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K리그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내용이 아니지만 심심풀이 삼아 읽어보시면 좋을 듯해 관전 후기를 남깁니다.
K리그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이번 주말에 중국슈퍼리그(이하, CSL)가 개막되었습니다.
호주 원정의 영향으로 인해 광저우헝다타오바오(이하, 헝다)는 내일 경기가 있고, 나머지 7경기는 큰 이변이 없이 끝났습니다.
광저우푸리가 필리페 트루시에가 돌아온 항저우에 2대1로 이기고,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상하이상강)이 데뷔전에서 장수슌텐에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베이징궈안도 원정에서 3대0 승리, 산동루넝타이산도 홈에서 2대0 승리를 거두는 등 거의 (도박의) 정배 수준의 결과였습니다.
개막 라운드에서 가장 화끈했던 경기를 뽑자면 제가 본 상하이뤼디선화(이하, 선화) 대 상하이선신(이하, 선신)의 더비였는데(사실 더비라고 하기에는 팬층이 너무 차이가 나지만..), 무려 8골이나 터지면서 선화 팬들을 열광에 빠뜨렸습니다.
작년 시즌 16개 클럽 중에서 9위를 차지한 선화와 11위를 차지한 선신의 차이를 벌여놓은 것은 역시 "투자"였습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감독을 교체(프랑스 보르도 감독 출신 프랑시스 지요)하고 외국인 선수를 세 명(오늘 한 명 결장) 영입한 선화는 이전 시즌부터 활약해 온 다른 두 명의 외국인 선수와의 시너지가 생기면서 거의 선신을 농락하는 수준의 플레이를 보여줬는데 특히 외국인 주장인 콜롬비아 출신 지오바니 모레노와 브라질 출신의 파울루 엔리끼, 오늘 데뷔전을 치른 팀 케이힐의 공격력은 가공할만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경기 시작 전 케이힐 소개 당시의 함성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선신에서 기억나는 선수라고는 이번에 노르웨이 몰데에서 영입한 Daniel Chima Chukwu뿐.. 혼자 공격에서 고군분투를 하다시피 했습니다. 임유환은.. 오늘 플레이에서 기억나는 장면이 없네요. 오늘 선화의 수비도 그렇게까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선신은 너무 엉망이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자면 CSL의 풀백들의 크로스는 확실히 질이 떨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공격시 외국인 선수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은 확실히 보였고, 중국 친구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인정하지만) 중국의 센터백 역시 체격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아시아 쿼터 등을 통한 수비수 영입에 클럽들이 치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상하이인들은 김주영의 존재는 최소한 알고 있더라고요.. 이제는 없는 조병국도 역시 알고요.)
사진을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혹시나 나중에 CSL을 볼 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상하이에 있는 홍커우 축구 경기장을 기준으로..
오늘 상하이에 비가 내리는 데다가 찬 바람까지 불어 축구를 보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습니다. 가격이 380위안(약 70,000원), 200위안(약 36,000원), 150위안(약, 27,000원)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00위안짜리 표는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장 안 좋은 자리가 150위안..
매표소에 이와 같은 섹터 표(?)가 있습니다. 1층과 2층의 가격이 다르고 같은 층에서도 앞이냐 뒤냐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제가 간 곳은 11구역 2층.. 16섹터부터 19섹터, 5섹터부터 8섹터 모두 홈 서포터 자리입니다. 9섹터 2층이 원정석 자리입니다.
오늘의 입장권입니다. 가장 싼 150위안짜리 표입니다. 오른쪽에 달린 입장권을 수거해 가는데 화장실에 갈 때 경찰이 줬다가 재입장시 다시 수거해갑니다. 참고로 오늘 관중은 약 21,500명이었습니다.
홍커우에서는 총 세 번의 검사가 이루어지는데 처음에 지하철역에서 경기장으로 갈 때 표의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 입장시 입장권이 가표인지를 확인하는 검사(바코드 스캐닝) 그리고 소지품 검사 이렇게 세 번입니다. 페트병과 라이터는 경기장 내로의 반입이 금지입니다. 페트병을 몰래 숨겨 들어왔다고 한들 경기장 곳곳에 경찰이 있기 때문에 보이는 즉시 바로 수거해버립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통한 영상 촬영 역시 금지인 것 같은데 위의 사진에 캠코더를 들고 있는 사람은 입장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경기 시작 전 쉬량이란 선수의 은퇴식이 있었습니다. 1981년생으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를 했는데 선화에서는 2년을 뛰었습니다.
2층 가장 구석에 자리 잡은 불쌍한(?) 선신 팬들.. 선신이 인기가 있는 클럽이 아니라 더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일당백으로 "선신두이, 워먼짜이이치(선신 팀, 우리는 함께 있어)"를 외치는 게 인상 깊었네요.
경기 시작 전의 모습인데 선화의 선수 소개 영상은 매우 잘 만들어졌습니다. 풀 버전 영상으로 찍었는데 단순히 이름과 사진만 나열한 소개가 아닌, 이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어느 위치에 서고 있는지(GK, DL, DC, DR, DM, CM 등등)까지 보여주면서 오늘의 대략적인 포메이션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K리그에서 참고할만한 사항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선화의 응원은 꽤 조직적입니다. 헝다의 응원은 소리는 큰데 뭔가 알찬 맛은 없는데 반해, 선화는 나름의 역사와 전통이 있어서인지 콜 리더로 보이는 사람의 소리에 맞춰 그 많은 사람이 응원을 함에도 불구하고 돌림노래가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조직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치 프렌테 트리콜로 같이 보이는데 반대편 골대 뒤 역시 선화의 서포터 자리입니다. 묘사를 하면 프렌테 1중대, 2중대가 있는 듯한 모습?!)
17번 팀 케이힐의 데뷔전이라 노란색, 초록색의 머플러를 두른 호주인도 많이 왔고 호주 국기를 든 중국인도 더럿 보였습니다. 이번 시즌 선화의 얼굴은 확실히 케이힐입니다.
반대편 골대 뒤입니다. 역시 선화의 서포터석으로 어떨 때는 여기서 응원 구호를 먼저 시작하고 다른 때는 반대편에서 먼저 시작을 하지만 그럼에도 체계가 잡혀 있습니다. 선화가 무려 6골이나 터뜨리는 바람에 파도타기를 두 차례에 걸쳐 했습니다. 응원가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선화두이(선화 팀)"과 "Old MacDonald Had a Farm"의 멜로디에 맞춰 "이야이야오"를 하는 것 등이 있네요. 참고로 공식 명칭은 상하이뤼디선화지만 현지 팬들은 절대 뤼디라 부르지 않고 선화라 부릅니다. 여기에 대한 역사가 있죠..
경기 시작 전 모든 CSL 경기장에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합니다. 이 시간 팬들은 머플러를 들지만 그렇다고 국가를 따라 부르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할 일이 있는 사람은 그냥 자기 할 일을 하고요. 같이 간 중국인 친구는 그냥 사진을 찍으면서 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화장실에 가려는 호주팬들.. 담배를 피려면 아까 전에 압수당한 라이터 중에 아무 거나 들고 가서 복도에서 피거나 화장실에서 핍니다. 화장실은 거의 화생방 수준입니다. 위로는 연기를 마시고 아래로는 물을 내버리는 아주 일상적인(?) 중국인의 모습입니다.
두 번째 골이 터진 후의 사진입니다. 홍커우의 좋은 점은 소리의 울림이 좋아 안 그래도 큰 중국인의 함성이 더 크게 들린다는 점이 있습니다. 전반전은 선화가 3골, 선신이 1골을 넣어 3대1로 끝났습니다.
골이 들어간 후의 전광판입니다. "GOAL!" 영상만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득점자의 영상이 나오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반대편 중앙 전광판의 점수 밑에 작게 잠깐 득점자의 이름이 소개됩니다. 그리고 안내방송으로 득점자를 소개할 때 예를 들어 이름이 "리웨이펑"이라면 장내 아나운서가 "리"라고 하면 팬들이 "웨이펑"이라고 후창하고, 외국인 선수의 경우는 예를 들어 "팀 케이힐"의 경우 아나운서가 "팀"을 선창하고 팬들이 "케이힐"이라고 하는 방식으로 소개가 됩니다.
오늘의 최종 결과입니다. 무려 8골이나 나온 경기였는데, 직관으로 이러한 점수를 본 적은 처음이라 본전은 충분히 뽑았다고 느꼈습니다. 경기 자체도 워낙 빠르게 진행되어 시간이 금방 흘러갔고요.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최소한 이 경기에서는 제1부심이 조금 아쉬웠던 것이, 오프사이드 오심이 몇 번 나와 선수들과 팬들이 조금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축구는 전세계인의 스포츠입니다. 결론이 이상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ㅋㅋ
첫댓글 표값이 꽤 비싸네요
절대적인 비교를 해도 비싼데다가 한국인보다 수입이 적은 중국인을 대상으로 상대적인 비교를 하면 체감적으로는 훨씬 비싸죠 ㅋㅋ ㅠㅠ
잘 봤습니다. 해외 리그 직관 해보고 싶네요 ㅎㅎ
마치 타국에서 축구를 보면 교양 문화수업을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ㅋㅋ 꼭 경험해보시길 바랄게요!
아~ 중국리그는 정치적으로는 자유롭지 못하고 여러 비리가 있긴하더라도 막대한 자본과 투자 , 그리고 열렬한 수많은 팬들로 저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K리그는 어떻게 될려나요... 10년후 ~15년 후 쯤에는 우리 K리그가 중국리그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격차가 생겨버리는 걸까요?
한국도 합리적인 방향으로 중국에 밀리지 않는 정도로는 꾸준히 발전하길 바랍니다.
솔직히 저도 걱정이 많이 되는 부분인데.. K리그의 경우 선투자 후성과가 바람직한 길인지 선성과 후투자가 바람직한지 감이 오지는 않네요.. ㅠㅠ
아! 사진과 후기 좋은 글 알차고 매우 남바완!(가레스 상윤 버전) 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독했네요 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ㄷㄱㅈ 달아드렸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