寂寞人亡後 강산 적막하니 사람 떠난 뒤며
書釖蕭條歲暮時 편지는 뜸하고 한해는 저무네.
携取紅粧聊復爾 다시금 애오라지 홍장 손을 끌고서
嬌歌一曲悄生悲 아름다운 노래 한 곡조에 슬픔이 밀려드네.
◆ 조현명(趙顯命) 다시 소양정에 오르다(再登昭陽亭) 귀록집(歸鹿集)
千山北拱如縈帶 산들 모두 북으로 절을 하며 휘감아 두른 듯
二水南流若斂襟 두 강물 남으로 흘러 소매에 모여드는 듯하네.
客意逈收牛野色 나그네 시름 멀리 우두뜰로 모여들며
樓心獨占鳳儀陰 정자에 봉의산 그림자 홀로 들어오네.
雲林信宿猶高想 운림에 이틀을 머무니 더욱 고매해지고
天地浮休更放吟 천지에 부휴자(성현)도 목 놓아 시를 읊었네.
不必玆亭淪勝槩 정자 승경에 모두가 빠져들지 않을지라도
我行三日再登臨 나는 삼일 째도 다시 오르네.
◆ 이천보(李天輔) 소양정중수기(昭陽亭重修記) 진암집(晉菴集)
수춘은 영서에 있는 큰 고을이다. 땅은 서울에 가깝고 토속은 순박하여 송사가 드물며, 강과 산에 있는 누각은 경치가 좋다. 무릇 사대부로 외직을 구하는 사람은 거개가 이 고을로 관직을 오게 되면 행운이라 생각한다. 주상 재위 17년 신유에 나의 벗 한산 자이 이덕중이 이 고을로 수령을 나왔으니, 자이는 바야흐로 청렴함으로 이름이 있었고 명망으로 일찍이 벼슬길에 올라서 세상의 이름난 대부가 되었다. 논하는 자들은 자이는 하루라도 조정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으나 갑자기 외직으로 나서자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자이가 이미 이 고을에 부임하던 해에 큰 기근이 있자 부지런히 구제하여서 고을 내에 잘 다스린다는 이야기가 넘쳐났다.
자이가 나에게 글을 보내서 “고을 강가에 정자가 있으니, ‘소양’이라 부르며 고을에서 볼만한 승경이었지만, 근래에 자못 기울고 무너져서 유람하는 자가 그것을 병통으로 여기지 않음이 없었다. 이에 내가 수리하여서 공사를 마치니 임술 가을이었다. 그대가 나를 위해 기문을 지어주시게나.”라고 하였다. 내가 답장을 보내며 감탄하여 “벼슬을 하며 안과 밖 가릴 것 없이 오로지 그 책임을 다할 뿐이구려.”라고 하였다.
무릇 쇠미해지는 세상에서 내가 조정을 살펴보건대 그곳에 과연 그 뜻을 실행하고 그 직무를 거행하는 자가 있겠는가. 없다고 할 수 없으나 영욕(榮辱)에 따라 그 모습이 이끌리고 이해에 따라 그 중심이 흔들려서 왕왕 그 몸과 이름을 잃는 자가 있으니, 이것이 어찌 모두 그 사람 잘못뿐이겠는가. 시세(時勢)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만약 외직이 백리 내라면 한 번의 명령만으로 실행할 수 있고 한 번의 은택만으로도 모두에게 미칠 수 있다. 그것을 설계하여 시행함에 있어서 일찍이 내 마음을 통하여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으니, 시세가 그것을 막을 수도 없는 것이다. 자이가 이 고을을 다스린 지 겨우 일 년이지만 대체로 폐단을 고치고 수리하여 매듭을 맺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절약하고 아끼면서 재력을 비축하여서 정자의 승경을 옛 모습대로 복원하였다. 자이가 업무를 보던 여가에 이 정자에 올라 술잔을 잡고서 모래톱을 휘감아 흐르는 강이며, 구름과 안개가 출몰하는 모습이며, 바람에 돛배가 오고가고 백사장 물새가 날아오르고 내려앉는 모습을 굽어보면서 흡족해하며 돌아갈 것을 잊고 조정에 있는 여러 군자를 그리워하였다. 그 직분의 중차대함이 한 고을을 다스리는 것보다 백배나 되었으니, 그 책임을 저버리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었던가. 나는 자이의 즐거움을 알아 본받고자 하지만 반드시 그것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자이다. 내가 홍문관에서 한 마디 말을 내지 못하고 한 가지 일도 논의하지 못한 잘못으로, 그 책무를 조금밖에 하지 못하고 좌우의 눈초리를 보는 처지에 놓여 있던 때라 상쾌한 마음으로 오래도록 갈 수 없었다. 곧바로 산간지역의 고을을 구하여서 거의 스스로 힘써서 자이가 하였던 일에 가깝게 하려고 하였으나 또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지금 이에 억지로 누정의 기문을 지으니, 자이가 나의 글을 읽으면 나의 느낌을 알 수 있으리라.
壽春 嶺西之大府也 地近京師 而俗淳訟簡 有江山樓閣之勝 凡士大夫之求外者 皆以得是州爲幸焉 上之十七年辛酉 吾友韓山李子彝德重 出守是州 子彝方以淸名儁望 早登膴仕 爲世之名大夫 論者以爲子彝 不可一日去於朝廷 而遽出於外 非所以待子彝者也 子彝旣赴州 年値大飢 勤於賑政 治聲溢於一境 而子彝貽書於余曰 州有臨江而亭者 曰昭陽 爲一州之勝觀 近頗傾圮 遊者莫不病之 吾營紀修繕而工告訖 實在壬戌之秋也 子其爲我記之 余發書而歎曰 仕無內外 惟盡其責而已 自夫世之衰也 余觀於朝 其果有行其志擧其職者乎 不惟不能 榮辱誘其外 利害奪其中 往往自喪其身名者有之 是豈盡其人之過哉 時與勢有使然也 若夫外職則百里之內 有一令可以行也 有一惠可以究也 其設施區畫 未嘗不由於吾心 時與勢不得以沮之焉 子彝之爲是州 纔過期年 而凡諸補弊修廢 靡不畢擧 而節冗費蓄財力 使一亭之勝 復其舊焉 子彝視政之暇 把酒登亭 俯視洲渚之縈紆 雲煙之出沒 風帆沙鳥之上下往來 爲之欣然忘歸 而又思在朝諸君子 其職之重且大 有百倍於一州 而能不負其責者有幾人乎 則吾知子彝之樂 必有繼之以憂者矣 顧余待罪館職 未得出一言論一事 少效其責 置身于左右睢盱之地 旣不能决然長往 則欲乞山峽間一邑 庶幾自勉於子彝之爲 而又不可得矣 今乃强顔而爲亭之記 子彝讀余之文 其知余感也夫
◆ 오원(吳瑗) 소양정 벽상에 청한자의 운자를 이용하여 시를 짓다(昭陽亭 次壁上淸寒子韻)
월곡집(月谷集)
極目雲何遠 구름 저 멀리 흘러감을 끝까지 보며
橫空鳥未休 하늘 지나는 새도 쉬지를 않네.
乾坤吾樂在 하늘과 땅은 내 즐거이 있는 곳이요
歲月此江流 세월은 이 강물과 흘러가는구나.
野色千村冷 들판이며 마을은 싸늘하고
松風一檻幽 솔바람 정자는 어둑하구나.
霜洲凋杜若 서리 내린 모래톱에 두약(향초) 시들지만
餘興待春遊 남은 흥취에 유람할 봄날 기다리네.
◆ 조재호(趙載浩) 소양정(昭陽亭) 손재집(損齋集)
斗絶蒼崖地勢尊 깎아지른 벼랑에 지세가 높아
亭留畵裡別乾坤 정자에 머무르니 그림 속 별천지라.
天荒貊國千年野 변함없는 맥국의 천년 들판이며
江抱牛頭一面村 강은 우두 한 마을을 휘돌아 흐르네.
遠峽歸雲初淡發 멀리 골짜기로 구름 돌아들며 맑게 피어나고
平蕪落日自孤翻 들판 풀밭으로 해 지고 새 한 마리 날아오르네.
前賢往迹空文藻 어진이 앞서 시를 남겼기에
客到闌干晩雀喧 나그네 난간에 이르러 참새처럼 읊조려보네.
◆ 황경원(黃景源) 소양정기(昭陽亭記) 강한집(江漢集)
소양강 북쪽에서 춘천부까지는 떨어져 있으니, 그 위쪽에 봉우리가 우뚝하게 솟은 것이 청평산이다. 부의 북쪽 강가에 정자가 있으니 그것을 소양정이라 이른다. 올해 가을 부사 이자이(李子彛)가 그 옛 유적에 나아가 새롭게 수리하고 나에게 기문을 부탁하였다. 춘천은 옛 맥국으로 당나라 때에는 발해군에 예속되었으니, 당서를 살펴보면 발해 대조영에게서 처음 책명(冊命)을 받고 군왕을 세워 무릇 십삼세(十三世) 동안 신하로 당을 섬기고 조공을 끊이지 않고 받쳤으며 여러 사람을 경사(京師)에 이르게 하여 예악을 익히고 배우게 하여서 드디어 성대한 나라를 이루었으나, 문장으로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으니 누가 그 나라의 흥폐와 시종을 알겠는가. 무릇 대부로 삼질(三秩) 이상은 자의(紫衣)를 입었고 금어(金魚) 아홀(牙笏)을 하고 오질(五秩) 이상은 비의(緋衣)를 입고 은어(銀魚) 아홀을 하고, 팔질(八秩)은 곧 녹의(綠衣)에 목홀(木笏)을 하니 관제복색은 중국과 아주 다르지 않았다. 사실이 마멸되고 글로 남지 않았으니 누가 그 사람의 선악과 시비를 알겠는가. 사방 오 천리로 부(府)로 삼은 것이 열다섯이고 서울로 삼은 것이 다섯이고 주(州)로 삼은 것이 예순 둘이었으나 그림이나 기록으로 그것을 상고할 수 없으니, 누가 그 산천의 원근과 토속의 후박을 알겠는가. 이에 비록 예악이 ‘크게 갖추어졌다’고 말하나 오히려 나라가 없어졌다. 사군자(士君子)가 이 나라에 거처하나 또한 반드시 스스로 슬퍼할 뿐이다.
춘주부는 강산이 아름답기로 나라에 명성이 있어서 앞 세대부터 즐기려는 사람이 많으며 발해 때에 또한 일찍이 누대(樓臺) 염각(簾閣) 화방(畵舫) 가고(歌鼓)가 있었다. 지금 천년 사이에 모두 황폐화 되거나 인멸되었다. 후세 사람이 이 때문에 맥국은 치우쳐 있고 비루하여 볼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슬플 뿐이다. 지금 이자이(李子彛)가 이곳 부(府)에 관리자로 잔물결이 일어나는 강가에 가서 그 그윽함을 사랑하고 구불구불 이어져나간 봉우리와 산들을 바라보며 그 고요함을 기뻐하여 이미 이 정자를 새롭게 하였으며 또 나에게 한 마디를 구하고 그것으로 기(紀)를 삼아서 후세에 드리우고자 하였다. 무릇 나라에는 사(史)가 있고 집에는 전(傳)이 있으며 군현(郡縣)에는 지(志)가 있어도 오히려 민멸되어 버린다. 하물며 정자에 있어서야. 백년 뒤에는 기둥이 기울어 무너지고 기와가 떨어져서 빈객이 거문고와 노래 부를만한 장소를 물어보나 가시밭으로 반드시 뒤덮일 것이다. 어찌 기(紀)를 쓰겠는가. 그러나 이자이(李子彛)는 단아 결백하고 분명 신중하여 조정에 있어서는 훌륭한 신하였으며 춘천부에 거하여서는 순리를 따르는 관리여서 이로써 후세에 이름을 얻기에 충분하다. 무릇 군자에게는 진실로 그 실상이 있다면 반드시 그에 맞는 이름이 있어서 세대가 오래 지날수록 그 이름이 끝내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남겨진 자취가 있는 곳을 백성이 사모하여 차마 폐할 수 없으리라. 이자이(李子彛)가 비록 돌아갔으나 춘천 사람은 오히려 잊지 않고 있으니 이 정자는 폐허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드디어 기문을 짓는다.
自昭陽江南 距春川府治 其上崒然拔立以秀者 淸平山也 府北濱江以爲亭 亦謂之昭陽 今年秋 府使李侯子彝 因其古址而新修之 屬余爲記 春 古貊國 於唐時 隷勃海郡 案唐書 勃海祚榮 始受冊命 爲郡王 凡十三世 臣事唐 貢獻不絶 數遣諸生詣京師 習知禮樂 遂爲盛國 然文章不見於世 孰知其國之興廢始終也 凡大夫三秩以上 衣紫衣 牙笏金魚 五秩以上 衣緋衣 牙笏銀魚 八秩則綠衣木笏 官制服色 與中國未之有殊 而事實磨滅不章 孰知其人之善惡是非也 方五千里爲府者 十有五 爲京者五 爲州者六十有二 而圖記莫之考焉 孰知其山川遠近土俗厚薄也 是禮樂雖曰大備 猶無國也 士君子居於斯邦 亦必自傷而已矣 春之爲府 以江山名於國中 自前世多宴遊者 勃海之時 亦嘗有樓臺簾閣畵舫歌鼓 而于今千歲之間 皆荒煙也 後世之人 因以爲貊國僻陋不足觀 可悲也已 今子彝出守此府 臨江水之淪漪而愛其幽 望峰壑之邐迤而喜其靜 旣新斯亭 又求余之一言 而欲紀之 以垂諸後 夫國有史 家有傳 郡縣有志 而猶湮沒焉 况於亭乎 後百年棟楹傾隤 甓瓦零落 問賓客絃歌之所 而荊棘必縱橫矣 安用紀哉 然子彝端潔明愼 處公朝則爲良臣 居州府則爲循吏 是足以名後世也 夫君子苟有其實 則必有其名 歷世愈久而其名終不泯也 故遺迹之所在 民思之不忍廢焉 子彝雖歸 而春人猶未能忘 則此亭庶不爲墟矣 遂爲之記
◆ 채제공(蔡濟恭) 소양정(昭陽亭) 번암집(樊巖集)
巖徑蕭蕭落葉深 바윗길에 쓸쓸히 낙엽만 깊어가며
扁舟繫纜始登臨 조각배 매어놓고 올라가 보네.
山容繞出團圓扇 산은 둥근 부채처럼 둘러치고
浪態橫交委曲襟 물결은 둥근 소매처럼 교차하네.
覇國興亡惟鳥語 패국 흥망에 오직 새들만 울어대며
畫欄吟嘯自松陰 화려한 누대에서 읊조리니 절로 솔 그늘이라.
主人旌葢何村宿 주인의 깃발 어느 마을에 머무는가?
渡口斜陽愁我心 나루에 해 넘어가니 내 마음 슬프구나.
◆ 이충익(李忠翊) 소양정(昭陽亭) 초원유고(椒園遺藁)
貃國風烟濶 맥국에 이내와 바람 가득하고
春川霧日熏 춘천은 안개로 해가 흐릿하네.
江縈都護宅 강은 도호부를 휘감고
山擁太師墳 산은 태사 무덤을 감 쌓네.
倦跡依高棟 천천히 걸어올라 높은 누각에 기대니
幽懷寄暮雲 고향 그리움을 저녁 구름에 부쳐보네.
他時相伴老 다른 때 늙은이를 벗하여주는
好在白鷗羣 좋구나, 흰 갈매기 무리여.
◆ 남공철(南公轍) 소양정 시를 지어 지부 이보천에게 보여주다(昭陽亭 吟示李知府 普天) 금릉집(金陵集)
欲買名區須買閒 승경을 보려면 꼭 한가함이 있어야 하니
淸貧太守是仙官 청빈한 태수가 선관이라네.
夕陽恰似江南畵 석양은 강남 그림 같고
秋水浮來郭外山 가을물 흘러와 산을 둘러쳤네.
九月家鄕遲鴈信 구월 고향집 안부는 더디고
中流笳鼓送船還 북소리 피리소리 내며 떠난 배 돌아오네.
最憐此地多蕭瑟 누구보다 가련하여 쓸쓸한 일 많으며,
歸去應存夢想間 꿈속에서나 고향 돌아갈 수 있구나.
◆ 성해응(成海應) 소양정기(昭陽亭記)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
춘천의 산수가 나라에 이름이 있는 것은 소양강이 있기 때문이고, 강가에 정자가 있어서 소양정이라 부른지 오래 되었다. 살펴보건대, 강의 원류는 강릉 오대산의 북쪽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흘러 기린천이 되고 북으로 휘돌아 서쪽으로 흘러 거미소가 되고 또 서쪽으로 부창역을 지나며 소양강이 된다. 신연강은 금강산 만폭동에서 발원하여 춘천에 이르러 모진이 되고 남쪽으로 흘러 백로주가 되고 소양강으로 모여든다. 좌우로 경치가 조화를 이루며 또 청평의 봉우리는 뒤쪽으로 우뚝하게 솟아 있고 우두의 평야는 둥그렇게 앞쪽으로 가로 놓여있으니, 그윽하고 아름다워 즐기기에 충분하다. 사기 색은에 “조선에 습수 열수 산수가 있으니, 세 물줄기가 합하여 열수가 되며, 열수는 한강이다.”라고 하였으니, 지금 한강 원류는 이미 오대산 남쪽에서 발원하고 또 하나의 원류는 보은 속리산에서 발원하며, 또 하나의 원류는 곧 소양강이 된다. 산수와 습수는 이 두 물줄기를 가리키니, 그것에서 무엇이 산수가 되고 습수가 되는지 알 수 없다. 한무제 원삭 원년에 예(濊)의 임금이 남려에서 항복하자 창해군을 설치하고 삼년에 그치었다. 원봉(元封) 삼년에 우거(右渠)를 멸하고 임둔군을 설치하고 동이현을 다스렸으니, 동이는 지금의 강릉부이고 예의 옛 도읍이다. 예와 맥은 땅을 접하고 - 맥국의 옛 도읍지는 혹 우수에 있었다고 말한다.- 우수로부터 소양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곡연(曲淵), 한계(寒溪), 합강(合江)의 좋은 경치를 만날 수 있으니 모두 기이하고 유려하며 조금 더 넘어 동쪽에 이르면 강릉 경포이다. 그곳도 아름다워서 노닐면서 볼만하여 이 정자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또 각각 큰 관청을 설치하고 다스려서 모두 누관(건물)과 읍취(고을)가 성대하지만 경포는 외지고 고개 너머에 있어서 험준하고 구불구불한 고개를 넘어야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관리로 유람을 하거나 기이한 경치를 좋아하는 자가 아니라면 찾아가기 어렵다. 그러나 춘천은 경기에서 백 여리 떨어진 가까운 곳이고 토지가 비옥하여 사대부가 곧잘 그곳에 거주한다. 주택이 처마를 맞대고 있으며 사녀(士女)가 즐겁게 노닐며 물채(物采)가 찬란하여 볼만하고 산천은 더욱 아름다우니, 이 정자에 오르면 한눈에 모두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항상 습수와 산수를 구분 할 수 없는 것과 예와 맥이 분합하는 자취를 상고할 수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또 한(漢)의 창해군과 한사군 설치의 자취가 모두 영동과 영서에 있으나 지금 모두 아득하여 징거(徵據)할 수 없기에 내 일찍이 한 번 노닐며 그것을 찾아보려 하였지만, 지금 늙어서 할 수가 없다. 나그네로 소양정을 다녀온 자가 그곳에 올랐던 즐거움을 말하고 또 자하(紫霞) 학사가 그곳에서 다스린다고 들었으니 학사는 옛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생각건대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구할 것이다. 정자가 세워지고 무너짐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하나 춘천에는 이름난 강이 있고 강에는 이름난 정자가 있으니, 강을 옮길 수 없기에 정자는 없어지지 않을 것 또한 분명하다.
春川之山水名於國中者 以有昭陽江 而江上有亭 亦稱昭陽 葢古也 按江源出江陵五臺山之陰 西流爲麒麟川 北迤西流爲蛛湫 又西經富昌驛爲昭陽江 而新淵江發自金剛山之萬瀑洞 至春川爲茅津 南滙爲白鷺洲 會昭陽江 而左右映帶 又淸平之崒而秀者聳于後 牛頭之平而圓者橫于前 窈窕明媚 有足樂者 史記索隱曰朝鮮有濕水冽水汕水 三水合爲冽水 冽水者漢江也 今漢江之源 旣發自五臺之陽 又一源發自報恩之俗離山 又一源卽昭陽也 汕水濕水 指此二水 而未知其孰爲汕孰爲濕也 漢武帝元朔元年 濊君南閭降 置滄海郡 三年罷 元封三年 㓕右渠置臨芚郡治東暆縣 東暆今江陵府而濊舊都也 濊與貊壤地相接 貊國舊都或云在牛首 由牛首溯昭陽而上 如曲淵寒溪合江之勝 皆奇崛幽靚 少踰而東則江陵之鏡浦也 其遊觀之美 與斯亭可伯仲 又各設置大府以治之 皆有樓觀邑聚之盛 然鏡浦僻在嶺外 越險阻涉崎嶇而至 故非遊宦與好奇者不能遊 而春川近在畿服百餘里 地又肥沃 故士大夫往往居之 第宅相望 士女嬉遊 物采燦然可觀 而山川尤增美 登斯亭也 一擧目而可盡之 然余常恨濕汕二水之不能分 與濊貊分合之蹟不可詳 又漢之滄海及四郡設置之跡 皆在嶺東西 而今皆茫然無所徵 余甞欲一遊而求之 今已老無能焉 客有從昭陽而來者 談登臨之樂 且聞紫霞學士爲之政 學士好古者也 想不待余言而求之 若亭榭之成毁 有不暇及 然春之名在江 江之名在亭 江不移亭不廢者亦明矣
◆ 정약용(丁若鏞) 한무제가 팽오를 보내어 우수주에 길을 뚫으니 우수주는 즉 춘천이다. 소양정에서 옛날을 회상하다(漢武帝遣彭吳穿牛首州 卽春川 昭陽亭懷古)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漁子尋源入洞天 어부가 무릉도원 찾아서 통천에 들어오니
朱樓飛出幔亭前 붉은 누각 날아갈 듯 만정봉 앞에 나왔네.
弓劉割據渾無跡 궁준과 유무가 할거하였으나 아무 흔적이 없고
韓貊交爭竟可憐 한과 맥이 번갈아 다투었으니 안타깝구나.
牛首古田春草遠 우수주 옛 밭에 봄풀이 아련하고
麟蹏流水落花妍 인제에서 흘러온 물에 낙화가 곱구나.
紗籠袖拂嗟何補 사롱을 소매로 떨어낸들 무슨 도움이 되랴.
汀柳斜陽獨解船 물가 버들에 해지자 홀로 배를 띄우네.
◆ 신위(申緯) 무인 7월에서 12월에 이르러 소양정 내에 모여 시를 짓다(戊寅七月 至十二月 昭陽亭內集口號) 경수당전고(警修堂全藁)
心之憂矣寫郊埛 근심이 있어 교외에 나서자
孌彼諸姬聊共行 저 아리따운 아가씨들 함께 갔네.
殘照西風憑一弔 해질 무렵 서풍에 위로하니,
英䧺兒女本同情 영웅이건 아녀자건 본래 같은 마음이라.
蕭條覇氣收烟氣 쪼그라든 패기는 연기에 그치고
悲健江聲雜管聲 서러운 듯 힘찬 강물 소리에 피리소리 뒤섞인다.
妙鬘天花成對酌 아리따운 머리에 눈꽃 내릴 때 대작하며
禪心吾已折幢㫌 선심으로 나는 이미 깃발을 내렸네.
◆ 조인영(趙寅永) 소양정 아래에 배를 대니 옛날을 느끼다(舟泊昭陽亭下感舊) 운석유고(雲石遺稿)
水色依前碧 물색은 여전히 하늘색이고
山光不改蒼 산빛도 푸르러 변함없네.
年年芳草裏 해마다 꽃밭 속이라
未忍上昭陽 소양정에 차마 오르지 못하네.
◆ 조인영(趙寅永) 소양정에서 옛날을 느끼다(昭陽亭感舊) 운석유고(雲石遺稿)
平鋪牛首野 우들 뜰 활짝 펼쳐있고
縹緲鳳儀山 어렴풋한 봉의산.
秋水當年色 가을물 제 빛깔이며
官樽竟日閒 관리들 한가로이 술 마시네.
夢闌蒼玉佩 꿈결에 푸른 옥을 차고
坐羡綠楊灣 버들 핀 물가 그리워하네.
只有磯頭鳥 다만 물가에 새는
烟波自往還 물안개 속을 오고가는구나.
◆ 정원용(鄭元容) 춘천 소양정 판상의 운자를 이용하여 시를 짓다(春川昭陽亭 次板上韻) 경산집(經山集)
百尺昭陽江上樓 소양강가 백 척 높이 누각에
使君留客暫登遊 나그네 올라서 잠시 노닐게 하네.
沙汀宛轉泛晴島 모래톱 빙 돌며 청도에 배 띄워
林木扶疎生古洲 나무는 모래톱에 듬성듬성 자랐네.
貊國茫茫何處問 맥국 아득하여 어느 곳에 있는가?
烟波渺渺使人愁 물안개 아득하게 사람을 시름케 하네.
飛仙眺望更平遠 신선이 날아올라 바라보니 드넓고
一醉西風倚檻頭 취하여 난간머리에 기대어 서풍을 맞네.
◆ 이진상(李震相) 소양정(昭陽亭) 한주집(寒洲集)
昭陽江上樓 소양강 누각에 올라보니
八景不曾收 팔경 일찍이 정할 수 없었으리.
屛列摩雲峀 구름 간질이는 산이 빙 둘러치고
鑑開泛月舟 거울 같은 강물에 조각배 떠있네.
人從越峽去 사람은 골짜기 넘어 가고
水向漢城流 물은 한양성 향해 흐르네.
已大蓬壺眼 봉호산 눈에 크게 들어오자
鞭驢過渡頭 나귀 채찍질하여 나루머리 지나네.
◆ 김평묵(金平默) 병을 앓고 난 후에 심예백과 함께 소양정에 올랐다. 북산으로부터 온 나그네가 있었는데 강 언덕에서 배를 준비하여 출항하고 해우하여 함께 노닐다가 농암 김선생의 시 현판 운자를 이용하여 시를 지었다(病後 與沈禮伯 登昭陽亭 有客自北山來者 艤舟江岸 邂逅同遊 仍拈板上農巖金先生韻) 중암집(重菴集)
病後登臨氣豁然 앓은 뒤에 올라보니 기운이 확 트여
騷人邂逅短篷前 시인을 작은 거룻배 앞에서 만나네.
崢嶸萬嶽圍全野 들판은 뾰족한 산들에 호위 받고
浩淼雙江受百川 넘실거리는 두 강으로 개울물 흘러드네.
鳳鳥高岡生枳棘 봉황새 깃든 높은 산엔 탱자가 자라고
仙人古閣鎖雲烟 선인 사는 고각은 구름에 잠겼어라.
酒闌日午肝膽露 술 파한 대낮에 마음을 드러내어
笑指汀花獨樹姸 웃으며 물가의 꽃을 가리키니 유독 곱구나.
◆ 류인석(柳麟錫) 소양정에 오르다(登昭陽亭) 의암집(毅菴集)
壽春形勝冠東嵬 수춘의 형승 관동에 으뜸이니
更一昭陽亭子開 다시 소양강에 정자 열렸네.
遠拔靑光三岳出 멀리 푸른빛 삼악산에서 나오고
長涵元氣二江來 오래도록 원기를 담은 두 강이 흐르네.
畫軒花暎前人板 단청 누각, 꽃 그림자, 고인의 시판
鏡水風生此日杯 고요한 물에 바람 일자 술잔을 드네.
可使夷音終屛息 오랑캐 노래 소리 끝내 그치게 하여서
動魂韶樂鳳儀廻 혼을 울리는 순임금 음악이 봉의산에 울리게 하리라.
◆ 구용(具容) 소양정(昭陽亭) 죽창유고(竹窓遺稿)
雪盡春江濶 눈 그친 봄 강이 활짝 열리니
樓高望眼平 누대 높아 눈앞에 펼쳐지네.
長郊微雨過 멀리 외곽에 가랑비 지나가고
芳草一時生 꽃과 풀 한꺼번에 피어나네.
◆ 신즙(申楫) 소양정(昭陽亭) 하음집(河陰集)
落照長江外 긴 강 너머로 해가 지고
孤村大野頭 들판 앞에 마을 하나.
昭陽亭上歇 소양정에 올라서
忘却故園愁 고향 그리움을 잊노라.
◆ 신열도(申悅道) 정묘 봄에 강도로부터 관동막사에 부임하여 소양정을 지나며 판상의 운자를 이용하여 짓다(丁卯春 自江都赴關東幕 過昭陽亭次板上韻) 나재집(懶齋集)
羈絏經年不勝愁 떠돌이 몇 년에 고향 그리워
東征今復近瀛洲 동쪽으로 가니 다시 영주가 가깝구나.
風塵滿目無歸日 세상 찌든 때 눈에 가득하나 돌아갈 날 없으니
魂夢長尋故國遊 꿈속에서 한참을 찾아가 고향땅을 노니네.
◆ 이시성(李時省) 소양정 천파 오숙의 운을 이용하여 짓다(昭陽亭 次吳天坡䎘韻) 기봉집(騏峯集)
誰建高樓鎭此州 누가 높은 누각 세워 이 고을 진무했나.
畵甍飛出接天浮 단청 기와가 하늘에 맞닿아구나.
漁郞挈網歸灘尾 어부는 그물 거둬 여울 끝에서 돌아오고
征客爭船集渡頭 나그네 다투어 배를 타러 나루로 모여 드네.
形勝有餘松石老 빼어난 경치에 소나무며 바위 늙어가며
江山無限水雲幽 강산은 끝도 없이 물과 구름으로 그윽하여라.
何由獨得登仙術 어찌해야 하늘 오르는 신선술 홀로 익혀
直到蓬壺最上洲 봉래산 꼭대기에 곧장 오를 수 있으려나.
◆ 조한영(曺漢英) 소양정 백헌 상국의 운을 이용하여 짓다(昭陽亭 次白軒相國韻) 회곡집(晦谷集)
肩輿晩出昭陽樓 늦어서야 가마로 소양루에 나가니
樓在昭陽江上頭 누각은 소양강가 끝머리에 있구나.
津吏好看前度客 뱃사공 앞서 건넌 나그네 바라보고
沙鷗相對舊汀洲 백사장 갈매기 옛 모래톱 마주하네.
平郊烟樹依依畫 들판 안개 덮인 나무숲은 어렴풋이 그림 같고,
落日漁歌點點舟 석양 속 점점이 배마다 어부노래라.
故國興亡一杯酒 고국의 흥망 한 잔 술에 담아보니
至今江水向西流 지금도 강물은 서쪽으로 흐르는구나.
◆ 조한영(曺漢英) 소양정(昭陽亭) 회곡집(晦谷集)
1.
霽後江流豁 비갠 후 강물이 콸콸 흘러가고
煩襟向晩披 답답한 마음 해질녘 풀어보네.
坐來三伏失 삼복더위 앉아 있지 못하고
飛上廣寒疑 광한루에 날듯이 올라가네.
波動凉吹席 파도 서늘하게 자리에 불고
山低翠滴幃 산은 나지막이 푸른 휘장을 둘렀네.
朱門爭炙熱 주문에선 다투어 고기 굽지만
此景有誰知 이 경치 알아주는 이 있으랴.
2.
暇日有幽興 한가한 날 흥이 깊어
來登江上樓 강가 누각에 올라보네.
江平宜放鷁 강 평온하여 배 띄우기에 제격이고
沙凈不分鷗 모래 깨끗하여 갈매기인지 모르겠구나.
浮世從多事 부질없는 세상에 일만 따라다니니,
他鄕苦倦遊 타향에 떠도니 괴롭고 권태로워라.
數盃非取樂 몇 잔술에 즐거움을 취하지 않아도
今夕蹔忘憂 오늘 저녁 근심을 잠시 잊는구나.
◆ 조한영(曺漢英) 소양정(昭陽亭) 회곡집(晦谷集)
長安何處客憑樓 서울은 어디인가, 나그네 누각에 기대니
落日浮雲捴是愁 지는 해 뜬구름 모두가 그리움이라.
最恨昭陽城下水 소양정 아래 흐르는 물 한스럽게도,
無情獨自向西流 무정타, 홀로 서쪽으로 흘러가는구나.
◆ 유창(兪瑒) 소양정(昭陽亭) 추담집(秋潭集)
江上淸秋獨倚樓 청명한 가을날 홀로 누각에 기대니
眼中形勝對牛頭 우두 멋진 경치 눈에 들어오는구나.
平沙漠漠遙分浦 평평한 백사장 아득하나 멀리 나루 분명하고
遠樹依依乍隱洲 멀리 나무는 하늘하늘 모래톱 보일락 말락.
何處愁人橫短篴 어디선가 고향 그리운 사람 피리 불고
異鄕商旅艤孤舟 타향 떠돌다가 홀로 나룻배를 타는가.
丹心戀闕長如水 대궐 그리는 마음 냇물처럼 길기만하고
萬折朝宗日夜流 조종암 냇물은 밤낮으로 흘러가는구나.
◆ 조현기(趙顯期) 이 편은 경인에서 계묘에 이르며 지은 것으로 청평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또 소양정에 오르다(此篇錄庚寅至癸卯作 自淸平廻路 又登昭陽亭) 일봉집(一峯集)
昭陽江上夕陽天 소양강 하늘에 노을이 지니
客自淸平寺裏旋 나그네 청평사를 돌아 나오네.
已踏丹梯窮絶境 붉은 사다리 밟아 절경에 이르러서
更憑虛閣作飛仙 빈 정자에 기대 신선되어 날아보네.
湖光薄暮明如鏡 호수는 저녁 햇살로 거울처럼 밝고
山色浮空碧似烟 산색은 푸른 하늘에 떠있는 연기 같구나.
胡不歸歟此間住 어찌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머무는가.
紅塵寧到白鷗邊 세상먼지 어찌 흰 갈매기에까지 미칠까.
◆ 신후재(申厚載) 소양정(昭陽亭) 규정집(葵亭集)
軒騎名亭向晩過 말 타고 정자를 저물녘 지나자니
偏憐沙岸白鷗多 어여쁜 모래 둑엔 흰 갈매기 많구나.
含盃孤嶂仍邀月 잔을 엎어놓은 고산대에서 달맞이 하고
艤棹澄江不起波 맑은 강에 노 저으니 파도가 일지 않네.
鷺渚微茫村一面 해오라기 노는 물가에 아득히 마을 하나
鳳臺迢遞水分叉 봉황대 저 멀리서 강물 다시 만나네.
塵纓已喜滄浪濯 찌든 갓끈을 창랑에 씻기를 기뻐하고
何處風傳欵乃歌 어느 곳에서 바람에 노래를 전하는가.
◆ 이세구(李世龜) 소양정 박사원의 ‘소양정에 올라’의 운자를 빌려 시를 짓다. 벽상의 박사원시가 있다(昭陽亭 次朴士元韻 登昭陽亭 壁上有朴士元詩) 양와집(養窩集)
昭陽閣下江如練 소양정 아래 강물은 비단 같고
秋日登臨對好山 가을날 올라보니 마주한 산 좋구나.
堪笑古人多戱劇一作謔 옛 사람 많은 놀이를 비웃으며,
區區何必較忙閑 구구하게 어찌 한가하고 바쁨을 비교하랴.
◆ 박태순(朴泰淳) 사원의 운자를 빌려 시를 짓다(次士元韻) 동계집(東溪集)
何處忙人能着意 어느 곳에 바쁜 사람 뜻을 붙여 볼까나.
閑人方得愛江山 한가한 사람이라야 강산 사랑할 수 있으리라.
怱怱斜日催歸騎 지는 해에 돌아가려 말을 재촉하려니,
自笑名亭視等閑 이름난 정자 등한시했다며 스스로 웃네.
◆ 박태순(朴泰淳) 송질부의 소양정 시의 운을 빌려 짓다 진퇴격(次宋質夫昭陽亭韻 進退格) 동계집(東溪集)
才子乘春泛綠波 젊은이 봄날에 푸른 물결에 배를 타고
題詩能使筆生花 시를 지으니 붓에서 꽃이 그려지네.
高情已覺前人少 고상한 정취 이전 사람만 못하나
勝賞應知此日多 좋은 경치 이날이 최고임을 알겠구나.
貊國山川吟外杳 맥국 산천 시로 읊조리기에 아득하고
蓬萊烟月夢中賖 봉래산 안개와 달은 꿈속에 아득하네.
還憐俗累違幽討 속세에 빠져 심오한 이야기 벗어나니 안타까워
悵望東天發浩歌 슬프게 동쪽 하늘 바라보며 목 놓아 노래하네.
◆ 김시보(金時保) 소양정을 바라보다(望昭陽亭) 모주집(茅洲集)
一逕緣巖斷 외줄기 길이 바위에서 끊어지고
長江滿峽來 긴 강은 협곡 가득 흘러드는구나.
馬疲宜暫息 말은 고달파서 잠시 쉬게 하며
舟艤不煩催 배를 번거롭게 재촉하지 않는다.
野樹參差出 들판에 나무 올망졸망 서있고
汀沙遠近回 모래톱은 이리저리 굽이도는구나.
已知登眺快 올라보니 가슴 트이게 하는 시야에
阿閣向空開 누각은 하늘을 향해 열려 있구나.
◆ 김시보(金時保) 소양정 주졸에게 주다(昭陽亭 贈主倅) 모주집(茅洲集)
路回薜荔磴 이끼 낀 돌 비탈길을 돌아서니
超忽赤闌干 홀연 붉은 난간 우뚝하여라.
野勢收來遠 들판 멀리까지 펼쳐지고
天容坐處寬 하늘 넉넉하게 받아들이네.
奇觀已愜願 기이한 경치 이미 흡족히 얻고 나자,
都護更要歡 도호는 다시 즐거움을 요구하는구나.
緩酌從斜日 지는 해 따라 잔을 드니
歸舟白露寒 배 돌아오는 백로주 차갑구나.
◆ 이정신(李正臣) 공께서 강원감사를 배수 받고 소양정에서 공경히 문정공의 운자를 빌려 시를 짓다. 병서(時 公拜江原監司 昭陽亭 敬次文靖公韻 幷序) 역옹유고(櫟翁遺稿)
庚甲居然八十回 경갑 어느 덧 팔십 회
山川如待小孫來 산천은 소손(小孫)이 오기를 기다린 듯이.
今行遍踏關南北 지금 강원도를 남북으로 두루 다니다
是處登臨最快哉 이곳에 올라보니 최고로 상쾌해라.
◆ 정석달(鄭碩達) 소양정(昭陽亭 亭在春川) 함계집(涵溪集)
昭陽亭屹兩江頭 소양정 두물머리에 우뚝하며
影入淸波空自流 그림자 물결 따라 저절로 흘러라.
客子登臨斜日暮 나그네 저물녘 올라보니
商歌漁笛滿歸舟 고깃배에 피리소리 가득 싣고 돌아오는구나.
商歌 : 飯牛歌라고 하며 재야에 인재를 뜻함
◆ 조유수(趙裕壽) 소양정의 운자로 시를 짓다(次敏昭陽亭韻) 후계집(后溪集)
淮陽雖復卧 회양에 비록 다시 누워도
未减病幽憂 근심 줄어들 줄 모르네.
如女不窺閤 당신이 누각을 보지 않는다면
讓孫先上樓 손자가 먼저 누각에 오르리라.
江鴻印雪去 물새는 눈에 발자국 남기고 떠났고
野馬近春浮 야생마는 봄 가까워지자 들뜨네.
翁醉宜來此 늙은이 취하여 의당 이곳에 오니
諸山皆遶州 산 겹겹이 고을을 둘렀네.
◆ 조유수(趙裕壽) 중춘 비로소 소양정에 노닐며(仲春始遊昭陽亭) 후계집(后溪集)
松堂自大夜郞侯 송당은 야랑후보다 스스로 크다고 여기나
河漢初驚有此樓 하한(河漢)도 처음 이곳에 누각이 있음에 놀랐다.
江抱牛村羅帶細 강은 비단 띠처럼 우두를 가늘게 둘렀고
山恢貊國翠眉脩 산은 푸른 눈썹을 가지런히 맥국을 감쌌다.
平呑八九壓韶閣 전체를 삼킬 듯이 문소각을 누르며
恰受兩三回妓舟 기꺼이 두세 번 기주(妓舟)를 돌리네
不羨淸陰孫祖作 청음 후손이 시 지음을 부러워말게나
吾詩亦有阿兼酬 나도 시를 지어 함께 수창하리니.
◆ 조유수(趙裕壽) 소양정 농암의 운자로 시를 짓다(昭陽亭 次農巖韻) 후계집(后溪集)
嶺右玆亭獨巋然 고개 우측 정자 유독 우뚝한데
創年疑自貊王前 맥국 시대 보다 앞서리라
匡廬山崒懷西磵 여산은 우뚝하게 서강을 품었고
至喜江平受蜀川 희강은 평온해지고 촉천이 흘러드네.
仙守夢凉朱箔雨 신선은 꿈에 주렴 밖 비로 서늘하고
昔賢詩入碧紗烟 옛날 현자는 시를 지어 푸른 이내로 들어갔다.
名樓不敢輕題句 명루에서 가볍게 시를 짓지 말아야하니
生怕人人議醜姸 사람마다 고우니 미우니 의론할까 두렵다
◆ 조유수(趙裕壽) 소양정 청음 손자가 이어 운자를 빌려 지은 운자로 짓다(昭陽亭 次淸陰祖孫續次韻) 후계집(后溪集)
昭陽豈獨一家樓 소양정이 어찌 유독 한 집안의 누각이랴
今日携孫我亦遊 금일 손자의 손을 잡고 나 또한 노닐어본다
石室每存華國夢 석실에 매번 화국몽이 있고
東洲始闡壽春州 동주에 비로소 수춘주를 열었네.
簷危鷰雀高飛賀 높은 처마에 제비며 참새 높이 날아 축하하고
壁仄猿猱欲度愁 벽면 옆 잰나비 건너감을 근심하네.
再壓曹劉無乃妄 조식(曹植)과 유정(劉楨)을 재차 압도해도 망령됨 없고
合江曾已句題頭 합강정에 이미 최고의 시를 지었다.
◆ 조유수(趙裕壽) 보름날 밤 소양정에서 달을 보고 얼음을 지치다가 구성 작은 암자에 투숙하다(元夜昭陽亭 觀月馳氷 投宿九成小菴) 후계집(后溪集)
昭陽果有水晶橋 소양강에 수정교 만들어지자
月亦知時早上霄 달도 때맞추어 일찍 떠오르네.
銀兎放光氷共冷 달빛이 얼음 위로 쏟아져 함께 차갑고
白鷹無影雪空飄 흰 기러기 눈 내리는 창공을 날아가네.
馮夷宮外誇騰踏 수궁 밖을 뛰어올라 보고
卧佛庵中憇寂寥 와불암에서 고요히 쉬어본다.
老馬爲駒應謂我 늙은말이 망아지 위하듯 응당 나에게 말하니
又從年少樂元宵 젊음이를 따라 정월대보름을 즐기세
◆ 이병연(李秉淵) 소양정(昭陽亭) 사천시초(槎川詩抄)
蒼山百里夾淸流 푸른 산 백리 맑은 강 흐르고
木葉遙飛送客舟 나뭇잎 날아올라서 나그네 실은 배 보내누나.
棧道夕陽窺貊國 해지는 험한 길로 어렴풋 맥국이 보여
江城殘角到春州 강성의 뿔피리 소리 희미할 때 춘주에 닿았네.
雙雙送鴈平蕪外 짝을 지어 지평선 너머로 기러기 날아가며
一一看詩畫閣頭 정자에 걸린 시를 하나하나 바라본다.
聖代徒然形勝地 태평성대 허허로운 아름다운 경치이니
笙歌縹緲使人留 아름다운 노래 소리 사람을 붙잡는구나.
◆ 원천석(元天錫) 춘주(春州) 운곡집(耘谷集)
重到佋陽江上樓 소양강가 누각 다시 찾아오니
滿樓春色更風流 다락 가득한 봄빛 더욱 풍류스럽네.
雲烟花月閑吟處 구름과 안개 꽃과 달 한가롭게 읊는 곳
消遣縈盈客裏愁 얽히고설킨 나그네 시름 풀어보네.
◆ 원천석(元天錫) 춘주공북정시의 운자를 빌려 짓다. 두 수(次春州拱北亭詩韻 二首) 운곡집(耘谷集)
1.
萬像森羅拱一亭 삼라만상이 정자 하나를 받드니
天慳披豁露眞形 하늘도 아낀 좋은 곳이 참모습을 드러냈네.
迢迢二水鋪霜練 아득한 두 줄기 물이 흰비단을 펼치고
隱隱千山展翠屛 은은한 산들이 푸른 병풍을 펼쳤네.
三島奇觀移怳惚 삼신산의 기이한 모습을 황홀하게 옮겼으니
十洲佳致見丁寧 십주의 아름다운 경치 정녕 보겠네.
使君莫憚登攀醉 그대여! 취했다고 올라오길 꺼리지 말게.
鈴索長閑草滿庭 찾는이 없으면 뜨락에 풀만 가득할 테니.
2.
登臨指點短長亭 올라와 크고 작은 정자들 가리키다가
俯鑑澄江照我形 맑은 강물 굽어보니 내 모습이 비치네.
却愛雲煙供酒席 고맙게도 구름과 안개가 술자리 마련해주니
欲敎圖畫上金屛 그림이라도 그려서 병풍에 올리고 싶네.
經營不日人相悅 며칠 걸리지 않고 세운 정자 모두 좋아하니
遊覽多時客自寧 유람하는 나그네들 언제나 편안하겠네.
到此凝然得眞越 이곳에 와서 참된 흥취를 얻었으니
學仙何更讀黃庭 신선 배우느라 다시 황정경 읽어야 하겠네.
◆ 홍종대(洪鍾大) 소양정자의 운자를 빌려 짓다(次昭陽亭子韻) 해관자집(海觀自集)
下有昭陽上有天 아래는 소양강 위에는 하늘
萬千形勝列亭前 수 만 가지 절경 정자 앞에 늘어섰다.
勇來龍嶽跏趺麓 힘차게 달려온 대룡산 기슭에 가부좌하고,
鎭得牛郊沆瀣烟 우두벌 지키며 안개에 싸여 있다.
岩石巨靈猶古迹 거대한 암석들 옛 자취인 듯,
風霜浩劫盡多年 오랜 세월 풍상에 시달렸다.
鳳山爽氣麟江月 봉의산엔 상쾌한 기운, 소양강엔 달
駘蕩胸衿卽濶然 드넓게 열린 전망 가슴속 확 트인다.
◆ 성운경(成雲卿) 소양정 재건 낙성의 운자로 짓다(昭陽亭再建落成韻) 소양음사시집(昭陽吟社詩集)
昭陽高閣壓江天 소양정 높은 누각 하늘 담은 강물 압도하고
再建雄姿洽似前 다시 지은 웅장한 모습 눈앞에 있구나.
麟水吐紅朝出日 인제에서 나린 물 아침 햇살에 붉고
鳳林堆碧晩生烟 봉의산 나무숲 저녁 연기로 푸르구나.
畵棟輝煌晴靄裡 단청한 기둥은 안개 걷힌 사이에 휘황하고
重簷突起白雲邊 하늘로 솟은 겹처마 흰구름 걸쳤구나.
我鄕侯伯眞明宦 우리 고을 후백은 참으로 현명한 관리여서
能使人民氣浩然 백성으로 하여금 호연한 기상을 길러주셨네.
◆ 조선왕조실록 소양정 선조 38년 을사(1605년 만력 33) 7월23일(을미) 강원도ㆍ경상도의 수재 상황을 열거하다
강원도 영서(嶺西)의 영월(寧越)ㆍ정선(旌善)ㆍ춘천(春川)ㆍ평창(平昌)ㆍ인제(麟蹄)ㆍ원주(原州)ㆍ횡성(橫城) 등 고을에 이번 7월 17일부터 동풍(東風)이 매일같이 크게 불더니, 바다의 갈매기떼가 까맣게 날아왔는데, 보기에 매우 놀랍고 괴이하였다. 20일 밤에는 비가 억수같이 내리더니 갑자기 큰 홍수가 져 객사와 관청, 군기(軍器)ㆍ창곡(倉穀)을 휩쓸어 버렸고, 크게는 사찰과 작게는 촌락이 물이 지나친 곳은 모조리 쓸려나갔으며 우마(牛馬)와 가재 도구도 남김없이 모두 익사하거나 떠내려 갔다. 춘천은 소양정(昭陽亭) 누각이 부서지고 인물(人物)과 여사(廬舍)가 모두 매몰되었으며, 백곡이 손상되고 사석(沙石)이 뒤덮였다.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보면 통곡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고, 떠내려 가는 지붕 위에서는 닭이 울고 개가 짖어대며, 칼을 쓴 죄인이 물에 떠내려 오기도 하였다. 영월은 인가가 3백 39채나 떠내려갔다.
江原道嶺西寧越 旌善 春川 平昌 麟蹄 原州 橫城等官 今七月十七日爲始 東風連日大吹 海中白鷗 蔽天飛來 所見駭異 二十日夜 下雨如注 洪濤巨浸 卒然橫流 衝突客舍 官廳 軍器 倉穀 大而僧居 小而村落 水之所經 盡爲漂沒 牛馬 家藏 亦盡漂溺無存 春川則昭陽亭樓撥毁 人物 廬舍 盡數墊沒 百穀埋損 沙石覆沒 登高望見 哭聲相聞於四野 鷄犬鳴吠於浮屋之上 亦有著枷罪人 浮來水上 寧越人家 至於三百三十九幕浮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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