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리그는 올해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나친 승부욕으로 추태가 끊이지 않았다.
사진 선원익 | |
 |
올해 한국축구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포항 스틸러스가 15년 만에 K리그 우승을 일궜고 올림픽대표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동국(28, 미들스브로)은 지난 1월 박지성(2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30, 토트넘), 설기현(28, 풀럼)에 이어 네 번째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그러나 국제대회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47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도전은 또 다시 물거품이 됐고 20세 이하와 17세 이하 대표팀은 연령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K리그에서는 심판의 자질 논란과 판정 불신으로 추태가 끊이지 않았다. 또 대한축구협회의 무리한 국가대표팀 및 올림픽대표팀 감독 선임으로 한바탕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불완전한 K리그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올해 K리그의 승자는 포항이다. 포항은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경남 FC, 울산 현대, 수원 삼성, 성남 일화를 차례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1992년 이후 15년 만의 우승이다. 그렇지만 진짜로 웃은 자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다.
2004년부터 다시 도입한 포스트시즌 제도는 올시즌 축구팬의 관심을 끌며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양태오 연맹 운영부장은 “포스트시즌 제도로 막판까지 언론과 팬의 관심을 끌어 모으며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각 팀의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 K리그(437득점, 경기당 평균 1만 2,227명)는 지난해(409득점, 경기당 평균 1만 399명)에 비해 28골이 더 터졌고 경기당 평균 관중도 2천여 명이 늘었다.
올해부터 가을잔치 출전 자격을 4팀에서 6팀으로 늘린 것도 주효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 나갈 2개 팀이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결정됐다.
물론 포스트시즌 제도는 문제점을 남기기도 했다. 정규리그 5위인 포항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차범근 수원 감독은 10월 31일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수원보다)승점 12점이 적은 팀에게 졌다”며 불쾌해했다.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성남 일화는 챔피언결정전에서 2연패한 데다 FA컵에서는 결승에도 오르지 못해 빈손으로 한 해 농사를 망쳤다.
포스트시즌 제도가 생긴 1998년 이후 전·후기리그 및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건 2005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그렇지만 포스트시즌 제도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는 게 연맹의 내부 평가다. 국내 정서로 볼 때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처럼 포스트시즌 제도가 팬의 흥미 유발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연맹은 포스트시즌 제도를 지킬 방침이다. 김원동 연맹 사무총장은 “올시즌은 특히 팬들의 관심을 끝까지 유지했다. (포스트시즌 제도는)성공적이라고 본다. 대폭적인 수정보다 부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K리그의 수준도 높아졌다. 성남, 수원, 울산 등 ‘빅3’가 1~3위를 차지한 가운데 시민구단인 경남과 대전 시티즌이 창단 후 처음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팀 간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K리그의 국제 경쟁력은 떨어졌다.
전남 드래곤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3승1무2패(승점 10)로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승점 16)에 밀려 탈락했다.
성남과 전북 현대도 각각 챔피언스리그 4강전 및 8강전에서 우라와 레즈(일본)에게 각각 1무1패와 2패로 무릎을 꿇었다.
성남은 한중일 리그 우승팀이 겨루는 A3 챔피언스컵에서 1승2패로 최하위의 수모를 겪었다. 그라운드에서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졌다.
안정환(31,수원)은 9월 10일 FC 서울과 치른 2군경기에서 한 서포터의 인신공격성 야유에 격분해 관중석으로 뛰어들었다.
9월 22일 인천 유나이티드-수원전에서는 판정에 불만을 품은 관중들이 심판을 향해 물병과 달걀을 던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방승환(24, 인천)은 10월 3일 FA컵 전남과 준결승전에서 웃옷을 벗고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1년간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러한 추태는 K리그를 지켜보는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전임심판 교육을 보다 강화하는 등 심판의 자질 향상을 꾀하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나친 승부욕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선수와 감독도 자체 징계 등을 통해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맹은 8월 3일 협회가 부산 아이파크의 박성화(52) 감독을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으로 빼가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당시 “‘제2의 박성화 사건’을 방지해야 한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감독을 대표팀으로 데려가지 못하게 관련 규정을 새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4개월 뒤 협회는 또 다시 전남과 계약기간이 1년 남은 허정무(52) 감독에게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베어벡호와 함께 한 잃어버린 1년지난 1월 핌 베어벡(51) 대표팀 감독과 K리그 구단의 신경전이 뜨겁게 펼쳐졌다. K리그 단장들이 베어벡 감독이 요구한 올림픽대표팀의 카타르 8개국초청국제대회 선수 차출을 거부한 것이다.
대표선수 차출 규정에 없는 친선대회에 선수를 보낼 수 없다는 것이 거부 이유였다. 베어벡은 지난해 6월 독일월드컵 직후 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다. 베어벡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겠다. 유럽과 격차를 줄이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협회는 베어벡 감독에게 국가대표팀과 아시아경기대회대표팀 그리고 올림픽대표팀을 모두 맡게 했다.
베어벡 감독의 눈앞에는 과정보다 결과가 우선되는 경기가 놓여 있었다. 감독 취임과 동시에 대만과의 2007 아시안컵(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예선을 치러야 했다.
또 동시에 올림픽대표팀을 꾸리고 아시아경기대회를 준비해야 했다. 젊은 선수들의 실전 테스트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베어벡 감독은 기존 선수들을 중용했다.
지난해 12월 베어벡 감독은 첫 번째 도전이었던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준결승과 3위 결정전에서 각각 이라크와 이란에게 0-1로 연달아 져 노메달에 그쳤다.
지난 7월 국가대표팀은 47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리며 아시안컵 D조 조별리그가 열리는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베어벡 감독은 대회 전 “아시안컵 4강에 들지 못할 경우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겠다”며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축구팬들은 오히려 “아시안컵 기대 성적이 고작 4강이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베어벡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직후부터 축구팬과 언론에게 지속적으로 사퇴 압력을 받았다.
기대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도 한몫을 했지만 가장 큰 퇴진의 원인은 단조로운 전술과 미숙한 관리 능력이었다.
측면 크로스에 의존하는 공격 전술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선수 차출 문제를 놓고 K리그 구단과 벌인 갈등은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도 이어졌다.
4-3-3 전형을 쓰는 베어벡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치른 아시안컵 본선 첫 경기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김정우를 기용하는 모험을 했다. 김정우는 그동안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원톱으로 나선 공격수들은 골문 앞에서 골을 넣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나 조재진(26, 시미즈)과 이동국 등 공격수에게는 제대로 된 슈팅 기회가 없었다.
공격보다 수비에 무게를 둔 경기 운영이 문제였다. 한국은 아시안컵 6경기에서 3골을 넣고 3골을 내줬다.
탄탄한 수비력을 보였지만 효율적인 공격은 하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는 6경기에서 단 한 골도 터뜨리지 못했다. 이동국은 지난 6월 SPORTS2.0과의 인터뷰에서 “베어벡 감독은 골문 앞에서 골 찬스에만 집중하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김호(63) 대전 감독은 “베어벡 감독은 패스를 잘하는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3명을 배치하는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했다”며 “지지 않는 축구로 체면치레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이라크와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져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베어벡 감독은 이라크전 패배 직후 자진 사퇴했다.
 |
박성화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올림픽대표팀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이상호(오른쪽)의 재발견이다.
사진 선원익 | |
 |
박성화호의 힘겨웠던 베이징행올림픽대표팀은 6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에서 3승3무(승점 12)를 거둬 바레인(승점 11)을 따돌리고 조 1위에게 주어지는 본선 출전권을 땄다.
그러나 본선 진출까지 걸어온 길은 험난했다. 3승3무에 4득점 1실점의 최종예선 성적표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가장 저조했다.
협회는 올림픽 최종예선을 3주 남겨 놓은 가운데 베어벡 감독의 사퇴에 따라 박성화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보름이 갓 지난 프로 신임 감독을 빼앗아 왔다는 비난을 감수한 조치였다. 박감독은 취임하자마자 이상호(20, 울산), 하태균(20), 신영록(20, 이상 수원) 등 청소년대표 출신 선수를 대거 불러 들였다.
어린 선수들을 중용하지 않았던 베어벡 감독과 달랐다. 그리고 박감독의 기대대로 이들은 올림픽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이상호의 재발견은 올림픽대표팀이 최종예선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였다. 포백 수비를 중심으로 수비 안정화를 꾀하는 박감독의 전술도 뿌리를 내렸다. 최종예선 6경기에서 1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1실점도 김진규(22, 서울)의 자책골이었다. 그렇지만 국가대표 중앙 수비수 콤비인 김진규와 강민수(21, 전북)가 빠질 경우 대체할 선수가 없다.
한국은 두 선수 가운데 한 명이라도 빠졌던 올림픽 예선 2경기에서 1무1패로 부진했다.
이요한(22, 제주 유나이티드), 김태윤(22, 광주 상무), 김근환(21, 경희대) 등이 대체 선수로 꼽히나 아직까진 만족스럽지 못하다.
박감독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베어벡 전 감독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단조로운 전술에 수비축구로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최종예선에서 상대를 압도했던 경기는 거의 없었으며 공격력은 6경기에 4골로 경기당 평균 0.67득점으로 무뎠다.
경기마다 공격수 숫자를 조정하고 출전선수를 달리하며 변화를 꾀했으나 나아진 건 없었다. 한 축구 관계자는 “2005년 U-20 월드컵과 비교해 전술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감독은 “어려운 상황에 팀을 맡아 내가 원하는 팀을 만들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내년 전지훈련과 친선경기를 통해 큰 폭의 변화를 예고했다. 협회 규정에 ‘최종예선을 통과하면 올림픽 개최 해에 3주간 전지훈련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대표선수 소집이 어렵진 않다.
그러나 내년에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3차예선이 시작되기 때문에 박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은 건 아니다. 박감독으로선 3주간 훈련의 효과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동현호의 후회 없는 도전지난해 12월 말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는 20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스페인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날이었다.
그러나 어린 대표 선수들에게 관심을 나타낸 이들은 거의 없었다. 조동현 감독은 “내일 전지훈련을 가는데도 찾아오는 기자들이 없다. 오히려 선수들에겐 부담이 없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감독은 이어 “역대 청소년대표팀엔 특출한 선수 1,2명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청소년대표팀에는 대부분의 선수가 그렇다. 역대 최강의 대표팀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 20세 이하 대표팀에는 이전 대표팀과 달리 프로 출신 선수가 많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2007’에 출전하는 21명 가운데 15명이 프로 선수였다.
최철순(20), 이현승(19, 이상 전북), 기성용(18), 김동석(20), 이청용 (19, 이상 서울), 이상호, 심영성(20, 제주) 등은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였다. 선수들의 기량이 고르다 보니 주전 경쟁도 치열했다.
선수들은 ‘청소년대표팀의 주력선수는 누구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선수 전원이 주력선수”라고 답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실력과 축구팬의 관심은 비례하지 않았다. 박주영(22, 서울)과 같은 수퍼스타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 열린 제3회 수원컵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도 팬들은 무관심했다.
U-20 월드컵 본선을 한 달 앞두고 벌어진 부산컵 친선대회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축구팬의 관심은 온통 같은 기간 개막하는 아시안컵에 집중됐다. 선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이상호는 “솔직히 언론에서 무관심해 섭섭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송진형(20, 서울)은 “좋은 경기를 펼쳐 팬들의 관심을 단숨에 돌려놓겠다”고 자신했다.
이번 대표선수들은 예전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경기 결과보다는 재미있는 축구를 지향했다.
이상호는 “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우수하다. 실수 없이 짧은 패스로 오랫동안 공격을 풀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선수들 스스로 이번 대표팀이 정말 좋은 팀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선수들은 경기내용을 결과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 조별리그 브라질전을 앞두고 선수들은 긴장하지 않았다. 자신의 기량이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 브라질선수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한국은 7월 1일(한국시간) 몬트리올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미국과 D조별리그 첫 경기를 가졌다. 경기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그러나 첫 경기부터 스타가 탄생했다.
수비수로 출전한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은 정확한 중거리 패스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었다. 올해 K리그 전반기와 컵대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이청용 또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짧은 패스를 기본으로 한 수준 높은 경기내용에 축구팬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한국은 브라질과 치른 조별리그 2차전에서 2-3으로 졌다.
그러나 한국은 경기 초반과 경기 막판 짜임새 있는 경기력과 놀라운 기량으로 브라질을 당황하게 했다. 한국은 폴란드와 벌인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경기내용을 펼치고도 1-1로 비겨 2무1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20세 이하 대표팀은 많은 스타를 낳았다. 신광훈(20, 포항), 최철순, 이청용, 이상호, 기성용, 신영록, 하태균 등은 어린 나이에도 올림픽대표팀에 뽑혀 베이징올림픽에서 제2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THE BEST of 2007■올해의 골최성국(24)의 마법 같은 한 방이 벼랑 끝에 몰린 성남 일화를 구했다. 지난 4월 25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킥오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4차전 성남-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전.
성남은 1승1무1패(승점 4)로 산둥 루넝(승점 9)에 승점 5점 차로 뒤졌다. 이날 경기에서 비기거나 지면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해결사는 이적 후 10경기 연속 무득점 중이던 최성국이었다.
최성국은 전반 29분 중앙선에서 애들레이드 수비수 리치 앨래기치(34)의 볼을 가로챈 뒤 빠르게 20m를 질주했다. 디에고 왈시(28)가 달려들자 지체 없이 오른발로 감아찼다.
최성국의 발을 떠난 볼은 크게 휘면서 오른쪽 골네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195cm의 골키퍼 로버트 바지치(30)의 긴 손도 막을 수 없는 환상적인 골이었다.
성남은 이날 최성국의 결승골로 애들레이드를 1-0으로 꺾었다. 기사회생한 성남은 동 탐 롱 안(베트남), 산둥을 연달아 물리치고 기적처럼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다.
최성국은 10월 24일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우라와 레즈(일본)와 2차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했으나 애들레이드전에서 터뜨린 멋진 골이 없었다면 이 경기를 할 수 없었다.
■올해의 경기 강자를 꺾을 때 느끼는 희열은 스포츠의 매력 가운데 하나다. 축구팬들은 5월 30일 그 같은 희열을 맛봤을 것이다. 수원 삼성과 성남 일화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컵대회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다.
경기 전 전망은 성남의 우세였다. 성남은 지난해 7월 26일 전북 현대전 1-0 승리 이후 19경기 연속 무패 행진(11승8무)을 하고 있었다. 수원과 최근 3차례 맞대결에서도 모두 이겼다.
전반 44분 성남 조병국(25)이 김영철(31)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넣었을 때만 해도 예상은 맞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 27분 안정환(31)이 발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으면서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1-1로 비긴 뒤 들어간 연장전 30분은 수원을 위한 시간이었다. 수원은 연장 전반 시작 49초 만에 백지훈(22)의 벼락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어 나드손(25)이 연장 전반 15분과 연장 후반 27분 연속골을 터뜨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철옹성을 자랑하던 성남 수비수들은 체력이 바닥나면서 힘없이 무너졌다.
믿거나 말거나2008년에 대한 황당한 예언■전남은 허정무 감독의 후임으로 박항서 감독을 선임한다. 박항서 감독은 “K리그에도 ‘스포테인먼트’가 필요하다”며 홈 2경기 연속 만원 관중이 될 경우 팬티만 입고 그라운드에서 뛰겠다고 약속한다.
3월 22일 박감독의 공언이 현실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상 한파로 그날 광양의 낮기온은 섭씨 영하 7도다.
■김두현이 잉글랜드챔피언십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에 입단한다. 계약 조건은 군복무를 마친 뒤 완전 이적이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서울과 경남이 선수등록 마감시한 하루 전 심우연과 까보레의 맞트레이드에 합의한다. 심우연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서울보다 높은 4위에 오른 경남 같은 강팀에 오게 돼 기쁘다”고 밝힌다.
■허정무 감독이 지명도는 없지만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찾겠다며 지방 팀 연고 도시를 순회한다. 허감독은 광양으로, 정해성 수석코치와 김현태 골키퍼 코치는 제주도로, 박태하 코치는 포항으로 향한다. 수원, 서울, 성남 등 수도권 팀들은 자신들의 홈경기에 와 달라고 한다.
■서울이 K리그 초반 독주한다. 그리고 김진규는 40m 장거리 프리킥을 성공한다.
■유럽행을 모색하던 조재진이 K리그에 복귀한다. 성남에 입단한 조재진은 17경기에 출전해 4골을 기록한다. 자신의 K리그 시즌 최다골이다.
■수원은 K리그 초반 에두, 신영록, 하태균, 서동현 등이 최악의 골 결정력을 보이며 공격력이 약화된다. 차범근 감독은 미들스브로에서 방출된 이동국 영입에 성공한다.
이동국은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후반기 포항과의 첫 경기에서 골 포스트를 3차례나 맞춘다. 이후 득점이 없다.
■이관우가 시즌 초반 5경기에서 3개의 페널티킥을 얻어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심판들에게 이관우의 할리우드 액션에 대한 특별 경계령을 내린다.
■전북은 시즌 초반 측면 수비수가 모두 부상 신세다. 최강희 감독은 고심 끝에 측면 수비수 경험이 풍부한 최태욱에게 임무를 맡긴다.
그러나 최태욱은 공격수로 뛰고 싶다며 최감독의 지시를 거절한다. 그리고 시즌 내내 억대 연봉을 받는 벤치 선수가 된다.
■롯데 자이언츠가 6월까지 프로야구 중간 순위 선두로 나서자 부산은 야구 열기에 휩싸인다.
6월 29일 부산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한 부산과 제주의 경기에 관중 53명이 찾아 역대 최소관중 신기록을 작성한다. 프로야구 국내 최소관중 기록은 54명이다.
■인천으로 복귀한 장외룡 감독이 아스날식 공격축구를 하겠다고 밝힌다. 그러나 인천은 선취골만 넣으면 곧바로 골문을 걸어 잠근다.
■울산의 염기훈은 골을 넣을 때마다 기도 세리머니를 한다. 염기훈은 붙박이 주전이 된다.
■일본 국가대표 엔도 야스히토(감바 오사카)와 나카무라 겐코(가와사키 프론탈레)가 1월 빗셀 고베와의 연습경기에서 김남일과 충돌해 시즌 아웃 판정을 받는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3차예선을 앞둔 오카다 다케시 일본대표팀 감독은 대표선수들에게 고베전 출전 금지 명령을 내린다.
■박성화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고심 끝에 와일드 카드 3장을 모두 수비수로 쓴다. 박감독의 기대대로 한국은 베이징올림픽 조별리그에서 무실점의 짠물 수비를 선보인다. 그러나 부실한 공격으로 무득점에 그치며 3무로 8강 진출에 실패한다.
■한국이 베이징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치자 이강조 감독을 비롯한 광주 코칭스태프가 만세삼창을 외친다. 광주는 백지훈, 박주영, 이근호가 같은 날 입대할 수 있도록 영장을 만든다.
SPORTS2.0 제 82호(발행일 12월 17일) 기사
첫댓글 마지막거 웃김ㅋㅋㅋ
밑에 부산vs제주 53명... 롯데가 착하긴 착하네요. 매번 이렇게 죽쒀주니
최태욱 최악이다 ㅋㅋㅋㅋ