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신정(止愼亭)
큰 부자가 나오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우선 시운(時運)이 따라줘야 한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 다음에는 지리(地利) 즉,
터가 맞아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재물이 모이는
부자 동네 터가 따로 있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는
사람의 능력이 작용한다.
부지런하고 머리가 좋고,
인덕(人德)이 있어야 한다.
필자가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곳이 눈에 띈다.
바로 경남 진주시 지수면(智水面)이다.
방어산(防禦山) 자락이
면 전체를 소쿠리처럼 감싸안고,
진주로 흐르는 남강이
면 전체를 휘감아 도는 지형이다.
지수는 경상우도에서 수백년 동안
부자 동네로 소문난 곳이다.
왜정 때까지만 하더라도 지수에는
덩실한 기와집이 150여채 가량 있었다.
현재도 50여채의 기와집이
고색창연하게 남아 있다.
‘지수초등학교’도 유명한 학교이다.
LG 창업자인 구인회,
삼성의 이병철,
효성의 조홍제 회장이
모두 이 지수초등학교를 다녔다.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그룹 창업자들이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던 것이다.
그렇지만 원래
지수의 터줏대감은 김해허씨들이다.
1400년대 중반에 허문손(許文孫)이 지수에
입향한 이래로 허씨들은 550년 동안 끊이지
않고 천석꾼이 이어져 왔다고 전해진다.
구한말에는
지수에 거주하는
허씨들의 재산을 모두 합하면
총 3만석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중에 가장 부자가
1만석을 하던 지신정(止愼亭)
허준(許駿·1844~1932)이었다.
만석꾼 부자였지만
멈출 줄을 알고(止),
삼가는 것(愼)을 인생 좌우명으로
삼았던 인물이었다.
‘지지’(知止)와 ‘신독’(愼獨)으로
항상 자기를 경계하였던 것이다.
이는
돈 많은 부자의 좌우명이라기보다는
엄숙한 성리학자의
인생철학 같은 느낌이 든다.
허준이 거처하였던 정자인
‘지신정’은 지금도 동네 뒤편에
단아하게 보존되어 있다.
지신정의 아들이
효주(曉洲) 허만정(許萬正)이고,
해방 직후에 허만정은 구인회와 합자하여
LG의 전신인 ‘락희’(樂喜·Lucky)를 창업하였다.
허만정의 3남이
허준구(許準九)이고,
허준구의 아들이 현재 GS그룹 회장인
허창수(許昌秀)이다.
[조용헌 살롱]
카페 게시글
Photogarph
◆지신정(止愼亭)
로버트 박
추천 0
조회 134
23.08.23 05:26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