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 시인의
『치킨과 악마』2024 서정시학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상처, 後
ㅡ서망항 방파제에 누워 / 김우
어둠이 충분히 익었을까,
콧등으로 간을 봐요
해수면이 밤하늘에 잠기면 숨죽였던 해풍이 잠을 깨죠
바람을 수직으로 들추며 선체가 날아올라요
하늘엔
오색 별빛이 함박눈처럼 쏟아져요
- 오랜만이야, 내 모습이 보이면 손을 흔들어 봐
- 어머나 벚꽃 진 지 언젠데 눈이 펑펑 오네
자욱한 해무가 바다를 쓰다듬으면
몽유병처럼
파도 옆구리에 날름거리는 주술들,
ㅅ, ㄹ, ㅏ, ㅎ, ㅐ, ㅇ,
수면을 끌고 다니는 주인 잃은 글자들이 보여요
축축한 밤의 젖은 어깻죽지를 열고
물칸에 살려 온 말(言)들을 밤하늘에 압정처럼 꽂아요
-보고 싶다고 무작정 광고를 낼 순 없잖아
이별 하나하나에 이름도 지어주지 못했어
- 당신 잘못 아니야 눈송이를 깨물어 봐 별맛이 어때?
여명이 붉은 입술을 내밀기 시작하면 시나브로
밤하늘의 물길이 닫혀요
달 지는 새벽을 골라
선명했던 그날의 기억이 가벼워질 거예요
- 다신 전화하지 않을게, 혼자라도 꿋꿋이 잘 살아
몇 년 만의 재회가 방파제 저편으로
천천히
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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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참 '천천히' 움직인다
그렇지만 재회도 사라지고 상처도 사라진다
잊지 말아야 할 기억마저 사라지는 건
좀 무서운데...
변덕스런 삶이 주는 상처는 종류도 만인만색,
사별이나 생이별의 아픔과
자존심 긁히는 상처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받은 상처를 대하는 자세는
짐짓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보지만,
욕 한덩이 저쪽에서 날아올 때 받지 않으면
그만이라 생각해도
시나브로 스며들어 얼룩 같은 딱지가 앉는 건
어쩔 수 없다
사건의 당사자도 아닌 제 삼자라면
더더욱 포지션이 애매한 경우가 생긴다
상대방이 상처를 줬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받는 상처도 있다
생각보다 작은 대접을 받았을 때,
까짓, 큰 대접 받고 싶은 욕심만 버리면 간단하다
아무튼 불편한 기분은 파리 쫓듯 쫓아야 한다
오래 잡혀 있으면 자신만 손해다
알지만,
내 속이 좁아선지 잘 잊지는 못한다
짐짓 모른 체 넘어가는 건
일종의 비지니스적 슬기로운 사회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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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가 예측불가능한 야생을 향한 육체적
모험이라면
시 쓰기는 실재계의 불가능성을 향한
정신적 여행일 것이다,
라고 이병철 시인은 말한다
시인들중 가장 낚시를 좋아하는 두 분이 아닐까
김우 시인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우시인 #치킨과악마 #서정시학
#이병철시인평론가해설 #김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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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도 하고 싶은 일 해왔지만
구월, 가을부터는
다른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어요
바쁠 결심, ㅎㅎ
'꿋꿋이 잘 살아' 보아요
읽어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