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좋은 낫토를 이용한 레시피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모치츠키 대회もちつき大会(연말연시에 함께 모여 떡방아를 찧는 일본의 연례행사)를 앞두고 시골 분교의 아이들이 부드럽게 찐 대두를 볏짚으로 감싸 땅속에 묻은 뒤 눈으로 덮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물에 불려 찐 대두를 볏짚으로 쌓은 다음 40도 정도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발효시키는 것이 낫토의 전통적인 제작법이다. 볏짚에 접착한 낫토균이 대두로 옮겨가 발효작용이 일어나게 되는데, 바로 이때가 위를 보호하며 장 건강과 심혈관 질환에도 도움이 되는 건강식품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낫토 효소는 혈전 용해 작용이 뛰어나며 비타민 B가 풍부해 피부에도 좋다. 그 외에도 혈압강하, 항암작용, 골다공증 예방, 변비 예방 등 효능이 뛰어나 ‘낫토 철에는 의사도 필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낫토를 먹는 법은 취향에 따라 가지각색이나 따뜻한 밥 위에 생으로 올려 함께 먹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낫토는 먹기 전에 젓가락으로 공기를 감싸듯이 휘저어주면 실이 늘어나 한층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생으로 먹기에 향이 부담스럽다면 다른 길을 찾아보자. 일본에서는 낫토를 다져서 미소된장국에 넣은 낫토지루納豆汁(일본식 청국장)를 시작으로 낫토를 넣어 만든 우동, 카레, 볶음밥, 빵, 스파게티 등 다양한 요리가 있다. 고정관념의 출구는 흥미로운 세계의 입구와 연결되어 있다.
폭신한 달걀의 이불로 치즈 같은 낫토를 덮다
RECIPE 01
엄마는 청국장을 싫어하시고, 학교 급식에 된장찌개는 나와도 청국장은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내가 청국장을 맛보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조금 억울했다. 예전에 친구를 데리고 영화관에서 극장판 [빨강 머리 앤]을 본 적이 있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간 친구는 그날 밤 엄마에게 왜 어릴 때 이렇게 좋은 만화영화를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투정을 부렸다고 했다. 아마 그때 친구의 마음이 청국장을 뒤늦게 맛본 나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청국장의 먼 친구 정도 되는 낫토를 비교적 이른 나이에 알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배는 고프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엔 따뜻한 밥 위에 걸쭉하게 저은 낫토를 올린다. 김치와 오크라オクラ(아삭하고 미끈한 식감에 단면이 별 모양인 아욱과의 채소)를 얹고 노른자의 동그라미가 정 가운데 오도록 달걀 깬 다음 가쓰오부시와 간장을 뿌린다. 혼자 있을 때만 즐기고 싶은 맛이다. 너무 다양한 맛과 향이 나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재료
낫토 50g, 달걀 3개, 기호에 맞는 버섯 적당량, 쪽파 적당량, 치즈 적당량, 마늘 1쪽, 간장 1/2ts, 소금, 후추, 식용유 2Ts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Tip 낫토는 냉동보관이 가능하다. 낫토균은 냉동보관 시 수면 상태에 들어갔다가 상온이 되면 다시 발효가 시작된다. 낫토가 많이 남았다면 사온 팩 그대로 또는 밀폐용기에 넣어나 랩으로 싸서 냉동고에 보관하자.
만드는 법
마늘을 슬라이스 한다. 버섯과 쪽파를 먹기 좋도록 잘게 찢거나 썰어서 준비한다. 낫토에 간장을 넣어 저어둔다. 달걀은 잘 풀어둔다. 프라이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버섯을 넣어 볶는다. 슬라이스한 마늘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마늘이 노릇해지면 접시에 옮겨 담는다. 프라이팬을 다시 잘 달구어 식용유를 두르고 달걀 풀어둔 것을 붓는다. 숟가락으로 부드러운 주름이 생기도록 달걀물을 두어 번 저어준 뒤 불을 약하게 줄이고 치즈와 볶아둔 버섯, 낫토, 쪽파를 반달 모양이 되도록 한 쪽에 올린다. 달걀물의 바닥 면이 다 익어 프라이팬을 흔들었을 때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미끄러지듯 그릇에 반을 흘려보내어 올린 다음 나머지 반을 뚜껑처럼 덮어 올린다.
올해는 연하장을 직접 그려서 만들기로 한다. 오랜만에 색연필을 잡는 촉감, 선을 긋기 위해 손가락 끝에 힘을 주는 동작에서 오는 어색함마저 기분 좋다. 얼마 전 오랜 친구와 함께 막걸리와 파전을 먹다 문득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부끄러울 만큼 투명하게 진심을 이야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니! 살다 보면 잘 맞지 않는 사람도 많이 만나게 되어 그런지 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조그만 연하장을 그리며 고민이 시작된다. 그림이 너무 촌스러운가? 새해 문구는 무슨 색으로 쓰지? 감사를 전하려고 시작한 연하장 만들기에 어느샌가 정신없이 굴린 눈사람처럼 잘하려는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바보 같다. 새해에는 ‘잘하려고’ 낑낑대지 말고 못난 나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밥이라도 한 끼 더 사줘야겠다.
재료
낫토 적당량, 식용유 적당량, 숟가락과 젓가락
Tip 낫토만 튀겨도 심플한 맛을 즐길 수 있지만 형태 잡기가 어려울 수 있다. 바로 먹을 경우가 아니라면 만두피나 유부 주머니 속에 넣어서 튀겨도 좋다. 김치를 잘게 다져서 소로 넣으면 잘 어울린다.
만드는 법
낫토를 움푹한 그릇에 넣고 젓가락으로 힘차게 저어준다. 시계 방향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재빨리 원을 그리며 저어준다고 생각하면 쉽다. 생크림을 휘핑하는 느낌과도 비슷하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렸을 때 실이 늘어날 정도로 점성이 생기면 된다. 깊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넣고 180도가량으로 데운다. 기름은 낫토 덩어리가 기름에 반 정도만 잠기면 충분하므로 많이 붓지는 않도록 한다. 숟가락 위에 파스타를 말아 올리듯이 낫토를 덩어리가 되도록 뭉쳐 그대로 기름 속으로 투하한다. 덩어리가 너무 크면 뭉치기 힘들기 때문에 밥 한 숟가락 정도의 양이 적당하다. 표면의 색이 노릇해지면 바로 꺼내어 거름망이나 키친타월 위에 올린다.
출처 :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